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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71화 (171/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71화

“흠.”

신유현은 대부분의 언데드 병력을 하이브 입구에 포진시키고 왔다.

퇴로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하이브 주변에 있던 마수들을 전부 정리하긴 했지만, 강릉 전체에 존재하는 마수의 숫자는 여전히 많았으니까.

그 때문에 하이브 밖에서 다른 마수들이 들어올 수도 있었다.

‘소수 정예로 빠르게 하이브를 공략해야 돼.’

하이브가 아무리 넓다고 해도 스켈레톤 군단 전체를 데리고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소수정예 파티로 신유현의 곁에는 세븐 아크스 세 명과 까망이, 그리고 디아의 호위로 붙여 준 백랑 복슬이뿐이었다.

물론 그 까망이의 그림자 공간 속에는 신유현이 준비해 둔 비장의 수단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말이다.

“마스터. 기분이 안 좋아여.”

하이브에 들어오자마자 디아가 몸을 떨며 말했다.

“그러네.”

신유현은 몸을 떨고 있는 디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디아는 조금 전보다 진정된 표정을 지으며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확실히 기분 나쁜 곳이군.’

신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피부 점막으로 막혀 있는 하이브 입구를 흑염으로 불태우고 들어선 내부는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넓은 복도 같은 통로에는 살덩어리들로 이루어진 천장과 벽, 바닥이 반겨 주었으니까.

그리고 내부는 의외로 어둡지 않았다.

벽에서 은은하게 붉은 핏빛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마수의 뱃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야.”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에요.”

신유현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뒤에서 슈브가 웃으며 답했다.

그 말에 신유현은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두두두두!

“마중이 오나 보군.”

어두운 통로 저편에서 복도를 울리며 붉은 빛들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이브 내부에 존재하는 마수들이었다.

<5성 마수 트리케라이노>

날렵한 몸에 사족보행을 하는 마수.

몸길이는 최소 3미터는 넘었으며, 너비는 1미터 정도 되어 보였다.

그리고 강철처럼 단단한 머리 깃이 뒤로 쭉 뻗어 있었는데, 머리와 목을 비롯한 상체를 보호하는 갑주처럼 보였다.

그뿐 아니라 머리에는 거대한 뿔 세 개가 돋아나 있었다.

그 모습은,

“트리케라톱스랑 비슷하게 생겼네.”

강철방패 같은 머리 깃과 세 개의 뿔을 앞세우고 달려오고 있는 모습은 트리케라톱스와 코뿔소를 합쳐 놓은 것 같았다.

“까망아.”

뀨!

신유현은 조용한 목소리로 까망이를 불렀다.

그러자 신유현의 어깨 위에 올라타 있던 까망이는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며 답하더니 이내 그림자를 앞으로 쭉 늘렸다.

이윽고 까망이의 그림자 속에서 보스급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스슥!

<4성 헤카톤 하이퍼 비틀, 케이론>

그림자 속에서 코카서스와 헤라클레스를 합친 듯한 모습인 케이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우웅!

<5성 아이언 골렘>

이어서 중장갑으로 무장한 아이언 골렘이 구동음을 흘리며 나타났다.

<4성 보스 헤비 아머 앤트>

마지막으로 검은색 키틴질로 이루어진 중장갑 개미처럼 생긴 헤비 아머 앤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까망이의 그림자 속에서 등장한 거대한 보스급 소환수 세 마리의 모습은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세 마리를 소환하자 하이브의 복도가 좁아 보일 정도로 통로를 꽉 채웠다.

콰앙!

이윽고 트리케라이노와 소환수들이 서로 격돌했다.

트리케라이노의 돌진력이 얼마나 강한지 육중한 몸체를 가진 케이론과 아이언 골렘, 헤비 아머 앤트들이 뒤로 수 미터나 밀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환수들은 트리케라이노들의 돌진을 막아 냈다.

그 상태로 소환수들과 트리케라이노들은 서로 몸을 맞닿은 채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깡! 까강!

