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97화
[경고! 세이비어 시스템 링크가 끊어졌습니다. 새로운 타임 디멘션 프로토콜 검색. 실패. 연결 가능한 프로토콜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시공관리국과 연결이 끊어집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인가.’
세븐 아크스가 있는 신전이 있는 차원에서는 시공관리국과 연결이 끊어졌다.
‘지구가 아니면 개입하지 못하나보군.’
시련의 탑과 세븐 아크스가 있는 신전은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
그 때문에 시공관리국에서 관여하지 못하는 모양.
‘그럼 가 볼까?’
신유현은 파천신법을 펼치며 빠르게 뛰어갔다.
시간이 반복되면서 파괴와 재생을 하고 있는 야자수들을 피하면서.
그렇게 무인도 중심을 뚫고 나간 신유현의 눈앞에 푸른 신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세븐 아크스, 탐랑성의 포식자인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가 있는 신전일 테지.
“이건 또 무슨…….”
푸른 신전이 위치해 있는 장소를 바라본 신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혀를 찼다.
푸른 신전이 무인도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 위에 우뚝 솟아 있었기 때문.
즉, 바다를 건너야 푸른 신전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귀찮게 하네.”
고개를 한 차례 흔든 신유현은 바다 위로 발을 내뻗었다.
파천신법(破天迅法),
다섯 번째 걸음, 등평도수(登萍渡水).
5성이 되면서 쓸 수 있어진 신법.
신유현은 파천신법을 펼치며 바다 위를 걷기 시작했다.
등평도수를 펼치면 물위를 뛰거나 걸을 수 있었으니까.
잠시 후 신유현은 푸른 신전의 거대한 문 앞에 설 수 있었다.
[폭식의 신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끼이익.
신유현은 푸른 신전, 아니 폭식의 신전의 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휘황찬란한 푸른빛이 감도는 크고 넓은 공간이 신유현을 맞이했다.
그곳은 파티홀이었다.
바닥에는 빨간 융단이 신전 입구에서부터 반대쪽 문 앞까지 일직선으로 깔려 있었다.
그리고 빨간 융단을 기준으로 양옆에는 호화로운 음식들이 놓여 있는 식탁들이 즐비했다.
“뭐지, 여긴? 뷔페식당인가?”
신유현은 다양한 음식이 놓여 있는 식탁들을 바라봤다.
식욕을 자극하는 강렬한 음식 냄새가 덮쳐왔다.
그뿐만이 아니라 식탁에 놓여 있는 음식들의 비쥬얼도 장난이 아니었다.
매콤달콤한 쫄면부터 시작해서 간장 치킨까지.
그뿐만이 아니다.
매콤한 갈비찜과 삼겹살을 굽는 냄새가 신유현의 위장을 자극하고 있었다.
누구나 하나씩은 좋아할 만한 일반적인 음식들이 식탁위에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뻔한 함정에 걸려들 수는 없지.’
누가 봐도 음식들은 함정이었다.
지금까지 세븐 아크스들이 있던 신전들은 한 가지씩 시련이 있었다.
슈브가 있던 신전은 색욕이었으며, 루베르가 있던 신전은 질투였다.
‘이번 신전은 폭식이겠고.’
음식으로 유혹해서 멈추려고 하는 것일 터.
신유현은 코를 막고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서야 진정한 시련이 시작되었다.
‘큭!’
앞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음식 냄새가 더욱 더 강렬하게 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머릿속으로 음식 냄새를 때려 박는 느낌이었다.
꼬르륵.
그 때문에 신유현의 의사와 상관없이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극심한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으니까.
‘시련은 시련이라는 건가.’
신유현은 이를 악물었다.
배고픔과 굶주림이 찾아오면서 자기도 모르게 식탁에 있는 간장 치킨을 향해 손을 뻗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신유현은 강력한 정신력으로 참아냈다.
그리고 보스급 소환수 하나를 불러냈다.
<5성 보스, 리빙 파워드 아머>
철컹철컹!
그림자 속에서 리빙 파워드 아머를 불러낸 신유현은 재빨리 착용했다.
‘리빙 파워드 아머라면 음식 냄새를 막아줄 테지.’
