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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62화 (162/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62화

“앞으로 며칠이 지나면 강릉에서 스탬피드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뭐?”

신유현의 말에 신성일은 드물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신유현이 말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강릉에서 스탬피드 현상이 일어난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지금까지 그런 일이 있었다는 보고는 없었는데…….”

순식간에 회의실이 시끄러워졌다.

대부분 믿을 수 없다는 소리가 많이 나왔다.

실제로 지금까지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스탬피드 현상이 발생한 일은 없었으니까.

“신유현. 그 말이 정말이냐? 스탬피드 현상이 일어난다고?”

“네.”

놀란 표정으로 반문하는 신성일의 물음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 스탬피드와 마찬가지입니다. 마수의 수가 많아지면서 뛰쳐나오게 되는 것이죠. 지금까지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스탬피드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던전과 달리 지역이 넓고, 마수들의 숫자가 천천히 증가해 왔기 때문입니다.”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은 꽤 넓었다.

그리고 던전의 마수들은 증가폭이 빠르지만, 점령 지역의 마수들은 천천히 증가해 왔다. 하이브에서 조금씩 생산되어 나왔으니까.

그 덕분에 스탬피드 현상이 오랜 세월 동안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지역별로 편차가 존재하긴 했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최초로 던전 게이트가 나타난 시기는 현재로부터 약 79년 전인 1943년이었다.

‘1943년에 있었던 비밀 실험 때문에 던전 게이트가 생겨났지.’

1943년.

필라델피아의 어느 한 해군 조선소에서 프로젝트 레인보우라는 비밀 계획이 발동했다.

테슬라 코일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하여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 해군 스텔스 함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미국 해군 호위구축함 엘드리지 함을 대상으로 실행한 실험은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테슬라 코일에 의한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하면서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 것까지는 계획대로였다.

하지만 갑자기 엘드리지 함 주위에 푸른 스파크가 발생하면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실험을 주관하던 과학자들은 엘드리지 함이 사라져 버리자 깜짝 놀라며 실험을 중단했다.

그러자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

테슬라 코일의 자기장 발생 장치를 껐음에도 불구하고 엘드리지 함이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실험을 중단한 지 약 10분이 지나자 다행히 엘드리지 함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여기저기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으니까

마치 걸레를 쥐어짠 듯 엘드리지 함의 선수와 선미가 강한 힘으로 뒤틀려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함 내부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일부 벽이나 기둥, 바닥이 융합해 녹아내려 있었고 승조원의 피가 흩뿌려져 있었으니까.

또한, 그 어디에도 승조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시체조차 없었다.

대신, 승조원들이 아닌 다른 기괴한 무언가가 엘드리지 함 내부에 있었다.

괴성을 흘리며 등과 어깨에 징그러워 보이는 촉수를 하늘하늘 피어올리고 있는 존재들.

지구상에 최초로 마수가 등장한 것이다.

그 당시 마수들도 마나 장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재래식 병기는 통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필라델피아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차원의 균열이 깨지면서 마수들이 넘어오기 시작했고, 언제부터인가 던전 게이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마수가 지구를 침략해 오면서 인류의 생활권은 축소되어 갔다.

필라델피아를 시작으로 마수들이 점령하기 시작한 지역들이 늘어났으니까.

‘그리고 각성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지.’

마수들의 등장한 지 1년이 다 되어 갈 때쯤, 각성자들이라고 불리는 초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인들은 마수들을 상대로 싸우기 시작했으며, 그때부터 격투기를 시작으로 각종 무술들과 마법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

서양에서는 다양한 마법들이 발전되었고 동양에서는 무술들이 발전되었다.

수십 년 동안 대 마수용으로 개발된 다양한 무술들이 정립되면서 수많은 무술 가문이 나타났다가 사라져갔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고 각 무술 가문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에서는 4대 무술 명가가 등장했다.

그러는 동안 마수들 또한 착실히 세력권을 늘려나갔다.

세계 각지에서 던전들이 생겨났고, 스탬피드 현상으로 마수들이 뛰쳐나와 주변을 초토화시키며 점령했다.

그 후 이제 수십 년이 지나 마수가 점령한 강릉에서 필드 스탬피드 현상이 발생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세계 각지의 다른 점령 지역에서도 필드 스탬피드 현상이 일어나려 하고 있을 터.

아니, 어쩌면 이미 일어났지만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마수들이 점령 지역을 확장한 경우도 일종의 필드 스탬피드 현상이었으니까.

“머지않아 강릉에서 마수들이 뛰쳐나올 겁니다. 그리고 서울을 노리겠죠.”

이전 삶에서 그랬듯이.

그 당시 강릉에서 일어난 필드 스탬피드 현상으로 마수들은 강원도 전체를 집어 삼키게 된다.

강릉에서 강원도까지 세력 확장을 한 것이다.

그 이후는 당연하게도 서울 수도권 지역이 마수들의 타깃이 되었다.

마수 입장에서 초인들은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으니까.

‘이전 삶에서는 피해가 참 컸었지.’

강원도를 점령한 마수들은 그 기세를 살려서 서울 수도권 일대까지 치고 들어왔다.

