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70화 (170/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70화

강릉 진입로 입구.

그곳에 현무전의 주력이 대기 중이었다.

“흠. 예상대로 몰려나오는군.”

현무전의 부전주, 최정훈은 전방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강릉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입구 쪽에서 4성과 5성 마수들이 달려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주님의 걱정대로네요.”

최정훈의 옆에서 인사부장 이연화가 30센티는 되어 보이는 긴 담뱃대를 입에서 떼고 연기를 길게 내뿜은 후 말했다.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현대적인 디자인의 퓨전 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퓨전 한복은 마정석을 때려 박아서 특수 주문 제작한 배리어 코트의 일종이었기에 전투용으로도 충분히 쓸 만했다.

“여기서 막으면 되는 일 아닙니까?”

이연화의 말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깐깐한 인상의 사내, 재정관리부장 김재현이 안경을 밀어 올리며 답했다.

본래 그는 약간 통통한 체형에 가까웠었지만 지금은 어딘가 조금 핼쓱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거기다 신유현이 시간 역행을 하고 난 후 처음 만났을 때보다 이마가 조금 넓어 보였다.

“아무 일 없이 막아 냈으면 좋겠군요.”

눈앞에서 달려오는 마수들을 바라보며 김재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유현이 계속 일을 벌이고 다니는 탓에 뒷수습은 항상 그의 몫이었다.

그렇다고 신유현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신유현이 뭔가를 해 오면 항상 현무전에 이익이 돌아왔으니까.

그 때문에 과거 시간이 널널 했던 예전 생활이 그리웠다.

지금은 현무전이 발전하고 있는 탓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남아 있는 거 아닌가?”

김재현의 말을 받아치며 답하는 인물이 있었다.

왼쪽 눈에 길게 세로로 찢어진 자국이 남아 있는 사내.

현무검대 대장, 최한성.

검은 군복 같은 코트를 입고 있는 40대 초반의 사내로 현무검대를 통솔하는 대장이며 불과 얼마 전 4성 최상급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었다.

이곳에 있는 네 명이 현무전을 운영하는 핵심 간부들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외에도 현재 현무전의 주요 간부들인 현무전 내에서 적탑을 이끄는 이채화나 금궁대 대장 김성훈, 그리고 아티팩트를 연구 개발하는 남연아가 있긴 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현무전을 관리해 온 인물들은 이 네 명이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현무전의 상태는 더욱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이 맞다. 그래서 지금까지 준비를 해 왔지.”

최정훈은 전방을 바라봤다.

이미 전방은 현무검대원들이 마수들과 맞붙고 있었다.

총 48명의 현무검대원들.

‘대체 어떻게 이런 일들을 해낸 것인지.’

문득 전주인 신유현을 떠올린 최정훈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신유현이 처음 가문의 지명 의뢰를 받았을 때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기력 개방도 하지 못한 무능한 직계를 가문에 계속 있게 할 수 없었으니까.

가문의 명예는 물론 까닥 잘못하면 신유현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파천검가의 본가는 마굴이나 다름없는 곳이었기에.

그래서 지명 의뢰를 완수하지 못했을 시, 본가에서 추방하기로 결정이 난 것이다.

그런데.

‘설마 지명 의뢰를 완수해 버릴 줄이야.’

최정훈은 쓴웃음을 지었다.

신유현의 만행은 단순히 지명 의뢰를 완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기력 개방을 하지 못한 1성인 줄 알았는데, 사실 이미 2성이 되어 있었으며 혼자서 2성 보스를 잡아 버렸으니까.

본래라면 2성 초인이 3명에서 5명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은 혼자서 해 버린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현무전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그날 이후 신유현이 변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현무전 또한 점차 변화해갔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정말 많은 게 달라졌다.

여섯 명이 한 팀씩 3검대까지 밖에 없었던 현무검대가 지금은 2팀씩 4검대까지 늘어났다.

스무 명도 되지 않던 현무검대원들이 이제는 무려 48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정도 규모면 24인 레이드 던전을 뛰는데도 여유로웠다.

‘이미 포기하고 있었는데…….’

기울어져만 가는 현무전을 바라보며 최정훈은 신유현에 대해 모든 걸 놓아버렸다.

