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92화
그 시각.
‘빌어먹을!’
남두그룹의 후계자였던 남민혁은 이를 갈고 있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지금까지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마수들의 점령지역 탈환 작전.
그 작전을 성공하겠다며 강릉을 탈환하러 간 시점에 신유현을 암살하기 위해 블러드 컴퍼니 용병대와 흑창대를 보냈다.
‘흑창대까지 보냈는데 대체 왜?’
원래는 잿빛 교단을 통해서 블러드 컴퍼니 용병대만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남민혁은 보다 확실하게 신유현을 처리하기 위해 육합창가의 후계자 김이신과 손을 잡았다.
김이신 또한 신유현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블러드 컴퍼니 용병대와 육합창가의 정예비밀부대인 흑창대.
이 두 조직이라면 신유현 따위 간단히 손볼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설령 파천검가의 검사들이 신유현을 지키고 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연락이 두절되었다.
신유현 혼자 하이브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끝으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분명 무슨 문제가 생겼을 터.
‘실패했다고 봐야겠지.’
남민혁은 이를 악물었다.
밤늦게까지 소식이 없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김이신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었는데…….’
김이신을 통해서 흑창대를 보낸 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블러드 컴퍼니 용병대는 잿빛 교단의 명령을 받고 움직였기 때문에 남민혁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건 흑창대도 마찬가지.
하지만 흑창대를 뒤에서 조종한 김이신은 남민혁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바로 그 점이 문제였다.
흑창대는 육합창가 소속의 정예 부대였다.
그 때문에 흑창대의 배후에 육합창가와 김이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터.
그리고 머지않아 김이신의 입에서 남민혁의 이름이 나오리라는 것쯤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젠장! 빌어먹을 새끼!”
짜증이 난 남민혁은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약 이틀 전,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남민혁은 곧바로 움직였다.
자신의 정체가 알려지기 전에 한국을 떠나야 했으니까.
몸만 갖고 떠난다면 어제 바로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맨손으로 갈 수는 없었다.
남두그룹에서 최대한 뒷정리를 하면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자금을 준비한 것이다.
그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그나마 자금이라도 갖고 나와서 다행인가.’
준비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남두그룹의 자금을 일부 빼돌릴 수 있었다.
일부라고 해도 남민혁이 빼돌린 금액은 무려 300억이었다.
거기다 지금 남민혁이 타고 있는 메가 요트만 해도 백억이 넘는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잿빛 교단에서 도와주겠지.’
남민혁은 신유현을 처리하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거기에 잿빛 교단의 전투 집단 중 하나인 블러드 컴퍼니를 잃었다.
그러니 맨손으로 잿빛 교단에 가 봤자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300억이라는 거금과 수십억 가치를 가진 배를 가지고 간다면 어떨까?
최소한 잿빛 교단에서 자신의 자리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복수해 주마.’
신유현을 떠올린 남민혁은 이를 갈았다. 남민혁 입장에서는 신유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셈이었으니까.
남은 건, 막대한 돈을 주기로 하고 함께 탈출한 부하 열 명과 함께 이 바다를 건너가는 것뿐.
이미 한국 영해를 벗어난 남민혁은 자신이 탈출에 성공했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선미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메가 요트가 뒤흔들리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냐!”
갑작스러운 상황에 선수 갑판에 있는 썬 베드에 누워 있던 남민혁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이만 100미터에 달하는 메가 요트가 요동을 치고 있었다.
메가 요트 뒤쪽에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남민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뒤쪽을 바라봤다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건 또 뭐야?”
코카서스 장수풍뎅이와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가 반반씩 섞여 보이는 5미터 크기의 거대한 소환수.
“겨우 이 정도까지밖에 도망치지 못했군.”
그때 거대한 소환수의 등에서 뛰어내리며 한마디 하는 인물이 있었다.
“너, 너는 설마?”
남민혁은 놀란 표정으로 그 인물을 바라봤다.
* * *
아침에 가주 회의를 하던 도중 남민혁에 대한 정보가 날아왔다.
