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69화
남두그룹 본사, 전략기획실.
“파천검가가 강릉에 진입했다고 합니다.”
남두그룹의 전략기획 실장이자 장남인 남민혁의 보좌관이 보고를 해 왔다.
“결국 시작했나.”
자신의 개인 사무실에서 보고를 받은 남민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남현철 회장에게 신유현이 강릉을 탈환하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리고 얼마 전 파천검가에서 강릉을 탈환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언론을 통해 공표까지 했다.
정확한 탈환 날짜까지 밝히진 않았지만 관련 업계들은 알고 있었다.
바로 오늘 파천검가가 강릉을 탈환하러 간다고.
“상황은 어떻지?”
“보고에 의하면 탈환대는 이미 강릉 내부로 진입했다고 합니다. 후방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파천검가의 전력을 남겨두었다고 하더군요.”
“기어이 마굴로 들어갔군.”
남민혁은 혀를 찼다.
강릉이 어떤 곳인가?
수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수들이 점령해 있는 장소였다.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 장소인지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런데 정말 강릉을 탈환하겠다고 들어 가 버릴 줄이야.
“괜찮을까요?”
남민혁 실장의 보좌관, 이영철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일로 강릉에서 마수들이 뛰쳐나오지 않을까 걱정되었으니까.
“일이 잘못되면 책임은 파천검가가 진다면서?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가주가 직접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나?”
“네. 그렇지요.”
이영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릉 탈환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파천검가의 가주이자 검왕인 신성일이 직접 움직여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4대 명가 중 하나인 만큼 파천검가의 전력은 상당하다.
거기다 검왕이라고 불리는 파천검가의 가주인 신성일이 직접 움직인다고 했으니 강릉의 마수들이 뛰쳐나온다고 해도 어느 정도 피해를 억누를 수 있을 터.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있는 신성일의 힘은 소름끼칠 정도로 강했으니까.
거기다 파천검가의 가주 직속인 정예들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뭐, 실제로 마수들이 뛰쳐나올지도 알 수 없는 일이고.’
사실 강릉을 건드릴 경우 마수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마수들이 움직이지 않고 계속 강릉에 계속 머물러 있거나.
아니면 뛰쳐나오거나.
어쨌든 둘 중 하나인 건 분명했다.
‘오히려 마수들이 뛰쳐나오면 고마운 일이지.’
남민혁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릉에서 마수들이 뛰쳐나온다면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경기도 동쪽 지역이나 만독가문이 관리하는 남양주가 피해를 크게 입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남민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었으니까.
‘서울 중심부만 무사하면 돼.’
남민혁은 속으로 씩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마수들이 뛰쳐나온다고 해도 자신이 있는 서울의 중심부는 안전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피해가 크기를 바랐다.
그래야 파천검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 또한 커질 테니까.
‘파천검가가 비난 받으면 내가 남두그룹을 확실히 휘어잡을 수 있지.’
파천검가를 향한 비난이 클수록 신유현에게 투자를 하겠다는 남현철 회장과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남연아를 끌어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남두그룹의 1인자가 될 수 있을 터.
그뿐만이 아니다.
‘육합창가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겠지.’
남민혁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얼마 전 파천검가와 육합창가 사이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지 않은가?
황혼의 대장장이라고 불리게 되는 김상철 일가와 관련해서 육합창가는 큰 손해를 입었다.
육합창가의 이미지와 명예가 실추되었으며 금전적인 피해도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이 일로 파천검가의 가주인 신성일이 육합창가를 가루가 되도록 까 버렸다.
그 때문에 육합창가의 후계자인 김이신은 파천검가와 신유현에게 이를 갈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직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고 말이야.’
남민혁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파천검가에서 벌이고 있는 강릉 탈환이 실패한다면 조직에서도 좋아할 것이다. 육합창가나 조직은 어떻게 해서든 파천검가를 파멸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까.
만약 강릉 탈환에 실패한다면 파천검가를 끌어내리는 좋은 구실이 될 터였다.
‘그놈도 실패한다면 살아서 돌아오진 못할 테지.’
남민혁은 입가에 비웃음을 지었다.
강릉 탈환에 실패하면 파천검가는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강릉에 존재하는 마수들의 숫자는 어마어마하니까.
그뿐만이 아니라 탈환대에 속해 있는 신유현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터였다.
수많은 마수에게 갈기갈기 찢길 테지.
“어쨌든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겠군.”
“네.”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영철을 바라보며 남민혁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만약 신유현이 강릉 탈환에 성공한다고 해도 결과는 정해져 있지. 그녀라면 임무를 완벽하게 완수할 테니까.’
강릉은 신유현의 무덤이 될 것이다.
이미 그렇게 되도록 남민혁이 손을 써두었으니까.
조직과 육합창가의 힘을 빌려서.
* * *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신유현은 혀를 내둘렀다.
강릉 입구에 진입한 후, 5성 보스 자이언트 엘더 센티피드를 처리하고 하이브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강릉 내부에 돌입을 시작한 것이다.
이미 수많은 마수가 몰려올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수가 훨씬 더 많았다.
“아직 스탬피드 현상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많을 줄은…….”
신유현은 눈앞을 바라봤다.
적어도 수백 마리가 넘는 마수들이 폐허가 된 도시에 널브러져 있었고 스켈레톤 솔져 또한 바닥에 수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스켈레톤 군단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스켈레톤 솔져뿐이었으면 밀려드는 마수들을 상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리빙 데드 스킬 덕분에 어떻게든 물리칠 수 있었다.
