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55화
즈즈즈즈증!
이지현의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무언가는 수호자의 방패 대신에 스켈레톤 드래곤의 크림슨 브레스를 막아 냈다.
붉은 불꽃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그 모습을 이지현은 물론 노인들과 아이들도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갑옷?”
눈앞에 나타난 존재를 바라본 이지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려 키가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중세 시대의 검은 갑주처럼 생겼으니까.
“이쪽으로!”
그때 이지현 일행 뒤에서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지현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어?”
그리고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언니?”
놀랍게도 정신을 잃은 이지영이 젊은 남성의 어깨에 걸쳐 있었기 때문이다.
“언니!”
이지현은 이지영을 부르며 한걸음에 내달렸다.
“언니는… 언니는 괜찮나요?”
이지현은 이지영을 부축하고 있는 남성을 바라보며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신을 잃었을 뿐이니.”
“아…….”
그 말에 이지현은 안도했다.
설마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언니가 살아 있다니.
이지현은 남성을 바라봤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청년.
자신과 언니를 구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아 드릴게요. 나선권가의 이름을 걸고.”
“나선권가의 영애셨군.”
“그쪽은 누구신가요?”
“파천검가의 신유현이다.”
“파천검가!”
청년, 신유현의 말에 이지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파천검가에서 자신들을 도와주러 왔을 줄이야.
그리고 신유현이라면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었다.
최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파천검가의 직계가 있다고.
“이야기는 나중이다. 뒤로 물러나 있어라.”
신유현은 이지현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이지현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두 눈을 크게 떴다.
“도, 도망쳐야 하지 않나요? 저건 5성 보스라고요! 혼자서 막을 수는…….”
“누가 혼자라고?”
이지현의 말에 신유현은 피식 웃어보였다.
“어…….”
순간 이지현은 스켈레톤 드래곤의 크림슨 브레스를 막아 냈던 존재를 떠올렸다.
그리고 다급히 스켈레톤 드래곤이 있던 장소를 바라봤다.
5미터의 거대한 강철 갑주가 스켈레톤 드래곤을 상대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그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신유현은 이지현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스스슥.
그런 신유현의 곁에 그림자 속에서 세븐 아크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현무전의 집무실에서 최정훈의 보고를 받은 신유현은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칠성산을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마수들이 습격하고 있는 주거지역에 도착하자마자 까망이 그림자 속에 보관 중이던 스켈레톤 솔져들을 불러냈다.
스켈레톤 솔져들보다 등급도 높고, 숫자도 많은 언데드 계열의 5성 마수들.
하지만 스켈레톤 솔져들은 5성 마수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고 버텨 냈다.
마수들이 사방으로 넓게 퍼진 탓에 의외로 막기가 수월했던 것이다.
‘지형을 이용하면 상대 못 할 것도 없지.’
좁은 길목을 이용하거나, 도로에 널려 있는 자동차들로 바리케이드를 친다거나.
그런 식으로 마수들의 움직임을 제한시킨 덕분에 스켈레톤 솔져들은 혼자가 아니라 최소 2기 이상 서로 협력하며 싸울 수 있었다.
다만, 마수들이 넓은 지역에 산개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신유현이 소환수들을 동원해도 전부 커버할 수는 없었다.
신유현이 볼 수 없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막을 수는 없었으니까.
다행히 현장에는 신유현뿐만이 아니라 다른 헌터들이나 싸울 수 있는 초인들이 있었다.
그들 덕분에 주민들의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고, 신유현 또한 스켈레톤 솔져들과 소환수들을 지휘하며 주민들의 대피를 도왔다.
그러던 중 마수들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그래서 다급히 그쪽 현장으로 달려갔다가 예상 밖의 상황에 직면했다.
5성 보스 스켈레톤 드래곤이 생존자들을 공격하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생존자 중 권왕의 손녀이자, 훗날 인류의 수호자라고 부르게 되는 인물이 있는 게 아닌가?
‘설마 여기서 인류의 수호자를 만나게 될 줄이야.’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인류의 수호자, 이지현.
그녀의 고유 특성은 매우 강력했다.
무려 게티아들의 무자비한 공격을 버텨낼 정도였으니까.
그녀 덕분에 수많은 사람이 게티아들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아마 아시아 지역 생존자들의 숫자는 더 처참했을 것이다.
그리고 신유현의 일행들 또한 그녀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지만.’
신유현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게티아들이 초반 공세를 퍼부었을 때, 이지현의 고유 특성 덕분에 많은 사람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결국 인류는 게티아들에게 패배했고, 그 후 이어진 인간 사냥에서 이지현은 몇 번이나 사람들을 구하고 도망쳤지만 한계에 부딪쳤다.
게티아들의 추적은 집요했으니까.
결국 그녀 또한 게티아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그녀 때문에 몇몇 게티아들이 수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신유현을 포함해서 게티아들의 손아귀에서 몇 번이나 벗어난 몇 안 되는 인물들.
그들을 붙잡지 못한 게티아들이 다른 게티아들에게 모욕을 당했었으니까.
‘오늘이 특성을 각성한 날이었구나.’
이지현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고유 특성 수호자를 각성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이 각성했던 때를 떠올리면 항상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아무도 캐묻지 않았다.
하지만 스켈레톤 드래곤에게 습격을 받고 있는 이지현을 보는 순간 신유현은 이해했다.
지금이 바로 이지현이 각성하는 순간이구나, 하고.
그리고 신유현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아슬아슬했지.’
사실 신유현은 이지영이 스켈레톤 드래곤의 크림슨 파이어 볼에 공격을 받기 전에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개입하지 못했다.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이지현이 각성하는 트리거일 수도 있었기에.
