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09화
키아아!
크르륵!
“이건…….”
보랏빛 게이트에서 나타난 존재를 확인한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놀랍게도 마수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4성 합성마수 히드라>
<4성 합성마수 크리살리드>
<5성 합성마수 기간테스>
4성 합성마수 히드라는 몸길이가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뱀처럼 생겼다.
다만, 상체는 인간과 흡사하게 생겼으며 원통형처럼 생긴 팔이 두 개 달려 있었다.
4성 합성마수 크리살리드는 인간처럼 생긴 상체에 날카로운 칼날 같은 양팔과 사족 보행용 다리 네 개가 붙어 있었다.
또한 전신에는 파충류 같은 비늘이 돋아나 있었으며, 얼굴은 도마뱀에 가까워 보였다.
5성 합성마수 기간테스는 인간형처럼 생겼으나, 키가 무려 3미터 정도 되었고 두터운 비늘갑옷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합성마수라니, 설마?”
시스템 능력과 사령안으로 합성 마수들의 정보를 확인한 신유현은 날카로운 눈으로 알렉산더를 노려봤다.
합성마수들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이상했다. 여기저기 개조된 흔적들이 보였으니까.
당장 합성마수들의 머리에는 붉은 크리스탈이 뿔처럼 솟아나 있지 않은가?
아마도 이것을 통해 합성마수들을 조종하는 모양.
그렇다는 말은,
“마수 연구가인가?”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이런 식으로 마수들을 개조해서 조종할 수 있는 인물은 마수 연구가밖에 없으니까.
“나에 대해 알고 있다니 정보부 녀석들은 뭘 하고 있는 건지.”
그때 알렉산더의 등 뒤에서 누군가가 후드를 깊게 눌러쓰며 앞으로 나왔다.
검은 후드 코트를 입고 있는 중년 남성.
“마수 연구가?”
신유현은 놀란 눈으로 검은 후드 코트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를 바라봤다.
설마 마수 연구가가 이곳에 나타날 줄 이야!
그뿐만이 아니라 마수 연구가의 좌우로 익숙한 인물들이 모습을 보였다.
검은 정장을 입고 등에는 거대한 흑색 대검을 메고 있는 30대 초반의 사내, 진원호였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날카로운 눈으로 신유현을 노려보고 있는 20대 후반의 미녀가 있었다.
신유현과 결착을 짓지 못해 아쉬워했던 이설리였다.
“너희들이 어째서 여기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으로 진원호와 이설리를 바라봤다.
철화단의 간부들이라고 생각했던 인물들.
하지만 철화단의 거점을 박살 내고 수장인 오르카를 붙잡았을 때도 진원호와 이설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설마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역시 잿빛 교단의 인간이었나.”
진원호와 이설리는 잿빛 교단에서 철화단에 파견한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파천검가의 직계들을 암살하는데 실패한 이후, 마수 연구가의 희망에 따라 진원호와 이설리는 철화단에서 철수했다.
그 후 마수 연구가의 호위가 된 것이다.
“보고로 듣긴 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강해져 있을 줄은…….”
“큭!”
진원호는 놀란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보았고, 이설리는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신유현의 기세가 너무나 달라져 있었으니까.
자신들보다 신유현이 더 강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들 또한 신유현과 만났을 때보다 좀 더 강해졌긴 했지만 성장 속도로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 당시 신유현은 3성 상급에서 최상급이었지만, 지금은 6성 최하급 정도.
그에 반해 그들은 4성 중급에서 5성 최하급이 되어 있었다.
“이게 재능의 차이라는 건가?”
진원호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적어도 신유현에게서 5성 상급 이상의 기세를 느끼고 있었으니까.
‘재능이라.’
진원호의 중얼거림에 신유현은 쓴웃음이 나왔다.
자신에게 재능은 존재하지 않았다.
있다고 한다면, 불사왕의 유산과 끊임없는 노력뿐.
지금까지 수많은 마수를 쓰러트린 덕분에 소울 포인트를 얻어서 강해졌으니 말이다.
