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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04화 (204/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04화

“끝났군.”

신유현은 차갑게 빛나는 눈으로 이반을 바라봤다.

확실히 이반의 말대로 신유현은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반에게 대항할 수단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마안을 발동합니다.]

고유특성 아라크니아 덕분에 사용할 수 있게 된 여덟 개의 마안이었다.

신유현은 이반에게 사령안을 제외한 모든 마안을 걸었던 것이다.

[침묵안이 이안의 6클래스 흑마법 다크 썬더 볼트를 취소시켰습니다.]

[마비안이 이안을 마비시켰습니다.]

[흑안이 이안의 눈을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독안이 이안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가합니다.]

[질병안이……]

“크아아아악!”

이안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에서 경련을 일으켰다.

본래라면 몸부림을 치고 있어야 했지만 마비안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

거기다 눈도 보이지 않았으며, 독안, 질병안, 부패안, 저주안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쓰레기 같은 동양인 애 새끼가 감히 내가 누구인줄 알고! 반드시 죽여 주마!”

고통으로 인해 반쯤 착란에 빠진 이반은 막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도 이안은 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신유현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디버프 계열의 흑마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직후 이안은 마법을 하나 발동했다.

“안티 디버프!”

어지간한 디버프 마법을 해제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커헉!”

이안의 행동은 오히려 역효과였다.

온갖 디버프 마법이 걸린 상태에서 무리하게 마법을 사용하려다가 반동이 크게 왔기 때문이다.

거기다 애초에 신유현이 발동한 마안은 마법이 아니다.

물론 본래는 마법이었지만, 마안과 통합이 되면서 신유현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유스킬로 진화되었으니까.

그리고 침묵안 때문에 마법을 발동시킬 수도 없는 상황.

“마비가 풀렸군.”

신유현은 피식 웃었다.

이안이 시전한 마비와 출혈독이 풀렸기 때문이다.

“끄으으윽!”

하지만 이안에게 걸린 마안들은 여전히 발동 중이었다.

이안은 피눈물을 흘리며 바닥 위에서 경련했다.

그런데 마비 때문에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 이를 악문 이안이 품 안에 손을 집어넣고 무언가를 꺼내는 게 아닌가?

“크리스탈?”

신유현은 이안이 꺼내든 물건을 바라봤다.

보랏빛이 영롱하게 빛나는 손바닥한 크리스탈이었다.

그리고 크리스탈을 보는 순간 신유현은 깨달았다.

과거 철화단이 사용한 크리스탈과 흡사해 보인다고.

“모두 다 죽여 주마!”

이안은 바로 보랏빛 크리스탈을 지면에 내던졌다.

콰창!

그러자 크리스탈이 유리처럼 깨져나가는 게 아닌가?

그 직후 어마어마한 마나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게티아가 만든 크리스탈인가?”

“그렇다. 위대한 그분이 제작하신 성물이지! 인간들이 만든 아티팩트와는 비교가 안 되는 물건이다!”

이안은 고통 속에서도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이 크리스탈은 이안이 가진 비장의 수단이었으니까.

‘설마 내가 이걸 쓰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이안은 이를 악물었다.

조금 전 이안이 사용한 보랏빛 크리스탈은 잿빛 교단 내의 간부들만 가질 수 있으며, 위급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걸 허락한 물건이다.

아무 때나 사용했다간 잿빛 교단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그리고 보랏빛 크리스탈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이안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보다 신유현은 위험한 인물이었으며, 이대로 가면 자신 또한 살해당할 거라 생각한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체면이나 명예보다는 목숨이 더 중요하니까.’

이안은 체면이 구겨지더라도 목숨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보랏빛 크리스탈을 사용한 건 오히려 더 좋은 일일 수도 있었다.

신유현을 보다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는데다가, 잿빛 교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니까.

그사이 신유현은 보랏빛 크리스탈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마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건 대체 무슨 기능을 가지고 있을까?’

