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12화
“어리석은 놈.”
알렉산더는 비웃음을 흘렸다.
이곳에서 신유현이 살아 돌아갈 방법은 없었다.
설령 간부들이 전부 당한다고 해도 잿빛 교단의 전투원들이자 교도들은 결코 멈추지 않을 테니까.
“누가 어리석은지 그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라.”
신유현은 알렉산더의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역으로 비웃으며 손가락을 딱 튕겼다.
뀨!
그러자 어디선가 귀여운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게 아닌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까망이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신유현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뒤이어 신유현의 등 너머로 지면이 어둡게 물들어 갔다.
스스슥.
그리고 길게 늘어난 그림자 속에서 푸른 안광을 빛내며 육중한 본 아머로 무장한 스켈레톤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너, 너 설마?”
그 모습에 알렉산더는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무려 약 600여기의 스켈레톤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뭐, 뭐야?”
“스켈레톤이 더 나타났다고?”
“이건 또 무슨…….”
새롭게 나타난 스켈레톤 무리에 잿빛 교단의 전투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수적인 우위 속에서 스켈레톤을 빠르게 정리하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보스급 소환수들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처음 상대한 숫자만큼의 스켈레톤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사기가 깎여 나갔다.
처음부터 스켈레톤이 1000기 정도였다면 모를까, 전투가 거의 다 끝나가는 시점에 새로운 증원이 오자 의욕이 떨어진 것이다.
‘전부 아라크니아의 하트 덕분이지.’
신유현은 놀라고 있는 잿빛 교단 놈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고유 특성 아라크니아가 생겨나면서 새로운 고유스킬들이 생성됐다.
그중 하나인 코쿤 덕분에 스켈레톤을 보다 쉽게 충원시킬 수 있었다.
스켈레톤을 소환하는데 필요한 마수들의 시체 대신에 아라크니아의 알이라고 할 수 있는 코쿤을 제물로 삼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신유현은 마수들의 시체 없어도 코쿤을 제물로 삼아서 스켈레톤의 숫자를 꾸준하게 늘릴 수 있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신유현은 알렉산더를 내려다보며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명계신의 장갑, 퀴네어의 S급 고유스킬, 폭주를 발동합니다.]
[스켈레톤 솔져들의 능력치가 3분간 3배 강해집니다.]
시련의 탑 1층을 클리어하고 획득한 명계의 신 하데스의 장갑, 퀴네어.
퀴네어에 붙어 있는 S급 고유스킬 폭주는 지정한 언데드들을 일정시간 동안 강화시켜 준다.
지정 가능한 최대 숫자는 신유현이 지배하는 언데드 숫자와 동일하다.
다만, 폭주를 사용하고 지속 시간이 끝나면 소멸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 때문에 전 병력에 폭주를 걸 수는 없었다. 3분 뒤에 모든 병력이 전멸한다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테니까.
‘지금 상황이면 절반만 걸어도 되겠지.’
그렇게 퀴네어의 폭주 스킬이 발동되자 각 클래스 병종의 절반 정도 되는 스켈레톤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키이잉!
스켈레톤들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세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푸른 안광이 검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디아!”
“넹! 금방 가영!”
신유현의 부름에 후방에서 대기 중이던 디아가 뛰어왔다.
그리고 신유현의 뒤에 도착한 후 스킬을 하나 발동했다.
[어둠의 성녀 디아가 그림자 분신술을 시전합니다.]
그러자 디아의 그림자가 솟구쳐 오르더니 분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본체 안녕!”
“안녕!”
디아와 분신체 두 명은 서로 즐겁게 인사를 나눈 후 신유현을 바라봤다.
“마스터!”
셋은 동시에 신유현을 부르며 각각 등과 허리, 옆구리에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그래그래.”
평소보다 귀여움이 세배가 된 디아를 바라보며 신유현은 리빙 파워드 아머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애들한테 버프 좀 걸어 줄래?”
“넹!”
신유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디아들은 버프 스킬들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어둠의 성녀, 디아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디아 원, 디아 투가 고양이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디아들이 버프를 걸기 시작하자 스켈레톤들의 기세가 한층 더 강해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처음 전투를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더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며 빠르게 잿빛 교단의 전투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큭!”
“뭐, 뭐야? 갑자기 빨라졌잖아?”
“그래봤자, 해골 따위!”
갑자기 달라진 스켈레톤들의 기세에 전투원 중 나름 상급인 녀석들이 세이버 엘리트를 향해 빠르게 마법을 날렸다.
그들은 무영창으로 마법을 시전하며 근거리 전투가 가능한 마법사들이었으니까.
슈우우웅!
빠른 캐스팅과 함께 날아드는 다양한 속성의 4클래스 공격마법들.
파이어 랜스와 아이스 자벨린, 포이즌 스피어가 최전선에 있던 세이버 엘리트1기에게 날아들었다.
그 앞에서 세이버 엘리트는 카이트 실드를 앞세우고 마주 달려들었다.
콰콰쾅!
이윽고 다양한 속성의 4클래스 공격 마법들과 카이트 실드가 맞부딪치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붉은 폭염과 하얀 증기, 그리고 초록빛 독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면서 시야가 가려졌다.
그 모습을 본 상급 전투원 중 한 명이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해치웠나!”
슈아아악!
그 직후 피어오르는 폭염과 초록빛 독안개 속에서 세이버 엘리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멀쩡하잖아!”
그 모습에 전투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전투원들을 향해 세이버 엘리트는 빠르게 다가갔다.
“헛!”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전투원들은 부랴부랴 방어마법을 시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검은빛이 흘러나오는 본 소드가 바로 근처에 있던 전투원을 향해 휘둘러졌다.
서걱!
“컥!”
본 소드는 무자비하게 전투원의 목을 긋고 지나갔다.
