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56화
콰가가가각!
회전하는 검은 뿔이 뼈로 이루어진 방벽, 본 월을 깎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케이론의 충각돌진은 본 월 앞에 막히고 말았다.
스켈레톤 드래곤이 시전했던 다중 뼈 방패들 때문에 충각돌진의 기세가 죽었기 때문이다.
“역시 안 되나…….”
“저런 괴물을 대체 어떻게…….”
신유현이 부리는 소환수의 공격이 막히는 모습을 본 노인들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어린 아이들이야 신유현의 소환수를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지만 노인들은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스켈레톤 드래곤이 범상치 않은 마수라는 사실을.
실제로 스켈레톤 드래곤은 5성 보스급 중에서도 강한 개체에 속했다.
거의 6성에 가까웠으니까.
하지만,
“케이론. 초진동파다!”
신유현은 본 월을 뚫기 위해 충각돌진을 쓰고 있는 케이론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우우우웅!
그러자 회전하고 있는 케이론의 검은 뿔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오면서 진동하기 시작했다.
초진동파 충각돌진!
콰직! 콰지직!
초진동을 하며 회전하는 검은 뿔 앞에 본 월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박살이 났다.
이윽고 본 월을 꿰뚫은 케이론과 스켈레톤 드래곤이 서로 격돌했다.
콰아아앙!
크롸아아아아!
괴성을 내지르는 스켈레톤 드래곤의 머리 바로 앞에 어느 틈엔가 붉은 막이 생겨나 있었다.
아무래도 방어 마법인 모양.
그뿐만이 아니라 전신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붉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붉은 방어막과 동시에 신체능력까지 상승시키는 마법까지 시전한 것이다.
후웅! 후웅!
그리고 스켈레톤 드래곤과 맞부딪치고 있는 케이론의 뿔에서 초진동파가 맥박 치듯 공간에 파문을 흘렸다.
파지지직!
스켈레톤 드래곤의 붉은 방어막과 케이론의 뿔 사이에서 붉은색과 푸른색의 스파크가 튀어 나왔다.
그 상태로 둘은 서로 대치하며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이걸 버티네.’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과연 스켈레톤 드래곤.
초진동파 충각돌진을 막을 줄이야.
점점 더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일단 스켈레톤 드래곤을 쓰러트릴 필요성이 있었다.
‘이걸 쓴다면 어떨까?’
신유현은 명계의 신 하데스의 장갑, 퀴네어를 들어올렸다.
퀴네어를 바라보는 신유현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하데스의 장갑, 퀴네어의 고유 스킬 폭주(S)를 발동합니다.]
퀴네어의 S급 고유 스킬 중 하나인 폭주.
일정 시간 동안 소환수 중 한 개체를 강화시켜 주는 액티브 스킬이다.
정확히 말하면 소환수의 능력 중 하나를 3배까지 강화시킬 수 있었다.
[당신의 소환수 헤카톤 하이퍼 비틀 케이론의 스피드가 강화되었습니다.]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 순간, 케이론에게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터져 나오면서 검은색이던 몸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스르륵.
그리고 케이론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정면에서 스켈레톤 드래곤과 맞붙고 있던 케이론이 붉은 잔상을 남기며 옆으로 초고속 이동을 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약 3배나 빠른 속도였다.
스스슥!
케이론은 엄청난 속도를 선보이며 스켈레톤 드래곤 주변을 맴돌았다.
크륵? 크라라라!
그 때문에 스켈레톤 드래곤의 눈은 케이론을 뒤쫓기 바빴다.
슈캉! 캉캉!
이윽고 케이론은 붉은 잔상을 남기며 엄청난 속도로 스켈레톤 드래곤에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케이론이 스켈레톤 드래곤을 스쳐지나갈 때마다 굉음과 함께 상처가 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상공에서 엄청난 속도로 초진동파를 쏘아대기도 했다.
크롸아아아아!
계속되는 케이론의 공격에 스켈레톤 드래곤은 괴성을 내질렀다.
그 때문일까.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는 케이론에게 신경이 쏠린 탓에 스켈레톤 드래곤은 한 존재를 잊고 있었다.
