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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90화 (190/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90화

“더 자세한 정보는 없나?”

신유현은 고개를 들고 루베르를 바라봤다.

“그녀도 구체적인 건 모르는 모양이에요. 잿빛 교단의 상층부에서 내려온 명령을 그대로 따른 모양이라…….”

“그런가.”

카밀라에게서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블러드 컴퍼니는 중동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초인들을 상대로 용병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 번씩 잿빛 교단에서 내려오는 임무들을 수행한다고.

그 때문에 신유현을 노린 의뢰자가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저 육합창가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블러드 컴퍼니의 용병들이 한국에 입국하고 나서 만난 인물들은 다름 아닌 육합창가의 흑창대였으니까.

“그 외에 잿빛 교단에 대해 알아낸 건?”

신유현은 다시 루베르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블러드 컴퍼니가 잿빛 교단의 상층부가 내리는 명령을 따른다면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있을 터.

“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아냈어요.”

루베르는 붉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확실히 카밀라는 잿빛 교단에 대한 여러 정보를 알고 있었다.

잿빛 교단 조직의 구조와 간부 등등.

그리고 잿빛 교단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까지.

하지만,

“정보를 캐내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요.”

“왜?”

“정신에 금제 마법이 걸려 있어서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기에 천천히 풀어야 할 것 같아요.”

“정신에 금제라고?”

루베르의 말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잿빛 교단 놈들이 정보를 발설하지 않기 위해 자살용 독이나 폭탄을 입안에 숨기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정신에 금제 마법까지 걸었을 줄이야.

“네. 그리고 그 말은…….”

“잿빛 교단에서도 중요한 인물이라는 거겠지.”

“저도 그럴 거라 생각해요.”

루베르는 신유현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에 금제 마법 걸 정도인 걸 보면 잿빛 교단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럼 함부로 심문을 할 수도 없겠군.”

신유현은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카밀라에 대한 금제 마법을 알게 된 루베르는 블러드 컴퍼니 용병들을 전부 검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금제 마법을 걸린 건 카밀라 뿐이었으며, 블러드 컴퍼니 용병들은 잿빛 교단에 대한 정보는 단편적으로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직 카밀라만이 잿빛 교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꽤 재밌는 일들을 하고 있던데요?”

“재밌는 일?”

“중동에서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고아원? 용병들이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루베르의 말에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다지 좋은 의도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중동은 전쟁 다발 지역이다.

그런 곳에서 용병대가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니?

그것도 잿빛 교단의 명령을 받는 조직이 말이다.

“무슨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냈나?”

신유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잿빛 교단과 연관되어 있는 만큼 고아원의 아이들을 상대로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실제로 잿빛 교단의 말단 빌런 조직인 철화단이 아이들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하기도 했으니까.

고아원을 통해서 잿빛 교단이 아이들을 실험용 모르모트로 사용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게…….”

루베르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냥 순수한 이유인 것 같았어요. 전쟁에서 부모님을 잃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요.”

“정말 그 목적뿐이라고?”

“네. 적어도 블러드 컴퍼니 용병들이 아이들에게 위해를 가하진 않는 것 같아요.”

루베르는 카밀라나 블러드 컴퍼니 용병들이 아이들을 이용할 생각인 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잿빛 교단에 대한 질문에는 묵묵부답이던 그들이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 결 같이 이야기했으니까.

거기다 루베르는 카밀라를 반쯤 권속화 시키다시피 한 터라 거짓말인지 아닌지 대략 판별이 가능했다.

그에 따라 블러드 용병대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정상적인 사고는 박혀 있다는 건가.”

중동이 어떤 상황인지 신유현은 대략적이나마 알고 있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초인들에 의해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었으니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에서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어린 아이들을 전쟁 도구로 삼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블러드 컴퍼니 용병들을 의심했었는데 아무래도 루베르의 상태를 보니 아닌 모양.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고아원에 대해 조사를 해 봐. 최대한 잿빛 교단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

신유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루베르에게 명령을 내렸다.

“알겠어요. 맡겨 주세요.”

루베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하는 은밀성이 필요한 일은 그녀에게 알맞았다.

루베르와 그녀의 권속들은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뱀파이어였으니까.

“그나저나 잿빛 교단이라…….”

신유현은 집무실 책상을 검지로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잿빛 교단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조직이다.

여러 빌런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데다가, 마수들을 조종하기도 했으니까.

살아 있는 마수들을 대규모로 조종하는 건 금기(禁忌)와도 같은 일.

물론 네크로맨서나 신유현도 마수들을 이용하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 마수들의 시체를 매개로 소환한 언데드들이기에 금기로까지 취급받지는 않았다.

언데드들은 마수와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들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런 이유 때문에 잿빛 교단은 위험지정을 받고 전 세계 헌터협회와 각국 정보기관, 그리고 유명 초인 가문들이 물밑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드디어 잿빛 교단의 꼬리를 잡게 된 것이다.

‘문제는 육합창가가 엮여져 있다는 사실인데…….’

루베르의 보고대로 잿빛 교단이 배후에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육합창가와 잿빛 교단이 서로 손을 잡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육합창가는 대만힌국에서 창술로 점정을 찍고 있는 4대 명가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런 가문이 잿빛 교단과 이어져 있다니?

같은 4대 명가들의 평판에 먹칠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4대 명가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라면 오점을 남기려 하지 않겠지.’