“아무튼 잘됐군. 네놈에게 볼일이 있었으니.”
신유현은 마수 연구가를 노려봤다.
그의 기생 마수 때문에 신철진과 강제적으로 싸우게 되었고 결국 죽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무시하고 홀대를 한 신철진에게 대가를 치르게 만들 생각이긴 했었지만, 그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신철진에게 받은 수치와 모욕을 그대로 돌려주면서 두고두고 속을 긁을 생각이었으니까.
“조금 강해졌다고 기고만장하구나. 혼자서 우리들과 내 마수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신유현의 말에 마수 연구가는 비웃음을 흘렸다.
역시 마수들은 마수 연구가의 작품인 모양이었다.
마수들을 마개조를 하고, 머리에 뿔 같은 크리스탈을 박아서 완벽하게 조종이 가능해진 것 같았다.
“그 말대로 네놈에게 승산은 없다.”
마수 연구가의 말에 이어 알렉산더는 신유현 앞에서 블러드 크리스탈을 흔들어 보였다.
“그건…….”
신유현은 날카로운 눈으로 블러드 크리스탈을 바라봤다.
바이올렛 크리스탈은 수많은 마수를 소환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그렇다면 블러드 크리스탈은 무슨 효과를 가지고 있을까?
푸욱!
“어?”
순간 마수 연구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알렉산더가 마수 연구가의 가슴 정중앙에 블러드 크리스탈을 박아 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 총대장님?”
“이게 무슨?”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진원호와 이설리 또한 당황한 표정으로 알렉산더를 바라봤다.
“어, 어째서?”
마수 연구가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알렉산더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얼마나 그분을 찬양하고 잿빛 교단을 위해 헌신했던가.
그런 자신에게 블러드 크리스탈을 꽂아 넣다니!
“그걸 몰라서 묻나? 잿빛 교단을 이끄는 건 바로 나다. 하지만 네놈은 항상 말을 듣지 않았지.”
알렉산더는 싸늘한 눈으로 마수 연구가를 바라봤다.
확실히 마수 연구가는 잿빛 교단에 도움이 되는 자였다.
그의 연구 덕분에 강력하고 수많은 마수를 조종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다만, 너무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특히 잿빛 교단의 총대장인 알렉산더의 명령을 무시하는 경우가 잦았다.
알렉산더의 위신에 금이 가게 만들었으니까.
그 때문에 알렉산더는 마수 연구가를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마수 연구가가 마수들을 조종하기 위한 연구를 끝마칠 때까지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 드디어 마수 연구가의 연구가 끝이 났다.
그 때문에 기회를 노리고 있던 알렉산더에게 지금이 찬스였다.
그리고 알렉산더가 마수 연구가를 제거 하려한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는,
“그분의 총애를 받는 건 나 혼자로 충분하다.”
알렉산더는 마수 연구가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잿빛 교단이 찬양하고 숭배하는 그분.
마수 연구가는 그분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 사실이 알렉산더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노리고 마수 연구가를 제거하려고 한 것이다.
“이 쓰레기가…… 커헉!”
알렉산더의 말에 마수 연구가는 피를 또 한 차례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자신에게 블러드 크리스탈을 꽂은 이유가 그분의 총애를 받기 위해서라니!
블러드 크리스탈이 어떤 물건인가?
흡수를 하게 되면 모든 능력치를 대폭 상승시켜준다.
그것도 한 등급 이상으로.
특히 대상이 마수라면 훨씬 더 강화시킬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마수 연구가에게 블러드 크리스탈을 박아 넣은 것이다.
다만, 부작용이 있었다.
“크아아아악!”
꾸르르륵!
콰직! 콰지직!
마수 연구가의 등이 꿈틀꿈틀 거리더니 코트를 뚫고 촉수들이 솟구쳐 올라왔다.
그리고 바지에서도 촉수들이 흘러나왔다.
“역시 제정신이 아니군. 자기 몸을 마수로 개조하다니.”