당시 남양주 시를 무대로 활동하는 4대 명가 중 하나 만독가문이 마수들을 막으려 했었다.

하지만 이미 그때 마수들의 숫자는 압도적이라고 할 만큼 어마어마했다.

적어도 수천 마리는 되었으니까.

당연히 만독가문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상황.

그래서 뒤늦게나마 나머지 4대 명가와 다른 가문의 초인들, 그리고 헌터들이 합류했지만 서울 동쪽 지역 일대는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이라면 최소한의 피해로 막을 수 있을 테지.’

필드 스탬피드 현상이 발생하면 마수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필드 스탬피드 현상이 발생하는 숫자까지는 천천히 증가하다가, 그 이후에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필드 스탬피드 현상으로 발생한 마수들의 숫자와 비교한다면 비교적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금이라면 가문의 힘을 빌려서 어떻게든 강릉을 점령한 마수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신유현. 네 말은 잘 알겠다. 그런데 이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냐?”

‘드디어 올 것이 왔군.’

아버지, 신성일의 말에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신유현이 알고 있는 건, 이전 삶에서 겪어 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걸 말해 줄 수 없기에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건 슈브 덕분이죠.”

“이후는 제가 설명해 드리겠어요.”

신유현의 말에 등 뒤에 웃으며 서 있던 슈브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저는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마수와 오랫동안 싸워 왔습니다. 그래서 마수들의 생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요.”

“그건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지난 백 년간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스탬피드 현상이 발생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슈브의 말에 청룡전의 부전주인 최서준이 반박했다.

그는 파천검가의 장남이자 청룡전의 전주 신철민의 가신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그 말에 슈브는 매혹적이지만 가소롭다는 미소로 입을 열었다.

“고작 백 년 따위로?”

“뭐, 뭣?”

슈브의 미소에 최서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작 백 년 따위라니.

인류의 지난 백년의 역사는 마수들과의 투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걸 고작 백년이라며 무시할 줄이야.

“저는 여러분들이 모르는 다른 세계에서 마수들과 싸워 왔습니다. 그 기간만 해도 여러분들의 역사와 비교한다면 몇십 배는 되지요.”

“며, 몇십…….”

슈브의 말에 회의실에 있던 친족들과 가신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수천 년이라는 시간을 마수들과 싸워 왔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리고 그 말에 신유현 또한 슈브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신유현의 시선에는 슈브의 나이가 대체 몇 살일까라는 의문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슈브는 신유현의 시선을 그저 미소를 지으며 받아넘겼다.

“제 경험에 의해서도 조만간 강릉에서 필드 스탬피드가 일어날 거예요. 그리고 전 세계의 마수들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도요.”

“흠. 전 세계 각지라…….”

“정말로 필드 스탬피드가 일어난다는 말인가…….”

슈브의 말에 친족들과 가신들은 놀란 표정으로 숨을 삼켰다.

슈브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 던전뿐만이 아니라 마수들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도 한 번씩 소탕을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래야 마수들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필드 스탬피드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제 말을 믿고 안 믿고는 여러분들의 마음이겠지만요.”

슈브는 가주전 회의실에 있는 가문의 친족들과 가신들에게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해야 할 말들은 전부 다 했다.

슈브가 전한 말은 파장이 컸다.

가문의 친족들과 가신들은 각자 다른 반응을 보이며 이야기를 나눴다.

여전히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드는 사람.

슈브의 말이 일리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

그리고 슈브의 말이 사실이라면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사람.

그렇게 열띤 대화를 나누던 친족들과 가신들은 결국 최종적으로는 한 곳으로 시선이 모였다.

7성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검왕이자 파천검가의 주인인 신성일에게로.

신성일이 어떤 결단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방침이 정해질 테니까.

신성일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댄 채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신성일은 눈을 뜨며 회의실에 모여 있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입을 열었다.

“나는…….”

* * *

가문의 회의가 끝나고 약 3일 후.

‘이게 가주의 힘인가?’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가주인 신성일이 결단을 내리자 모든 일이 빠르고 매끄럽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신유현에게 필요한 모든 물품과 준비가 빠르게 끝났다.

그 결과 신유현이 생각했던 계획보다 일주일 단축시킬 수 있었다.

신유현은 높은 언덕 위에서 강릉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신유현의 물음에 옆에서 최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최진성은 신유현의 옆에서 바닥에 엎드린 채 PGM 헤카테 3의 스코프로 강릉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최진성의 시선 끝에는 폐허가 된 도시 같은 강릉의 도로 위에서 평화롭게 활보하는 마수 무리가 있었다.

<4성 마수 카오스 버팔로>

전반적으로 물소와 비슷하지만 좀 더 날렵한 모습인 마수들.

모든 마수가 그렇듯 카오스 버팔로들의 등에도 기분 나쁜 촉수들이 하늘하늘 거리고 있었다.

“쏴.”

“네.”

신유현의 명령에 최진성은 대물 저격총 PGM 헤카테 3의 탄창에 마나 속성을 부여한 후 방아쇠를 당겼다.

쾅!

이윽고 PGM 헤카테 3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파천검가에서 강릉을 탈환하기 위한 첫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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