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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00화 (200/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00화

“저 여자가 우리 손에 있는 한 파천검가에서는 손을 쓸 수가 없지.”

블랙맘바가 어머니를 납치한 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강릉의 보물도, 교단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들도, 그리고 위대한 그분을 방해한 불경한 자까지도.”

이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강릉의 마수들을 몰아낸 건 파천검가였고, 교단의 비밀을 알고 있는 남민혁과 카밀라도 파천검가에 있으니까.

그리고 위대한 그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잿빛 교단의 일을 방해하고 있는 존재도 다름 아닌 파천검가의 직계들 중 한 명, 신유현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신유현의 어머니를 인질로 잡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파천검가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다소 거칠게 대해도 괜찮으나 절대로 죽게 하지 마라. 소중한 인질이니 관리도 잘해야지.”

이반은 신유현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기절시킨 후, 약물로 재워 둔 상황.

하지만 눈을 떴을 때,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도망치려 하거나, 혹은 혀를 깨물고 자살을 시도할 수 있었다.

가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이반은 부하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공표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

“내일 아침 파천검가에 보낼 예정입니다.”

“음.”

부하의 보고에 이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파천검가에 요구들을 통보할 예정이었다.

강릉에서 손을 뗄 것과 교단의 비밀을 알고 있는 남민혁과 카밀라을 비롯한 블러드 컴퍼니의 용병들을 이쪽으로 넘기라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잿빛 교단의 계획을 방해한 신유현까지도.

“본대에도 준비하라고 연락해라. 이곳에 오래 있고 싶지 않으니까.”

“알겠습니다.”

이반의 말에 블랙맘바의 대장, 이고르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최대한 빨리 강릉에서 얻을 수 있는 걸 얻고 떠나야지.’

이반은 폐건물의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봤다.

어두운 밤하늘에 걸려 있는 하얀 달빛과 별빛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반쯤 무너진 빌딩이나, 콘크리트 바닥이 갈라진 도로들이 펼쳐져 있었다.

지금 이반을 비롯한 블랙맘바의 멤버들이 있는 장소는 다름 아닌 폐허가 된 도시, 강릉이었다.

* * *

늦은 밤.

인천 공항에 전용기 한 대가 도착했다. 그리고 얼마 후 로비에서 이색적인 외모를 가진 세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화려한 금색 머리카락과 호수처럼 푸른 눈을 가진 30대 초반의 여인.

한 번 보면 매료될 것 같은 아름다운 얼굴과 글래머한 몸매를 가진 미녀였다.

그리고 몸매가 확연히 드러나는 붉은 색 정장 슈트를 입고 있었으며, 겉에는 기장이 긴 검은색 로브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마리아 님. 이제 어디로 가실 겁니까?”

그때 화려한 금발 미녀에게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조심스레 물었다.

짧은 회색 머리카락에 회색 눈을 가진 날카로운 인상의 청년.

그리고 검은 정장 슈트와 가죽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금발 미녀의 호위인 모양.

“크리스. 여기까지 왔으면 할 일은 하나 밖에 없지. 일단 헌터 협회에 가 볼 생각이야.”

짧은 회색 머리카락의 청년, 크리스의 말에 마리아는 담담히 답했다.

그러자 그들 옆에서 조용히 눈치를 보고 있던 스무 살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입을 열었다.

“하, 한국은 벌써 밤이라서 이미 문을 닫았을 거예요.”

목 뒤까지 내려오는 주황색 머리카락을 포니테일 형식으로 묶어 올렸으며, 붉은 눈을 가진 귀엽게 생긴 여성.

아직 소녀티가 남아 있는 여성은 붉은색 케이프 코트와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소심한 성격이 느껴지는 여성의 말에 마리아와 크리스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렇겠네. 네 말이 맞아, 엠마. 한국은 미국과 시간이 다르니…….”

세계 헌터 협회의 한국 지부는 관공서와 같았다.

지금처럼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이라면 문을 닫고 있을 터였다.

지금 찾아가봤자 도움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그럼 오늘은 쉬고 내일 가시겠습니까?”

“아니. 헌터 협회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마리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블랙워치 놈들이 한국에 잠입해 있을 테니까.”

