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06화
“뭐, 뭐야?”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질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그녀들의 모습에 칼리는 당황했다.
그사이 칼리의 곁에 다가간 슈브와 루베르는 손을 치켜들었다.
짝! 짝! 짝! 짝! 짝!
“꺄악!”
순식간에 칼리는 슈브와 루베르에게 따귀를 갈겨 맞았다.
칼리의 고개가 좌우로 번갈아 가며 돌아갔다.
생각지도 못하게 따귀를 맞은 칼리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날카롭게 눈초리를 치켜뜨며 슈브와 루베르를 노려봤다.
“너희들 뭐야! 뭔데 감히 나를…….”
“아줌마.”
순간 칼리는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곳에 이제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가 있었다.
칼리는 찌푸려지려고 하는 눈가를 애써 피며 소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꼬마야. 언니는 아줌마가 아니란다. 언니라고 부르렴.”
“싫어영, 아줌마. 에잇!”
하지만 어린 소녀, 디아는 고개를 흔들더니 칼리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
톡!
그러나 칼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뺨을 후려 맞아도, 정강이를 차였어도 정신적인 피해가 훨씬 더 컸다.
“내가 아줌마라니…….”
칼리는 순식간에 초췌해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칼리. 돌아와라.”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알렉산더가 그녀를 불러들였다.
그의 부름에 칼리는 A급 고유스킬 블링크를 시전하면서 빠르게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의 붉은 눈은 이미 죽어 있었으며, 멍한 얼굴로 내가 아줌마라니, 라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애써 뒤로하며 알렉산더는 신유현의 양옆에 선 슈브와 루베르를 바라봤다.
“과연 강해 보이는군.”
인간처럼 보이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들.
그녀들에 대해서 알렉산더는 알고 있었다. 신유현의 특별한 소환수들이라는 보고를 받았으니까.
당장 슈브만 해도 검은색 공막에 금색 눈을 가졌고 허리에는 검은 날개가 돋아나 있었으니 말이다.
또한, 슈브 못지않은 위세를 보이고 있는 루베르까지.
보고서에서는 추정 예상 등급이 5성급이었으나 알렉산더가 보기에는 최소 칼리와 페르젠의 경지인 6성급은 되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사이 강해진 건가.’
알렉산더는 신유현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보고 받았던 신유현의 예상 등급은 대략 5성 하급 정도.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본 신유현은 5성 최상급에서 6성에 가까워 보였다.
어쩌면 6성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지.”
아무리 슈브와 루베르가 6성급의 강자이고 신유현이 예상보다 더 강하다고 해도 자신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당장 알렉산더만 해도 7성 경지의 마스터였으니까.
거기에 최소 4성 이상의 베테랑 전투원들이 무려 약 1000여명이었다.
그들 중에는 5성에 달하는 전투원들도 적지 않게 섞여 있는 상황.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이지.”
신유현은 피식 웃으며 까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하얀 달빛 아래에서 신유현의 등 뒤로 그림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스스슥.
이윽고 그림자 속에서 푸른 안광을 피어 올리며 스켈레톤 부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양한 속성이 부여된 2차 전직을 완료한 스켈레톤 솔져들.
한 손 검과 한 손 방패로 무장한 방어 중심의 세이버 엘리트들.
과감하게 방패를 버리고 대형 양손검으로 무장한 워리어들.
크고 긴 장창으로 무장한 팔랑크스들.
팔랑크스보다 스마트하게 한 손 창과 한 손 방패로 무장한 하플라이트들.
기존 아쳐보다 연사력과 명중률, 기동성이 상승한 레인저들.
장거리 저격이 가능한 스나이퍼들.
기본 4대 원소 마법과 마나 회복률이 상승하고 포격 마법까지 사용 가능해진 위저드.
후방 공격이 가능한 아쳐 계열과 캐스터 계열 스켈레톤들을 보호할 근접 전투 능력이 뛰어난 배틀 메이지들까지.
