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96화
신유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과연 신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신유현이 알고 있는 신적인 존재는 단 하나, 차원의 저편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 뿐이었다.
‘확실히 다른 차원이라면 그리스의 신들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차원의 저편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신유현이 살고 있는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준 모양이었다.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가 남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게티아 놈들은 아니지.’
자신들을 신이라고 자칭하던 게티아들.
신유현은 그놈들을 신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 신이라고 하기에는 타인을 괴롭히면서 쾌락과 희열을 탐하는 속물적인 놈들이었으니까.
‘어쨌든 이번에도 좋은 게 나왔네.’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헤라클레스의 벨트, 벨크로스를 바라봤다.
실버 버클이 달려 있는 검은색 벨트.
심플하게 생긴 허리벨트였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벨크로스가 마음에 들었다.
어떤 스타일에도 잘 어울리는 무난한 디자인이었으니까.
[반신(半神) 대영웅 헤라클레스의 벨트, 벨크로스]
타입: 벨트.
등급: 전설(SSS).
상태: 귀속.
패시브 스킬: 라이온하트(S).
고유스킬: 브레이브(S).
‘허.’
벨크로스의 정보창을 확인한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난한 디자인에 비해 어마어마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당장 패시브 스킬, 라이온하트만 해도 벨크로스를 착용하면 근력과 체력을 증가시켜주었다.
‘20 퍼센트 증가라고?’
신유현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본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켜 주는 영약은 구하기가 어렵다.
하물며 능력치를 상승시켜 주는 장비라면 더더욱.
그뿐만이 아니라 등급이 낮을 때는 능력치 상승폭이 높지만, 등급이 5성 이상 정도만 되어도 상승폭은 낮아진다.
그런데 벨크로스는 착용만 해도 영구적으로 근력과 체력을 무려 20%나 증가시켜 준다는 게 아닌가?
즉, 능력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상승폭도 커진다는 소리였다.
거기다 등급이 높을 경우, 1포인트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최소 6성 이사일 때 1포인트 차이의 간극은 상당히 큰 편이었으니까.
그런데 20% 상승이면 현재 신유현의 근력 64와 체력 65의 기준으로 약 한 등급 이상 차이가 났다.
그 말은 곧 벨크로스를 착용했을 때, 근력과 체력이 3배 정도 높아짐을 의미했다.
한 등급 차이는 대략 3배 정도 나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고유스킬, 브레이브(S)는 일시적으로 신체능력을 강화시켜 주는 스킬이었다.
마치 강체술처럼.
‘이걸 중첩해서 사용한다면…….’
신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입 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강체술, 리미트 마나 오버드라이브, 브레이브를 동시에 발동하고 중장갑 강화복인 리빙 파워드 아머까지 착용한다면 어떨까?
한두 등급 차이 정도는 메꿀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능력치의 수치상 기준이었다.
아무리 능력치가 7성 수준이 된다고 해도, 7성 마스터 경지의 초인을 상대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7성 경지의 초인을 상대하기 힘들 테지.’
7성 마스터의 상징.
오러 해방.
7성의 경지에 오르고 깨달음을 얻어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위력과 활용성은 단순히 능력치가 같아진다고 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쨌든 이제 나머지 세븐 아크스들을 만나러 가면 되겠군.’
이미 다음 세븐 아크스가 있는 신전으로 갈 수 있다고 루베르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강릉 탈환과 남민혁 사건의 뒤처리 때문에 바빠서 가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어느 정도 일이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다음 세븐 아크스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그럼 이제 슬슬 돌아가 볼까.”
헤라클레스의 벨트, 벨크로스의 정보를 확인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던 신유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에서 쉬고 있던 언데드 소환수들을 그림자 속으로 회수했다.
그 후 전이 반지를 발동한 신유현은 현무전 지하 개인 연무장에 돌아왔다.
* * *
다음 날 집무실.
“시련의 탑 3층을 공략하셨나 보네요. 축하드려요.”
루베르가 혈접선을 착 펼치며 입을 가리고 웃음을 흘렸다.
명왕 하데스의 장갑과 전령의 신 헤르메스의 신발에 이어 대영웅 헤라클레스의 벨트까지 신유현이 얻은 걸 확인한 루베르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
그녀의 축하에 신유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젯밤 슈브와 디아에게서 축하인사를 받았지만, 루베르는 일이 있어서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카밀라에게 걸려 있는 정신 금제를 해제하고 있었으니까.
“뭐 알아낸 거 있어?”
“단편적인 정보 밖에 알지 못했어요.”
“쉽지 않은가 보네.”
“아무래도 게티아가 직접 오랜 세월에 걸쳐서 걸어 놓은 것 같아요. 이 시대의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네요.”
루베르는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만큼 카밀라에게 걸려 있는 금제가 강력하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세븐아크스 중 한 명인 루베르가 애를 먹을 정도라면 정신 금제를 건 인물은 게티아밖에 없었다.
신을 사칭하는 쓰레기 같은 놈들이긴 하나, 그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게티아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정말인가?”
루베르의 말에 신유현은 반색했다.
게티아의 정체를 알 수 있다니?