자신이 발밑에 깔아 두고 있었던 아이언 골렘을.
콰득!
크라악!
몸 아래에서 아이언 골렘이 갈비뼈를 움켜쥐고 양쪽으로 벌리자 스켈레톤 드래곤은 괴성을 지르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이언 골렘의 눈이 투구 속에서 푸른 빛 귀기를 흘리며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스켈레톤 드래곤은 다급히 앞발로 내려쳤다.
카앙!
하지만 아이언 골렘은 팔을 들어 올리며 막아 냈다. 그리고 엄청난 괴력을 선보이며 조금씩 스켈레톤 드래곤을 밀어냈다.
쩌억!
순간 스켈레톤 드래곤은 아이언 골렘을 향해 입을 벌렸다.
키이잉!
그와 함께 스켈레톤 드래곤의 입 앞에서 불길하게 빛나는 검붉은빛 마나가 집속되기 시작했다.
아이언 골렘에게 브레스를 날릴 모양.
쌔애액!
바로 그때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파공성이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스켈레톤 드래곤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치켜 들었다.
그리고 상공에서 지면을 향해 쇄도하고 있는 붉은빛의 케이론을 볼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아!
이윽고 스켈레톤 드래곤의 입에서 검붉은빛의 브레스가 케이론을 향해 쏘아졌다.
주변을 검붉은빛으로 물들이며 쏘아지는 크림슨 브레스.
이에 맞서 케이론은 다시 한번 초진동파 충각돌진을 발동했다.
쾅! 파츠츠츠츳!
크림슨 브레스와 초진동파 충각돌진이 서로 맞부딪치며 스파크가 튀었다.
크림슨 브레스와 격돌한 케이론의 뿔은 퀴네어의 고유 스킬 폭주의 효과로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덕분에 케이론의 뿔은 크림슨 브레스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그리고 조금씩 스켈레톤 드래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켈레톤 드래곤 아래에서 갈비뼈를 붙잡고 있던 아이언 골렘이 팔에 힘을 주며 좌우로 펼치기 시작했다.
콰득! 콰드드득!
그 때문에 스켈레톤 드래곤의 갈비뼈는 조금씩 금이 가면서 부러져 갔다
스켈레톤 드래곤은 앞발을 내려치며 아이언 골렘을 견제하려고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아이언 골렘의 방어력만큼은 스켈레톤 드래곤에게 지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스켈레톤 드래곤의 붉은 마나가 깃든 앞발 내려찍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언 골렘은 더욱 더 팔에 힘을 주었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스켈레톤 드래곤의 몸통에서 불처럼 타오르는 붉은 마나의 빛이 약해져 갔다.
그리고 그건 크림슨 브레스의 위력도 약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즈즈즈증!
크림슨 브레스를 흩뿌리며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는 붉은빛의 케이론.
스켈레톤 드래곤의 갈비뼈를 힘으로 부수고 있는 아이언 골렘.
파직! 파지지직!
특히 아이언 골렘은 스켈레톤 드래곤의 몸 중앙에서 빛나고 있는 붉은빛의 코어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코어가 파괴된다면 아무리 스켈레톤 드래곤이라고 해도 어쩔 도리가 없을 터.
하지만 코어를 파괴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스켈레톤 드래곤의 코어는 초고온고압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아이언 골렘의 손이 붉은빛을 내며 달아오를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이언 골렘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크고 두꺼운 팔을 스켈레톤 드래곤의 코어를 향해 끝까지 밀어 넣었다.
크라아아아아!
위기감을 느꼈는지 스켈레톤 드래곤은 괴성을 지르며 코어를 향해 마나를 돌렸다.
하지만 그건 케이론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었다.
키아아아!
크림슨 브레스의 위력이 약해졌다는 사실을 느낀 케이론은 사나운 포효를 내지르며 마나를 붉은 뿔에 집중했다.
키이이잉!
그러자 케이론의 붉은 뿔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면서 격렬하게 진동했다.
극(極)·초진동파 충각돌진!
