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11화
[남은 시간 15초.]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의 발동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쾅!
신유현은 지면을 박차며 알렉산더와 이설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얀 달빛 아래에서 질주하는 검은 섬광.
그때 알렉산더가 신유현을 향해 손을 들었다.
“그래비티 실드.”
알렉산더와 신유현 사이에 검은 빛을 내는 중력 방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파천검법(破天劍法).
사식(四式), 섬광(閃光).
번쩍! 슈아악!
흑염의 오러가 피어오르는 레바테인이 중력 방패를 반으로 갈랐다.
그리고 신유현은 중력 방패 너머에 있는 알렉산더를 어깨로 들이박았다.
콰앙!
신유현과 알렉산더가 충돌하면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커헉!”
“꺄악!”
그러자 알렉산더는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날아갔다.
그 옆에 있던 이설리 또한 충격파에 휩쓸리면서 나가떨어졌다.
그나마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코트에서 방어 마법이 작동한 덕분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잿빛 교단의 간부답게 그들이 입고 있는 배리어 코트는 최고급품이었으니까.
하지만 충격파로 인한 내상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알렉산더와 이설리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땅바닥을 굴렀다.
스스슥! 쌔애액!
그때 신유현을 향해 칠흑의 창 두 개가 쇄도해 왔다.
충격파에 튕겨 날아가면서도 알렉산더가 신유현에게 공격 마법을 펼쳤던 것이다.
“쓸데없는 짓을.”
눈살을 찌푸린 신유현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2미터 길이의 흑창을 노려보며 양팔을 교차시켰다.
우웅!
그와 동시에 신유현의 전신을 뒤덮은 검은 막이 생겨났다.
리빙 파워드 아머에 내장되어 있는 배리어 기능이었다.
콰앙!
그 직후 알렉선더의 중력 마법, 그래비티 랜스와 리빙 파워드 아머의 방어막이 충돌하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래비티 랜스가 폭발하면서 검은 연기와 함께 강력한 중력이 신유현을 짓눌렀다.
“지긋지긋하군.”
빠르게 바닥으로 떨어지는 폭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알렉산더를 노려봤다.
전신을 무겁게 짓누르는 중력 마법은 귀찮기 그지없었다.
움직이기 힘들었으니까.
그리고 조금 전 그래비티 랜스는 알렉산더가 날린 회심의 일격이었을 터.
격돌 직후, 충격파가 터지면서 생겨난 찰나의 틈을 노리고 중력의 창이 날아왔으니 말이다.
신유현은 전신을 짓누르는 중력 속에서 다시 알렉산더를 향해 달려들었다.
알렉산더를 잡는다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뒤로 튕겨난 알렉산더를 따라잡은 신유현은 곧바로 레바테인을 휘둘렀다.
콰각! 콰가가각!
“크아아악!”
흑염의 오러가 피어오르는 레바테인은 빠르게 알렉산더를 베고 지나갔다.
하지만 알렉산더의 몸에는 코트에서 발동한 배리어가 둘러싸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직접적인 데미지를 줄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피해가 없는 건 아니었다.
레바테인으로 후려치고 있었으니까.
까앙!
배리어 채로 알렉산더를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자 알렉산더의 몸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그 상태에서 신유현은 레바테인을 계속해서 휘둘렀다.
깡! 깡! 깡!
그 탓에 알렉산더는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허공을 날아다녔다.
[남은 시간 1초.]
그때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공중에 뜬 알렉산더를 향해 레바테인을 강하게 내려쳤다.
깡! 콰앙!
그러자 알렉산더는 빠른 속도로 지면에 처박히면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알렉산더를 중심으로 지면이 움푹 꺼지면서 크레이터가 생겨났고 콘크리트 먼지들이 치솟아 올렸다.
쿠웅!
그리고 그 앞에 신유현이 떨어져 내리면서 치솟아 오른 콘크리트 먼지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리빙 파워드 아머의 오버플로우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철컹철컹!
푸쉬이이익!
그리고 리빙 파워드 아머의 장갑 파츠 일부가 열리면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오버플로우로 인해 발생한 열기를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허억허억.”
