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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14화 (214/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14화

파천검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쓸데없이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며 사사건건 방해를 하던 육합창가 또한 신유현의 활약으로 목줄이 잡혀 버렸다.

그로 인해 후계자인 김이신은 추방되었고 막대한 배상금을 내야 했으며 급기야 파천검가에 유리한 조건으로 동맹조약까지 체결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덕분에 신성일의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 외에도 인베이전 게이트 사건 때 권왕의 손녀 자매들을 구해 준 덕분에 4대 명가 중 하나인 나선권가와 사이가 좋아졌다.

신유현의 활약 덕분에 다른 세력들과 사이가 좋아졌고, 명예 또한 올라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거기에 쐐기를 박듯이 신유현은 자신이 가진 힘을 증명했다.

본인의 무력과 소환수들의 전력만으로 무려 1천 명이나 되는 초인들을 쓰러트렸으니까.

“그리고 서양의 마법사들과도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 같군. 그렇지 않나?”

신성일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회의실 뒤편에 있는 마리아를 바라봤다.

이번 사태로 화이트 워치의 라이벌이자 숙적인 블랙 워치는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다.

블랙 워치의 탑주인 이반을 비롯한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사망하거나 포로로 붙잡혀 왔으니까.

거기다 화이트 워치 소속이자 미국과 유럽에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마리아와 그 일행인 크리스 및 엠마를 신유현이 구해 주었다.

덕분에 화이트 워치를 비롯한 서양의 마법사 길드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네. 물론이에요.”

짧은 사이 신성일과 빠르게 눈빛을 주고받은 마리아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성일의 의도를 파악한 것이다.

“이번 일로 저희 화이트 워치 길드는 파천검가의 여러분들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필요하다면 파천검가에게 협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파천검가의 가주 신성일에게 대답을 한 마리아는 신유현을 바라보며 말을 마쳤다.

그녀의 의도는 명확했다.

화이트 워치가 협력하는 상대는 파천검가가 맞으나 정확하게는 현무전의 전주이자 후계자 후보인 신유현에게 협력하겠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로 인해 회의실에 있는 가신들의 표정은 극명하게 갈렸다.

순수하게 유럽에서 대한민국의 4대 명가처럼 유명한 길드 중 하나인 화이트 워치가 협력해 준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가신들이 있는가 하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가신들도 있었다.

마리아의 의도를 파악한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로 나뉜 것이다.

하지만 현무전에 속해 있는 가신들은 전부 기쁜 표정들이었다.

그들은 화이트 워치가 협력해 준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음. 블랙워치와 관련된 자들은 화이트 워치에게 맡기도록 하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신성일의 말에 마리아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 뒤를 이어 크리스와 엠마도 고개를 숙여 보였다.

블랙 워치는 화이트 워치 입장에서 보면 철천지원수나 다름없었다.

러시아의 빌런 조직으로 인신매매, 마약, 살인 등등 온갖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유럽에서 금지한 마법에 의한 인체실험도 해 오고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잿빛 교단의 마수 연구가가 블랙 워치 출신이라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였다.

실제로 마수 연구가가 블랙 워치와 함께 행동하고 있다는 목격 사례도 있었다.

아무튼 하얀 시계탑인 화이트 워치는 블랙 워치와 오랜 세월 대립을 해 왔고 수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 때문에 블랙 워치 놈들을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신성일 덕분에 블랙 워치의 탑주와 주요 인물들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탑주인 이반을 심문하면 거점에 대한 정보를 알아 낼 수 있어!’

마리아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지금까지 블랙 워치를 상대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뒷세계의 빌런 조직이다 보니 블랙 워치의 거점을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반을 통해서 블랙 워치, 즉 검은 시계탑이 숨겨져 있는 장소를 알아낼 수 있을 터였다.

“이제 다들 알았겠지. 신유현이 경고하던 철화단 놈들의 배후세력이 전면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신유현이 해결했으나 나는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성일은 회의실을 둘러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그 말에 장남 신철민이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잿빛 교단의 주요 간부들을 포박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사실상 세력이 와해 된 게?”

“상대는 장거리 공간 이동 게이트를 사용해서 천명이나 되는 조직원들을 한 번에 동원할 수 있는 자들이다. 분명 상당한 세력이 남아 있을 테지.”

신성일의 말에 회의실 내부가 시끄러워졌다.

“확실히…….”

“천 명을 바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면 상당히 규모가 큰 조직일 수 있겠군.”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건가…….”

가신들은 저마다 한마디 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런 그들을 둘러보며 신성일은 재차 말을 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티아’ 라고 불리는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 자를 잡지 않는 한 잿빛 교단을 뿌리 뽑았다고 할 수 없지.”

게티아.

신유현이 철화단의 배후세력으로 잿빛 교단을 언급할 때 아주 위험한 존재가 있다고 경고했었다.

그 한 명이 철화단의 배후인 잿빛 교단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이다.

또한, 게티아가 존재하는 한 잿빛 교단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럼 잿빛 교단의 간부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벌써부터 헌터 협회가 움직이고 있다는데요?”

이번에는 신성일의 오른팔이자 가문의 대호법인 신성현이 말했다.

