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95화
로비에서 현무전 2검대와 헤어진 신유현은 지하에 있는 자신의 개인 연무장으로 내려왔다.
지하 수련장이기도 한 신유현 개인 연무장은 실내 체육관처럼 흡사했으며 크기도 컸다.
“그럼 이제 가 볼까, 까망아?”
뀨!
신유현의 말에 어깨 위에 타고 있던 까망이는 귀여운 울음소리를 냈다.
기본적으로 시련의 탑은 세븐 아크스를 데리고 갈 수 없었다.
오직 신유현과 언데드 소환수들만 시련의 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신유현은 시련의 탑으로 갈 수 있는 전이반지를 발동시켰다.
번쩍!
그러자 오른손 검지에 낀 실버링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시련의 탑 3층으로 이동합니다.]
이윽고 신유현은 까망이와 함께 공간을 뛰어넘으며 시련의 탑 3층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은빛이 사그라들면서 신유현은 자신이 다른 장소로 이동되었음을 알아차렸다.
사방에 회색빛 안개가 자욱하게 퍼져있는 넓은 평원.
“여기가 3층인가?”
신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안개 때문에 10미터 너머는 흐릿하게 보였다.
[시련의 탑 3층 시련을 시작합니다.]
[계승자님의 모든 능력과 모든 언데드 소환수를 사용해서 시련을 돌파하셔야합니다.]
“흠.”
신유현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며 잠시 기다려봤다.
불과 2층까지만 해도 자신의 능력치를 스캔해서 난이도를 상향시켰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자신의 신체 능력을 스캔하겠다는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무슨 시련이려나. 난이도가 좀 쉬웠으면 좋겠는데.’
그 때문에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순간 드디어 눈앞에 시련 내용이 떠올랐다.
[시련의 3층의 시련은 거인을 쓰러트리시면 됩니다.]
“거인이라고?”
시련의 내용을 확인한 신유현은 미소를 지었다.
거인을 쓰러트리는 것이라면 상대하기 좋은 소환수가 있지 않은가?
“까망아.”
뀨!
신유현은 까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
스스슥.
그러자 신유현 앞으로 그림자가 전개되면서 그 속에서 5미터 크기의 거대한 아이언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인에는 거인이지.”
신유현은 위풍당당한 투박하지만 세련된 느낌의 디자인을 가진 강철 갑주 같은 아이언 골렘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쿵! 쿵!
그 직후 신유현이 있는 지면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뭔가 오고 있는 건가?’
신유현은 흔들리는 평원 위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노려봤다.
하지만 안개 때문에 시야가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단지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
아마도 이번 시련의 목표인 거인일 테지.
잠시 후 신유현은 눈앞에 나타난 거인을 볼 수 있었다.
[6성 시련의 거인]
“미친…….”
신유현은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거인을 올려다봤다.
거인의 등급이 6성이라는 사실은 놀라웠다.
그리고 분명 일반 마수급이 아니라 보스급일 터.
하지만 등급이 높은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시련의 거인은 혼자였으니까.
그에 반해 신유현은 언데드 소환수를 대규모로 소환할 수 있었다.
다만…….
“뭐가 이렇게 커?”
시련의 거인을 올려다보던 신유현은 고개를 내려 아이언 골렘을 바라봤다.
5미터의 키를 가진 아이언 골렘조차 시련의 거인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무려 20미터가 넘었으니까.
“아니, 이걸 뭘 어떻게 하라고…….”
지금까지 신유현이 상대한 마수 중에서 가장 큰 존재는 5성 자이언트 엘더 센터피드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몸길이가 15미터였을 뿐, 지네와 흡사하게 생겼었기에 폭은 1미터가 조금 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련의 거인은 어깨 너비만 5미터는 되어 보였다.
우오오오오옹.
끼릭. 끼리릭.
그때 시련의 거인에게서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개를 진동시키는 낮은 진동음과 함께 거대한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슈우우우우욱!
뒤이어 무언가 안개를 가르며 신유현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스슥!