거기에 보스급 소환수인 케이론이나 아이언 골렘의 힘도 컸다.
그렇게 몰려드는 마수들을 쓰러트린 끝에 신유현은 강릉의 중심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게 하이브인가.”
신유현은 눈앞을 바라봤다.
본래라면 고층 빌딩들이 있었어야 할 장소는 완전 초토화가 된 채 공터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부에 하이브로 보이는 거대한 무언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공장 같은 건물.
꿀렁꿀렁.
다만 건물의 외벽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체의 살덩어리 같은 기괴한 모습이었다.
즈즈증!
거기다 건물 중심에는 검붉은 빛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혼돈의 마나였다.
하이브에서 추출한 혼돈의 에너지가 상공으로 쏘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저건…….”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이브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전 삶에서는 하이브 근처에도 가 보지 못했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마수가 하이브를 지키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하이브 상공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으며, 그 바로 아래에 믿을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다.
“게이트…… 라고?”
던전 게이트나, 인베이전 게이트는 차원의 균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신유현의 눈앞에 있는 게이트는 직경이 10미터나 될 정도로 컸으며 거대한 원형이었다.
“게이트는 처음 보시나요?”
“음. 저런 게이트는 처음 봐. 하이브 상공에 저런 게 있을 줄은…….”
오른 쪽에서 들려온 슈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신유현은 게이트를 올려다봤다.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은 인류가 인공위성으로 내려다보며 감시를 했다.
하지만 특정 구역은 인공위성으로 볼 수 없었다.
바로 하이브가 있는 위치였다.
항상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저 에너지는 대체…….”
신유현은 하이브에서 쏘아지고 있는 검붉은 빛을 바라봤다.
불길하면서도 강렬하기 짝이 없는 마나의 기운.
“행성에서 뽑아낸 에너지를 혼돈의 에너지로 바꾼 거예요.”
“행성 에너지를 뽑아낸다고?”
왼쪽에서 들려온 루베르의 말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카오스 세계의 존재들이 마수들을 보내는 최종 목적이기도 하지요. 행성과, 그곳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생명력과 마나를 흡수하기 위함이니까요.”
슈브는 신유현을 바라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마수들이 촉수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 생명력과 마나를 흡수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흡수한 생명력과 마나는 혼돈의 에너지로 바꿔서 카오스 세계로 보내게 된다.
다름 아닌 하이브를 통해서.
그뿐만이 아니라 하이브는 행성에서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뽑아내서 혼돈의 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었다.
“마수들이 하이브를 생성하는 이유는 혼돈의 에너지를 카오스 세계로 보내기 위함이에요. 그리고 하이브가 생겨나면 자체적으로 행성 에너지를 뽑아내기 때문에 주변은 죽음의 땅으로 변해 버리죠.”
하이브는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생성되며 오랜 세간에 걸쳐서 성장한다.
그리고 행성 에너지를 뽑아낼 정도로 커지면 주변은 죽음의 땅이 된다.
거기다 하이브를 관측하기도 힘들었다. 인공위성으로 보려고 해도 하이브 상공에는 먹구름이 끼어서 볼 수 없었으니까.
“문제는 하이브 주변에 인지 저해 마법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에요.”
“인지 저해 마법이라고? 어쩐지 그래서였나.”
슈브에 이어서 루베르가 부가적인 설명을 하자 신유현은 납득한 표정으로 하이브를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이브에서는 검붉은 혼돈의 기운이 상공으로 쏘아지고 있었다.
저 정도의 규모라면 멀리서라도 보여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강릉에 진입하고 나서도 보지 못했다.
하이브가 보이는 장소까지 가까이 오고 나서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가 방금 전 루베르가 말한 인지 저해 마법 때문인 모양.
“그럼 저 게이트는…….”
신유현은 하이브에서 쏘아지고 있는 혼돈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는 거대한 원처럼 생긴 게이트를 바라봤다.
“저건 에너지 전이 게이트에요. 카오스 세계로 보내지고 있지요.”
“뭐? 그럼 저 게이트를 통해서 카오스 세계와 이어져 있다는 소리야?”
“네. 하지만 괜찮아요. 이곳에서 에너지를 일방통행으로 밖에 보낼 수 없으니까요.”
“그래?”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한시름 놓은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큰 전이 게이트가 카오스 세계와 이어져 있다면, 저쪽에서 이쪽으로 마수들이 넘어올지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에너지만 일방통행으로 보낼 수 있는 모양.
‘이전 삶에서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군.’
사실 신유현이 하이브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단편적이었다.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에 하이브가 존재하고, 그곳에 퀸이 존재하며 머지않아 필드 스탬피드가 발생한다는 사실정도였다.
에너지 전이 게이트나, 하이브에서 혼돈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신유현은 물끄러미 슈브와 루베르, 그리고 디아를 바라봤다.
“이 사실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네. 물론이죠.”
“그럼 말해 줘도 되지 않았나?”
“물어보시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리고 이미 알고 계신 줄 알았어요.”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웃으며 답했다.
초대 불사왕과 함께 마수들을 상대해온 슈브는 당연히 혼돈의 에너지나, 전이 게이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유현이 묻지 않았기에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뿐.
“아무튼…….”
신유현은 강릉에 생겨난 하이브를 바라봤다.
이미 하이브 주변에 있던 마수들은 전부 정리해 두었다.
이제 남은 건, 하이브를 공략하는 것 뿐.
“진입한다.”
신유현은 소환수들을 이끌고 하이브를 향해 들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