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73화
‘설마 이 타이밍에 공격을 해 올 줄이야.’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제노사이드 렉스를 노려봤다.
스켈레톤 드래곤을 그림자 공간에서 꺼내자마자 예상치 못한 기습을 당했다.
제노사이드 렉스가 소환 타이밍에 맞춰서 브레스를 쏠 줄은 미처 몰랐으니까.
하지만 신유현에게는 A급 스킬, 분할 사고가 있었다.
그 덕분에 제노사이드 렉스가 공격을 해 왔을 때, 빠르게 불사왕의 마법을 발동시켰다.
하얀 뼈로 이루어진 장벽, 본 월을 스켈레톤 드래곤 앞에 전개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제노사이드 렉스가 쏜 브레스와 본 월이 충돌하면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새까만 폭연이 터져 나왔지만, 다행스럽게도 스켈레톤 드래곤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비록 반파에 가까운 큰 피해를 입어서 허물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본 월은 형태를 이룬 채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아!
그때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본 월 너머에서 제노사이드 렉스의 괴성이 들려왔다.
그 직후 검은 연기를 헤치며 나타난 제노사이드 렉스가 본 월과 격돌했다.
쾅!
이미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던 본 월은 순식간에 박살이 나 버렸다.
그리고 제노사이드 렉스는 그대로 스켈레톤 드래곤을 들이박으려고 했다.
하지만 스켈레톤 드래곤 또한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았다.
퍼억!
자신의 어깨를 내밀며 제노사이드 렉스의 몸통박치기를 받아 낸 것이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서로 부딪친 스켈레톤 드래곤과 제노사이드 렉스는 반동을 이용해서 뒤로 물러났다.
쩍!
그 순간 스켈레톤 드래곤의 어깨뼈에 살짝 금이 갔다.
‘역시 저놈이 더 위인가.’
제노사이드 렉스는 덩치도 더 크고, 등급도 더 높았다.
스켈레톤 드래곤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
그때 제노사이드 렉스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쿵!
지면까지 박찬 제노사이드 렉스는 살짝 뛰어오르며 눈 깜짝할 사이에 스켈레톤 드래곤 앞까지 도약해 왔다.
그리고 달려드는 기세 그대로 오른 팔을 휘두르며 스켈레톤 드래곤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억!
그 일격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스켈레톤 드래곤의 고개와 함께 몸통이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갔다.
하지만 스켈레톤 드래곤도 지지 않고 제노사이드 렉스의 턱 밑에 왼팔을 뻗어서 휘둘렀다.
퍽!
그러자 제노사이드 렉스의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갔다.
스켈레톤 드래곤과 달리 살짝 돌아갔을 뿐이었지만.
이윽고 스켈레톤 드래곤과 제노사이드 렉스는 서로 주먹을 날리며 싸우기 시작했다.
둘 다 어마어마한 크기를 가진 괴수들이었기에 서로 펀치를 날릴 때마다 공기가 떨리고 지면이 흔들렸다.
잠깐 동안 둘은 물러서지 않고 주먹을 주고받았다.
쿠궁! 쿠궁!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스켈레톤 드래곤이 밀려났다.
제노사이드 렉스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물러난 것이다.
뼈로 이루어진 스켈레톤 드래곤의 머리와 턱에 실금이 많이 생겨나 있었다.
제노사이드 렉스도 머리에서 초록색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크워어어어어!
제노사이드 렉스는 스켈레톤 드래곤이 뒤로 물러나자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때 신유현이 외쳤다.
“스켈레톤 드래곤! 아이언 본 테일!”
크롸롸롸롸!
신유현의 외침에 답하듯 스켈레톤 드래곤은 포효성을 길게 지르며 빠르게 몸을 돌렸다.
강철처럼 단단한 꼬리를 달려들고 있는 제노사이드 렉스를 향해 휘두른 것이다.
퍼어억!
크워어억!
어마어마한 회전력이 실린 스켈레톤 드래곤의 꼬리가 얼굴을 치자 제노사이더 렉스는 비명 같은 괴성을 지르며 잠시 비틀비틀 거렸다.