대부분의 문하생들이 검전을 선택할 때, 현무전은 기피했으니까.

거기다 다른 검전 또한 적극적으로 재능 있는 문하생들을 빼갔기에 현무전은 쭉정이들밖에 받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신유현이 가문에서 쫓겨나기만을 기다리며 최대한 현무전을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현재 현무검대원들은 다른 검전 못지않았다.

기존에 있던 대원들을 빡세게 훈련시켰고 그 결과 다들 등급이 몇 단계씩 상승했으니까.

애초에 파천검가는 아무나 문하생들을 받지 않는다.

아무리 문하생 중에서 능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파천검가가 아닌 다른 곳이었다면 나름 인정받는 인재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신유현의 활약 덕분에 문하생들 중에서도 재능 있는 인원들을 충원 받기도 했다.

그중에는 놀랍게도 이정훈 패거리들도 있었고, 다른 검전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던 문하생들의 교관 4성 최하급 검사 최현성도 있었다.

현재 최현성은 1검대 소속으로 들어간 상태이며, 이정훈 패거리들은 4검대에 소속되었다.

그리고 현무전에서 달라진 건 검대뿐만이 아니었다.

새롭게 금궁대와 적탑까지 추가되었으니까.

그 모든 준비 끝에 현무전은 강릉을 탈환하러 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는 우리들이 사수한다!”

최정훈은 검을 빼들며 마수들과 싸움을 시작한 현무검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그 말에 이연화와 김재현, 최한성 또한 각자 자신의 무기를 뽑아들었다.

슬슬 현무검대원들만으로는 상대하기 힘들 정도로 마수들이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최정훈은 빠른 속도로 현무검대원들을 향해 경공을 펼치며 달려 나갔다.

키햐아아악!

<5성 마수, 클레이돌>

3미터 크기의 인간형에 가까운 몸체이나 비정상적으로 상체가 컸기에 상대적으로 하체가 작아 보였다.

하지만 인간이랑 비교했을 때 하체 크기는 비슷했다.

부웅!

이윽고 클레이돌은 눈앞에 있는 인간을 향해 거대한 팔을 치켜 들었다.

“망할.”

그 앞에 있는 인물, 현무 2검대 대장 이대영은 자신을 향해 거대한 주먹을 내려치고 있는 클레이돌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본래 3검대 대장이었던 그는 3성 던전 아라크네 둥지에서 철화단의 습격을 받은 이후 이를 악물고 수련했다.

그 결과 3성 최상급에서 4성의 경지에 발을 들이 밀 수 있었다.

4성 최하급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마저 넘어서 하급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

그 성과를 인정받은 이대영은 3검대 대장에서 2검대 대장이 되었다.

쾅!

이대영은 재빨리 대검의 옆면으로 자신을 향해 주먹을 내려치는 클레이돌의 공격을 막아 냈다.

“큭!”

묵직하게 내려치는 무거운 일격.

순식간에 이대영의 발은 아스팔트 바닥을 뚫으며 지면 속으로 파고들었다.

비록 방어를 하긴 했지만 강체술을 발동하고 있지 않았다면 전신의 뼈가 박살 났을 테지.

부웅!

순간 클레이돌의 두 번째 공격이 이대영이 들고 있는 대검을 향해 날아들었다.

‘젠장! 연속으로 두 번 막는 건 힘든데.’

이미 전신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기에 이대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다음 공격을 기다리고 있을 뿐.

그 순간 이대영은 등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스아악!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 위를 뛰어넘더니 그대로 클레이돌을 깔끔하게 두 조각을 내버리는 게 아닌가?

그 모습에 흠칫 놀란 이대영은 자신과 클레이돌 사이로 뛰어내리며 대검을 내려친 인물을 바라보더니 화색이 만연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부전주님!”

이대영을 구해 준 인물은 다름 아닌 최정훈이었던 것이다.

“괜찮은가?”

“네. 아직 버틸 만합니다.”

최정훈의 물음에 이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순간,

스르륵.

분명 최정훈이 두 조각을 냈던 클레이돌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게 아닌가?

“성가시군.”

하얀 점토 같은 몸을 가진 클레이돌이 다시 합쳐지는 모습을 바라본 최정훈은 한 차례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시 대검을 치켜들었다.