리빙 파워드 아머는 기밀식 전투 강화복이나 다름없었다.
그 덕분에 신체능력을 강화시켜줄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외부의 독이나 화학 가스도 막아 낼 수 있었다.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도 활동이 가능한 우주복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제길.’
하지만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여전히 음식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설마……?’
그제야 신유현은 음식 냄새의 정체를 눈치 챘다.
음식 냄새는 일종의 환상 냄새였다.
아무 소리가 없는 장소에서 환청을 듣거나, 사고로 팔다리를 잃었음에도 통증을 느끼는 환상통과 비슷한 현상이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 신유현이 겪고 있는 현상은 환청이나 환상통처럼 단순한 게 아니었다.
이 공간에 있는 음식들의 이미지와 냄새가 신유현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그 때문에 눈을 감고 코를 막아도 굶주림을 막을 수 없었다.
“쉽지 않네.”
신유현은 이를 악물었다.
아마 일반 초인이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식탁에 달려가서 허겁지겁 음식들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신유현의 정신력이 100이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굶주림은 커져갔고 식욕이 점점 더 강해져갔다.
쿵! 쿵!
그럼에도 신유현은 이를 악물며 발걸음을 한 걸음씩 옮겨 나갔다.
마음속으로 어머니가 해 주시는 김치찌개를 떠올리면서.
잠시 후, 빨간 융단 끝에 있는 반대쪽 문 앞에 도착한 신유현.
이윽고 호흡을 한번 길게 내쉬며 신유현은 문을 열어젖혔다.
“흠.”
순간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문을 열자마자 거짓말처럼 허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거기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 때문에 신유현은 식욕이 달아났다.
눈앞에 수많은 마수의 시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으니까.
‘끔찍하군.’
마수들의 시체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마치 내부가 폭발한 것처럼 내장이 사방으로 퍼져 있었다.
더욱이 하얀 벽과 바닥으로 이루어진 복도였기 때문에 더욱 그로테스크했다.
마수들의 시체와 내장이 천장과 벽, 바닥에 산산조각이 난 채 흩뿌려져 있었으니까.
‘음식 때문인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신유현은 몸을 떨었다.
조금 전에 본 음식들을 먹은 마수들의 몸이 폭발해서 죽었다는 사실을.
마치 그 사실을 신전이 가르쳐 준 것처럼 신유현은 직감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위험했군.’
신유현은 십년감수한 표정으로 마수들을 바라봤다.
만약 자신 또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음식을 먹었다면 눈앞에 터져 죽은 마수들과 같은 꼴이 되었을 테니까.
철컹철컹.
신유현은 마수들의 시체들을 지나치며 복도 끝에 있는 문 앞에 도착했다.
끼이익.
지체 없이 문을 연 신유현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열 평 크기 정도 되는 하얀 방 같은 공간 중심에 바닥과 천장을 연결하고 있는 푸른 기둥을 말이다.
“드디어 찾았군.”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푸른색 갈기털을 가진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기둥 안에 있었던 것이다.
세븐아크스 중 하나이며 탐랑성의 포식자인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였다.
[불사왕의 인자를 확인.]
그때 신유현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우우웅!
뒤이어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가 봉인되어 있는 푸른 원기둥 앞에 단말기가 솟아올라왔다.
그리고 단말기에서 홀로그램 패널이 떠올랐다.
[세븐아크스 탐랑성의 포식자이자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 티르달의 봉인을 해제하시겠습니까? Yes? Or No?]
홀로그램 패널을 확인한 신유현은 Yes를 터치했다.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 티르달의 봉인을 해제합니다.]
잠시 후 홀로그램 패널의 메시지가 바뀌면서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 티르달의 봉인이 풀리기 시작했다.
* * *
푸른 원기둥이 사라지고 봉인에서 풀려난 티르달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오랜 시간 푸른 원기둥 안에서 잠들어 있었으니까.
크르릉.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눈앞에 서 있는 한 청년을 볼 수 있었다.
아우---!
청년, 신유현을 발견한 티르달은 길게 하울링을 하더니 이내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나?”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혀를 찼다.