순간 신유현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파천신법(破天迅法),
두 번째 걸음, 전광석화(電光石火)!
눈 깜짝할 사이 전광석화를 펼치며 신유현이 뒤로 물러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던 아이언 골렘 또한 빠르게 옆으로 튀었다.
그 직후 신유현과 아이언 골렘이 있던 장소에 거대한 주먹이 내려 꽂혔다.
콰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흙더미가 수 미터 이상 치솟아 올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회색빛 안개가 충격파에 휩쓸려 사라진 것이다.
“이건 뭔…….”
신유현은 자세를 낮추며 전방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충격파를 버텨냈다.
그리고 디스토션 필드 코트가 충격파를 상쇄시키며 비껴내듯 흘려 냈기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단지 머리카락과 코트 자락만 바람에 흩날렸을 뿐.
잠시 후 치솟아 오른 흙더미가 가라앉으며 눈앞에 참상이 펼쳐졌다.
“그냥 지면에 주먹을 내려쳤을 뿐인데 이 위력이라고?”
신유현은 혀를 내둘렀다.
시련의 거인이 주먹으로 내려친 장소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회색빛 안개가 사라진 덕분에 시련의 거인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끼리릭. 철컥철컥.
‘나무로 이루어져 있는 건가?’
놀랍게도 시련의 거인은 나무로 이루어진 거대한 골렘이었다.
‘불에 잘 타려나?’
신유현은 허리에 차고 있는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을 꽉 움켜쥐었다.
화르륵!
이윽고 레바테인의 검집 속에서 넘실거리기 시작하는 검은 화염.
그 상태에서 신유현은 강체술을 발동하며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시련의 거인을 향해 쏜살같이 내달린 신유현은 공중을 도약하며 정강이를 향해 레바테인을 휘둘렀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영식(零式) 개(改),
발검(拔劍) 무명베기(無明斬)!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의 고유 스킬 흑염일섬을 발동합니다.]
파천검법의 초식과 레바테인이 가진 고유스킬을 동시에 발동한 신유현.
거칠게 불타오르는 압축된 흑염의 칼날이 레바테인에서 터져 나오며 거인의 정강이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가가가가각!
흑염의 칼날은 거인의 정강이를 휘갈기며 지나갔다.
‘쉽지 않네.’
지면을 향해 착지를 하며 거인의 상태를 확인한 신유현은 혀를 찼다.
거인의 정강이에 기스만 겨우 냈을 뿐이었으니까.
거기다 정강이에 흑염이 붙어 불타오르고 있었지만 크기가 워낙 컸기 때문에 그다지 큰 피해를 주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래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어 보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나.”
신유현은 레바테인을 어깨에 걸치며 시련의 거인을 노려봤다.
나무로 이루어진 주제에 불에 잘 타지도 않고, 대체 어떤 원리로 움직이고 있는 건지 알 수조차 없었다.
다만 상대하기 힘든 존재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20미터가 넘는 거대한 크기 때문에 체감상 6성이 아니라 7성 보스에 가까운 느낌이었으니까.
“까망아.”
신유현은 시련의 거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까망이를 불렀다.
뀨우우!
그러자 신유현의 머리 위에서 촉수 같은 양손을 만들어 귀엽게 위로 내뻗으며 힘을 주기 시작하는 그림자 슬라임 까망이.
스스슥.
이윽고 신유현을 중심으로 검은 그림자가 평원을 침식하기 했다.
이어서 나타나기 시작하는 신유현의 언데드 소환수들.
덜그럭덜그럭.
수많은 스켈레톤 군단과 보스급 소환수들을 전부 소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부 다 동원하라고 했었지?”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시련의 거인을 올려다봤다.
확실히 시련의 탑 3층에서 모든 능력과 언데드들을 동원해서 거인을 쓰러트리라고 메시지가 떠올랐었다.
그래서 신유현은 메시지대로 하기로 했다.