현무전의 검사들은 대부분 현무검법을 사용한다.

현무검법의 특징은 방어적이고 무거운 일격이었다.

즉,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다가 틈이 생기면 카운터로 무겁고 날카로운 일격을 날리는 검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무검법이 꼭 이렇게 방어적이지만은 않았다.

현무검법들 중에는 공격적인, 아니 패도적인 초식들도 있었으니까.

푹!

최정훈은 클레이돌의 가슴에 대검을 찔러 넣었다.

현무중검(玄武重劍)

육식(六式) 살폭(殺爆)!

쾅!

순간 최정훈이 찔러 넣은 대검에서 오러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현무중검의 후반부 초식들 중에서 패도적인 공격력을 가진 육식, 살폭.

상대의 내부를 폭발시켜서 큰 피해를 입히는 패도적인 초식이었다.

그리고 클레이돌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클레이돌이 두 조각이 나도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는 몸 안에 코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어는 상체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최정훈이 두 조각을 냈을 때도 코어는 무사했다.

하지만 살폭으로 인해 몸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난 클레이돌의 상체는 산산조각이 났다.

당연히 코어 또한 산산조각이 날 수밖에 없었다.

[5성 마수 클레이돌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이윽고 최정훈의 눈앞에 클레이돌을 처치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제 못 살아나나 보군”

최정훈은 산산조각이 난 클레이돌의 파편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봤다.

같은 식구인 파천검가의 사람이라면 모를까, 마수들이나 적이라고 판단된 인물들에게는 가차 없었다.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 주었으니까.

그 때문에 최정훈 또한 철화단과 게티아 숭배자 놈들을 증오하고 있었다.

그놈들 때문에 가문의 사람들이 희생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철화단의 간부들이나 게티아 숭배자 놈들의 심문을 도와주기도 했다.

키에에에엑!

키햐아아악!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괴성에 최정훈은 앞을 바라봤다.

처음 달려들었던 마수들은 거의 처리가 완료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마수들이 강릉을 벗어나기 성난 모습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거주지가 침략 받았다는 생각에 빡쳐서 튀어나온 것일 터.

“무슨 숫자가…….”

이대영은 질린 눈으로 달려오는 마수들을 바라봤다.

분명 전주인 신유현이 어마어마한 숫자의 마수들을 정리했었다.

그럼에도 강릉을 떠나 대한민국 초인들의 도시, 서울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드려는 마수들의 숫자는 여전히 많았다.

쿵!

최정훈은 현무검대원들 앞에서 대검을 지면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대검과 함께 꼿꼿이 선 채로 소리쳤다.

“주군의 명령이다! 단 한 마리도 이곳을 지나가게 하지 마라!”

우우우웅!

그 말에 현무검대원들은 전신의 기운을 다시 끌어올렸다.

그러자 현무검대원들의 기운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어마어마한 기세를 발했다.

키익?

키에엑?

갑작스럽게 전방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세에 마수 중 일부가 주춤 거린 순간,

뒤에서 쫓아오던 다른 마수들에게 짓밟혔다.

그 덕분에 현무검대원들을 향해 달려들던 마수들의 진형 일부가 무너졌다.

키아아악!

순식간에 마수들 진영은 아수라장이 되면서 괴성이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콰앙!

마수들 진영 중 일부가 터져 나갔다.

“최진성인가?”

그 모습에 최정훈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후방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최진성이 마수들을 저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저격의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작은 폭발이 일어나면서 마수들 몇 마리가 찢겨져 나갔다.

슈슈슈슉!

그뿐만이 아니라 금궁대의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고작 열두 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무검대원들의 머리를 넘어서 날아드는 화살들의 숫자는 어마어마했다.

최소 백 발은 되어 보였으니까.

아직 끝이 아니었다.

화르륵!

수많은 화살들이 지나가고 바로 이어서 현무검대원들의 머리 위에 온갖 불꽃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채화를 시작으로 적탑의 마법사들이 캐스팅을 마치고 공격 마법을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금궁대의 수많은 화살들과 적탑의 마법들이 마수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잠시 후,

콰콰콰콰콰콰콰쾅!

어마어마한 폭음과 괴성이 강릉 진입로 근처에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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