마리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흑의 탑, 블랙워치.

흑마법사들로 이루어져 있는 러시아의 빌런 조직이다.

그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주로 활동을 하며 테러, 약탈, 납치, 감금, 인체실험 등등.

온갖 패악질을 하고 다니는 놈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위험한 놈들 중에서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블랙맘바의 멤버들이 한국에 잠입했다는 게 아닌가?

“일단 정보를 얻어야 돼. 놈들이 왜 한국에 잠입했는지 알아내야 하니까.”

마리아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흑탑 블랙워치와 대척점에 위치한 하얀 시계탑, 화이트 워치 소속이었으니까.

그리고 마리아를 비롯한 크리스와 엠마의 왼쪽 가슴에는 화이트 워치의 상징인 하얀 시계탑 모양의 휘장이 붙어 있었다. 크리스와 엠마 또한 화이트 워치 소속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하얀 시계탑, 화이트 워치의 정예들이었다.

특히 마리아는 어렸을 때부터 마력 제어에 두각을 드러내던 천재 마법사였다.

마력 제어뿐만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마법사들은 한 가지 속성의 적성 밖에 가지지 못한다.

하지만 마리아는 무려 4가지 원소 마법 적성을 가지고 있었다.

천재적인 마력 제어 능력과 4원소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이렇게 불렀다.

유럽의 마녀라고.

크리스와 엠마 또한 화이트 워치에서 특출 난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었다.

특히 크리스는 추적 마법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비록 늦은 시간이라 헌터 협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지만, 화이트 워치의 정보원들은 아시아 각지에 퍼져 있었다.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블랙워치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터.

화이트 워치는 항상 블랙워치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으니까.

그들의 도움과 크리스의 추적마법이라면 블랙맘바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가 볼까?”

“네.”

“가, 같이 가요!”

마리아는 크리스와 엠마를 이끌고 인천공항을 나서기 시작했다.

* * *

늦은 새벽.

하얀 달빛 아래에서 신유현은 건물 옥상을 뛰어넘으며 내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푸른빛이 어둠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었다.

“이쪽이 맞아?”

[그렇다.]

신유현의 물음에 티르달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지금 신유현은 티르달과 함께 어머니가 납치된 장소로 향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어머니가 살고 있는 본가 별관 주택에 티르달을 데리고 가서 냄새를 기억시켰다.

티르달의 권속들인 하운드들도 함께.

그 후 신유현은 어머니를 추적하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티르달과 하운드들 몇 마리를 데리고 가문을 나섰다.

다른 세븐아크스들이나 소환수들은 그림자를 통해서 불러낼 수 있었기 때문에 데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가문에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하니까.’

세븐아크스들 중 하나인 티르달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직접 눈으로 어머니를 확인한 후에 연락을 할 생각이었다.

다만, 현무전에는 미리 이야기를 해 두었다.

그 때문에 지금쯤 현무전의 대원들은 새벽부터 밖으로 나가는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들은 신유현이 연락을 할 때까지 준비를 끝내놓고 대기 중이었다.

‘그나저나 이 방향은 서울이 아닌데…….’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머니의 냄새를 포착했다면서 티르달이 안내하고 있는 방향은 서울이 아니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납치를 당했었기에 서울 어딘가에 어머니가 있을 터.

하지만 티르달은 서울이 아니라 강릉으로 향하는 게 아닌가?

“설마…….”

어머니를 납치한 자들이 잠복해 있는 장소를 떠올린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현재 강릉은 무인지대에 가까웠다.

하이브를 공략하게 되면서 마수들이 사라졌으며, 강릉 외곽에 숨어 지내던 빌런들도 거의 대부분이 소탕되었다.

빌런 소탕은 파천검가의 가주인 신성일이 직접 가문의 검사들을 이끌고 소탕했다.

빌런들이 강릉 외곽의 폐건물이나 지하에서 숨어 지낸 이유는 강릉 입구 쪽과 중심부에서 주로 활동하는 다양한 마수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마수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빌런들이 강릉을 차지하겠다고 들고 일어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미리 빌런들의 싹을 잘라버린 것이다.

