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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85화 (185/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85화

촤아악!

순간 하얀 정장 신사에게 시미터를 휘두르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슬림 병사들의 목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와 함께 솟구쳐 오르는 붉은 분수.

쏴아아.

이윽고 붉은 피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쓰레기 같은 하등 생물 놈들.”

하얀 정장 신사는 차가운 눈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슬림 병사들을 바라봤다.

붉은 피가 쏟아졌지만 중년 신사의 하얀 정장에는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았다.

“아…….”

카밀라는 그 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슬림 병사들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슬람 용사들이었다.

대부분이 5성이었으며 6성에 가까운 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목이 날아가 버릴 줄이야.

“힘을 원하나?”

하얀 정장 신사는 바닥에 쓰러진 카밀라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힘.

초인 사회에서 힘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힘이 없으면 무시당하고, 빼앗기고, 버림받고, 희생당하게 된다.

방금 전 카밀라가 그러했듯이.

‘힘이 필요해.’

카밀라는 지키고 싶은 것이 있었다.

전쟁으로 희생당한 여동생과 같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을 지키려면 힘이 필요했다.

그 때문에,

“네.”

카밀라는 하얀 정장 신사가 내민 손을 붙잡았다.

* * *

‘분명 그랬었는데…….’

오래전 기억을 떠올린 카밀라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10년 전, 그날.

하얀 정장을 입은 신사의 손을 잡은 그녀는 강해졌다.

하얀 정장의 중년 신사가 그녀에게 힘을 준 것이다.

그 덕분에 그녀는 아이들을 지킬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카밀라는 하얀 정장의 신사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고, 현재에 와서는 잿빛 교단의 임무도 수행했다.

그녀가 임무에 실패한 경우는 없었다.

오늘까지는.

‘정보가 잘못 되었어.’

잿빛 교단에서 신유현을 요주의 인물로 뽑았다.

신유현 때문에 잿빛 교단의 말단 조직이 괴멸했었으니까.

그래서 신유현을 위험인물로 판단했고 꽤 강한 강자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신유현의 등급을 4성 초인으로 일류급 검사로 판정했다.

그리고 신유현이 데리고 다니는 언데드들이 상당히 강하다고 판단, 잿빛 교단의 강력한 무력 단체인 블러드 컴퍼니에게 임무를 맡긴 것이다.

거기에 육합창가의 정예부대인 흑창대까지 붙였다.

아무리 신유현과 언데드들이 강하다고 해도 과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카밀라는 탐탁지 않았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나이가 어린 신유현을 처리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지난 10년 간 잿빛 교단의 임무들을 수행하며 카밀라는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잿빛 교단의 임무는 다양했지만 대부분이 암살이었다.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임무들 뿐.

그리고 받아들일 수 없는 임무들도 있었다.

미래에 잿빛 교단의 방해가 될 수 있다면서 아이들을 죽이라는 임무도 있었던 것이다.

그 임무를 받은 카밀라는 처음으로 잿빛 교단에 대해 불신을 가졌다.

그래서 반발했지만 묵살되었다.

그 후부터는 유연하게 대처했다.

잿빛 교단의 명령을 따르는 척하면서 암살 대상이 된 아이들을 다른 지역에 이주시키거나, 아니면 자신이 관리하는 고아원에 보낸 것이다.

물론 잿빛 교단 몰래.

신유현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카밀라는 신유현이 인베이전 게이트 사건 때 사람들을 구해 주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신유현을 위험인물이라고 판단한 잿빛 교단과 달리 죽여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신유현을 살려 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다만, 흑창대가 방해였다.

그 때문에 신유현을 제압한 후, 흑창대에게 뒤처리는 자신들에게 맡기라고 할 생각이었다.

자신들이 신유현을 처리하는 것처럼 위장한 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킬 생각이었으니까.

미국식 증인 보호 프로그램처럼 말이다.

그런데…….

‘설마 질 줄이야.’

카밀라는 주변을 둘러봤다.

예상외로 강한 신유현의 소환수들 앞에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는 시작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공룡처럼 생긴 보스급 언데드들에게 당한 게 컸다.

거기다 스켈레톤 드래곤까지.

그뿐만이 아니라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가 경계하고 있던 슈브와 루베르는 예상대로 강한 존재였다.

루베르와 직접 싸워 본 카밀라는 누구보다 실감했다.

일 대 일 결투에서 손도 발도 제대로 쓰지 못했었으니까.

그 결과 흑창대는 물론이고 블러드 컴퍼니까지 신유현의 언데드들에게 제압당하고 포박되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신유현에게 제압당하고 마력으로 이루어진 쇠사슬에 꽁꽁 묶인 박우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설마 자신들이 신유현 한 명에게 패할 줄은 상상도 하지 않았으니까.

‘어리석은 사람…….’

그리고 카밀라는 박우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카밀라를 비롯한 블러드 컴퍼니는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신유현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깨달았으니까.

이곳에 있는 모든 언데드와 신유현의 곁에 있는 여인들 또한 소환수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거기다 신유현과 그의 소환수들은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못했던 하이브 공략을 이루어 냈다.

즉, 사실상 신유현이 가진 1인 전력으로 하이브를 공략하고 자신들까지 제압을 했다는 소리였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현실이었다.

그래서 블러드 컴퍼니는 그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파천검가와 견원지간인 육합창가 소속 흑창대는 인정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우리들을 이겼다고 좋아하지 마라. 어차피 네놈은 후회하게 될 테니까.”

박우진은 으르릉 거리듯 신유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런 박우진 앞에서 신유현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주먹을 쥐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시끄럽네.”

