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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83화 (183/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83화

박우진과 카밀라는 이를 악물었다.

신유현 곁에 있던 여인들.

슈브와 루베르가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남민혁에게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었지만, 멀리서도 심상치 않은 기세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하이브에서 신유현이 혼자 나왔을 때는 속으로 안도했다.

자신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들이 사라져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설마 그녀들이 신유현의 그림자 속에서 튀어 나올 줄이야.

“대체 어떻게…….”

박우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간에 그녀들은 신유현의 그림자 속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모양.

‘남민혁, 이 망할 놈이…….’

슈브와 루베르가 그림자 속을 드나든다는 정보는 전해 듣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들이 남민혁에게 전해들은 신유현의 초인 등급은 약 4성 정도.

하지만 지금 신유현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절대 4성이 아니었다.

아무리 못해도 최소 5성은 되어 보였다.

거기다 남민혁에게서 전해듣지 못한 새로운 보스급 소환수, 디아블로 케라톱스와 언데드 벨로시랩터, 그리고 6성급 제노사이드 렉스까지.

그 때문에 박우진과 카밀라는 흑창 대원 한 명이 말했던 것처럼 환장할 노릇이었다.

남민혁이 전해 준 신유현에 대한 정보들 중에서 다른 점이 많았으니까.

‘돌아가면 놈을 족쳐야겠군.’

박우진은 남민혁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물론 그건 박우진이 무사히 돌아갔을 때 이야기였지만.

* * *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박우진과 카밀라는 신유현의 소환수들과 전투를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신유현의 소환수들은 여유롭게 흑챙대와 블러드 컴퍼니의 대원들을 제압 해내갔다.

두두두두두!

“크아아아악!”

디아블로 케라톱스의 돌진에 흑창대는 속절없이 튕겨 날아갔으며,

휘리릭! 퍼버버벅!

“크아아악!”

언데드 벨로시랩터의 꼬리치기에 블러드 컴퍼니 대원들이 나가떨어졌다.

‘좋지 않아.’

박우진의 얼굴은 어두웠다.

예상보다 신유현의 소환수들이 만만치 않다고 느꼈기에 고전할 거라 사실은 각오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설마 이 정도까지 손도 발도 쓰지 못할 줄이야.

보스급 소환수들 앞에 흑창대는 속절없이 당하고 있었다.

‘그냥 일반적인 보스 마수들이었다면 이 정도까지 당하진 않았겠지.’

박우진은 이를 악물었다.

놀랍게도 보스급 소환수들은 체계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서로 연계했다.

그 때문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크아아아아아!

6성급 보스급 소환수 제노사이드 렉스가 흑창대를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큭!”

“모, 몸이……!”

제노사이드 렉스의 포효에 흑창대원들의 움직임이 멎었다.

공기를 진동시키는 포효.

그 속에 깃든 6성 보스의 어마어마한 살기에 몸이 경직되어 버린 것이다.

한순간 움직임이 멈춘 흑창대원들.

그 틈을 노리고 흑창대원들 사이를 예니체리들과 레어급 이상의 무기로 무장한 스켈레톤들, 그리고 데스나이트들이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다.

“컥!”

“크헉!”

흑창대원들은 둔탁한 충격을 받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 또한 배리어 코트로 무장을 하였기에 치명상은 입진 않았지만, 강렬한 일격을 맞고 나가떨어진 것이다.

“계속 할 텐가?”

그때 박우진은 옆에서 들려오는 섬뜩한 목소리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어, 어느 틈에…….’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

언제부터인가 약 2미터 거리에 신유현이 다가와 서 있었으니까.

그리고 신유현이 말을 걸기 전까지는 다가온 줄도 몰랐다.

“당연한 걸 묻는 군. 네놈을 쓰러트리기 전까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박우진은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신유현을 노려봤다.

그런 그의 모습에 신유현은 피식 웃었다.

“흥. 같잖은 체면 때문에 오기를 부리는 건가?”