특히 트리케라이노 한 마리와 케이론은 거대한 뿔을 서로 맞부딪치며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뿔과 뿔이 좌우로 맞부딪치며 하이브 복도에서 굉음이 울려 퍼질 정도였다.

까득!

그리고 서로의 뿔이 맞붙더니 힘을 주기 시작했다.

힘 싸움에 들어가자 케이론이 유리해졌다.

일단 체급에서부터 차이가 났으니까.

케이론은 몸길이가 5미터 정도였지만, 트리케라이노는 3미터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케이론이 밀리기 시작했다. 트리케라이노들의 숫자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케이론과 맞붙고 있는 트리케라이노의 뒤를 다른 트리케라이노들이 힘을 보태 주기 시작하자 조금씩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케이론 초진동파!”

우우우웅!

신유현의 외침에 케이론의 뿔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쩍! 콰지직!

크아아아아!

그러자 케이론과 뿔을 맞대고 있던 트리케라이노가 고통스러운 괴성을 내질렀다.

케이론의 초진동파를 버티지 못하고 트리케라이노의 뿔에 금이 크게 가면서 부러졌기 때문이다.

“좋아. 그대로 밀어붙여!”

신유현은 재차 케이론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에 케이론은 뿔이 부러져버린 트리케라이노를 향해 달려들었다.

최대한 몸을 숙이고 뿔을 아래로 들이밀면서.

푸욱!

이윽고 케이론은 뿔이 부러진 트리케라이노의 몸 아래로 자신의 길고 큰 뿔을 쑤셔 박아 넣었다.

부웅!

그리고 이내 케이론은 몸을 뒤로 젖히며 뿔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트리케라이노의 거구가 들썩이더니 뒤로 뒤집어져 버리는 게 아닌가?

케이론의 한판 뒤집기가 트리케라이노에게 작렬한 것이다.

크아아아아!

케이론의 뿔에 의해 뒤집혀진 트리케라이노는 괴성을 지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한 마리를 처리한 케이론은 재차 남아 있는 트리케라이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초진동 충각돌진을 발동하면서.

그리고 그 옆에서는 아이언 골렘이 각각 한 손으로 트리케라이노 두 마리의 돌진을 막고 있었다.

기긱! 기기긱!

그 때문에 아이언 골렘은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언 골렘이 상대하고 있는 트리케라이노 두 마리의 뒤에 다른 트리케라이노들이 딱 붙어서 밀고 있었으니까.

사실상 아이언 골렘이 상대하고 있는 트리케라이노들은 네 마리였다.

그렇게 돌진하는 트리케라이노 두 마리의 뿔을 각각 한손으로 잡고 버티는 아이언 골렘을 본 신유현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디아.”

“넹!”

신유현의 부름에 디아는 활짝 웃으며 쪼르르 달려와서 품속으로 뛰어 들어왔다.

“부르셨어영? 마스터.”

디아는 신유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모습에 신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디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어인 골렘에게 버프 좀 걸어 줘.”

“넹!”

신유현의 말에 디아는 귀엽게 대답을 하더니 이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세븐 아크스, 어둠의 성녀 디아가 근육 고양이의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버전의 고양이 춤.

4성으로 성장한 디아는 이미 다양한 버프를 발생시키는 고양이 춤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전반적인 신체능력이나 공격력을 올려 주는 2단계 고양이 춤으로 언데드들에게 전체 버프를 걸어 주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지금처럼 단일개체에게 힘만을 상승시켜 주는 고양이 버프 춤도 있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그 효율은 전체 버프보다 훨씬 더 높았다.

부웅!

디아가 근육 고양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트리케라이노들을 막고 있던 아이언 골렘의 팔이 번쩍 들렸다.

당연히 아이언 골렘이 뿔을 움켜잡고 있던 트리케라이노들의 몸도 따라서 번쩍 들렸다.

그러자 아이언 골렘이 들어 올리고 있는 트리케라이노 두 마리 밑으로 다른 트리케라이노 두 마리가 밀려들어왔다. 뒤에서 힘을 보태 주던 트리케라이노들이었다.

쾅! 쾅! 쾅! 쾅!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이언 골렘은 들고 있던 트리케라이노들을 내려찍기지 시작했다.