“…….!”

효과는 엄청났다.

시끄럽게 떠들던 박우진의 입이 닫힌 것이다.

“네놈들은 묻는 말에만 답하면 돼.”

신유현은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를 캐볼 생각이었다.

어째서 이 두 집단이 손을 잡게 되었는지 흥미로웠으니까.

특히 블러드 컴퍼니는 중동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용병회사였다.

그런데 어째서 한국에 와서 자신을 처리하려고 한 것일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 볼 필요가 있겠군.’

신유현은 팔짱을 끼고 블러드 컴퍼니의 용병들을 바라봤다.

그때 박우진을 대신해서 흑창대의 부대장인 이승현이 입을 열었다.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다. 강릉에 있는 하이브를 공략하러 온 건 네놈의 실수니까.”

“실수? 뭐가 실수라는 거지? 전부 내 계획대로인데?”

이승현의 말에 신유현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러자 이승현은 만면에 비웃음을 띄웠다.

“우리들은 봤거든. 이곳에 오는 도중 수백 마리의 마수들이 강릉을 벗어나려고 하는 모습을 말이야.”

이승현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아, 그리고 미리 말해 두지만 우리가 본 마수들은 출입로 쪽이 아니다. 마수들은 서쪽이 아니라 북서쪽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으니까.”

강릉에서 서쪽 방향에는 서울로 향하는 출입로가 있었다.

그래서 신유현은 현무전을 그곳에 배치했다.

혹시나 그곳을 통해 마수들이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

그리고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는 남쪽 방면에서 강릉으로 침투했다.

남쪽에 있는 강 주변에는 마수들이 없었다. 강릉의 마수들은 물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남쪽을 통해서 마수들이 내려가는 일은 없었다.

또한,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는 북서쪽을 향해 몰려가는 마수들의 뒷모습을 봤을 뿐이었다.

“머지않아 수백 마리 마수가 서울을 휩쓸 거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겠지. 그건 신유현. 바로 네놈 때문이다. 네놈이 강릉을 탈환하겠다는 욕심을 부린 탓에 마수들이 폭주한 거니까!”

이승현은 신유현을 비웃으며 비난을 퍼부었다.

너 때문에 강릉에 존재하는 강력한 마수들이 서울로 향했다고.

이제 마수들에 의한 대학살이 일어 날 것이라고.

그런 그에게 신유현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그거라면 이미 예상한 일이다.”

마수들이 강릉을 벗어나 서울로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상정해 두었으니까.

“뭐?”

신유현의 말에 이승현과 박우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상외군. 설마 네놈이 일반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줄은 몰랐다.”

“서울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는 것이냐?”

이승현과 박우진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확실히 강릉은 매력적인 곳이었다.

마수들만 없다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노다지였으니까.

그런데 설마 서울 시민이 어마어마하게 죽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강릉을 탈환하려고 했었을 줄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그보다 네놈들의 말이 맞다면 슬슬 시작했을 것 같은데…….”

“뭐?”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신유현의 말에 박우진과 이승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순간,

콰아아아앙!

북서쪽 방면에서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배경으로 신유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말 안했었나? 이번 강릉 탈환 작전에는 가문의 거의 모든 전력을 투입했다.”

“뭐?”

그 말에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강릉에 침투하면서 본 건, 강릉과 서울 사이 출입로 쪽에 파천검가의 검사들이 모여 있는 모습뿐이었다.

그들은 남쪽에 있는 강을 건너서 강릉에 침투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파천검가의 다른 검전 세력들과 마주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강릉의 마수들이 물을 싫어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겠지. 그래서 대부분의 전력을 북쪽에 포위시켜 두었다.”

강릉의 마수들은 물을 싫어하기에 강이 있는 남쪽으로는 내려가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그렇다면 남는 곳은 서쪽과 북쪽 방향 뿐.

그래서 신유현은 청룡전, 백호전, 주작전을 북서쪽 방향을 포위시켰다.

마수들이 강릉을 빠져나가려고 한다면 서쪽에서 북쪽 사이일 테니까.

그리고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에게 쐐기를 박듯 한마디 더 덧붙였다.

“아버지도 함께 하시지.”

신유현은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파천검가의 가주이자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있는 철혈의 검왕, 신성일.

“거, 검왕이 이곳에…….”

신유현의 말에 박우진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 * *

두두두두두!

수많은 마수가 강릉의 북쪽에 있는 산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대부분 4성이었고 5성도 섞여 있는 상황.

하지만 숫자가 많았다.

최소 200마리는 되어 보였으니까.

그리고 쏟아지는 마수들 앞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나를 이용할 줄이야.”

약 200마리에 달하는 마수들 앞에서 사내는 무엇이 즐거운지 유쾌하게 웃었다.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되는 7성 초인이자 검왕이라고 불리는 인물.

파천검가의 가주, 신성일.

그 누구도 신성일에게 명령을 내리거나 일을 시킬 수 없었다.

가주인 신성일은 자신이 해야 하거나, 하고 싶은 일만 선택해서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데 신유현은 그런 신성일에게 일을 시켰다.

강릉에서 마수들이 뛰쳐 나올 경우 막아달라고 뒤처리를 시킨 것이다.

물론 머리를 숙이고 부탁을 했지만.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 신성일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신성일이 신유현의 부탁을 들어주는 게 아닌가?

그 때문에 가문 내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났었다.

“이번에는 어떤 선물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하마, 아들아.”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마수들을 바라보며 신성일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직후,

슈아아아아악!

200마리에 달하는 마수들이 도륙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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