“오기라고? 네놈 때문에 우리 가문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아는가? 그 책임을 지겠다면 물러나 주마.”

“지랄하고 자빠졌네.”

박우진의 말에 신유현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먼저 시작한건 네놈들이 아닌가? 감히 우리 가문의 구역에 몰래 부동산을 사들이고 비밀 거점을 만드려고 했으니 말이야. 책임은 당연히 네놈들이 져야지.”

“네놈만 아니었으면 몰랐었을 일이다. 네놈 때문에 우리들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알고 있나? 4대 명가로서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졌고 사업도 실패하게 되었지.”

박우진은 신유현을 향해 이를 갈며 말했다.

육합창가에서 파천검가의 구역에 개입한 사실을 신유현이 밝혀 냈다.

그로 인해 육합창가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4대 명가가 정해놓은 불가침 조약을 위반했을 뿐만이 아니라, 김상철 일가에게 협박을 하고 무엇보다 어린 소녀에게 저주까지 걸었었으니까.

그 때문에 육합창가의 명예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거기다 파천검가의 가주인 신성일 또한 이 일을 문제 삼아 육합창가를 탈탈 털었다.

명예와 체면, 금전적인 손해까지.

육합창가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모든 일의 원흉인 신유현을 처리할 생각으로 육합창가의 정예부대인 흑창대를 투입한 것이다.

신유현을 처리해 버리기 위해서.

“그러니까 전부 내 탓이다?”

“그렇다. 네놈만 아니었으면 모든 게 잘 풀렸을 테니까.”

박우진은 신유현을 죽일 듯한 눈빛으로 노려봤다.

신유현만 아니었다면 육합창가는 당초 계획대로 파천검가가 활동하는 수원에 비밀 거점을 만들고 정보를 뽑아내고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 파천검가를 앞지르기 위해서.

“하. 진짜 염치도 없는 새끼들이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신유현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박우진을 바라봤다.

박우진의 뻔뻔함에 어이가 없었다.

잘못은 자기들이 했으면서 남 탓을 하는 꼴이라니.

“하여간 쳐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저렇게 뻔뻔하고 자신들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놈들은 좀 쳐 맞아야 한다.

그래야 정신을 차리니까.

더 이상 이야기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신유현은 자세를 낮췄다.

이미 강체술은 발동 중이었고,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나의 파동으로 인해 DF 코트 자락이 흩날렸다.

쾅!

신유현은 지면을 박차며 박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레바테인에 흑염을 피어 올리면서.

“올 테면 와 봐라!”

이에 맞서 박우진도 1.5미터 길이의 창을 치켜들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 직후 눈 깜짝할 사이에 파천검가의 보법을 펼치며 박우진 앞에 도착한 신유현이 레바테인을 휘둘렀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삼식(三式), 격멸(擊滅)!

바람을 가르며 검은 화염이 불타오르는 검을 향해 박우진은 육합창법의 초식을 펼쳤다.

육합창법(六合槍法),

일식(一式), 화광충천(火光衝天)!

육합창법의 가장 기본적인 일점 지르기이자 연속 공격의 시작이 되는 초식이다.

잠시 후 신유현의 레바테인과 박우진의 유니크 무기인 흑월창이 서로 격돌했다.

투훙!

“커헉!”

박우진은 흑월창을 통해 전해지는 충격파에 비명과 함께 숨을 토해 냈다.

육합창법 일식, 화광충천은 일점 지르기로 고도의 숙련자일수록 상대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었다.

실제로 박우진은 레바테인의 검날에 정확히 창끝으로 찌르며 들어갔다.

일반적이라면 격돌한 순간 그대로 흑월창이 검날을 파고들며 쪼개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신유현이 시전한 파천검법 삼식, 격멸은 상대에게 충격파 공격을 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박우진은 레바테인에서 발생한 충격파 때문에 흑월창을 더 이상 찌르지 못하고 비명을 토하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여, 역시 4성 따위가 아니군.”

