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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99화 (199/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99화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탓에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

티르달의 텔레파시에 신유현은 할 말을 잃었다.

지금까지 순둥순둥한 골댕이 같았던 이유가 기억을 떠올리지 못해서였다니.

그 때문에 티르달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기억을 떠올리고 나서야 자각한 모양이었다.

“어쩐지 슈브와 루베르가 귀여워하는 것 같더라니…….”

세븐아크스인 슈브와 루베르, 디아는 티르달과 재회의 기쁨을 길게 누리지 못했다.

어머니가 납치당한 사건 때문에 현무전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슈브와 루베르는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잠시 티르달을 귀여워했었다.

아마 기억을 잃은 티르달이 강아지나 다를 바 없었기에 귀여워했던 모양.

[그, 그건 기억을 잃고 있었기 때문이다!]

티르달은 당황한 목소리로 텔레파시를 보내며 앞발로 머리를 감쌌다.

기억을 잃고 있었을 때 슈브와 루베르, 디아에게 귀여움을 받던 티르달은 커다란 댕댕이나 다름없었다.

거기다 핥기도 많이 핥았었지.

떠오르는 흑역사에 티르달은 괴로운 표정으로 바닥을 뒹굴었다.

“그럼 이제 모든 기억을 떠올린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적어도 내가 누구인지는 알게 되었으니 말이야.]

바닥을 뒹굴던 티르달은 고개를 치켜들며 답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각을 한 덕분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한 모양이었다.

“그럼 나를 과거로 보낸 것도 기억하나?”

[음?]

그 말에 티르달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그리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눈을 크게 떴다.

무언가 떠오른 모양.

[글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

티르달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말을 얼버무렸다.

‘했네, 했어.’

티르달의 반응에 신유현은 가늘게 뜬 눈으로 지그시 바라봤다.

비록 티르달이 말을 돌렸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티르달이 자신에게 시간역행을 시켰다는 사실을.

현재 티르달의 반응뿐만이 아니라, 고유스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티르달의 고유스킬 중에 시간역행이 있었으며 비활성화가 되어 있었으니까.

마치 이미 사용을 해서 다시 쓸 수 없게 된 것처럼.

‘때가 되면 말해 주겠지.’

고개를 돌리고 있는 티르달의 모습으로 보아 이야기를 해 줄 것 같지 않았다.

다만 신유현은 티르달에게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맙다.”

티르달이 시간역행을 해 준 덕분에 신유현은 두 번째 기회를 손에 잡을 수 있었다.

이전 삶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게티아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만 쳤을 뿐이었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

하지만,

‘너와 초대 불사왕 덕분에 기회가 생겼으니까.’

과거로 돌아왔을 뿐만이 아니라, 초대 불사왕이 남긴 유산 덕분에 게티아들을 막을 수단이 생겼다.

적어도 이전 삶에서처럼 손 놓고 게티아에게 당하진 않을 터였다.

[무슨 말이지?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하지만 티르달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딴청을 피웠다.

붕붕!

다만 행동과 달리 꼬리에서 티르달의 생각이 드러나고 있었다.

풍차처럼 힘차게 빙글빙글 돌고 있었으니까.

‘몸은 솔직하군.’

그 모습에 신유현의 입 꼬리가 씰룩거리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 아무튼 지금 곤란한 일에 처해 있지 않은가?]

자신을 향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신유현의 모습에 티르달은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곤란한 일?”

[어머님이 납치되었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티르달의 말에 신유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머니가 납치 된 지 어느덧 반나절이 다 되어 가고 있는 상황.

어머니를 찾기 위해 파천검가와 현무전의 모든 인력을 투입했다.

그리고 헌터협회에도 도움을 요청해 두었다.

남은 건, 어머니에 대한 정보가 오는 것을 기다릴 뿐.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거라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다만?]

“뭐?”

티르달의 말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으로 티르달을 바라봤다.

[잊었나? 나는 늑대다. 코가 좋지. 그리고…….]

스스슥!

순간 티르달 주위에 푸른 늑대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내 권속인 이 아이들도 말이야.]

티르달은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 * *

어두운 밤.

하얀 달빛이 무너져 내리는 허름한 폐건물을 비추고 있었다.

“탑주님. 우리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겁니까?”

폐건물 안의 사무실에 검은 후드 코트들을 입고 있는 무리들.

그들 중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혈기왕성한 청년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고 있었다.

“상부의 지시 때문이지.”

불만스러운 청년의 말에 창백하다 못해 하얗게 질려 보이는 30대 중반의 사내가 음울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게까지 중요한 인물입니까? 탑주님께서 직접 움직이셔야 할 정도로?”

이번에는 다른 인물이 신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 이 여자는 미끼다.”

그 말에 30대 중반의 사내, 탑주라고 불린 인물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허름한 폐가와 같은 건물 안에 모여 있는 약 열 명 정도 되는 인물들.

그들은 다름 아닌 흑탑 블랙워치의 정예 비밀 부대, 블랙맘바였다.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블랙워치의 탑주이자, 흑야의 뱀이라고 불리는 이반 로마노비치 볼프스키였다.

“우리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마수들이 사라진 강릉에서 영약을 수집하는 것이다.”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에는 희귀한 광물들과 영약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 중 한 곳인 대한민국 강릉에서 마수들이 사라졌다.

덕분에 희귀한 광물들과 영약들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반은 강릉에 있는 영약들을 채취해서 돌아갈 생각이었다.