이미 남민혁은 남두그룹에서 자금을 횡령하고 한국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말이다.
이에 파천검가는 빠르게 대응했다.
남민혁을 찾기 위한 추적대를 편성하는 한편, 가주인 신성일과 가문의 가신들이 남두그룹을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남연아도 함께.
남민혁이 숨기고 있던 비밀을 밝히고 앞으로 남두그룹의 운영을 어떻게 할 건지 남현철 회장과 이야기를 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방침을 정한 후 신유현은 남민혁을 잡기 위한 추적대에 가담했다.
남민혁이 도망친다면 분명 후환이 되어 돌아올 테니까.
그래서 CCTV를 토대로 남민혁의 움직임을 조사했고, 남두그룹의 메가 요트인 남두육성호를 움직이려고 한 정황을 포착했다.
덕분에 남민혁이 바다를 통해 도망치려고 한 사실을 알게 된 신유현은 케이론을 타고 추적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끈질긴 수색 끝에 대한민국 영해를 벗어나려고 하는 남두육성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뭐, 루베르의 도움이 컸지.’
신유현은 피식 웃으며 그림자 속에서 쉬고 있는 루베르를 떠올렸다.
루베르가 혈계 소환 마법으로 불러낸 작고 귀여운 수많은 박쥐가 서해안 일대를 수색한 끝에 남두육성호를 발견한 것이다.
소식은 들은 신유현은 곧바로 케이론을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한가롭게 이동 중인 남두육성호의 선미로 떨어져 내렸던 것이다.
“겨우 여기까지 밖에 도망치지 못한 건가.”
헤카톤 하이퍼 비틀, 케이론의 등에서 뛰어내린 신유현은 남민혁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남민혁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네, 네놈이 대체 어떻게?”
“배를 타고 도망가면 못 잡을 줄 알았나?”
“뭐라고?”
남민혁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 와중에도 주변을 살피는 건 잊지 않았다.
신유현뿐만이 아니라 다른 초인들이 더 있는지 확인하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온 건 신유현뿐임을 알았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지.’
남민혁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신유현이 그림자 속에 언데드 소환수들을 넣어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런 좁은 장소라면 승산이 있지.’
남두육성호는 큰 배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수십 마리에 달하는 언데드들을 꺼내서 한 번에 싸울 수는 없었다.
좁은 통로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쪽이 유리했다.
“실장님!”
얼마 지나지 않아 남민혁의 부하들로 보이는 초인들이 열 명 정도 달려왔다.
그들의 등장에 남민혁은 여유를 되찾았다.
최소 4성급 실력자들이었으니까.
“이 새끼 죽여 버려! 아니다. 죽이지는 말고 생포해 놔라. 교단에 데리고 가서 말려 죽일 거니까.”
남민혁은 원망과 증오가 깃든 눈으로 신유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말에 신유현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네놈은 쓰레기구나. 하긴 그러니 여동생을 암살하려고 한 거겠지만.”
“닥쳐! 이 개새끼야! 네놈 때문에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데!”
남민혁은 악에 받친 얼굴로 신유현을 향해 소리쳤다.
남두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버리고 도망쳐야하는 상황이 된 건 전부 신유현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건 다 네놈이 저지른 일 때문이지. 자업자득이라는 말도 모르나?”
“닥쳐! 닥쳐!”
이전 신유현과 처음 만났을 때의 남민혁은 어딘가 재벌 3세다운 여유를 보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상황에 열이 뻗쳤는지 격정적이었다.
“저 자식 잡아서 내 앞에 꿇려놔!”
신유현의 도발에 남민혁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남민혁의 명령에 부하들 열 명이 슬금슬금 신유현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열 명의 4성급 초인들.
그들은 남민혁에게 막대한 부를 약속 받고 잿빛 교단에 투신하기로 했다.
그 덕분에 남민혁은 여유로웠다.
신유현이 그림자 속에서 언데드들을 불러낸다고 해도 4성 초인들보다는 약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비좁은 통로가 많았기 때문에 수십 마리 이상의 언데드를 불러내도 의미가 없었다.