촤아아악!
뒤이어 붉은 피가 솟구치며 흩뿌려졌다.
털썩.
머리를 잃은 전투원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에 주변에 있던 전투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수습하며 소리쳤다.
“죽여!”
“사지를 부숴 주마!”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전투원들이 세이버 엘리트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잿빛 교단의 전투원들과 스켈레톤 군단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최전선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전투원들이 밀리고 있다니…….”
전황을 바라본 알렉산더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전에는 전투원들의 공격 마법에 스켈레톤들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었다.
하지만 지금의 스켈레톤은 공격 마법을 버텨 낸 것도 모자라 전투원들의 목을 따 버리고 있었다.
불과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
“이제 알겠나? 진짜 어리석은 놈이 누구인지.”
신유현은 멍한 표정으로 전황을 바라보는 알렉산더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크윽.”
그 말에 알렉산더는 이를 악물었다.
설마 신유현이 이런 수단을 남겨두었을 줄은 몰랐으니까.
“언데드 강화 스킬이라면 이미 사용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맞아. 이미 사용하고 있었지. 다만 아껴 둔 게 더 있었을 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렉산더의 말에 동의했다.
알렉산더는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신유현이 언데드들을 강화시키는 스킬을 사용했을 거라 여기고 있었다.
왜냐하면 신유현의 스켈레톤들은 다른 네크로맨서들이 부리는 언데드보다 더 강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불사왕의 스킬들 때문.
거기에 SS급 옵션, 하데스의 장갑 퀴네어에 붙어 있는 가혹한 지휘 덕분도 있었다.
현재 가혹한 지휘 옵션은 퀴네어를 착용하고 있는 동안 언데드를 60% 더 강화시켜 주었다.
신유현이 6성이 되면서 가혹한 지휘 또한 성장했으니까.
“하지만 아직 우리들에게는 합성마수들이 남아 있다.”
알렉산더가 마수 연구가를 불렀을 때 함께 나타난 수백 마리에 달하는 합성 마수.
확실히 버프를 받고 폭주 중인 스켈레톤들이 전투원들을 썰어 버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수많은 합성 마수는 잘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모르겠나? 합성 마수들을 이 자리에 소환했다는 사실이 네놈의 가장 큰 실수다.”
“뭐? 그게 무슨 소리지?”
신유현의 말에 알렉산더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합성 마수를 불러낸 게 자신의 가장 큰 실수라니?
오히려 합성 마수들 덕분에 잿빛 교단의 전투원들은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폭주 중인 스켈레톤들을 합성 마수들이 막아 주고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합성 마수들의 피해가 크긴 했지만.
“네놈은 스켈레톤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줄 알고 있나?”
“뭐? 아.”
순간 알렉산더는 깨달았다.
“마수들의 시체…….”
“이제야 알았나보군.”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네크로맨서들이 언데드들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게 있었다.
다름 아닌 시체였다.
네크로맨서는 오직 마수들의 시체로만 언데드를 소환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네크로맨서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나쁘지 않았다.
단지, 네크로맨서들의 언데드가 약하다는 사실에 무시를 받을지언정 위협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인간들의 시체로 언데드 소환이 가능했다면 네크로맨서들은 초인 사회에서 매장당하고 뿌리 뽑혀 사라졌을 수 있었다.
“합성 마수 또한 마수다. 제물로 사용할 수 있지.”
마수가 없었다면 더 이상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없었다.
제물인 시체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알렉산더가 합성 마수를 무려 수백 마리나 불러내 준 덕분에 스켈레톤을 충원 시키는 게 가능해졌다.
“그래도 이대로 당할 리는…….”
“이미 끝났어.”
신유현은 전황을 둘러보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디아의 다양한 버프를 받고 폭주 중인 스켈레톤들.
비록 3분 후에는 소멸할 예정이었지만, 몸이 부서지는 와중에도 끝끝내 합성 마수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그 때문에 빠른 속도로 합성 마수들이 줄어 들어가고 있었고, 쓰러지는 전투원들 또한 속출 중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잿빛 교단 간부들의 싸움도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슈브와 루베르를 상대로 칼리와 페르젠은 분전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니까.
‘단순히 죽일 생각이었다면 이미 예전에 끝났겠지.’
신유현으 슈브와 루베르에게 칼리와 페르젠을 생포하라고 지시해 두었다.
그 때문에 전투가 길어지기는 했지만 조만간 칼리와 페르젠을 생포할 수 있어보였다.
남은 건, 전투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리는 것뿐.
* * *
얼마 지나지 않아 전투는 끝이 났다.
슈브와 루베르가 칼리와 페르젠을 생포한 후, 전투에 가담하면서 급격하게 신유현 쪽으로 전세가 기울었기 때문이다.
“모두 수고했어.”
신유현은 세븐 아크스인 슈브와 루베르, 디아를 바라봤다.
“마스터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해야 할일이죠.”
슈브는 언제나 그렇듯 신유현을 향해서라면 상냥한 미소로 말했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다만 오늘밤은 마스터의 피가 끌리네요.”
루베르는 위험하게 빛나는 붉은 눈으로 신유현을 바라보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당장 오늘밤이라도 쳐들어올 기세였다.
“쓰담쓰담 해 주세영!”
“해 주세영!”
“주세영!”
그리고 디아와 분신체 2명은 신유현을 향해 양팔을 들며 쓰담쓰담을 요구했다.
그런 소환수들의 모습에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루베르와 디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군요.”
설마 신유현이 머리를 쓰다듬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루베르는 얼굴을 붉히며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헤헤헷.”
그리고 디아들은 헤실헤실 웃으며 신유현의 손길을 느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신유현은 바닥에 포박당한 채 쓰러져 있는 잿빛 교단의 간부 놈들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