지금까지 신유현이 본 크리스탈들은 종류마다 기능이 달랐다.

보스 마수를 조종하거나, 공간을 일그러트려서 마수들이 있는 차원과 연결시킨다거나.

즈즈즈증!

이윽고 크리스탈에서 터져 나온 마나가 공간을 비집으며 균열을 만들기 시작했다.

“설마 던전 게이트인가?”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얀 달빛 아래에서 짙은 푸른색 빛의 균열이 허공에서 생겨나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6성급이라니…….”

밝은 푸른색이면 5성급 던전이고, 짙은 푸른색이면 6성 등급의 던전이다.

그리고 지금 신유현의 눈앞에서 생겨나고 있는 던전 균열의 색은 짙은 푸른색이었다.

이안의 목표는 명확했다.

6성급 던전 스탬피드를 일으키려는 것일 터.

하지만,

“던전 게이트? 던전 게이트라고? 크하하하핫!”

신유현의 말에 이안은 실성한 것처럼 광소를 터트렸다.

“네놈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우리들을 방해한 파천검가의 직계 놈이겠지.”

신유현의 마안에 당했을 때, 이안은 눈앞에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파천검가의 직계이면서 네크로맨서 능력을 지닌 이단적인 존재.

네크로맨서의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당연히 디버프 계열 또한 사용할 수 있을 테지.

그 사실을 깨달은 이안은 곧바로 크리스탈을 사용했다.

신유현을 잡기 위해서.

“그럼 마수들 따위 불러봤자 소용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겠군. 오히려 나로서는 더 좋은 일이지.”

얼마나 많은 마수들이 던전에서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신유현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마수들은 성장하기 위한 소울 포인트들이었으며, 언데드들을 소환하기 위한 제물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누가 던전과 연결되었다고 했나.”

이안은 신유현을 비웃었다.

즈아앙!

그 순간 던전 게이트처럼 보이던 공간의 균열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한줄기 굵은 틈과도 같은 균열이 순식간에 직경이 2미터에서 3미터로 넓어지면서 원형 게이트 모양으로 변화한 것이다.

즈즈즈즈증!

그뿐만이 아니다.

“게이트가…….”

신유현은 고개를 들고 머리 위를 올려다봤다.

약 4~5미터 높이에 2~3미터 크기의 원형 게이트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마치 복붙을 한 것처럼.

그리고 원형 게이트 안에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대체 어디랑 연결 한 거냐!”

신유현은 이안을 향해 소리쳤다.

크리스탈을 파괴해서 만들어 낸 균열이 어딘가와 이어진 게이트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수의 게이트라니?

대체 어디와 연결을 한 것일까?

“네놈이 알 필요 없지. 어차피 이곳에서 죽게 될 테니까. 인질을 이용해서 네놈을 유인할 생각이었는데 수고를 덜었군.”

“날 유인하려고 했었다고?”

“그렇다. 그래서 네놈의 어머니를 납치했지.”

이안은 신유현을 바라보며 기분 나쁜 미소를 흘렸다.

이안이 파천검가의 인물들 중에서 굳이 어머니를 납치한 이유는 신유현 때문이었다.

잿빛 교단은 위대하고 성스러운 존재, 게티아의 하수인들이었다.

블랙워치 또한 게티아를 숭배하며 잿빛 교단의 충성스러운 일원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 잿빛 교단을 방해하는 위험인물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별 볼 일 없는 존재라 생각하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일에 방해가 되고 위험도가 점점 더 높아졌다.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비밀 결사 조직인 잿빛 교단을 조금씩 밖으로 끄집어내려고 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잿빛 교단의 휘하 부대인 블러드 컴퍼니 용병단이 신유현에게 패배했다.

거기다 단장인 카밀라까지 붙잡혀 버린 상황.

‘블러드 컴퍼니 용병 놈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은 없지만 카밀라는 다르지.’