각개 격파하듯이 싸우면 될 테니까.
“할 수 있으면 해 보던가.”
신유현은 차크라에서 마나를 끌어올리며 강체술을 발동했다.
그와 동시에 뿜어지는 어마어마한 기세.
“크, 크윽!”
그 기세 앞에 남민혁뿐만이 아니라 부하들도 눈살을 찌푸렸다.
강릉 탈환 작전을 실행하면서 신유현은 비교도 안 되게 강해졌다.
당장 등급만 해도 4성에서 5성이 되었으니까.
거기다 차크라 뿐만이 아니라 신체능력도 꽤 상승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남민혁은 모르고 있었다.
“뭣들 하고 있어! 당장 저 새끼 잡아와!”
남민혁은 주춤거리는 부하들을 향해 윽박질렀다.
아무리 신유현이 강하다고 한들 열 명이나 되는 4성 초인들을 혼자서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
거기다 지금 남민혁은 눈앞에 신유현을 보고 흥분한 상태였다.
그건 남민혁 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서 저놈을 쓰러트린다면…….’
‘잿빛 교단에게 인정받을 수 있겠지.’
‘반드시 쓰러트려야 돼.’
남민혁의 부하들은 서로 눈짓을 교환했다.
신유현이 만만치 않아 보이긴 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공명심이 더 컸다.
여기서 신유현을 처리할 수 있다면 잿빛 교단의 인정을 받고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리고 남민혁으로부터 보너스는 덤일 것이다.
그렇게 공명심에 눈이 먼 그들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신유현을 잡으러 간 흑창대 30명과 블러드 컴퍼니 용병 20명이 깜깜 무소식이라는 사실을.
쿵!
이윽고 열 명의 초인들이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케이론. 초진동파.”
신유현은 나직한 목소리로 케이론에게 명령을 내렸다.
키이잉! 파앙!
그러자 신유현의 등 뒤에 있던 케이론이 뿔에서 초진동파를 최대한 넓게 발사했다.
그 때문에 상대를 관통할 정도로 위력이 크진 않았지만, 제법 강력한 충격파가 넓게 퍼져 나갔다.
쾅!
“크헉!”
“큭!”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던 부하들은 케이론의 뿔에서 터져 나온 충격파에 오히려 튕겨져 날아갔다.
“이, 이게 무슨?”
그 모습에 남민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뒤에 있는 신유현의 소환수 한 마리에게 부하들이 손도 못 써보고 나뒹굴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현재 케이론은 5성이 바로 눈앞이었고 보스급인 소환수였다.
당연히 남민혁의 부하들보다 강했다.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그리고 까망이를 그림자 속에서 불러내 어깨 위에 태웠다.
이윽고 신유현의 등 뒤로 남두육성호의 선미를 가득 채우며 그림자가 뻗어나갔다.
스스슥.
이윽고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스켈레톤들.
다양한 무기들을 장비한 예니체리들이었다.
그리고 예니체리 후보들인 최소 레어급 이상의 무기들을 장비한 스켈레톤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이건 또 뭐야?”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스켈레톤들의 모습에 남민혁과 그 부하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스스슥.
그리고 붉은 키틴질 소재의 생체 갑옷과 붉은 건틀렛을 착용한 2미터 크기의 보스급 소환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5성 보스 레드 제너럴 앤트>
화르륵!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레드 제너럴 앤트는 붉은 화염을 등 뒤에서 펼치더니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레드 제너럴 앤트에 뒤이어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무언가가 그림자 속에서 몸을 일으키며 날아올랐다.
몸길이만 무려 8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존재.
<5성 보스 스켈레톤 드래곤>
이윽고 스켈레톤 드래곤은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하늘 위에서 남민혁과 부하들을 내려다보는 강대한 존재들.
그들의 모습에 남민혁의 부하 중 한명 이 한마디 했다.
“돌겠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신유현의 양옆 그림자 속에서 또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