충격파로 인해 내상을 입었는지 박우진은 입에서 피를 내뱉었다.

초식적으로 파천검법이 위라고 해도, 신유현이 4성이었으면 5성인 박우진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박우진의 의도대로 레바테인이 두 조각났었을 수 있었다.

“그것 참 미안하네.”

박우진의 말에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확실히 하이브에 들어가기 전, 신유현은 4성이었다.

하지만 하이브 중감 지점에서 마수들을 잡고 획득한 소울 포인트들을 정산하면서 5성을 돌파했고, 지금은 중급이 되었다.

그에 반해 박우진은 5성 하급 정도.

4대 명가들 중에서 규모는 가장 크지만 이렇다 할 만한 실력자가 없는 육합창가에서 5성 하급이면 손가락 안에 들지만 신유현의 발 아래였다.

삼식 격멸로 뒤로 밀려난 박우진을 향해 달려들며 신유현은 재차 레바테인을 휘둘렀다.

카앙! 캉! 캉!

이번에도 격멸로 인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지만 박우진도 멍청하지 않았다.

충격파에 대항할 수 있는 초식을 펼치며 신유현의 공격을 튕겨 낸 것이다.

화르륵!

하지만 흑염까지는 막을 수 없었던 모양.

“크윽!”

검은 화염이 흑월창에 옮겨 붙으며 박우진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박우진 또한 마나를 끌어올리며 저항했다.

그 또한 배리어 코트를 장비하고 있었으니까.

“아직이다!”

박우진은 투지를 불태웠다.

육합창가의 정예부대 중 하나인 흑창대의 대장으로서 질 수 없었다.

박우진은 공격 자세를 잡으며 신유현을 노려봤다.

흑월창에서 오러가 피어오르며 날카로운 창기가 맺혀들었다.

그 때문에 흑월창의 창날이 커졌다.

그만큼 공격 범위가 넓어진 것.

거기다 박우진의 팔과 다리에 마나가 집중되어 갔다.

박우진이 절창으로 불리는 이유.

그건,

스윽!

일순 박우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육합창법(六合槍法),

비기(祕技), 17연격(十七連擊)

슈슈슉!

음속에 가까운 상대를 난도질 하는 육합창법의 비기 중 하나.

17연격에 당한 상대는 그야말로 피투성이가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절창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의 실력을 인정하는 초인들은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음속창이라고.

불과 0.5초 동안 상대를 열일곱 번 공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를 발동합니다.]

쾅!

박우진이 신유현에게 달려드는 순간, 어마어마한 기파가 터져 나왔다.

그 속에서 신유현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박우진을 바라봤다.

확실히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달려드는 박우진은 인식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는 일정시간 동안 모든 능력을 향상시킨다.

그리고 반사 신경이나 속도 또한 마찬가지.

그렇기에,

까가가가가가강!

자신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박우진의 17연격을 신유현은 하나하나 레바테인으로 쳐 내 버렸다.

“마, 말도 안 돼!”

박우진은 놀란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17연격은 큰 반동을 각오하고 사용하는 필살의 기술.

17연격을 사용하고 나면 팔과 다리의 근육과 혈관은 찢겨져 나가고 뼈에 금이 생길 정도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하지만 17연격은 지금까지 수많은 강자를 꺾어 왔고 강력한 마수들도 버텨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신유현에게 어느 정도 피해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막아 냈을 뿐만이 아니라, 자신과 똑같이 검으로 일일이 쳐 낼 줄이야!

털썩!

17연격을 사용한 박우진은 반동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여전히 신유현은 멀쩡히 박우진을 내려다보고 있는 상황.

“별거 아니군.”

“크윽!”

신유현의 말에 박우진은 모멸감을 느끼며 얼굴을 붉혔다.

자신이 가진 회심의 한수이자 긍지가 부정당한 것이다.

그런 그에게 신유현은 비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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