카밀라는 잿빛 교단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분에 대한 비밀까지도.

그 때문에 잿빛 교단은 블랙워치의 수장이자 탑주인 이안을 파견한 것이다.

남두그룹의 장남인 남민혁과 잿빛 교단의 비밀을 알고 있는 카밀라를 처리하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잿빛 교단에 위협이 되는 신유현을 제거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 때문에 신유현의 어머니를 납치했었다.

그런데 설마 이렇게 빨리 신유현이 혼자서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올 줄이야.

그저 파천검가에서 파견한 조사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잭팟이 터져 버린 것이다.

“그분을 경외해라. 네놈은 저게 뭔지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저걸 만드신 위대한 분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를 테지.”

이안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가 숭배하는 위대한 존재, 게티아.

이안이 게티아에게서 받은 크리스탈은 지구의 과학력을 초월한 물건이었다.

마도공학의 결정체인 아티팩트와 비교 할 수 없는 물건이었으니까.

“그럼 저기서 무언가가 넘어오기 전에 게이트를 파괴하면 될 뿐이지.”

신유현은 레바테인을 꽉 움켜쥐며 1문부터 5문까지 개방한 차크라에서 마나를 끌어올렸다.

화르륵! 우우웅!

이윽고 레바테인에서 어마어마한 기세로 흑염이 불타오르고 흑빛 오러가 피어올랐다.

그 상태로 신유현은 가장 가까운 게이트를 향해 도약했다.

이미 블랙워치 놈들과 처음 싸울 때부터 강체술을 발동시켜두고 있었기에 빠르게 게이트를 향해 다가갈 수 있었다.

카앙!

“뭣?”

하지만 신유현은 흠칫 놀라며 다시 지면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크크크! 이미 발동 중인 게이트를 파괴할 수 있을 줄 알았나?”

이안은 신유현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놀랍게도 게이트에는 배리어 마법이 발동 중이었다.

적어도 최소 6성급 이상 7성에 가까운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다.

키이잉!

그때 게이트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혼자서 이곳에 온 걸 후회해라.”

그 모습을 본 이안은 음침한 미소로 신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슈우우웅! 쾅!

그 직후 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게이트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원통형처럼 생긴 금속 캡슐들.

수많은 캡슐들이 게이트 안에서 쏟아져 내렸다.

“저건…… 운송용 캡슐들?”

이윽고 캡슐들의 문이 열리며 어두운 회색 배리어 코트를 입은 정체불명의 초인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잿빛 교단의 전투 집단.

아르스 알마델.

잿빛 교단의 침략이 시작된 것이다.

* * *

잿빛 교단은 다양한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잿빛 교단의 주력 전투 집단인 아르스 알마델은 여러 빌런 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이안이 있는 블랙워치 또한 아르스 알마델에 소속된 여러 빌런 단체 중 하나였다.

다만, 이안의 경우 잿빛 교단의 전투 집단인 아르스 알마델의 부대장급정도 되는 중간 간부였다.

그리고,

“흠.”

아르스 알마델의 가장 선두에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 사내가 있었다.

희끗한 회색 머리카락과 회색 수염을 기른 사내로 눈과 볼에 칼자국이 이어져 있는 강인한 인상의 인물.

짙은 브라운 계열의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는 그는 아르스 알마델을 이끄는 총대장, 알렉산더였다.

“이안 녀석. 아르스 콜을 부르다니.”

알렉산더는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무너져 가는 폐건물들이 모여 있는 폐허가 된 도시가 알렉산더의 눈에 보였다.

오랜 세월 마수들이 점령했던 도시, 강릉이었다.

그리고 알렉산더의 시선이 어느 인물과 마주쳤다.

“파천검가의 네크로맨서 검사, 신유현.”

그때 알렉산더 옆에서 달콤하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렉산더 옆의 눈에 띄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30대 초반의 아름다운 여인.

잿빛교단의 정보조직.

아르스 포올리나의 수장, 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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