이윽고 보스급 소환수들이 신유현의 주변을 호위하듯 둘러싸며 방위진을 펼쳤다.
뒤이어 신유현의 눈앞에 불사 군단을 지휘하기 위한 전술지휘창이 떠올랐다.
그뿐만이 아니라 속성이 부여된 2차 클래스를 해방한 수많은 스켈레톤 솔져가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와 열을 맞춰 쭉 늘어서 있는 수백이 넘는 스켈레톤 군단의 모습은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각 클래스별 스켈레톤 솔져들 앞에는 전신을 중장갑으로 완전무장한 존재들이 있었다.
다름 아닌 스켈레톤 군단의 지휘관급 개체들인 데스나이트들이었다.
붉은색 중장갑으로 무장한 데스나이트 세이버 레드.
푸른색 중장갑으로 무장한 데스나이트 랜서 블루.
녹색 중장갑으로 무장한 데스나이트 아쳐 그린.
노란색 중장갑으로 무장한 데스나이트 리치 옐로우.
스켈레톤 데스나이트들은 저마다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내뿜으며 각 클래스별 군단 앞에 서 있었다.
그 외에도 최소 레어 등급 이상의 전용무기로 무장한 스켈레톤들과 불사왕 직속 근위부대라고 할 수 있는 예니체리들까지 신유현의 곁에 모습을 드러내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럼…….”
신유현은 눈앞에 있는 시련의 거인을 노려봤다.
[마안을 발동합니다.]
[저주안, 부패안, 질병안, 마비안, 침묵안, 독안, 흑안이 발동됩니다.]
아라크니아의 하트를 흡수하고 습득한 S급 마안 스킬들.
신유현은 시련의 거인에게 사령안을 제외한 일곱 개의 마안을 발동시켰다.
“한바탕 해 볼까?”
신유현은 입 꼬리를 살짝 치켜 올리며 모든 언데드 소환수와 함께 시련의 거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축하합니다. 계승자님은 시련의 탑 3층을 공략하셨습니다!]
[시련의 탑 3층 공략 보상으로 반신 대영웅 헤라클레스의 벨트, 벨크로스(SSS)를 획득합니다.]
‘드디어 끝났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시련의 거인과의 전투는 격렬하고 치열했다.
시련의 거인은 혼자뿐이었지만 어마어마한 크기 탓에 상대하기가 굉장히 힘이 들었다.
“괴물 같은 놈.”
신유현은 바닥에 잔해만 남아 쓰러져 있는 시련의 거인을 바라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시련의 거인은 지금까지 만나본 보스급 마수 중에서 가장 강했다.
그 때문에 언데드들의 피해가 엄청났다. 수백기가 넘어가던 스켈레톤 솔져들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고, 전투불능에 빠진 보스급 소환수들도 있었으니까.
‘그래도 마안의 도움이 꽤 컸지.’
아라크니아의 하트를 흡수하고 생겨난 마안들은 사기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마안들이 가진 각각의 능력들 덕분에 시련의 거인은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흑안과 마비안, 침묵안은 시련의 거인을 견제하는데 효과적이었다.
흑안 때문에 앞을 보지 못하고, 마비안 때문에 움직임이 느려졌으며, 침묵안 때문에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침묵안은 상대가 주문을 외워야하는 마법사라면 더욱 효과적이었다.
침묵에 걸리면 주문자체를 외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안들로 시련의 거인을 견제하면서 언데드들을 갈아 넣은 결과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쓰러트리는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헤라클레스 벨트라…….’
신유현은 시련의 거인을 쓰러트리고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봤다.
무사히 시련의 탑 3층을 공략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보상으로 받은 헤라클레스의 벨트, 벨크로스.
‘하데스의 장갑에, 헤르메스의 신발에 이어 헤라클레스의 벨트라고?’
신유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시련의 탑을 공략하고 받은 보상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물건이었다.
이건 마치 초대 불사왕이 신들의 물건을 뜯어낸 것 같지 않은가?
그리고 그렇다는 말은…….
‘그리스 신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