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98화
신유현이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 티르달이 있는 푸른 신전에 갔다 온 시간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시련의 탑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흐름이 달랐으니까.
그런데 10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에 대체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가?
“왜? 무슨 일인데?”
신유현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어머님께서 납치되셨어요.”
“뭐?”
순간 신유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가 납치되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어머님께서 외출을 나갔을 때 납치되었다는 보고가 조금 전에 들어왔어요.”
“어머니가 외출을 나가서…….”
당연한 소리겠지만 어머니도 볼일을 보러 가문 밖으로 나간다.
기분 전환으로, 혹은 친구들을 만나러, 혹은 사모님들의 모임 등등.
“호위는?”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에 속에서 열이 뻗쳐 올랐지만 신유현은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며 루베르에게 질문했다.
비록 어머니가 일반인이긴 하나 파천검가의 일원이며 가주의 부인이었다.
당연히 호위가 붙기 마련이었고, 신유현이 가문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현무전의 검사들을 추가로 더 붙여 두었다.
“한 명만 겨우 살아서 돌아왔다고 해요. 하지만 금방 숨이 끊어졌다고…….”
“감히!”
쾅!
루베르의 보고에 결국 분통이 터진 신유현은 발로 지면을 강하게 찼다.
쩌저적!
그러자 지하 연무장 전체가 뒤흔들리면서 바닥에 금이 갔다.
‘어떤 놈들이지?’
대체 누가 4대 명가 중 하나인 파천검가를 건드린단 말인가?
어머니를 납치하면 파천검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파천검가를 습격한 아시아에서 나름 유명한 빌런 조직인 철화단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만한 곳은 다 알고 있었다.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들이나, 빌런들이 주로 활동하는 뒷세계라면 모를 리가 없을 터.
철화단의 괴멸은 유명한 사건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천검가를 건드렸다는 말은 적어도 4대 명가와 맞먹는 힘을 가진 세력이라고 봐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감히 파천검가를 건드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파천검가와 맞먹는 세력이라면 같은 4대 명가뿐이었다.
‘육합창가 놈들일까?’
확실히 육합창가라면 동기가 있었다.
파천검가 때문에 육합창가는 후계자를 잃었고 사업에서도 큰 손해를 봤으니 말이다.
하지만 비록 동기가 있다고 해도 굳이 어머니를 납치할 이유는 없었다.
어머니를 납치해서 파천검가를 도발해봐야 육합창가에서 얻는 건 없었으니까.
거기다 어머니를 납치할 계획이었으면 굳이 육합창가의 가주, 창왕 김명환이 파천검가에 와서 아버지와 담판을 짓지도 않았을 것이다.
‘육합창가가 아니면 남은 건 권왕가문이나 만독가문뿐인데…….’
하지만 두 가문도 논외였다.
만독가문은 조용히 지내는 걸 선호하기에 대외적인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일반 대중들에게는 베일에 싸여 있는 가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권왕가문은 파천검가와 적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파천검가를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얼마 전, 인베이전 게이트 사건에서 신유현이 권왕의 손녀들인 이지영와 이지현 자매를 마수들로부터 구해주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어머니는 일반인이었다.
기본적으로 초인들은 일반인들에게 손을 대지 않는다.
하물며 육합창가나 권왕가문, 만독가문은 대한민국 4대 명가들이었다.
세 가문 모두 명예나 긍지,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일반인을 납치하는 일은 하지 않을 터였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빌런들인가.”
빌런 조직이라면 체면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일반인을 납치할 테지.
“대체 어떤 빌어먹을 놈들이…….”
신유현은 이를 갈았다.
“어머님을 납치한 놈들은 검은 후드 코트를 입고 있었다고 했어요. 그리고 마법을 사용했다고 해요.”
“마법을?”
“네.”
신유현의 반문에 루베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마법이라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왔겠군.”
동양은 무술이 발달했고, 서양은 마법이 발달했다.
그 때문에 마법을 사용했다면 서양에서 넘어온 마법사들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서양 또한 마법을 사용하는 초인들은 일반인들을 어지간하면 건드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서양의 빌런 조직이 한국에 넘어왔다는 소리였다.
“헌터 협회와 연락을 해 봐야겠군.”
헌터 협회는 세계적인 초인 기관이다.
그들이라면 어머니를 납치한 범인들을 찾는데 도움이 될 터였다.
“일단 모두를 소집해 줘.”
신유현은 루베르에게 명령을 내렸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현무전의 간부들과 이야기를 나눈 생각이었으니까.
“네. 알겠어요.”
신유현의 명령에 루베르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 * *
어머니의 납치 사건으로 인해 파천검가는 발칵 뒤집혔다.
어머니의 납치는 파천검가의 체면을 짓밟는 행위였다.
그것도 놈들은 늦은 오후 시간이라고는 하나 밝은 낮에 어머니를 납치했다.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길거리에서 어머니에게 붙어 있는 파천검가의 호위검사들을 살해하고 말이다.
그 때문에 파천검가의 간부들은 이를 갈고 있었다.
납치범들의 소행은 파천검가를 우습게 여긴 것이었으니까.
그로 인해 가주인 신성일도 분노를 금치 못했다.
물론 신유현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모두 모였군.”
현무전의 간부 회의실.
신유현은 눈앞에 있는 인물들을 한 명씩 바라봤다.