“이어서 몸통 박치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신유현은 재차 스켈레톤 드래곤에게 명령을 내렸다.
스켈레톤 드래곤은 모든 체중을 실어서 제노사이드 렉스를 들이받았다.
퍼억!
카운터 공격을 당해서 비틀거리고 있던 제노사이드 렉스는 태클까지 당하자 뒤로 밀려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지려고 했다.
휘리릭! 탁!
하지만 어떻게든 꼬리로 지면을 지탱하며 균형을 잡더니 꼿꼿이 일어섰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으로 스켈레톤 드래곤을 노려봤다.
크아아아아아!
분노에 찬 어마어마한 괴성.
키이잉!
그 직후 제노사이드 렉스의 등에 돋아나 있는 지느러미에서 검붉은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제노사이드 렉스의 벌어진 입에서 불길하기 짝이 없는 혼돈의 기운이 모여들고 있었다.
“브레스를 쏘려고?”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제노사이드 렉스보다 먼저 스켈레톤 드래곤이 브레스를 쏠 태세에 들어가 있었으니까.
우우웅!
스켈레톤 드래곤의 입 앞에는 이미 상당한 크기의 푸른빛의 구체가 생겨나 있었다.
투확! 슈아아아아악!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저 같은 푸른 광선이 제노사이드 렉스를 향해 쏘아졌다.
어둠을 가르는 한 줄기 푸른 별빛.
S급 고유스킬, 스타라이트 블루 스트림!
공간을 가르며 쏘아지는 스타라이트 블루 스트림이 제노사이드 렉스를 집어삼키려는 찰나!
제노사이드 렉스의 입에서 검붉은 불길이 화염방사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S급 고유스킬, 제노사이드 버스터!
콰아아아앙!
제노사이드 렉스 스타라이트 블루 스트림과 제노사이드 버스터가 충돌하면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스타라이트 블루 스트림과 제노사이드 버스터는 사라지지 않고 서로 맞붙은 상태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스켈레톤 드래곤이 먼저 공격을 한 덕분에 조금 더 우세했다.
스타라이트 블루 스트림이 제노사이드 렉스의 바로 입 앞까지 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조금씩 제노사이드 버스터의 검붉은 불길이 스타라이트 블루 스트림을 밀어내고 있었다.
결국 한 등급 차이를 메꿀 수 없었던 모양.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스켈레톤 드래곤의 필패였다.
크아아아아아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제노사이드 렉스는 길게 포효하며 스타라이트 블루 스트림을 더욱 더 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우웅!
우우웅!
제노사이드 렉스의 양 옆에서 좀 떨어진 곳에 새로운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내 소환수는 스켈레톤 드래곤뿐만이 아니지.”
신유현은 씩 미소를 지었다.
슈브와 루베르는 다른 5성 보스 마수들을 상대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른 소환수들도 이전 전투 때문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잠깐 동안 도움을 받는 거라면 괜찮았다.
“케이론! 초진동 파동포!”
제노사이드 렉스의 오른편에 케이론을 소환한 신유현은 명령을 내렸다.
우우웅!
그러자 케이론은 마나를 끌어 모으며 고유스킬을 발동하기 위한 준비태세에 들어갔다.
이어서 신유현은 재차 입을 열었다.
“헤비 아머 앤트! 매그넘 블래스터!”
제노사이드 렉스의 왼편에는 4성 보스급 헤비 아머 앤트를 소환한 상황.
그리고 신유현의 명령에 헤비 아머 앤트는 등에 장착하고 있는 2문의 포신에서 마나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론과 헤비 아머 앤트는 임계 상태에 다다랐다.
“쏴라!”
번쩍! 슈아아아아악!
아직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은 탓인지 평소보다 위력이 떨어져 보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충분했다.
현재 제노사이드 렉스는 스켈레톤 드래곤의 스타라이트 블루 스트림을 밀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양 옆에서 케이론과 헤비 아머 앤트가 고유스킬로 강력한 일격을 날린 것이다.
아무리 6성 보스 제노사이드 렉스라고 해도 상당한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을 터.
즈즈증!