처음 계획대로 자금줄을 압박하며 육합창가를 도발시킨다는 물러터진 방법은 이제 사용하지 않을 터.

바로 쳐들어갈 것이다.

“일단 나도 아버지에게 보고를 해야겠군.”

신유현은 루베르가 알아낸 정보를 가문에 알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날 밤.

현무전에 있던 신유현에게 급보가 날아왔다.

육합창가의 가주이자 뇌격의 창왕, 김명환이 파천검가에 찾아왔다고.

* * *

‘설마 육합창가의 가주가 방문할 줄이야.’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루베르의 보고를 받고 저녁에 보고하자마자 거의 바로 육합창가의 가주가 찾아왔었으니까.

육합창가의 가주 김명환이 무슨 목적으로 찾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정말 급하게 달려왔다는 사실정도는 알 수 있었다.

최소한의 호위 병력이나 무장은 하나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옷도 가주가 착용하는 외출복이라기보다, 가문 내에서 편하게 입고 다니는 평상복이었다.

무슨 중요한 정보를 듣고 헐레벌떡 뛰어왔다는 느낌이 팍 들 정도였다.

그리고 김명환은 곧바로 신성일에게 독대를 신청했고, 신성일과 단 둘이 비밀회의를 시작했다.

아마 흑창대의 습격과 관련된 이야기일 터.

가주들만의 회의는 그날 새벽 늦게까지 계속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해가 뜨기도 전에 김명환은 육합창가로 돌아갔다.

* * *

다음 날 아침.

가주전 회의실.

신성일은 날이 밝자마자 가문의 가신들을 불러서 급하게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육합창가에는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네?”

“그게 무슨?”

가주 신성일의 말에 가신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육합창가에 손을 대지 않겠다니?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육합창가의 자금줄을 압박하기로 했다가, 신유현의 보고로 전쟁을 시작할까 고민하지 않았던가?

“그대들도 알고 있겠지. 어젯밤 육합창가의 가주가 왔다 간 사실을.”

“네. 물론입니다.”

“곱게 보내지 말고 죽여 보냈으면 더 좋았을 테지요.”

신성일의 말에 가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육합창가에 대한 적의를 숨기지 않았다.

육합창가는 파천검가의 적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에 관해서 어제 육합창가의 가주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동맹 관계를 맺게 되었지.”

“네? 동맹이요?”

“육합창가와 동맹을 맺었다는 말입니까?”

뜻밖의 소식에 가신들은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동맹이란 무엇인가?

두 조직이 대등하게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우리 가문을 우습게 보는 놈들과 동맹을 맺으시다니요? 당장 놈들을 쳐도 시원찮을 판에…….”

“맞습니다. 육합창가 놈들에게는 본때를 보여 줘야 합니다.”

가문의 가신들은 적의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육합창가는 흑창대를 동원해 신유현의 목숨을 노렸다.

그 말은 곧 파천검가를 우습게 봤다는 소리였다

왜냐하면 직계들은 가문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신유현이 여전히 기력개방을 하지 못해서 욕을 먹고 있더라도 가문에 소속되어 있다면 가문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소리였다.

가문에서 추방이라도 당하지 않는 한, 외부의 인물이 신유현을 건드리는 건 곧 파천검가를 건드리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신유현은 과거 기력 개방을 하지 못했을 때와는 완전히 입장이 뒤바뀌어 있는 상황.

가주인 아버지의 인정을 받았으며, 가문 또한 신유현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그 때문에 육합창가와 동맹을 맺었다는 가주 신성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라. 말이 동맹이지, 사실상 우리가 위니까.”

“네?”

의아한 얼굴로 반문하는 가신들을 바라보며 신성일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가신들의 등 뒤에서 비서들이 서류를 건네주었다.

“동맹과 조약에 관한 계약서다. 읽어 보도록.”

신성일의 말에 가신들은 서류들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이건…….”

서류를 확인하는 가신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쳐지나갔다.

그건 신유현 또한 마찬가지.

신유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성일을 바라봤다.

“아버지. 정말 육합창가에서 이 조건으로 동맹을 맺었다는 말입니까?”

“그렇다. 내가 창왕을 좀 압박하긴 했지만 말이야.”

신유현의 말에 신성일은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말했다.

어젯밤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긴 시간 동안 회의를 하며 신성일은 육합창가의 가주인 김명환을 제대로 구워삶았다.

애초에 신성일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대의와 명분은 이쪽에 있었고 무력 또한 신성일이 김명환보다 강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김명환은 처음부터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신성일은 아주 유리하게 육합창가와 동맹을 맺을 수 있었다.

모든 조약 상황에서 파천검가가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로 동맹조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이 조건이면 육합창가와 전쟁을 벌이고 이겼을 때 맺을 수 있는 조약에 가까운데…….’

그만큼 육합창가에서 많은 걸 내려놓았다는 의미였다.

파천검가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육합창가와 전쟁을 벌인다면 필연적으로 파천검가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도 지금 조건보다 조금 더 좋은 수준을 요구할 수 있을 뿐.

비록 전쟁에서 이겼을 때 요구할 수 있는 조건보다 낮았지만, 전쟁피해 복구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오히려 더 좋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육합창가에서 내놓은 조건은 동맹체결뿐만이 아니다.”

“네? 이런 좋은 조건의 동맹 말고도 뭔가 더 있습니까?”

육합창가의 동맹만 해도 놀라운데, 이것 말고도 더 있다니?

신성일은 궁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가신들과 신유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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