퀴네어의 고유 스킬, 폭주 덕분에 기존의 콤보 스킬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게된 것이다.
이윽고 케이론은 엄청난 속도로 스켈레톤 드래곤에게 내려 꽂혔다.
그와 거의 동시에 아이언 골렘의 크고 두꺼운 팔도 스켈레톤 드래곤의 코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 순간,
콰아아아앙!
스켈레톤 드래곤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 * *
[축하합니다! 당신은 5성 보스 스켈레톤 드래곤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스켈레톤 드래곤의 5성 마나 코어와 5성 마정석을 획득합니다.]
헤카톤 하이퍼 비틀 케이론과 아이언 골렘의 치열한 싸움 끝에 스켈레톤 드래곤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역시 스켈레톤 드래곤이군.’
조금 전 전투를 떠올리며 신유현은 혀를 내둘렀다.
같은 5성급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스켈레톤 드래곤은 강했다.
일 대 일 결투였다면 아이언 골렘이나 케이론은 스켈레톤 드래곤을 이기지 못했을 테지.
둘이 붙어도 거의 호각이었으니까.
신유현이 퀴네어의 고유 스킬 폭주를 쓰지 않았다면 스켈레톤 드래곤과의 전투는 더욱 더 길어졌을 것이다.
[5성 보스 스켈레톤 드래곤을 종속시키겠습니까?]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스켈레톤 드래곤을 바라봤다.
기본적으로 네크로맨서들은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면 시체를 언데드화 시킬 수 있었다.
불사왕도 마찬가지.
덕분에 신유현은 지금까지 쓰러트린 보스들 중에서 쓸 만하다고 생각된 존재들을 언데드화 시켰다.
그리고 그중에서 스켈레톤 드래곤은 가장 강한 보스였다.
[스켈레톤 드래곤을 종속화 시키려면 5성 마정석과 5성 마나 코어가 필요합니다.]
‘씁.’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속으로 혀를 찼다.
보스를 언데드 종속화 시킬 때 마정석을 소모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마나 코어까지 사용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마나 코어의 가치는 마정석보다도 더 컸으니까.
마나 코어는 마정석 대신 무기와 B코트에 박아 넣을 수 있었다.
출력과 효율 또한 마정석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그런 마나 코어의 등급이 무려 5성이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디스토션 필드 코트에 박아 넣는다면 엄청난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래도 스켈레톤 드래곤을 얻을 수 있으면 나쁘진 않지.’
신유현은 스켈레톤 드래곤을 잡고 얻은 보상들을 전부 다 재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5성 보스 스켈레톤 드래곤을 언데드 종속화합니다.]
순간 스켈레톤 드래곤에게서 푸른빛이 터져 나왔다.
명멸하는 푸른빛 속에서 스켈레톤 드래곤의 모습이 조금씩 변해 갔다.
스켈레톤 드래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나 코어가 붉은빛에서 푸른빛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마수였던 때는 전체적으로 거칠고 일부 뼈들이 어딘가 좀 뒤틀려서 기괴해 보였었다.
하지만 신유현의 종속 언데드가 되는 순간 뒤틀렸던 뼈들이 매끈하게 펴지고, 전체적인 모습도 세련되고 날렵해졌다.
크기도 조금 더 커져서 몸길이가 9미터에 달했다.
‘나쁘지 않군.’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변화한 스켈레톤 드래곤을 바라봤다.
“다, 다시 되살아나다니!”
그리고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지현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쓰러트린 줄 알았던 스켈레톤 드래곤이 다시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라. 이제 괜찮으니까.”
긴장한 얼굴로 스켈레톤 드래곤을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신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헉?”
의아한 얼굴로 반문하던 이지현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흉폭하기 짝이 없었던 스켈레톤 드래곤이 온순한 강아지마냥 자신의 얼굴을 신유현의 몸에 부비고 있었기 때문이다.
“착한 녀석이네.”
크르르릉.
신유현이 얼굴을 쓰다듬어 주자 스켈레톤 드래곤은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어, 어떻게……?”
그 모습을 이지현은 물론 나머지 생존자들도 눈을 부릅뜨며 바라봤다.
마치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