“이, 이건…….”
2차 전직한 스켈레톤 군단의 모습에 무슨 일이 있어도 동요할 일이 없어보이던 알렉산더의 얼굴에 금이 갔다.
그는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이런 건 보고에 없었는데…….”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스켈레톤 솔져들.
그 모습은 그야말로 군단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켈레톤 솔져들의 각 병종들 앞에 확연히 눈에 띄는 존재들이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신을 뒤덮는 다섯 가지 색상의 갑주로 중무장한 스켈레톤들.
각 클래스 병과별로 한 개체씩만 존재는 스켈레톤 커맨더, 데스나이트들이었다.
“칼리……?”
보고서에는 없었던 새로운 스켈레톤의 등장에 알렉산더와 페르젠은 칼리를 바라봤다.
신유현에 대한 조사는 잿빛교단의 정보조직인 아르스 포올리나가 담당하고 있었으니까.
“아, 아니 저런 건 강릉을 탈환하러 가기 전에는 없었어요!”
아줌마라는 말에 잠시 멘탈이 나가 있었던 칼리.
하지만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알렉산더와 페르젠의 눈빛에 정신을 차린 칼리는 손사래를 치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녀가 신유현에 대해 입수한 정보는 강릉을 탈환하러 가기 전까지였다.
그 이후에는 신유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강릉을 탈환한 이후, 신유현이 새롭게 얻은 능력을 선보였던 블러드 컴퍼니 용병단과 흑창대, 그리고 남민혁과 부하들을 전부 잡아들였으니 말이다.
정보가 새어 나갈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알렉산더는 신유현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혀를 찼다.
“역시 강릉을 탈환하면서 강해졌군. 무슨 좋은 보상이라도 얻은 건가.”
알렉산더는 턱을 쓰다듬으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그사이 신유현의 주변에는 불사왕 직속 근위대 예니체리에 배정한 싸울아비, 팔랑크스, 프로스트 레인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익셉셔널 레어 등급인 뇌명검, 라이트닝 블레이드를 장비한 세이버 23호.
레어 등급인 스트라이크 건틀렛을 장비한 세이버 7호.
레어 등급인 진격창, 브레이트 하트를 장비한 랜서 52호.
레어 등급인 충격의 할버드를 장비한 랜서 16호.
최소 레어 등급 이상의 무기들을 장비한 스켈레톤들도 신유현을 보호하듯 주변에 나타났다.
조만간 예니체리로 배정할 예정이었기에 아직 2차 전직은 시키지 않은 상황.
비록 2차 전직을 하지 않아도 레어 무기들을 장비한 덕분에 상당히 강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부우웅!
이번에는 신유현의 그림자 속에서 보스급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헤카톤 하이퍼 비틀 케이론이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랐고, 뒤이어 아이언 골렘과 영수 백랑이 모습을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계속해서 헤비 아머 앤트나 레드 제너럴 앤트가 모습을 드러냈으며, 데스스토커와 스켈레톤 드래곤까지 날개를 활짝 펼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크롸롸롸롸!
폐허가 된 도시의 도로 위에 신유현의 등 뒤로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약 500기 정도 되는 스켈레톤 군단들.
그리고 신유현 옆으로 쭉 늘어선 보스급 소환수들.
그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잿빛 교단의 전투원들보다 수는 적었지만 기세만큼은 결코 밀리지 않았다.
아니, 전투원 중에는 신유현의 언데드 군단을 보고 질린 표정으로 침을 삼키거나 혀를 차는 자들도 있었다.
언데드들이 예상보다 강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설마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나?”
신유현은 알렉산더를 바라보며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여기서 또 더 있다고?”
신유현의 말에 알렉산더는 미간을 살며시 찌푸리며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현재 신유현의 스켈레톤 솔져들만 해도 상대하기가 골치 아팠다.
