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87화
마수들이 점령 중인 지역이 탈환되었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전해졌다.
강릉 탈환 작전을 성공한 파천검가가 대대적으로 알렸기 때문이다.
이 소식은 수많은 초인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마수들이 지배하는 지역을 탈환하려면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신유현이 주도로 큰 피해 없이 강릉 탈환에 성공했다.
그 때문에 이 사실은 전 세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이나 유럽, 중동과 남미 등등 마수들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은 상당히 넓었으니까.
그로 인해 세계 각 초인 가문들과 헌터 길드들은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에 어마어마한 보물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릉 내부를 조사하게 되면서 희귀 광물들이 곳곳에 널려 있고, 구하기 힘들고 귀한 영약들까지 자생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 것이다.
지금까지 상시 던전 게이트를 공략하면서, 때때로 발생하는 돌발성 던전 게이트를 공략하던 초인들과 헌터들은 활기를 가지기 시작했다.
마수들이 점령 중인 지역을 공략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바야흐로 던전 게이트의 시대에서, 인류가 잃어버린 터전을 되찾는 탈환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 * *
강릉 탈환을 성공한 다음 날.
파천검가에서는 가문에 속한 초인들만의 연회가 열렸다.
파천검가의 중심인 가주전의 정원에서 연회가 열렸으며 강릉 탈환에 공을 세운 초인들에게 논공행상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최소한의 업무가 가능한 선에서 가문의 초인들에게 짧은 휴가가 주어졌다.
하지만 가문의 수뇌부들은 쉴 수가 없었다.
뒤처리를 해야 할 일이 많았으니까.
마수들에게 탈환한 강릉을 어떻게 운영할 건지 논의도 해야 했지만, 가장 골치가 아픈 일은 육합창가가 신유현을 노렸다는 사실이었다.
가주전 회의실.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창가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야 합니다!”
가문 내에서 대표적인 강경파라고 할 수 있는 청룡전의 부전주 최현복이 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맞는 말입니다. 이번 기회에 창가 놈들을 확실하게 죽여 놓아야 합니다.”
가문의 가신들 중에서 육합창가를 옹호하는 온건파들은 한 명도 없었다.
한마음 한뜻으로 강경하게 육합창가를 없애버리자는 흉흉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가신들은 어떻게 하면 육합창가를 잘 조질 수 있을지 각자 의견을 내놓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회의에 참석한 신유현 또한 육합창가 놈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에 잠겨 있었다.
‘확실히 우환을 남겨둬선 안 되겠지.’
설마 하이브를 공략하고 나왔을 때, 육합창가 놈들이 자신을 처리하러 왔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이번에는 육합창가 놈들과 블러드 컴퍼니 용병들을 제압할 수 있었지만 신유현은 앞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다양한 던전 게이트들과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들을 탈환해야 하고, 무엇보다 게티아 숭배자들인 잿빛교단과 한바탕해야 했으니까.
그러니 그전에 처리해 두는 편이 나았다.
“가주님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가신들이 의견을 내는 게 뜸해지자 가문의 2인자인 신유현의 숙부, 신성현이 신성일을 향해 물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포로를 잡은 녀석들에게 정보를 확보해라. 그 다음 육합창가를 친다.”
“역시.”
거침없는 가주의 방침에 회의실에 있던 가신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 쉽게 끝내면 재미가 없지.”
신성일은 입 꼬리를 치켜올렸다.
회의 중에 육합창가를 조지기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고 신성일은 그중 몇 가지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육합창가는 천천히 말려 죽인다.”
현대 시대에 가문의 초인들을 이끌고 육합창가에 쳐들어갈 수는 없었다.
아무리 이쪽에 대의명분이 있다고 해도 파천검가에서 먼저 육합창가와 전쟁을 시작할 수는 없었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필연적으로 살육전이 일어날 테니까.
그렇게 된다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각국으로부터 파천검가가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파천검가가 쌓아 올린 명성과 명예, 그리고 이미지가 나락으로 간다는 소리였다.
그 때문에 신성일은 육합창가를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말려 죽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럴 경우,
“궁지에 몰리면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되는 법이지.”
신성일은 가신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즉, 육합창가에서 먼저 전쟁을 시작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과연. 그렇군요.”
“확실히 지금이라면…….”
신성일의 말에 가신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을 먼저 일으키면 사회적으로 매장 당한다.
그리고 물리적으로도.
“뭐, 이것도 신유현 덕분이지만.”
신성일은 웃으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육합창가와 냉전을 하는데 유효한 수단은 자금줄을 압박하는 일이다.
이전이었다면 육합창가와 자금 싸움을 하는 건 힘들 수 있었다.
육합창가는 높은 등급의 강한 초인들은 없지만 4대 명가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사업 또한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 때문에 자금만큼은 가장 많았다.
아무리 파천검가가 강자들이 모인 집단이라고 해도 자금 싸움에서는 한 수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제까지 이야기.
강릉을 탈환하면서 파천검가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확보할 수단이 생겼다.
강릉에 잠자고 있는 희귀 광물과 영약들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육합창가를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정말 큰일을 했지요.”
신성일의 말에 가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불과 몇 달 사이 신유현은 가문에 큰 공헌을 했다.
철화단의 습격과 육합창가의 스파이 침투 사건, 그리고 어제 강릉 탈환까지.
신유현이 이룬 업적은 가문의 인정을 받고도 남았다.
