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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91화 (191/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91화

“이번 일의 주동자를 찾았다고 한다.”

“현무전의 전주님을 노린 자를 말입니까?”

신성일의 말에 40대 초반의 사내가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는 가주 직계 가신 중 한 명이자, 파천검대를 이끌고 있는 장제식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에 신유현은 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

‘현무전의 전주님…… 인가?’

가주 회의는 가문의 공식석상의 자리이기에 파천검대 대장 장제식이 신유현을 대우해 준 것이다.

이전에는 대우를 받기는커녕 가주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었는데 말이다.

“대체 누구입니까?”

가문의 모든 가신들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신성일을 바라보며 물었다.

“육합창가 후계자라고 하더군.”

육합창가의 후계자이자 전략기획팀의 실장 김이신.

그가 바로 파천검가를 얕잡아 본 인물이었다.

“예? 전주님을 노린 게 육합창가의 후계자라는 말씀입니까?”

“역시 육합창가 그놈들은 진즉 멸했어야 했는데…….”

가주전 회의실 여기저기서 험한 말들이 튀어나왔다.

그만큼 파천검가 또한 육합창가를 좋지 않게 보고 있었다.

“가주님. 그럼 그놈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아무리 육합창가의 후계자라고 해도 우리 가문을 우습게 본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가문의 가신들은 한마음 한 뜻이 되어 말했다.

파천검가를 우습게 본 김이신을 가만히 놔둘 수 없다고.

“걱정하지 마라. 이미 그놈은 처벌받기로 되어 있으니까. 육합창가의 후계자 자리와 전략기획팀 실장자리를 박탈하고 육합창가에서 추방당할 것이다.”

“그게 정말입니까?”

가신들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육합창가에서 이렇게 간단히 후계자를 쳐낼 줄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하긴, 그럴 수밖에 없었겠네요.”

하지만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육합창가의 가주이자, 뇌전의 창왕이라는 이명을 가진 김명환.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그는 가문의 후계자인 김이신이 저지른 일로 파천검가와 담판을 짓기 위해 찾아왔다.

이대로 있으면 파천검가와 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 딴에는 선수를 친 것이다.

어떻게든 전쟁만큼은 피해 보려고 말이다.

파천검가와 전면전을 벌이거나, 혹은 사업적으로 경쟁을 벌이게 되면 이익은 없고 손해만 볼 거라 판단했으니까.

그래서 파천검가에 찾아와 가주인 신성일에게 독대를 청했다.

어떻게든 평화적으로 이번 일을 좋게 좋게 해결하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손해도 감수할 각오였다.

그렇게 담판을 짓기로 마음먹고 파천검가를 찾아온 김명환은 뜻밖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 모든 게 꼬여 버리고 말았다.

“눈치가 빠르군. 맞다. 네가 또 아주 큰일을 해 주었구나.”

신성일은 미소를 지으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김명환이 모르고 있던 사실.

그것은,

“김명환, 그 녀석은 블러드 컴퍼니 뒤에 잿빛 교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더군.”

김명환은 정말 몰랐다.

자신의 아들이 잿빛 교단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덕분에 유리하게 교섭을 이끌 수 있었지.”

4대 명가 중 하나인 육합창가가 잿빛 교단과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4대 명가가 아니라 3대 명가로 바뀌게 될지도 모를 만큼 큰 사건이었다.

그 때문에 김명환은 신성일이 내거는 조건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의 주동자이자 자신의 아들인 김이신을 살리기 위해서.

신성일은 육합창가에게 상당히 불리한 조건으로 동맹조약을 체결했다.

그 대가로 주동자인 김이신의 목숨을 보장해주었다.

대신 김이신을 육합창가에서 모든 권한을 박탈하고 추방시키기로 한 것이다.

김명환으로서는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상황이 불리했으니까.

“그리고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재밌는 사실이요?”

“블러드 컴퍼니 용병대를 누가 불렀는지 이야기를 들었거든.”

신성일은 미소를 지으며 가신들을 둘러봤다.

“육합창가의 후계자가 부른 게 아닙니까?”

“아니다. 블러드 컴퍼니를 부른 자는 따로 있었다.”

“다른 자가 있었다는 말입니까?”

가신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유현의 말에 의하면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는 함께 나타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육합창가의 후계자 놈이 부른 게 아닌가?

그런데 부른 자가 따로 있다니?

“남두그룹의 장남, 남민혁. 그놈이 김이신을 통해서 블러드 컴퍼니를 붙였다고 하더군.”

“예?”

“아니, 갑자기 남두그룹이 왜?”

신성일의 말에 가신들은 하나 같이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남두그룹이 어떤 곳인가?

고품질의 아티팩트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대한민국 핵심 대기업이었다.

남두그룹을 통해서 다양한 아티팩트 장비들의 부품을 하청 받아 제작하는 중소기업들도 상당수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남두그룹을 물려받을 예정인 남민혁이 블러드 컴퍼니 용병단을 불렀다는 것일까?

블러드 컴퍼니는 잿빛 교단의 명령을 받고 한국에 왔다.

그 사실은 이미 신유현의 보고 덕분에 가문의 가신들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남민혁이 블러드 컴퍼니를 불렀다면 잿빛 교단과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남민혁은 남두그룹의 후계자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역시 남두그룹이 잿빛 교단과 이어져 있는 게 아닐까요?”