리빙 파워드 아머 안에서 신유현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를 사용한 리스크로 인해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래도 버틸 만해졌군.’
이전이었다면 최악의 경우 기절하거나, 지쳐서 쓰러졌을 테지.
‘그럼.’
잠시 몸을 추스린 신유현은 알렉산더를 내려다봤다.
콘크리트 바닥에 생격난 크레이터의 중심에서 알렉산더는 기절을 했는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상처가 심했지만 리빙 파워드 아머의 센서에 생명 반응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죽지는 않은 모양.
그가 입고 있는 배리어 코트 덕분에 신유현의 맹공 속에서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애초에 신유현은 알렉산더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이놈에게서는 알아내야 할 게 많으니까. 그리고…….’
신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알렉산더를 내려다봤다.
그를 쉽게 죽일 생각은 없었다.
게티아를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잿빛 교단을 운영해 오고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알렉산더였으니까.
알렉산더는 잿빛 교단의 각 조직을 이끄는 총대장이었으며, 교주와도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즉, 인류를 배신한 무리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라는 소리였다.
“쉽게 죽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라.”
신유현의 말에 조용히 다가오고 있던 진원호와 이설리는 흠칫 몸을 떨었다.
하지만 진원호는 이내 정색하며 소리쳤다.
“아직 끝이 아니다! 총대장님을 쓰러트렸다고 나대지 마라!”
“그래?”
진원호의 말에 신유현은 입가에 비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총대장, 알렉산더를 향해 레바테인을 겨눴다.
“그럼 항복해라. 그렇지 않다면 이놈을 죽이겠다.”
“뭐, 뭣?”
“그게 무슨?”
신유현의 말에 진원호와 이설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신유현이 알렉산더를 인질로 잡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인질을 잡다니! 그게 4대 명가의 사람이 할 짓인가?”
진원호는 기가 막힌 얼굴로 반문했다.
하지만 그 말에 오히려 신유현은 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웃기는 놈이로군. 네놈들이 자주 하는 일 아닌가? 네놈들은 해도 되고, 나는 하면 안 되나?”
신유현은 진원호를 비웃으며 말했다.
실제로 잿빛 교단의 산하조직인 흑의 탑, 블랙워치 놈들은 어머니를 납치해서 인질로 삼았었다.
그 외에도 잿빛 교단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온갖 패악질을 해 왔다.
그 예로 지금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마수 연구가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마수 연구가 덕분에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고하고 이용가치가 사라지자 알렉산더는 바로 뒤통수를 후려쳤다.
손바닥 뒤집듯 바로 배신을 해버린 것이다.
“하, 하지만 넌 4대 명가의 사람이잖아? 명문 가문의 사람이 이런 짓을 해도…….”
“누가 게티아 놈들의 개새끼들 아니랄까봐 잘도 짖어대는군. 하긴, 게티아 놈들도 개새끼들이긴 하지. 아니 개보다 못한 쓰레기들이라고 하는 게 맞겠군.”
“뭐라고?”
자신들이 신으로 추앙하는 게티아를 향해 폭언을 퍼붓는 신유현의 말에 진원호는 붉어진 얼굴로 부들부들 떨었다.
“감히 그분을 모욕하다니! 죽고 싶…….”
퍼억!
“크허억!”
순간 진원호는 비명과 함께 피를 토해냈다.
신유현이 탈라리아의 고유스킬들 중 하나, 블링크를 써서 진원호에게 다가간 후 주먹을 꽂아 넣었기 때문이다.
털썩.
“고, 공간 이동이라니…….”
진원호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배를 움켜쥐며 무릎을 꿇었다.
설마 신유현이 공간 이동으로 공격을 해 올 줄은 몰랐으니까.
“그래서 네놈들이 게티아 놈들의 개새끼들이라는 거다. 게티아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숭배하다니.”
신유현은 경멸하는 눈으로 진원호를 내려다봤다.
인류의 눈으로 게티아 놈들을 보면 신이라고 믿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은 겉모습만 놓고 본다면 신성하고 아름다운 선남선녀들이었으니까.