‘확실히 지금이라면 숨어 지내기에 딱 좋긴 하겠군.’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본래라면 지금쯤 파천검가와 남두그룹이 협상을 끝내고 슬슬 강릉을 개발하고 있어야 할 시점이었다.

하지만 신유현을 습격한 육합창가의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 때문에 연기되었다.

신유현 습격 사건의 배후에 남두그룹의 후계자였던 남민혁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설마 그 틈을 노리고 어머니를 납치한 놈들이 강릉에 잠복해 있을 줄이야.

“널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가, 갑자기 무슨 말인가?]

갑작스러운 신유현의 말에 티르달은 당황한 듯 텔레파시를 보내왔다.

하지만 몸은 정직했다.

꼬리가 선풍기처럼 회전하고 있었으니까.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가 이내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놈들이 잠복하고 있는 장소가 강릉이라고 한다면…….’

“까망아.”

뀨!

신유현의 부름에 그림자 속에서 까망이가 불숙 튀어나오더니 공중을 돌며 어깨 위에 안착했다.

“케이론 좀 불러 줘.”

뀨!

신유현의 말에 까망이는 촉수를 길게 내뻗으며 경례하듯 키세스 초콜렛처럼 생긴 자신의 머리 위에 붙이며 답했다.

부우웅!

잠시 후 늘어난 까망이의 그림자 속에서 케이론이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티르달에게 말했다.

“올라타.”

[그러지.]

신유현과 티르달은 가볍게 공중을 도약하며 케이론의 등 위에 올라탔다.

티르달의 권속들인 하운드들도 티르달의 뒤를 따랐다.

“케이론. 강릉으로 가자.”

부우웅!

신유현의 말에 답하기라도 하듯 케이론은 날갯짓을 더욱 더 빠르게 하며 고도와 속도를 높였다.

그렇게 신유현은 어머니를 납치한 놈들이 잠복해 있을 강릉으로 향했다.

* * *

그로부터 얼마 후 강릉에 상공에 도착한 신유현은 티르달을 바라봤다.

“어느 쪽이야?”

[저 쪽이다.]

티르달은 앞발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거리는?”

[거의 가까워진 것 같다.]

“알았어.”

티르달의 대답에 신유현은 케이론의 속도를 늦추며 하강시켰다.

케이론의 날갯소리에 납치범들이 알아챌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납치범들에게 조용히 접근할 생각이었다.

‘대체 어떤 놈들일까?’

케이론의 등 위에서 지면 위로 뛰어내린 신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비록 일반인이라고 해도 파천검가의 가주인 신성일의 부인이자 후계자인 자신의 어머니를 납치할 줄이야.

7성 마스터 경지에 올라 있는 철혈의 검왕 신성일과 파천검가의 체면을 짓밟아 버리는 행위였다.

그 때문에 신성일은 굉장히 심기가 불편해 있었다.

‘아마 외국 조직의 소행이겠지.’

적어도 한국에서 이렇게 대놓고 파천검가를 무시하는 조직은 없었다.

파천검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같은 4대 명가 중 하나인 육합창가에서조차 하지 못한 행위.

그럼에도 이런 짓을 했다는 건 외국 빌런 조직 중 하나일 확률이 높았다.

‘놈들이 누구인지 이제 알 수 있을 테지.’

신유현은 티르달과 함께 어머니가 납치되어 있는 장소로 조용하지만 빠르게 이동했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한 건물 벽 옆에서 티르달이 걸음을 멈추더니 텔레파시를 보내왔다.

[여기다.]

“여기라고?”

신유현은 건물 벽 옆에 붙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신유현의 귀에 누군가가 둔탁하게 쳐 맞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신유현은 건물 벽 끝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 신유현의 눈에 검은 후드 코트를 입은 다섯 명의 사내가 누군가를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검은 색 정장 슈트에 짧은 회색 머리카락과 회색 눈을 가진 청년.

‘저, 저 자는!’

회색 머리카락의 청년을 본 신유현은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잠시 후, 신유현은 검은 후드 코트 사내 다섯 명과 함께 회색 머리카락의 청년을 신나게 밟아댔다.

‘잘 만났다, 이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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