만약 자신이 개입했다가 이지현이 고유 특성, 수호자를 각성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코 좋지는 않겠지.’
고유 특성 수호자의 능력으로 이지현은 수많은 사람을 구해 낸다.
게티아에게서 뿐만이 아니라 마수들에게서도 말이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저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크림슨 파이어 볼에 휩쓸린 이지영을 구해 냈으니까.
그리고 만에 하나 이지현이 각성을 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바로 움직일 준비는 해 놓고 있었다.
다행히 이지현은 고유 특성 수호자를 각성했다.
하지만 이제 막 고유 특성을 각성한 이지현이 스켈레톤 드래곤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5성 보스 스켈레톤 드래곤은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기에.
‘어쩌면 이전 삶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르고.’
이전 삶에서는 5성 모노리스 레이드 던전에서 발생한 스탬피드 현상에 이지현과 이지영이 휩쓸렸을 것이다.
아마 그때는 5성 보스가 아닌 일반 마수들에게 습격당했을 확률이 높았다.
쏟아지는 물량 앞에 이지영이 쓰러지고, 그 후 이지현이 고유 특성 수호자를 각성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유 특성 수호자라면 아무리 5성 마수들의 수가 많아도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을 테지.
하지만 이번 삶에서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고유 특성을 각성하고도 위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신유현은 그녀가 각성한 것을 확인하고 바로 개입한 것이다.
“이야기는 나중이다. 뒤로 물러나 있어라.”
그렇게 이지현을 구해 준 신유현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디아와 복슬이를 불렀다.
“디아, 복슬아. 너희들은 여기 있으렴.”
“넹!”
컹!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디아와 복슬이는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럼.’
디아와 복슬이에게서 시선을 뗀 신유현은 눈앞에 있는 스켈레톤 드래곤을 바라봤다.
현재 스켈레톤 드래곤은 신유현의 5성 보스급 소환수, 아이언 골렘과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놈까지 나왔었다니.’
이전 삶에서 언데드 계열의 마수들이 나왔다는 사실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설마 스켈레톤 드래곤까지 보스로 나왔었을 줄이야.
이전 삶에서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던전 스탬피드가 무서운 점은 수많은 마수가 뛰쳐나온다는 사실도 있지만, 보스급들 또한 던전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수가 나올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스켈레톤 드래곤 또한 여러 마리 보스 중 하나일 테지.
‘그나저나 스켈레톤 드래곤이라.’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올렸다.
스켈레톤 드래곤은 네크로맨서들이 눈에 불을 키고 손에 넣고 싶어 하는 언데드 소환수였다.
스켈레톤 솔져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한데다가 무엇보다,
‘멋이 있지.’
네크로맨서들의 로망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스켈레톤 드래곤은 몸길이가 8미터 정도 되었다.
드래곤 치고는 작은 편이다.
그리고 세븐 아크스 중에는 드래곤도 있었다.
파군성의 포식자, 불사룡.
분명 눈앞에 있는 스켈레톤 드래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존재겠지.
‘손에 넣는다.’
눈앞에 있는 스켈레톤 드래곤도, 세븐 아크스들 중 하나인 불사룡도.
전부.
“케이론.”
스르륵.
부우웅!
신유현의 나직한 부름에 그림자 속에서 케이론이 튀어 나오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케이론이 머리 위에서 날갯짓을 하며 상공을 맴돌자 뒤쪽에 있던 생존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건 대체…….”
이지현과 노인들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인물이 파천검가의 직계라면 검사일 터였다.
그런데 대체 그림자 속에서 별별 알 수 없는 존재들이 하나씩 튀어 나오는 게 아닌가?
디아라고 부른 어린 아이가 나오지를 않나, 복슬이라는 대형견 크기 정도 되는 하얀 늑대가 나오지 않나.
그뿐만이 아니라 신유현의 양옆에는 이지현이 봐도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미인들이 서 있었다.
다름 아닌 슈브와 루베르였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이지현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신유현의 등을 바라봤다.
“케이론. 충각돌진.”
그 사이 신유현은 케이론에게 명령을 내리며 스켈레톤 드래곤과 전투를 시작하고 있었다.
키이이잉!
신유현의 명령에 상공에서 날고 있던 케이론의 뿔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케이론은 날개를 뒤로 젖히더니 회전하는 뿔을 앞세우고 스켈레톤 드래곤을 향해 비스듬한 각도로 내려꽂혔다.
크롸아아아아!
거대한 덩치를 이용해서 아이언 골렘을 짓누르고 있던 스켈레톤 드래곤은 자신을 향해 내려 꽂히는 케이론을 올려다봤다.
스스스스슥!
눈 깜짝할 사이에 스켈레톤 드래곤과 케이론 사이에 하얀 뼈로 이루어진 방패가 생겨났다.
“다중 본 실드라고? 그래도 드래곤은 드래곤인가?”
스켈레톤 드래곤이 본(Bone) 속성 흑마법을 사용하자 신유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쩌적! 파삭!
총 다섯 개의 본 실드 중 하나가 순식간에 깨져나갔다.
그 다음 본 실드도 케이론의 회전하는 뿔 앞에 속절없이 부서졌다.
콰직! 콰가가각!
이윽고 본 실드는 약간의 시간만 벌었을 뿐, 케이론의 충각돌진을 막아 낼 수 없었다.
그렇게 케이론이 마지막 본 실드까지 박살 내는 순간,
콰드드드득!
스켈레톤 드래곤의 앞 지면에서 하얀 벽이 솟구쳐 올랐다.
상당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뼈 방벽, 본 월(Bone Wall)이었다.
이윽고 케이론의 충각돌진과 스켈레톤 드래곤의 본 월이 서로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