거기다 초인들의 눈으로 보면 게티아들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거의 신에 가까운 존재들이었다.
초인들이 강자라고 존경하는 7성 경지의 마스터들보다 더 강한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단순히 표면적인 모습을 보고 신이라고 숭배하는 추종자 무리들이 생기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게티아들이 가진 강함과 성스럽고 아름다운 겉모습과는 달리 썩어빠진 마음이 문제였다.
그들은 자신들보다 약한 존재들을 벌레 취급하는 선민사상을 가진 쓰레기 놈들이었으니까.
“게티아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은 전부 불어야 할 거다. 일단 그전에…….”
신유현은 진원호와 이설리를 노려봤다. 잿빛 교단 놈들이 성가신 점은 수틀리면 자살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잿빛 교단과 관련된 인물들 대부분이 자살용 혹은 자폭용 독약이나 폭탄을 숨기고 있었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리빙 파워드 아머의 센서로 독약이나 폭탄을 스캔했다.
“역시 있군.”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진원호와 이설리가 자살용 독을 어금니 안에 숨기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무, 무슨 짓…… 크아아아아악!”
신유현은 리빙 파워드 아머의 손등에 내장된 촉수와 같은 케이블을 이용해서 진원호의 어금니를 쌩으로 뽑아 버렸다.
그러자 진원호는 고통에 몸부림치더니 축 늘어졌다.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죽지는 않았지만 고통 때문에 움직일 수 없는 모양.
그 다음 신유현은 이설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이설리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아, 안 돼!”
“돼.”
하지만 신유현은 단호하게 말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에 이설리 또한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자결하려고 한다는 걸 직감한 신유현은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그렇게는 안 되지.”
촤라라락!
그 직후 이설리의 주위 지면 속에서 검은 사슬이 튀어나왔다.
불사왕의 가호에 종속되어 있는 S급 고유스킬, 다크 소울 체인이었다.
“으읍! 읍읍!”
마력으로 이루어진 칠흑의 사슬은 이설리의 몸을 구속했으며, 입을 다물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잠시 후 이설리는 몸을 경련하며 떨다가 진원호와 마찬가지로 축 늘어졌다.
그렇게 진원호와 이설리의 자살용 독을 처리한 신유현은 알렉산더를 바라봤다.
‘이쪽은 없군.’
리빙 파워드 아머로 스캔한 결과 알렉산더에게는 자살용 독이나 폭탄이 없었다.
잿빛 교단의 총책임자라서 그런 모양.
하지만 쓰레기 같은 게티아 놈이 모든 비밀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알렉산더를 그저 방목시켜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살용 독이나 폭탄이 없는 만큼, 카밀라처럼 정신 금제를 걸어놓았을 가능성이 컸다.
‘남은 건…….’
신유현은 전장을 둘러봤다.
잿빛 교단의 간부들을 제압한 덕분에 전술적인 측면에서는 유리했지만, 전반적인 상황에서는 신유현의 언데드 진영이 불리했다.
전체적인 전력 자체가 잿빛 교단의 병력보다 적었으니까.
거기에 마수 연구가가 데리고 나타난 마수들의 전력이 더해지면서 그 차이는 더더욱 커졌다.
“유감이겠구나. 우리들은 죽으면 죽었지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그때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알렉산더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비록 간부인 자신이 패했지만, 전쟁에서는 패하지 않았다.
알렉산더나 간부들이 없어도, 잿빛 교단은 무너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잿빛 교단의 핵심이자 중요 인물은 알렉산더와 같은 간부들이 아니라 게티아였으니까.
“그분이 있는 한 우리들이 사라지는 일 또한 없다. 그리고 네놈이 이곳에서 죽는다는 사실 또한 변함이 없지.”
알렉산더는 자신들이 이겼다는 승리자의 얼굴로 신유현을 바라보며 웃었다.
잿빛 교단의 전투원들이 이긴다면 신유현이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신유현은 알렉산더의 말에 비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건 네놈들이 이 전쟁에서 이겼을 때 이야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