루베르에게 보고를 받은 직후, 곧바로 간부들을 소집했다.
예전부터 현무전을 이끌어온 3인방.
부전주 최정훈, 인사부장 이연화, 재무관리부장 김재현.
그리고 현무전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현무검대를 이끄는 대장 4명이 있었다.
1검대 대장 최한성.
2검대 대장 이대영.
3검대 대장 김선웅.
4검대 대장 박태현.
그뿐만이 아니라 최근 현무전에 새롭게 신설된 부서인 금궁대 대장, 김성훈과 적탑의 수장 이채화, 현무전 아티팩트 연구소의 소장인 남연아도 있었다.
또한, 신유현의 양옆에는 세븐 아크스인 슈브와 루베르가 서 있었으며, 디아는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 티르달과 함께 회의실 한쪽에서 놀고 있는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신유현의 비서인 이시아는 슈브 옆에 서 있었다.
‘이렇게 한 곳에 모여 있는 걸 보니 제법 많아 보이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들은 현무전을 이끄는 핵심 간부들이었다.
신유현이 그들을 집합시킨 이유는 하나였다.
“다들 내가 왜 불렀는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직한 신유현의 말에 회의실에 모인 간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또한 사전에 이미 어머니가 납치 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으니까.
“길게 말하지 않겠다. 현재 루베르의 부하들이 누가 어머니를 납치했는지 조사 중이다. 그러니 놈들의 정체가 밝혀지면…….”
신유현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런 신유현에게서 싸늘한 한기가 흘러나왔다.
“모조리 잡아서 내 앞에 데려와라.”
감히 어머니를 건드리다니.
신유현은 최대한 냉정하게 마음을 추스르며 현무전의 간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실 지금 신유현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 어머니를 찾기 위해 다짜고짜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슈브와 루베르가 옆에서 말리고 신유현의 정신력 수치가 100이었기에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속에서 열불이 끊어 올랐다.
왜냐하면,
‘전생에서는 없었던 일인데…….’
이전 삶에서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납치당한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삶에서는 달랐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
이전 삶에서는 자신이 어머니 곁에 없었지만, 이번 삶은 곁에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지키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머니에게 분신을 붙여 둘걸.’
그림자 슬라임인 까망이는 자신의 일부를 떼서 분신을 만들 수 있었다.
하다못해 분신을 어머니 그림자 속에 붙여 두었다면 최소한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루베르의 권속들을 믿는 수밖에.’
루베르의 권속인 뱀파이어들은 추적에도 정통했다.
그들은 현재 어머니가 납치당한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이 어머니의 행방을 찾을 때까지는 대기하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납치당한 장소는 다름 아닌 서울 한복판.
사람 한 명 찾기에 서울은 너무나 큰 도시였으니까.
그리고 루베르의 권속들뿐만이 아니라, 헌터협회와 연계해서 도시의 CCTV를 통해 수색도 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어머니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면 당장 구하러 갈 수 있도록 대기하는 게 현재로서는 상책이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잡히기만 하면…….’
신유현은 어머니를 납치한 놈들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특히 만약 위해를 가했다면…….
‘곱게 죽을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거다.’
신유현은 싸늘한 살기를 피어올리며 다짐했다.
* * *
그날 밤.
납치범들에 대한 수색은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상대는 마법사였으니까.
납치지점에서 단거리 공간이동이라도 사용했다면 추적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 범행 성명도 요구 조건도 없어.’
신유현은 집무실 의자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일반인인 어머니를 납치했다면 납치범들은 파천검가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적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놈들에게서 연락이 올 터.
하지만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연락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웡!
그때 신유현 옆에서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유현은 눈을 뜨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곳에 대형견 크기 정도로 작아진 티르달이 신유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핥핥핥!
티르달은 꼬리를 풍차처럼 돌리며 신유현의 얼굴을 핥아대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이래?”
애교를 부리며 안겨 오는 티르달의 모습에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티르달의 성격이 말라뮤트나 골댕이처럼 순했으니까.
바로 그때,
[세븐 아크스, 탐랑성의 포식자 티르달이 정신을 자각합니다.]
‘응?’
갑작스럽게 떠오른 메시지에 신유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신을 자각한다니?
이건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실례했군. 계승자여.]
“……?”
신유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선가 중후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텔레파시?’
흠칫 놀란 신유현은 자신에게 말을 건 존재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 집무실에는 손님용 소파에 드러누워서 까망이를 껴안고 잠들어 있는 디아와 옆에서 애교를 부리는 순둥순둥한 티르달 밖에 없었다.
“여기다.”
그때 신유현의 눈앞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텔레파시가 아니라 실제 목소리였다.
“설마?”
신유현은 놀란 표정으로 티르달을 바라봤다.
“말을 할 수 있었던가?”
놀랍게도 신유현에게 말을 건 존재는 다름 아닌 티르달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다만, 직접 소리를 내는 것보단 텔레파시를 보내는 게 더 편하지만 말이야.]
티르달은 헛웃음을 흘리며 이야기했다.
“아니, 그럼 왜 지금까진 말을 하지 않았던 거지?”
신유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티르달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티르달은 골댕이 같은 순한 모습으로 애교를 부렸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중후하고 날카로운 표정이었다.
단지, 표정이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인상마저 완전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말라뮤트에서 시베리안 허스키가 된 것처럼.
그리고 신유현의 질문에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던 티르달은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