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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16화 (216/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16화

“크흐읍!”

붉은 스파크가 전류처럼 관통하자 실험관 내부에 있는 남성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뒤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단탈리온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고통스러운가? 하지만 아직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니.”

단탈리온은 환희에 찬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끄흡! 끄으읍!”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남성에게서 황홀할 정도로 절망적인 에너지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고통과 절망에서 우러나오는 에너지는 별미로군.”

단탈리온은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를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출력을 더 높여 주마.”

“크흡! 크으읍!”

단탈리온의 말에 남성은 고통으로 물든 얼굴로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도 격통이 몸을 타고 내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출력을 더 높인다니?

“싫다고?”

남성의 애원에 단탈리온은 입가를 치켜 올리더니 콘솔 화면을 조작하며 출력을 최저치로 내렸다.

“허억허억.”

덕분에 사내는 숨통이 트였다.

여전히 몸이 저릿저릿하긴 했지만, 조금 전보다는 확실히 버틸 만했으니까.

“나는 별로 상관이 없다. 굳이 네놈이 아니더라도 대신할 벌레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단탈리온은 정말 별것 아니라는 얼굴로 남성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내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한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네놈은 어떻지? 네놈이 하기 싫다면 네놈 딸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는데? 이제 고작 열 살밖에 안 되는 네놈 딸이 내 실험을 감당할 수 있을까?”

단탈리온은 비웃음을 흘리며 남성을 바라봤다.

단탈리온의 말에 남성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그야말로 악마와도 같은 달콤한 유혹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이 편해지는 대신 아직 나이 어린 딸이 고통을 받아야 했으니까.

“어쩔 거지? 네놈이 고통 받겠나? 아니면 딸이 고통 받겠나? 선택은 네놈 몫이다.”

단탈리온의 말에 남성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하나 밖에 없는 어린 딸.

언제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쪼르르 달려오는 어린 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결국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내가 받겠다.”

“정말인가? 후회하게 될 텐데?”

“내가 받겠다!”

단탈리온의 웃는 말에 남성은 발작하듯 소리쳤다.

이미 자신이 단탈리온의 실험체가 되기로 마음을 먹은 모양.

하지만 단탈리온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 정도까지 각오를 했다면 나도 더 이상 말하지 않겠지. 하지만 네놈 때문에 실험 시간이 늦춰졌으니 이번에는 아까전보다 출력을 세 배로 올리겠다.”

“뭐, 뭣?”

단탈리온의 말에 남성의 눈빛이 흔들렸다. 조금 전 실험에도 남성은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맛봤다.

전신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따갑고 불타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고통의 세 배라니!

“걱정하지 마라. 쉽게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회복 마법을 걸어 주도록 하지.”

“아…….”

단탈리온의 말에 남성은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즉, 쇼크사로 죽거나 고문으로 인한 상처로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우리들에게 있어 죽음은 최대의 자비다. 네놈이 죽기 전에 최대한 부의 에너지를 뽑아 주마. 그전에 정신이 먼저 붕괴하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한 단탈리온은 천천히 콘솔 쪽으로 손을 뻗었다.

“아, 안 돼. 하, 하지 말아 주세요. 제발!”

남성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애원하듯 소리쳤다.

그 순간 단탈리온은 희열감을 느꼈다.

지금 남성의 목숨을 비롯한 모든 것은 자신의 손끝에 달려 있었다.

남성에게 생과 죽음, 고통까지도.

자신이 남성보다 우수하다는 우월감과 희열이 전신을 감싸 올랐다.

그리고 남성에게서 절망의 에너지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나오며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 속으로 흡수되었다.

“황홀한 맛이군.”

마법진에 흡수된 절망 에너지 중 일부가 단탈리온에게도 흘러들어왔다.

그 느낌에 단탈리온은 몸을 떨었다.

마치 전신의 세포가 깨어나는 느낌이었으며 힘 또한 조금이지만 늘어났다.

“아주 좋아. 역시 절망이 가장 별미로군.”

단탈리온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남성을 바라봤다.

“아, 그러고 보니 네놈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다.”

“……?”

그 말에 두려움과 절망에 빠져 있던 남성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단탈리온은 그의 앞에 무언가 내던졌다.

툭.

영롱한 빛을 내고 있는 작고 붉은 크리스탈.

갑작스럽게 크리스탈을 내던지는 단탈리온의 행동에 남성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에게 단탈리온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네놈의 딸이다.”

“어?”

단탈리온의 말에 남성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있는 크리스탈이 자신의 딸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내가 연구하고 있는 건 부의 에너지를 담은 크리스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료가 바로 너희들 열등한 인간들의 몸이라는 소리지.”

놀랍게도 그동안 단탈리온이 제작해 온 크리스탈들의 재료는 다름 아닌 인간들의 몸이었던 것이다.

인간의 정신은 부의 감정 에너지를, 인간의 몸은 크리스탈의 재료로.

그야말로 금단의 기술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열등하고 버러지 같은 네놈들이라고 해도 제련을 하면 이렇게 아름다운 크리스탈을 만들 수 있지. 물론 크리스탈로 만드는 정제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말이야.”

단탈리온은 악마와도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남성을 바라봤다.

“그, 그 말은……?”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남성은 놀란 표정으로 단탈리온을 바라봤다. 단탈리온의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으니까.

“그래. 지금 눈앞에 있는 크리스탈은 네놈의 딸을 소체로 만들었다. 정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정말 즐거웠지. 어마어마한 절망의 에너지가 만들어졌으니까.

마지막까지 아빠를 찾더군.”

“으아아아아아!”

단탈리온의 말에 남성은 피눈물을 흘리며 발버둥 쳤다.