크아아악!

디아의 버프로 어마어마하게 힘이 늘어난 아이언 골렘은 트리케라이노들을 내려치면서 피떡으로 만들어 버렸다.

키이잉!

그때 아이언 골렘 옆에서 헤비 아머 앤트가 마나를 집속시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비 아머 앤트는 육중한 키틴질로 이루어진 생체 중장갑으로 무장한 걸어 다니는 탱크나 다름없었다.

비록 이동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방어력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트리케라이노들의 돌진을 막아 내면서 등에 장착된 생체마력포에 마나를 집속시킬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투확! 슈아아아아악!

이윽고 헤비 아머 앤트의 생체마나포, 매그넘 블래스터가 불을 뿜었다.

푸른빛의 마나포가 트리케라이노들을 향해 날아든 것이다.

지이이잉!

어둠을 가르는 한 줄기 푸른빛은 트리케라이노들을 집어삼켰다.

그뿐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쏘아지면서 하이브 내부의 바닥과 천장을 한차례 훑고 지나갔다.

콰콰콰콰쾅!

이윽고 매그넘 블래스터가 지나간 자리에 폭발이 일어났다.

크워어어어어어!

그리고 아득히 먼 곳에서 무언가 고통스러워하는 괴성이 들려오면서 하이브 내부가 요동쳤다. 바닥과 벽, 천장이 몇 차례 꿀렁댄 것이다.

“이건…….”

요동치는 바닥 때문에 균형을 잡던 신유현은 눈을 빛냈다.

하이브 내부가 공격받자 고통스러운 괴성이 멀리서 들려왔다.

그렇다면,

스르릉.

신유현은 허리에 차고 있던 레바테인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강체술과 흑염을 발동시키며 레바테인을 벽에 박아 넣었다.

푹!

화륵!

‘흠.’

신유현은 벽에서 레바테인을 뽑았다.

흑염이 벽 전체로 번지면서 불타올랐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만약 조금 전 신유현이 레바테인을 찔러 넣었을 때도 같은 반응이 일어났다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었다.

하이브 자체가 살아 있는 마수일 확률이 높았으니까.

‘하이브 내부와 연결되어 있었나.’

아무래도 조금 전까지 하이브 내부와 어떤 마수가 연결되어 있었던 모양.

아마 하이브 퀸일 테지.

[축하합니다! 당신의 소환수가 5성 마수 트리케라이노를 처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그리고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보스급 소환수들의 활약으로 트리케라이노들이 처치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럼 안으로 더 들어가 볼까?”

그렇게 마수들이 쓰러지자 신유현은 소환수들을 이끌고 하이브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하이브 내부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마수들의 습격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오는 동안 케이론과 아이언 골렘이 열일을 해 주었다.

때때로 루베르도 참전해서 마수들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이브 내부로 들어간 신유현 일행은 어느덧 거대한 공터 같은 공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는…….”

신유현은 눈앞을 바라봤다.

거대한 사각 형태의 공간.

키르르.

케엑! 켁켁!

그곳에 약 스무 마리 정도 되는 마수가 모여 있었다.

“이건 뭐 공룡들 집합소인가?”

마수들의 모습을 확인한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대부분의 마수가 육식 공룡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어차피 마수들은 개성적이고 기괴한 생김새를 가진 개체들이 많았기에 문제 될 건 없었다.

하지만,

“어?”

신유현은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5성 보스 마수, 카오스 랩터>

<5성 보스 마수……>

“미친.”

다시 한 번 마수들을 자세히 확인한 신유현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최소 20마리는 넘는 마수들.

놀랍게도 그들 모두 보스급들이었던 것이다.

“역시 하이브라는 건가?”

신유현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설마 하이브 퀸을 만나기도 전에 이만한 보스들을 만나게 될 줄이야.

던전으로 치면 중간 보스일 테지.

옆에서 슈브가 부드러운 미소로 신유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어떻게 하긴. 뚫고 지나가야지.”

그녀의 말에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답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신유현은 소환수들과 함께 보스 마수들 무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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