루베르의 말이 사실이라면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현재 잿빛 교단의 간부들을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카밀라는 게티아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정신 금제가 강하게 걸려 있고요.”
카밀라는 정신 금제 때문에 게티아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줄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정보를 알려 주려고 하는 순간, 마치 망각이라도 한 것처럼 게티아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말하려고 한 기억을 잊어버리고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되묻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서 카밀라에게 강제적으로 이야기하게 만든다면 기억에 손상이 올 수 있다고 했다.
그 때문에 루베르가 정신 금제를 어느 정도 해제하고 카밀라가 자유로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게티아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으면 찾을 수 있을 텐데…….”
파천검가의 정보력과 루베르의 정보 수집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터였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알아낼게요.”
“무리는 하지 마. 카밀라는 중요한 정보 제공자니까.”
“네. 맡겨 주세요.”
루베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아. 그럼 이제 세븐 아크스를 찾으러 가 봐야겠군.”
“그럼 언제 게이트를 열까요?”
“지금 당장.”
“네.”
신유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루베르는 집무실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려고 했다.
그걸 본 신유현은 기겁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 여기 말고.”
“네?”
루베르는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하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세븐 아크스가 있는 신전으로 가는 문은 지하 연무장에서 열어 줘. 여기서는 위험할 수 있으니까.”
“아, 네. 알겠어요.”
신유현의 말에 루베르는 혈접선으로 입을 가리며 웃어 보였다.
* * *
다음 세븐 아크스를 찾기 위해 준비를 마친 신유현은 루베르와 함께 현무전 개인 지하 연무장으로 내려왔다.
“이번에 만나야 할 세븐 아크스는 어떤 존재지?”
신유현은 차원의 균열을 열기 위해 연무장 바닥에 붉은 핏빛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루베르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예요. 먹는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잡견이죠.”
“자, 잡견?”
루베르에게서 처음 들어보는 신랄한 말에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루베르와 다음 세븐 아크스는 사이가 썩 좋지 않은 모양.
“혹시 만나서 말을 듣지 않으면 이걸 한번 줘 보세요.”
“이게 뭔데?”
신유현은 루베르가 내미는 물건을 바라봤다.
작은 종이 상자였다.
“비밀병기예요.”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하는 신유현의 말에 루베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가 말 잘 듣게 하는 물건인 모양이었다.
“알았어.”
신유현은 루베르가 내민 물건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라면 내가 전에 본 그건가?’
자신이 사냥의 신이라고 자칭한 바르바토스에게 살해당하고,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상황 속에서 신유현은 알 수 없는 비전을 봤다.
초대 불사왕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수많은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마수들과 싸우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리고 초대 불사왕 옆에서 푸르게 빛나는 늑대처럼 생긴 사냥개를 볼 수 있었다.
‘시간을 넘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했었지.’
그 당시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기에 정신이 없었지만,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와 푸르게 빛나던 늑대의 모습은 비교적 잘 기억이 났다.
시간을 넘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푸른 늑대의 모습에 전율을 느꼈으니까.
파츠츳!
그때 신유현의 눈앞에서 붉은색 스파크가 튀면서 공간에 균열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차원 균열이 발생합니다.]
“마스터! 문 열었어요!”
차원의 균열을 연 루베르가 신유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고마워.”
루베르에게 감사인사를 한 신유현은 붉은 빛이 새어나오는 차원의 균열을 바라봤다.
“그럼 갔다올게.”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신유현은 루베르의 배웅을 뒤로하며 천천히 차원의 균열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균열 속으로 들어가자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들면서 어디론가 빠르게 이동하는 느낌을 느꼈다.
쿵!
차원 이동을 마친 신유현은 붉은 스파크를 몸에 두르며 꼿꼿이 선 채로 지면에 착지했다.
그 때문에 지면이 움푹 파였지만 신유현의 몸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전과 달리 차원 이동을 했지만 속이 좋지 않거나 메스꺼운 느낌이 없었다.
아마도 신유현의 초인 등급이 높아지고 근력과 체력이 높아졌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툭툭.
“도착했군.”
신유현은 코트에 붙은 먼지를 털어 내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긴 대체……?”
슈브와 루베르 때와 마찬가지로 세븐아크스가 봉인된 신전이 있는 공간은 별천지나 다름없었다.
푸른 늑대와 흡사한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가 있는 신전도 마찬가지.
푸르게 빛나는 태양이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고, 신유현의 눈앞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신유현이 있는 장소는 다른 아닌 망망대해 같은 바다위에 홀로 있는 거대한 무인도였다.
푸른 바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신유현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그러자 무인도의 전경이 보였다.
새하얗게 펼쳐진 백사장 너머로 보이는 야자수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있는 신록의 숲속.
다만 문제는…….
콰드득! 콰지지직!
뿌리 채 뽑힌 수많은 야자수 나무가 공중에 떠올라 부서지고 있는 게 있는가?
“이건 또 뭐지?”
그 모습을 신유현은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야자수 나무들은 부서지기만 할 뿐이 아니었다.
스르륵.
산산조각이 났다가 다시 원상태로 복구가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시간이 되감겨져 가는 것처럼.
[경고!]
그때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경고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