열 살밖에 되지 않는 자신의 딸이 고통스러운 정제 과정을 거친 끝에 작고 붉은 크리스탈이 되어 버렸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네놈도 딸과 마찬가지의 모습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단탈리온은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콘솔 화면을 조작했다.

잠시 후, 딸을 잃은 아버지의 울부짖음은 이내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되어 지하 실험실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어두운 지하 감옥.

현무전의 지하 연무장보다 더 깊은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지하 공간이다.

오랜 옛날 파천검가의 숙적이나 죄인들을 감금해 오던 장소로 현대에 이르러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비밀 장소였다.

이런 장소는 각 검전마다 존재하며, 가주전의 지하 감옥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다시 사용 중이었다.

파천검가의 숙적이 나타났으니까.

철그럭철그럭.

지금 지하 감옥에는 한 사내가 손목과 발목에 각각 벽에 붙어 있는 쇠사슬과 연결된 수갑을 차고 있었다,

그 옆에도 또 한 명 구속되어 있는 사내가 있었다.

“기분은 어떻지? 하루 동안 잘 지냈나? 알렉산더, 그리고 이반.”

구속되어 있는 사내들은 다름 아닌 잿빛교단의 총대장이자 교주역할을 맡고 있던 알렉산더와 블랙워치의 탑주 이반이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웃고 있는 신유현과 디아를 제외한 세븐 아크스들이 있었다.

디아는 현재 현무전에서 백랑 복슬이와 함께 마리아 일행을 접대하고 있었다. 디아와 복슬이는 둘 다 귀여우니 말이다. 덕분에 마리아와 엠마의 귀여움을 독차지 중이었다.

크리스는 그런 그녀들을 호위 중이었고 말이다.

“흥. 우리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

“그건 네 생각이지.”

알렉산더의 말에 신유현은 한차례 피식 웃었다.

“내가 알고 싶은 건 하나뿐이다. 놈은 어디 있지?”

“불경하고 어리석은 자로군. 그분의 위대함을 모르다니. 네까짓 파천검가의 쓰레기가 그분을 찾아서 뭘 하겠다는 거냐? 어리석은 놈.”

알렉산더는 신유현을 비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쌔애액!

날카로운 파공성이 울려 퍼지면서 붉은 빛이 알렉산더를 향해 쇄도했다.

짜아악!

“크으윽!”

공간을 가르며 날아든 붉은 채찍이 알렉산더의 가슴팍을 후벼 팠다.

그 때문에 알렉산더는 이를 악물며 버텼다.

“감히 마스터에게 망언을 내뱉다니. 산채로 피부를 벗겨서 죽여 줄까? 아니면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 줄까?”

알렉산더에게 채찍을 날린 루베르는 차가운 북풍과도 같은 살기를 흘리며 윽박질렀다.

“으으…….”

그 때문에 알렉산더와 이반은 차가운 한기를 느끼며 몸을 떨어야했다.

“아무래도 조교가 필요하겠네요.”

그리고 슈브 또한 싸늘한 눈으로 알렉산더와 이반을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고 있는 상황.

슈브의 금빛 눈과 루베르의 붉은 눈을 본 알렉산더는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너, 너희들은 대체 뭐지?”

강릉에서 전투를 시작했을 때부터 알렉산더는 그녀들이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그녀들과 대면을 하지 못했기에 그저 강한 힘을 가진 초인들이 아닐까 예상했다.

그녀들은 잿빛 교단 내에서도 강한 힘을 가진 간부들인 페르젠과 칼리를 제압했으니까.

“우리들은 마스터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다.”

그때 뒤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거대한 늑대처럼 생긴 사냥개, 티르달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개, 개새끼가 말을?”

“마스터. 저거 물어 죽여도 되나?”

알렉산더의 말에 티르달은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며 신유현에게 물었다.

“아직은 안 돼.”

“크흠.”

신유현의 말에 헛기침을 한 티르달은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면서 혀로 입 주변을 핥으며 입맛을 다셨다.

마치 맛있는 먹이를 바라보는 듯이.

그런 티르달을 신유현은 웃으며 머리와 목을 쓰다듬어 주었다.

일단 티르달은 어머니를 구해 준 공로자였으니까.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슈브와 루베르는 일순 부러운 표정으로 티르발을 바라봤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몸을 떨었다.

조금 전 자신을 바라보던 티르달의 눈은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티르달뿐만이 아니었다.

알렉산더는 슈브와 루베르를 자세히 바라봤다.

둘 다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초인은 그녀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빼앗긴다.

남자든, 여자든 성별에 상관없이.

그래서 그녀들이 지닌 특이한 징표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도 모르겠어?”

루베르는 알렉산더 눈앞에서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

그러자 드러나기 시작하는 그녀의 하얀 송곳니.

“어?”

그 모습을 본 알렉산더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뱀파이어?”

“이제 알았어?”

루베르는 깔깔 거리며 웃었다.

“어, 어째서 뱀파이어가?”

알렉산더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루베르를 바라봤다.

마수들이 판을 치기 시작한 세상에서도 뱀파이어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설마 루베르의 정체가 뱀파이어였다니?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 그럼 너는……?”

알렉산더는 슈브를 바라봤다.

그러자 슈브는 금안을 빛내며 미소를 짓더니 지금까지 숨기고 있던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스슥.

그녀의 황금 같은 금색 눈동자 주변의 하얀 공막이 검게 물들어갔다.

그리고,

펄럭!

그녀의 허리에서 펼쳐지는 검은 날개.

“아, 악마라고?”

그 모습은 그야말로 악마와도 같았다.

정확히는 서큐버스이지만.

“대, 대체 어떻게?”

알렉산더는 놀란 눈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신유현은 대체 어떻게 저런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거느리고 있단 말인가?

그런 그에게 신유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놈은 지옥이 있다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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