신유현이 강릉을 탈환하기 전, 보고 받은 스켈레톤들은 걱정할 만큼 위험한 존재들이 아니었다.
일반 네크로맨서보다 많은 수의 스켈레톤을 다룬다는 사실이 놀랍긴 했지만 잿빛 교단의 전투원들이라면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신유현이 소환한 스켈레톤 솔져들은 근본부터가 달랐다.
무구에서 화염이나 얼음, 바람, 대지, 독, 전격 등등.
갖가지 속성들이 빛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또 더 있다니?
스스슥.
이윽고 그림자 속에서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5성 보스 디아블로 케라톱스>
<5성 언데드 벨로시랩터>
“이건 또 무슨…….”
몸길이가 5미터에 달하는 공룡 비슷하게 생긴 보스급 소환수들.
그 모습에 잿빛교단의 전투원들은 이를 악물었다.
지금 신유현이 소환한 언데드들만 해도 예상보다 강해 보였기에 긴장하고 있었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잿빛 교단의 전투원들은 이번 일이 간단하다고 생각했다.
상대는 고작해야 네 명이었으니까.
그들 중 한 명이 언데드들을 소환할 수 있는 네크로맨서라고 들었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일반 네크로맨서들은 고작 수십 마리밖에 소환할 수 없었고, 재능 있는 자라고 해도 100마리를 넘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크로맨서가 소환하는 언데드들은 동급의 초인들과 비교해도 많이 떨어졌다.
그 때문에 알렉산더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고, 신유현이 느긋하게 언데드들을 소환하는 걸 기다려 주기까지 했다.
신유현이 가진 모든 전력을 압도적인 힘으로 짓밟아서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6성 보스 제노사이드 렉스>
티라노 사우르스와 흡사하게 생긴 12미터의 몸길이를 가진 거대한 존재.
“허…….”
“미친…….”
신유현의 앞에 나타난 거대한 소환수의 모습에 잿빛 교단의 전투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래도 이쪽의 숫자가 2배 가까이 많았고, 6성 전후의 간부들도 있었기에 전투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예상보다 다른 상황에 질린 표정으로 소환수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
“칼리?”
알렉산더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날카로운 눈으로 칼리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다 포기한 표정이었다.
그녀가 수하들을 통해서 전해들은 정보가 지금의 신유현은 너무나 다른 존재였으니까.
“강릉에서 몸에 엄청 좋은 걸 먹고 온 것 같네요. 아마 그래서 카밀라가 실패했던 거겠죠.”
칼리는 두 손을 들며 답했다.
강릉을 들어가기 전과 후의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흠.”
알렉산더는 침음성을 흘렸다.
칼리의 정보수집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그런 그녀가 두 손 두 발을 들 정도면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할 테지.
“뭐, 됐어.”
알렉산더는 신유현을 바라봤다.
예상외로 신유현의 소환수가 강해보였지만 그렇다고 밀릴 자신들이 아니었다. 자신들 또한 잿빛 교단의 정예들이었으니까.
“짓밟아라.”
알렉산더는 차갑게 눈을 빛내며 전투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 * *
알렉산더의 명령에 전투원들이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건물에 숨어 있던 원거리 마법사들이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으며, 근접 전투가 가능한 자들은 스켈레톤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신유현 또한 명령을 내렸다.
“슈브, 루베르 너희들은 저 둘을 맡아라.”
“네, 알겠어요.”
“맡겨주세요. 후후훗.”
슈브는 상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루베르는 혈선첩을 착 펼치고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리고 신유현의 명령에 따라 잿빛 교단의 간부인 칼리와 페르젠을 노려봤다.
불과 조금 전까지 신유현을 향해 상냥하고 다정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들은 날카로운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무표정하고 차가웠다.
그 때문에 칼리와 페르젠은 흠칫 몸을 떨었다.
이윽고 슈브와 루베르는 칼리와 페르젠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잿빛 교단과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