순간 제노사이드 렉스는 양팔을 좌우로 들더니 붉은빛의 마나장벽을 만들어 냈다.
콰앙!
그 직후 초진동 파동포와 매그넘 블래스터가 붉은빛의 마나장벽과 부딪쳤다.
“이걸 막아 낸다고?”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제노사이드 렉스는 양 옆에 마나장벽을 전개하더니 초진동 파동포와 매그넘 블래스트를 막아 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나서야 되나?’
신유현은 허리에 차고 있는 레바테인을 꽉 움켜쥐었다.
현재 다른 소환수들은 휴식 중이기도 했고, 이 이상 그림자 공간에서 현세에 소환수들을 불러낸다면 마나를 꽤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바에 차라리 신유현이 나서서 흑염으로 일격을 먹이는 편이 최소한의 마나소모로 제노사이드 렉스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힘의 균형을 조금만 건드려도 소환수들이 훨씬 더 유리해질 테니까.
그렇게 생각을 한 신유현은 자세를 낮추며 강체술을 발동하려고 했다.
그 순간,
슈아아아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밀리고 있던 스타라이트 블루 스트림이 이제 오히려 제노사이드 버스터를 밀어내고 있는 게 아닌가?
크아아아아아!
제노사이드 렉스는 악에 받친 듯 괴성을 내질렀다.
“힘이 딸리기 시작했나보군.”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케이론과 헤비 아머 앤트를 투입한 건 잘못되지 않았다.
둘의 공격을 막아 내는 모습을 봤을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었을 뿐이었다.
스켈레톤 드래곤을 상대하고 있어야할 힘을 일부 빼서 돌려막아 냈었기에 결국 밀려 버린 것이다.
슈아아아악!
스켈레톤 드래곤과의 힘 싸움에서 밀려버리자 스타라이트 블루 스트림이 빠르게 제노사이드 렉스를 향해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제노사이드 렉스가 있는 장소에서 일어났다.
스타라이트 블루 스트림의 폭발에 초진동 파동포와 매그넘 블래스터도 함께 폭발한 것이다.
그 때문에 제노사이드 렉스를 중심으로 폭염과 폭연이 치솟아 올랐다.
“폭발이 생각보다 꽤 크네.”
세 마리의 소환수들이 가진 강력한 스킬들의 합동 공격이었기에 예상보다 상당히 큰 규모의 폭발이 일어났다.
아무리 6성 보스 제노사이드 렉스라고 해도 과연 버텨 낼 수 있을까.
신유현은 눈앞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폭염과 폭연을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눈앞에 제노사이드 렉스를 처치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직 살아 있는 건가?”
크워어어어어!
신유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 폭연 속에서 제노사이드 렉스의 포효가 울려퍼졌다.
[6성 보스 제노사이드 렉스가 페이즈 3 모드를 발동합니다.]
“페이즈 3?”
갑작스럽게 떠오른 메시지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페이즈 2도 아니고 갑자기 3이라니.
하지만 금방 상황을 눈치 채고 입 꼬리를 치켜올렸다.
‘페이즈 2를 넘어서 페이즈 3을 발동해야할 정도로 피해를 입었나보군.’
보스 중에서도 일부만이 페이즈 2 모드를 발동시킬 수 있다.
그리고 페이즈를 발동시키는 트리거는 남은 생명력이다.
50% 이하가 된다거나 20% 이하가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생명력이 일정 이하가 되면 발동하는 식이었다.
그중에서 극히 드물게 페이즈 2 이후를 발동시키는 보스가 존재하며 아무래도 제노사이드 렉스가 그런 모양.
그리고 페이즈 2를 넘어서 갑자기 페이즈 3까지 발동시켰다는 건 제노사이드 렉스가 상당히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반증했다.
크아아아!
잠시 후 폭연을 뚫고 제노사이드 렉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제노사이드 렉스는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양 팔은 전부 날아가 버렸으며, 턱 또한 절반이 사라지고 없었으니까.
살아 있는 게 기적에 가까웠다.
그때 신유현의 눈앞으로 믿을 수 없는 시스템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페이즈 3 파이널 셀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