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61화
혼돈의 알 요리를 먹는다니…….
뱃속에서 혼돈의 카오스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이거 정말 먹을 수 있는 건가?”
“네. 일반 알 요리와 다를 바 없답니다.”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상냥한 미소로 답했다.
“오히려 건강에 좋아요.”
“마스터. 빨리 먹고 싶어영!”
혼돈의 알 요리를 바라보며 루베르와 디아는 눈을 빛냈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신유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든 문제는 없는 모양.
“알았어.”
결국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계란말이처럼 만들었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치킨이랑 알 요리에는 까다로운데.”
과연 입맛에 맞을 것인가.
신유현은 음식 카드 위에 있는 기본적인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 혼돈의 알 요리를 먼저 맛봤다.
‘음?’
적절한 짠 맛과 함께 코를 시원하게 뚫는 후추 향.
그리고 알 요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육즙이 흘러나오는 담백한 맛!
‘마, 맛있네?’
생각보다 혼돈의 알 요리는 맛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근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민첩이 소폭……]
“어?”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놀랍게도 혼돈의 알 요리를 먹자 신체능력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능력치의 수치가 변할 정도로 늘어난 건 아닌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미미하게나마 올랐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이거 능력치가……?”
“네. 혼돈의 알은 이 세계의 영약과 비슷하답니다. 요리해서 먹으면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어요.”
“능력치가 상승한다니…….”
슈브의 말을 들은 신유현은 여전히 놀란 얼굴로 혼돈의 알 요리를 바라봤다.
설마 혼돈의 알 요리를 먹고 능력치가 상승할 줄은 몰랐다.
비록 소폭 증가했을 뿐이지만, 혼돈의 알 요리를 더 먹는다면 수치가 변할 정도로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럼 같이 먹어 볼까요?”
슈브는 미소를 지으며 신유현과 함께 혼돈의 알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맛있어영!”
디아 또한 혼돈의 알 요리를 먹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옴뇸뇸.
챱챱!
거기에 까망이와 복슬이도 합세했다.
도토리를 입안 가득히 넣은 다람쥐처럼 몸을 부풀리며 혼돈의 알 말이를 입에 넣고 있는 까망이.
디아가 개밥그릇에 옮겨준 혼돈의 알 찜을 신나게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먹고 있는 복슬이.
혼돈의 알 요리는 제법 양이 많았기 때문에 일행들이 먹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 같이 알 요리들은 맛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혼돈의 알 요리를 먹은 일행들은 전부 능력치가 소폭이지만 상승했다.
그렇게 혼돈의 알 요리를 전부 먹고 나자 신유현은 모든 능력치가 1포인트씩 상승하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 * *
다음 날.
가주전 회의실.
“강릉을 탈환하고 싶습니다.”
신유현은 폭탄 발언을 내던졌다.
“뭐라고? 강릉을?”
“강릉을 탈환하고 싶다니…….”
신유현의 발언에 가문의 가신들과 일족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소란스러워졌다.
“조용히”
그 소리에 가주 신성일은 손을 들며 한마디 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시끄럽던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신유현. 그게 무슨 말이지? 강릉을 탈환하고 싶다고?”
“네. 조만간 현무전을 이끌고 강릉을 탈환할 생각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말하는 것이냐?”
신성일은 눈에 힘을 주며 신유현을 내려다봤다.
순간 어마어마한 기세가 신유현을 압박해 왔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초인들과 헌터들이 강릉을 놔둔 이유가 따로 있었다. 괜히 탈환한다고 나섰다가 일이 잘못돼서 마수들이 서울을 덮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신성일은 신유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압박하고 있었다.
조금 전 신유현의 말이 정말 진심인건지, 아니면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것인지.
‘큭.’
전신을 압박하는 신성일의 기세에 신유현은 이를 악물었다.
지금까지 파천검가의 가주이자 철혈의 검왕, 신성일이 신유현을 시험하기 위해 기세를 내보인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달랐다.
이전에는 적당히 기세를 보이며 신유현을 압박했다면, 이번에는 진심으로 신유현을 짓누르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7성 경지의 마스터가 진심으로 기세를 내뿜고 있었던 것.
실제로 신성일이 자신의 기세를 드러내며 위압감을 주자, 그 여파만으로 회의실에 있던 친족들과 가신들조차 긴장된 표정으로 버티고 있었다.
특히 신성일이 내뿜고 있는 기세를 정면에서 받고 있는 신유현은 숨도 쉬기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신성일의 시선에서 느낄 수 있었다.
허튼 소리를 한다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네…… 알고…… 있습니다.”
신성일이 진심으로 내고 있는 기세 속에서 신유현은 겨우 입을 열며 느리지만 확실한 어조로 답했다.
그 모습에 신성일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흠. 아무래도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군.”
순간 신성일의 말과 함께 회의실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던 위압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누가 감히 아버지 앞에서 헛소리를 하겠습니까? 전 진심입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면 강릉을 탈환할 수 있습니다.”
“강릉 탈환이라.”
신유현의 말에 신성일은 쓰게 웃었다.