실제로 어제 강릉 탈환을 기점으로 신유현의 평판은 수직 급상승했다.
가문 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국내와 전 세계로까지 신유현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니까.
최초로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을 탈환한 인물로 말이다.
“가문의 도움 덕분이죠.”
신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으니까.
강릉에서 벗어나려고 한 수백 마리의 마수를 막아 준 덕분에 서울시는 피해를 받지 않았다.
만약 가문의 도움이 없었으면 서울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민폐와 함께 피해를 끼쳤을 것이다.
“허허허.”
신유현의 듣기 좋은 사탕발림 말에 가문의 가신들은 웃음을 흘렸다.
그때 가신들의 작은 웃음소리 사이로 신성일의 차갑게 가라앉음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배후자만큼은 처벌을 받도록 해야겠지.”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의 습격에는 신유현을 노린 인물이 있었다.
그 인물만큼은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놈은 파천검가의 직계를 노렸으니까.
그건 신유현이 몇 달 전 기력 개방을 하지 못하고 파천검가의 인정을 받지 못하던 때였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신유현은 가문에서 무능아 취급을 받고 있었지만, 가문에 속해 있고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외부에서, 다른 가문이 신유현의 목숨을 노렸다면 가주인 신성일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파천검가의 명예가 걸린 일이었으니까.
“최대한 빨리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내도록.”
“알겠습니다.”
파천검가의 가주, 신성일의 말에 회의실에 있던 가신들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럼 다음 안건은 뭐지?”
파천검가의 가주 신성일은 다음 의제를 물으며 회의를 진행시켰다.
* * *
어제 있었던 강릉 탈환 때문에 오전 회의를 마친 신유현은 현무전으로 돌아왔다.
‘역시 할 일이 많네.’
신유현은 자신의 집무실 의자에 앉아 들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뒤처리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강릉에 있는 희귀 광물을 어떻게 채굴할 것이며, 영약 또한 어떻게 할 건지 정해야 했다.
희귀 광물과 영약들은 보물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문제는 파천검가가 무력 집단에 가깝다는 사실이었다.
파천검가의 주요 사업은 던전 게이트의 공략이었다.
던전을 공략하고 얻을 수 있는 전리품들을 회수해서 헌터 협회나 기업, 정부에 넘겨서 수입을 얻는 식이었다.
그러니 이번에 탈환한 강릉에 있는 보물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를 해야 했다.
오전에 있던 가주 회에서도 주요 안건은 육합창가와 강릉을 탈환하고 얻게 될 보물들에 대한 일이었다.
그리고 강릉에 또 무엇이 있을지 조사를 해야 할 필요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남두그룹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지.’
사업에 관한 건, 파천검가보다 대한민국의 대기업인 남두그룹이 훨씬 나을 터.
그리고 이미 신유현은 남두그룹의 회장인 남현철과 언약을 나눴다.
강릉을 탈환할 경우 투자를 받기로.
아마 조만간 남두그룹의 사업부와 파천검가의 재무를 관리하는 담당부서가 만나 회의를 하게 될 것이다.
‘일단 하나씩 처리해야겠군.’
신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현재 흑천대는 파천검가의 지하 감옥에서 심문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블러드 컴퍼니의 용병들은 감금만 시켜놓았다.
루베르로부터 카밀라가 협조적이라고 연락이 왔었기 때문이다.
‘뭐, 어쨌든 육합창가는 이제 끝났군.’
신유현은 피식 입 꼬리를 치켜올렸다.
가주 회의에서 육합창가를 압박하기로 했다.
이제 육합창가에서 벌이고 있는 모든 사업은 파천검가가 집어삼키게 될 것이다.
강릉에서 얻게 될 자금력을 바탕으로.
‘남두그룹에게 도와달라고 해도 나쁘지 않지.’
육합창가의 사업을 방해하는데 남두그룹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이쪽에는 남두그룹의 회장 남현철의 손녀 남연아가 있었으니까.
거기다 신유현은 앞으로 현무전의 사업 파트너로 남두그룹을 생각하고 있었다.
앞으로 신유현이 얻게 될 전리품은 강릉의 보물들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던전 게이트를 공략하고, 마수들이 점령해 있는 다른 지역들을 탈환할 계획이었다.
그로인해 얻게 된 전리품들은 어마어마할 터.
하지만 남두그룹과 남현철 회장이라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우선…….’
잠시 머릿속을 정리한 신유현은 팔을 아래로 내렸다.
“손.”
뀨!
그러자 신유현의 그림자 속에서 까망이가 쑥 튀어나오더니 손바닥에 찰싹 달라붙었다.
“까망이는 오늘도 귀엽네.”
신유현은 손바닥에 붙어 있는 까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말랑말랑하고 시원한 감촉.
뀨웅.
그리고 신유현의 손길에 까망이는 몸을 꼬며 귀여운 울음소리를 흘렸다.
“디아.”
뒤이어 신유현은 디아도 불렀다.
“네! 부르셨나영!”
신유현의 부름에 그림자 속에서 디아가 빙글빙글 돌면서 올라왔다.
신유현은 디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지난번에 얻은 전리품들 좀 꺼내 줘.”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영!”
디아는 자신의 아공간 속에서 주섬주섬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응? 이, 이건 대체?’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디아가 아공간 속에서 꺼낸 물건은 전리품만이 아니었으니까.
전혀 생각지 못한 물건들까지 꺼내서 펼쳐 놓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