헌터 협회는 초국가적인 기관으로 초인들과 관계된 문제들을 해결한다.

대부분의 초인들이나 길드들은 헌터 협회에 소속되어 관리를 받고 있었다.

그 때문에 각 가문의 초인들은 헌터 협회에 등록하고 던전 공략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헌터 협회에 등록을 거부하고 불법적인 일을 하는 초인들을 빌런이라고 불렀다.

“이번 일은 헌터 협회에서도 그냥 넘기기는 힘들겠지.”

신성일은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말했다.

그 모습에 신성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근래 들어 웃는 일이 많으시군.’

철혈의 검왕이라는 칭호를 가진 파천검가의 가주, 신성일.

그 때문에 신성일은 냉정한 인물로 미소를 보이는 법이 사실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신성일이 웃는 일이 많아졌다.

다름 아닌 가문의 3남 신유현 덕분에.

비록 철화단의 습격으로 인해 가문의 무사들이 사망하거나 차남인 신철진이 사망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대가를 신유현이 치르게 해 주었다.

철화단을 괴멸시켰으며, 이번에 신철진 사망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마수 연구가를 포로로 잡았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신유현의 활약 덕분에 파천검가의 명예가 올랐다.

이번 잿빛 교단과 관련된 사건 또한 헌터 협회를 상대로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이 가능했다.

파천검가의 직계이자 후계자 후보인 신유현이 잿빛 교단의 빌런들을 박살 내고 핵심 간부들을 생포해 왔기 때문이다.

“신철호.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갑자기 신성일은 신성현의 질문을 가문의 장남인 신철민에게 던졌다.

그 순간 신철민을 비롯한 후계자 후보들은 직감했다.

‘시험이다.’

“헌터 협회와 협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이제 잿빛 교단의 문제는 우리 가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단의 규모 또한 얼마나 큰지 알 수 없으며, 무엇보다 가장 위험한 인물로 추정되는 게티아가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헌터 협회를 적대하기보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활용해서 유리한 입장에서 협력을 구하는 편이 가문에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가능하면 다른 가문이나 길드와도 협력 관계를 가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신철민은 마지막으로 마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지막 말은 다분히 마리아와 화이트 워치를 의식한 말이었다.

가주인 신성일이 은연중에 화이트 워치 길드와 좋은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그리고 확실히 신철민의 말대로 다른 가문이나 길드와 협력하는 편이 잿빛 교단이나 게티아를 상대로 대처하기가 좋았다.

또한 헌터 협회를 적대하는 것보다 협력하는 편이 실보다 득이 많았다.

헌터 협회는 초인들을 관리하는 초국가적인 조직이니 말이다.

‘확실히 변화가 생기고 있군.’

신철민의 대답에 신유현은 속으로 감개무량한 미소를 지었다.

설마 다른 누구도 아닌 파천검가의 장남 신철민이 다른 조직과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할 줄은 몰랐으니까.

이전 삶에서는 강력한 초인들을 배출하는 가문들이나 길드 같은 조직들은 서로 협력하지 않았다.

스탠드 얼론 플레이를 하며 각자 독립적으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 탓에 게티아들의 침공에 제대로 된 대응하지 못했고 얼마 못가 초인들은 패하고 말았다.

이후 인류는 게티아들에 의해 지옥을 경험했다.

게티아 놈들에 의해 쉽게 죽지도 못하고 원한과 절망, 두려움 속에 고통스럽게 죽어갔으니까.

“신유라.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이번에는 신성일은 장녀 신유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신성일의 말에 신유라는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신유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도 헌터 협회와 협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신유현의 결정에 따르겠어요. 이번 일에서 가장 큰 공적을 세운 건 신유현이니까요.”

“흐음.”

신유라의 대답이 의외였는지 신성일은 살짝 놀란 듯 턱을 쓰다듬었다.

사실상 신유라는 신유현에게 모든 공적과 판단을 넘긴 셈이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이나 신철민이 어떤 대답을 하든 결국 신유현의 결정대로 움직일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걸 신유현에게 넘긴 것이다.

“배려심이 좋구나. 현명하기도 하고.”

신성일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지아는?”

“저도 협력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전부 짊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비록 후계자 후보는 아니지만, 파천검가의 중요시설인 무기고를 지키는 신지아는 신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지아의 말은 아버지인 신성일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지만 신유현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신유현이 가문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모든 걸 다 하려는 경향이 보였기 때문이다.

“혼자서 전부 짊어질 필요가 없다라. 확실히 그렇구나.”

신지아의 대답에 신성일 또한 물끄러니 신유현을 바라봤다.

신지아의 의도를 신성일 또한 모를 리 없었으니까.

“막내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 저도 협력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구나.”

이미 사망한 신철진을 대신해서 주작전의 전주로 올라간 막내 신철호.

한때 가문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라고 기대를 한몸에 받았었지만 지금은 시들해졌다.

신철호의 재능보다, 최근 신유현이 직계들 중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며 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요즘은 묻혀 가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게 자신의 자식들의 모든 대답을 들은 신성일은 신유현을 바라봤다.

“그럼 신유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신성일은 과연 신유현이 어떤 대답을 들려줄지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신유현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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