슈브와 루베르 때는 자신이 불사왕의 계승자라는 사실을 알고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호의적이었다.
그런데 티르달은 어마어마한 기세로 달려들고 있었다.
‘리빙 파워드 아머를 해제말지 말 걸.’
티르달의 봉인을 풀기 시작한 신유현은 리빙 파워드 아머를 벗고 그림자 속으로 돌려보냈다.
리빙 파워드 아머의 모습을 보고 혹시나 공격을 해 올지도 몰랐으니까.
그런데 정신을 차리자마자 바로 달려들 줄이야.
와훙!
그때 눈앞까지 달려든 티르달이 신유현을 향해 도약했다.
헥헥헥!
오랜만에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풀린 표정으로 힘차게 꼬리를 돌리면서.
“자, 잠깐!”
그 모습에 신유현은 손을 들고 제지를 했지만 늦어버리고 말았다.
티르달이 신유현을 덮친 것이다.
핥핥핥!
이윽고 신유현을 깔아뭉갠 티르달은 얼굴을 마구 핥아대기 시작했다.
티르달이 신유현을 향해 달려든 건 반가웠기 때문인 모양.
‘이건 뭐 늑대가 아니라 강아지네.’
덩치가 무려 2미터나 되는 티르달이 반가운 표정으로 얼굴을 핥아대자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신유현은 티르달의 머리와 턱을 쓰다듬어주며 진정시켜 줘야 했다.
“네가 이런 순둥이일 줄은 몰랐다.”
티르달의 겉모습만 본다면 한 마리의 고독한 늑대였다.
2미터가 넘는 덩치와 멋지게 자라 있는 푸른색 갈기털.
그리고 날렵하고 균형 잡혀 있는 체형까지.
시베리안 허스키인줄 알았는데 말라뮤트 같다고 해야 할까.
성격과 표정을 보면 골댕이에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얼굴을 핥으면서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골댕이 같았으니까.
[세븐 아크스, 탐랑성의 포식자.]
이름: 티르달.
종족: 시고르자브종 나이: 불명.
칭호: 탐랑성의 포식자.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
등급: 6성(봉인 제한중).
클래스: 루프스 렉스.
고유특성: 시간조작(S).
고유스킬: 시간 가속(S), 시간 감속(S), 시간역행(S)(비활성).
기본스킬: 상세항목참조.
능력치: 상세항목참조.
설명: 불사왕 직속 세븐 아크스 중 하나. 폭식의 신전에서 오랜 세월 봉인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불사왕의 계승자와 만나게 돼서 기뻐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현재 봉인이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능력에 대한 제한을 받고 있으며 배를 고파하고 있다.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의 주인이라면 얼른 밥을 주도록 하자.
‘역시.’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 티르달의 상태창을 확인한 신유현은 눈을 빛냈다.
티르달이 가진, 고유스킬 세 가지.
그중 하나가 시간 역행이 아닌가?
“네가 나를 과거로 보낸 거냐?”
신유현은 티르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르릉?
신유현의 말에 티르달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듯이.
하지만 신유현은 알 수 있었다.
이전 삶에서 바르바토스에게 살해당했을 때, 초대 불사왕의 비전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티르달이 시간 역행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비록 지금은 비활성화 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능력을 제한 받고 있어서 그렇겠지.’
티르달 또한 다른 세븐 아크스들처럼 본래 등급보다 낮았다.
아직 신유현이 초대 불사왕 수준만큼 강하지 못한 탓일 터.
앞으로 강해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일이었다.
‘그럼 댕댕이를 얻었으니 돌아가 볼까?’
신유현은 덩치에 맞지 않게 귀여운 애교를 부리고 있는 티르달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그리고 홀로그램 패널을 조작했다.
[지구 차원으로 복귀합니다.]
번쩍!
이윽고 신유현과 티르달의 몸에서 푸른빛이 번쩍이더니 모습이 사라졌다.
지구로 돌아간 것이다.
‘으음.’
차원 이동의 여파로 잠시 현기증을 느낀 신유현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그리고 눈앞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루베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다급한 표정으로 신유현을 향해 소리쳤다.
“마스터! 큰일 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