강릉이 어떤 곳인가?
아마 서울에 사는 모든 초인과 헌터들이 탈환하고 싶어 하는 도시일 것이다.
강릉을 탈환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다가, 서울 수도권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지역이었으니까.
“강릉은 화약고와 다름없는 곳이다. 그곳을 건드렸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을 테지.”
“네. 서울이 위험해질 수 있겠죠.”
“그걸 알면서도 탈환하겠다고?”
“네.”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구나. 그래서 어떻게 강릉을 탈환할 생각이지?”
신성일은 즐겁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신유현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강릉을 점령 중인 마수가 많긴 하나 강하진 않습니다. 보스급 마수들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죠.”
“그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닐 텐데?”
“물론 그렇지요. 강릉에 흩어져 있는 보스들을 찾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몇 마리나 있는지 알 수 없고요.”
그뿐만이 아니라 강릉에는 다양한 등급의 마수가 엄청나게 많았다.
최소 수백 마리에서 천 마리 이상은 존재하니까.
그 마수들을 어떻게든 뚫어야 보스들을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하이브를 제압하는 게 난점중 하나지.”
하이브.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탑처럼 솟아나 있는 정체불명의 건물.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피와 살을 가지고 있는 마수들의 거점이다.
위성사진 덕분에 하이브에서 마수들이 기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게도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을 정탐한 위성은 격추되었다.
하이브를 지키는 보스급 마수, 가디언에 의해서.
“맞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반대로?”
“마수들의 점령 지역에 있는 하이브를 제압할 수 있다면 강릉을 탈환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마수들의 거점인 하이브를 제압할 수 있다면 강릉을 탈환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게 가능했으면 진작에 했을 것이다.”
신성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은 마스터의 경지에 든 신성일조차 섣불리 건드릴 수 없었다.
당장 하이브를 지키고 있는 가디언만 해도 5성에서 6성으로 추정되는데다가, 하이브 내부에는 얼마나 강한 마수가 웅크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마수가 숨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내놓은 결론은 지켜 보자였다.
현상유지를 택한 것이다.
‘뭐, 4대 명가들이 힘을 합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테지만.’
신유현은 속으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4대 명가가 가진 힘은 강하다.
그러나 4대 명가 중 하나만으로는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을 탈환할 수 없었다.
역부족이었으니까.
하지만 4대 명가가 힘을 합친다면 강릉을 탈환하는 건 결코 불가능하지 않았다.
‘문제는 서로 손을 잡을 생각이 없다는 거지.’
4대 명문 가문들은 프라이드가 높았다. 가문의 명예와 긍지 때문에 협력하는 일은 없었다.
오직 자신들만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그 때문에 이전 삶에서 게티아 놈들에게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합니다.”
“어떻게?”
“사실상 하이브를 제압하기 힘든 이유는 마수의 숫자 때문이죠.”
하이브에는 강력한 마수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전에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는 점령지역을 활보하는 마수들이었다.
수많은 마수를 먼저 뚫고 지나가야 하이브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하이브에 도착했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점령 지역 마수들을 뚫느라 지친 상태에서 하이브를 지키는 강력한 보스급 마수들을 상대해야 하니까.
전력을 온존한 상태로 하이브를 제압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신유현의 말대로 수많은 마수들이 문제였다.
하지만,
“물량에는 물량으로 대항하면 됩니다.”
신유현은 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과연.”
신유현의 말에 신성일은 턱을 쓰다듬었다.
이미 파천검가 내에서는 신유현이 네크로맨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주전의 회의실에 앉아 있는 간부급 인물 뒤에는 수행원이 한두 명씩 서 있었다.
신유현의 등 뒤에도 부전주인 최정훈과 비서인 이시아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시종일관 상냥한 미소를 짓고 서 있는 아름다운 마성을 가진 위험한 존재, 슈브 라니구드까지도.
조금 전 신유현이 진심으로 낸 기세 중 절반 정도는 슈브에게 집중시켰다.
하지만 슈브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신성일의 기세를 받아넘겼다.
그게 가능한 인물은 가문의 2인자이자 신유현의 숙부인 신성현밖에 없었다.
나머지 인물들은 신성일이 내뿜는 기세를 버티는데 급급했다.
이 사실만 봐도 슈브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거기에 상당히 강력한 보스급 언데드 소환수들과 스켈레톤 솔져 군단까지 있지 않은가?
“네가 가진 힘이라면 강릉에 존재하는 마수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소리인가?”
“네.”
신성일의 물음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언데드 소환수들이라면 마수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재미있군.”
신성일은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그 또한 언젠가 강릉을 탈환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가문의 힘을 좀 더 키운 후 도전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벌써 막내인 신유현이 강릉을 탈환하겠다고 나설 줄이야.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강릉을 탈환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지?”
갑작스러운 신유현의 말에 신성일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했다.
그건 친족들과 가신들도 마찬가지.
회의실에 있는 모든 초인의 시선이 신유현에게로 향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압박감이 발생했지만 신유현은 숨을 살짝 들이 마신 후 자신이 알고 있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