“두 번째는 우리들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들을 처리해야 한다. 타깃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지?”

이반은 차갑게 빛나는 눈으로 말했다.

그 말에 블랙맘바의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두그룹의 후계자였던 남민혁과 블러드 컴퍼니의 마녀 아닙니까?”

“그렇지 않아도 블러드 컴퍼니 놈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잘된 일이죠.”

블랙워치와 블러드 컴퍼니는 잿빛 교단의 전투조직, 아르스 알마델 소속으로 경쟁 상대였다.

그 때문에 블랙워치는 예전부터 블러드 컴퍼니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그런데 블러드 컴퍼니가 상대 조직에게 포로로 붙잡혔다고 하는 게 아닌가?

다른 블러드 컴퍼니의 대원들이라면 모를까, 선혈의 마녀 카밀라는 잿빛 교단의 비밀을 알고 있는 중요인물이었다.

그 때문에 잿빛 교단 상층부에서 카밀라를 말살하라는 지령이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선혈의 마녀라니……. 성격이 문제지만 좋은 여자 아닙니까? 우리들이 마음대로 해도……?”

블랙 맘바의 멤버 중 한 명이 욕망에 물든 눈으로 이반을 바라봤다.

그건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

카밀라는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미녀였기에 블랙 맘바의 멤버들은 카밀라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녀를 유린하고 싶었으니까.

“안 된다.”

하지만 부하의 말에 이반은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카밀라는 블랙워치의 흑마법사들에게 있어서 눈이 돌아갈 정도의 미녀이기는 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는 법.

카밀라는 적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 잔혹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거기에 혈계마법을 사용하기에 붙은 이명이 바로 선혈의 마녀였다.

그만큼 카밀라는 위험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것이다.”

음울하게 빛나는 이반의 눈빛 속에서 감출 수 없는 욕망이 드러났다.

“그녀는 내가 직접 인체 실험용으로 사용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즐겁군.”

이반의 음울한 표정 속에서 희열이 피어났다.

이반은 카밀라를 혼자 독점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선혈의 마녀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카밀라에게 고통을 가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반은 뇌가 떨려왔다.

“남민혁은 생사불문 처리하도록 하고, 카밀라는 반드시 생포해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반은 자신의 부하인 블랙맘바를 둘러봤다.

“위대한 그분의 일을 방해한 놈을 제거해라. 그놈만큼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이반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잿빛 교단의 일을 방해하는 요주의 인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잿빛 교단에서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머지않아 먼지처럼 바스라질 쓰레기 같은 놈이었으니까.

잿빛 교단에 협력하고 있는 남두그룹의 후계자 남민혁이나 다른 협력조직의 손에 의해 간단히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사태는 잿빛 교단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역으로 당해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그 때문에 흑의 탑, 블랙워치인 자신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고통스러운 죽음은 우리들이 잘하는 일이죠.”

흑탑 블랙워치의 정예들인 블랙맘바 멤버들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블랙워치는 흑마법으로 인체실험까지 하는 집단이었다.

그 덕분에 어떻게 하면 상대를 최대한 고통을 주면서 고문을 하고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놈들의 손에 걸린 불행한 피험자는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먼저 정신이 망가졌다.

특히 흑탑의 정예부대인 블랙맘바는 상대를 고통스럽게 죽이는데 전문가였다.

“그런데 저 여자는 어떻게 할까요?”

블랙맘바의 멤버들 중 한 명이 사무실 구석에 기절해 있는 한 여성을 바라봤다.

“저 외모로 아이가 있는 40대라니…….”

블랙맘바의 멤버들은 욕망으로 번득이는 눈을 빛내며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오른쪽 어깨 앞으로 긴 머리카락을 땋아 내린 피쉬 테일 스타일을 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다름 아닌 신유현의 어머니였다.

“저 여자는 중요한 미끼다. 일이 마무리 되면 마음대로 해라.”

이반의 말에 블랙맘바 멤버들의 눈이 욕망으로 붉게 빛났다.

이번 임무를 무사히 마치면 눈앞에 있는 여자를 자신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나저나 파천검가도 별것 아니군요. 동 아시아의 검술명가이고 철화단을 무너뜨렸다고 해서 준비를 철저히 해 갔었는데 이렇게 쉽게 붙잡을 줄은…….”

“동양인 놈들이 다 그렇지. 초인이라고 해도 다 같은 초인이 아니지.”

블랙맘바의 멤버들은 비웃음을 흘렸다.

그들은 신유현의 어머니를 납치하기 위해 파천검가의 검사들과 승부를 벌였었다.

그 결과 비교적 수월하게 파천검가의 검사들을 제압하고 어머니를 납치할 수 있었다.

그들의 공격에 파천검가의 검사들은 제대로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해 버리고 말았으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장 블랙워치의 탑주인 이반 로마노비치 볼프스키만 해도 7성에 해당하는 7클래스 마법사였으니까.

파천검가의 가주이자 철혈의 검왕인 신성일과 동급의 존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블랙맘바의 멤버들은 블랙워치의 최정예들로 대부분이 4성급 강자들이었다.

그중 몇 명은 5성 초반도 있었다.

그에 반해 호위로 붙어 있던 파천검가의 검사들은 3성 최상급에서 4성 하급 사이였다.

거기다 서울 한복판에서 기습을 당한 탓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신유현의 어머니를 납치한 이유는…….

“파천검가를 무너뜨린다.”

이반은 음울하게 빛나는 눈으로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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