그 모습을 본 알렉산더는 역겨운 표정을 지었다.
마수 연구가는 자신의 몸에 마수들의 일부를 이식시켰던 것이다.
이미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반인반수의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블러드 크리스탈의 부작용은 다름 아닌 폭주였다.
대상자의 마력과 생명력을 전부 소모시키면서 막대한 힘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블러드 크리스탈을 사용한 끝에는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아, 참. 이걸 박는다는 걸 잊었군.”
그때 알렉산더는 품속에서 작고 붉게 빛나는 크리스탈을 꺼냈다.
합성 마수들의 머리에 박혀 있는 뿔처럼 생긴 레드 크리스탈이었다.
블러드 크리스탈을 사용하면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는 버서커 상태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마수들을 조종할 수 있는 컨트롤 레드 크리스탈을 박아 넣어야 했다.
푸욱!
“끄아아아악!”
이마 정중앙에 뿔처럼 생긴 컨트롤 레드 크리스탈이 박혀 들어가자 마수 연구가는 괴성을 내질렀다.
머리에 박힌 레드 크리스탈에서 미세한 촉수들이 뻗어 나와 두뇌를 장악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키아아아아아!
팔과 다리에 수많은 촉수를 가진 마수 연구가는 신유현을 향해 기괴한 소리로 괴성을 내질렀다.
“뒤통수를 치는 건 네놈들이나 게티아 놈들이나 마찬가지로군.”
신유현은 혐오가 가득한 눈으로 알렉산더를 노려봤다.
설마 마수 연구가를 배신할 줄은 몰랐으니까.
‘확실히 이전 삶과 다르군.’
이전 삶에서는 마수 연구가가 잿빛 교단에게 배신당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어쩌면 배신을 당했지만 은폐 되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 이 시점에서 마수 연구가가 배신당하는 일은 없었다.
‘내가 과거를 바꾼 결과인가.’
시간 역행을 한 후, 신유현은 많은 것을 바꾸었다.
그 결과 자신이 알고 있던 이전 삶에 비해 미래가 많이 바뀌었다.
그 때문에 앞으로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전 삶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생각이었다.
“마음대로 말해라. 어차피 네놈은 여기서 죽을 테니까. 지금까지 우리들의 계획을 방해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대가라고?”
알렉산더의 말에 신유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인류의 배신자, 잿빛 교단.
이전 삶에서는 게티아들의 앞잡이가 되어 얼마 남지 않은 인류를 팔아넘겼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번 삶에서도 게티아의 앞잡이가 되어 가문을 습격해 오지 않았던가?
거기다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미친 짓까지 서슴지 않았다.
“전부 쓸어 주마.”
신유현은 알렉산더와 잿빛 교단의 간부들인 진원호와 이설리를 노려보며 선언했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군.”
알렉산더는 신유현을 비웃더니 손을 흔들었다.
크아아아아!
그러자 마수 상태로 폭주한 마수 연구가가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블러드 크리스탈의 힘으로 인해 현재 마수 연구가는 6성에 버금가는 힘을 얻었다.
거기다 알렉산더도 중력 마법을 준비하며 공격을 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진원호와 이설리도 신유현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키아아아!
그리고 신유현의 바로 앞까지 접근한 마수 연구가가 촉수 다발로 이루어진 팔을 휘두르려고 했다.
그 순간,
콰아앙!
마수 연구가의 발밑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뭐, 뭐야?”
“칫!”
그 모습에 진원호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신유현을 향해 보이지 않는 화살을 날리\려고 했던 이설리는 혀를 찼다.
폭발과 함께 지면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신유현의 앞을 막았기 때문이다.
약 2미터가 넘는 크기와 투박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의 중갑 강화복 같은 칠흑의 갑주.
<5성 보스 리빙 파워드 아머>
알렉산더와 마수 연구가를 상대하기 위해 신유현이 숨겨 둔 패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신유현은 싸늘한 눈으로 잿빛 교단 놈들을 바라봤다.
“그럼 각오는 되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