신성일의 폭탄 같은 말에 가문의 대호법이자 2인자인 신성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 남두그룹이 잿빛 교단과 한통속이라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그건 아닐 겁니다.”

그때 신유현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신성일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느냐?”

“네. 실은 지금까지 이야기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신유현은 신성일과 가문의 가신들에게 자신이 처음 헌터 협회에 등록을 하고 강릉 외곽에 발생했던 미확인 던전 게이트 조사를 하러 갔을 때 있었던 숨겨진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미확인 던전 게이트에 입장했을 때 팀원들은 전부 뿔뿔이 흩어졌었습니다.”

“돌발 상황이 생겼다고 했었지.”

“네. 저도 일행들과 떨어지게 돼서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현무전의 아티팩트 연구소를 맡고 있는 남연아 소장과 만나게 되었지요.”

“거기까지는 보고로 들었다. 남연아 소장과 합류 후 다른 4성 헌터들 덕분에 미확인 던전 게이트를 탈출 할 수 있었다고 보고를 들었지.”

“네. 그런데 남연아 소장과 합류할 때 그녀만 있지 않았습니다. 이지수, 이재강, 최승철이라는 헌터들도 함께 합류했었습니다.”

“뭐? 그들과는 아예 합류조차 하지 못했었다고 하지 않았나? 분명 마수들에게 당했을 거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네. 그렇게 보고했었지요.”

신유현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때 네임드 유니크 몬스터였던 이자르가 이상혁으로 변장해 있었지만 이야기 하지 않았다.

괜히 복잡해질 뿐이니까.

다만 남연아를 암살하기 위해 습격을 하던 이지수, 이재강, 최승철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했다.

“그때 이지수, 이재강, 최승철은 남연아 소장을 암살하려고 했었습니다.”

“남연아 소장을 암살하려고 했다고? 왜지?”

신성일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 왜 그들은 남연아를 암살하려고 한 것일까?

“그들을 제압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민혁에게 의뢰를 받았다고 합니다.”

“뭐라?”

신유현의 말에 신성일은 꽤 놀란 눈치였다.

이유는 두 가지.

그때 신유현은 3성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서 신성일은 신유현이 3성 최하급이나 하급 정도로 봤다.

실제로는 3성 중급이었지만.

어쨌든 그 시점에 암살자 세 명을 제압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남연아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둘이서 세 명을 제압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 세 명은 분명 못해도 최소 3성 상급 이상의 실력자였을 테니까.

그리고 남연아의 친족인 남민혁이 암살을 의뢰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대외적으로 남민혁은 여동생인 남연아를 아끼는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인물이 여동생을 암살하려고 했을 줄이야.

“그뿐만이 아닙니다. 암살자들은 게티아 숭배자들이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신유현의 말에 신성일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반문했다.

남연아를 노린 암살자들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데 게티아 숭배자였다니?

“네. 암살자들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헌터로 위장하고 있었군.”

암살자들이 게티아 숭배자라는 건 잿빛 교단의 조직원이라는 소리였다.

지금까지 드러난 잿빛 교단의 조직원들은 빌런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헌터들 중에 잿빛 교단의 조직원이 있었을 줄이야.

“거기다 그놈들과 연관되어 있는 남민혁도 게티아 숭배자일 확률이 높겠군.”

“네, 맞습니다.”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남민혁은 잿빛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 블러드 컴퍼니 용병대를 불러낸 사실 때문에 의심받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신유현이 쐐기를 박아 버린 것이다.

남민혁이 잿빛 교단의 암살자들을 고용해서 남연아를 암살하려 했었다고.

“우리 모두 남민혁에게 전부 속고 있었다는 말인가?”

신성일은 헛웃음을 흘렸다.

설마 남두그룹을 이어 받을 인물이 잿빛 교단과 연결되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었으니까.

그리고 모두가 남민혁에게 속고 있는 사이 의심을 가지고 있던 인물은 단 두 명뿐이었다.

다름 아닌 신유현과 남연아였다.

“그래서 남두그룹이 모두 남민혁 그놈에게 속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네.”

“남현철 회장도?”

“그건 저도 궁금하긴 하네요.”

신유현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우며 답했다.

현재 남두그룹의 실세는 사실상 남현철 회장이었다.

남두그룹에서 한 발짝 물러나 뒤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움직이고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남현철 회장이라면 의심 정도는 하고 있겠지.’

남두그룹의 모든 걸 지켜보고 있는 그 노인이라면 남민혁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 채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래도 잿빛 교단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남민혁이 남연아를 암살하려고 한다는 사실까지도.

만약 이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면 남현철 성격에 남민혁을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당장 남민혁을 잡아야 하지 않습니까?”

파천검대의 대장 장제식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냈다.

신성일과 신유현의 대화가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 남민혁을 잡으러 가도 늦은 상황이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이미 흑영대를 보내 두었다.”

하지만 신성일은 결코 무능한 인물이 아니었다.

김명환과 새벽까지 회의를 하면서 남민혁이 의심스럽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흑영대를 일찌감치 보내 두었던 것이다.

똑똑.

그때 가주전 회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

그 소리에 회의실 문이 열리며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여성 비서 한 명이 들어왔다.

‘흑영대인가?’

그녀를 본 신유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서 이시아의 모습이 떠올랐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신성일을 향해 다가가 귓속말로 무언가 보고를 했다.

그녀의 보고를 들은 신성일은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쥐새끼가 선수를 친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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