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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54화 (154/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54화

“어째서 5성 보스가…….”

이지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스켈레톤 드래곤을 노려봤다.

생존자들을 데리고 인베이전 게이트가 발생한 칠성산에서 멀리 떨어졌다.

덕분에 마수들의 추격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설마 이런 곳에서 5성 보스가 나타나다니.

쩌억!

그때 이지영의 눈에 스켈레톤 드래곤이 입을 벌리는 모습이 보였다.

키이이잉!

이윽고 스켈레톤 드래곤의 입 앞에서 붉은 빛의 마나가 집속되기 시작했다.

“모두 피해!”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친 이지영은 곁에 있던 생존자 두 명을 감싸며 골목길 벽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 직후 붉은 빛이 골목길 바닥을 훑으며 지나갔다.

슈아아아악!

콰콰콰콰쾅!

스켈레톤 드래곤의 붉은 브레스가 지나간 자리가 폭발했다.

이지영을 비롯한 생존자들은 폭발로 인해 생긴 후폭풍에 휘말리며 날려졌다.

스켈레톤 드래곤의 브레스가 지나간 골목길은 완전히 초토화가 되었다.

“크윽.”

골목길에 있는 주택들의 담벼락 잔해더미를 밀어내며 이지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좀 떨어진 곳에서 이지현도 돌 더미를 치워 내며 모습을 보였다.

놀랍게도 골목길을 초토화시키다시피 한 폭발 속에서 무사했던 것이다.

그녀들이 가진 배리어 코트 덕분이었다. 일반 보급용 코트가 아니라 권왕의 손녀들인 만큼 성능이 더 좋은 배리어 코트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언니…….”

그때 이지영의 품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 이지영이 몸을 날리며 구해 준 어린 여자 아이였다.

아이는 걱정과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이지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아이에게 이지영은 상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괜찮아. 언니가 지켜 줄 테니까.”

그러자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언니는 누가 지켜 줘? 이렇게 다쳤는데…….”

“아…….”

그제야 이지영은 깨달았다.

자신의 머리 옆으로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내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걱정하지 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이지영은 아이에게 상냥하게 웃은 후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전신이 아파 왔다.

하지만 아이가 모르게 이를 악물며 참아 냈다.

즈즈증!

그때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스켈레톤 드래곤 곁에서 붉은 마력탄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슈슈슉!

이윽고 쏘아지는 사람 머리 크기만 한 붉은 마력탄들.

“모두 숨으세요!”

이지영은 카트리지식 은빛 건틀렛, 아이기스를 치켜들었다.

철컥철컥!

아이기스의 팔등 부분의 장치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특별하게 제조된 마력탄이 장전되었다.

아이기스의 마력탄은 마정석을 이용해서 순수한 마나를 응축시킨 결정체였다.

그 때문에 아이기스의 카트리지를 사용하면 평소보다 훨씬 더 위력적인 공격을 낼 수 있었다.

물론 공격뿐만이 아니라 방어적으로도 사용이 가능했다.

쾅! 쾅!

이윽고 아이기스와 붉은 마력탄들이 맞부딪쳤다.

이지영이 아이기스를 휘두르며 붉은 마력탄들을 쳐 내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다 카트리지 시스템 덕분에 아이기스에서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붉은 마력탄들을 튕겨 냈다.

콰쾅! 콰콰쾅!

튕겨 나간 붉은 마력탄들은 지면이나 주변 건물에 박혀 들어가면서 폭발했다.

하지만 이지영은 이를 악물며 일행들을 향해 쏟아지는 붉은 마력탄들을 전부 막아 냈다.

그사이 이지현은 생존자들을 데리고 주변에 그나마 멀쩡한 건물 벽 뒤로 몸을 숨겼다.

잠시 후, 스켈레톤 드래곤의 공격이 끝났다.

털썩.

이지영은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언니!”

그 모습에 이지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지영을 소리쳐 불렀다.

이지영은 고개를 살짝 뒤로 돌리며 이지현을 바라봤다.

다행히 생존자들은 전원 무사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대로 간다면 분명 5성 보스 스켈레톤 드래곤에게 전멸 당할 터.

10대 후반인 이지현은 이제 3성이 된 초인이었고, 이지영 또한 5성 최하급의 실력자이기는 하나 혼자서 5성 보스를 상대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헌터들이나 초인들의 도움을 기대하는 것도 힘들었다.

사방으로 퍼지고 있는 마수들을 막기 위해 다들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지영아. 모두 데리고 가. 내가 시간을 벌어볼게.”

“뭐? 하지만 언니는…….”

“난 괜찮아. 금방 따라갈게.”

이지영은 이지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스켈레톤 드래곤을 향해 나아갔다.

거대한 스켈레톤 드래곤 앞에 서 있는 이지영은 왜소하기 짝이 없었다.

5성 보스인 스켈레톤 드래곤을 상대로 과연 얼마나 시간을 벌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지영은 스켈레톤 드래곤을 상대로 버텨야 했다.

그래야 자신의 여동생이 무사할 테니까.

화르르르.

그사이 스켈레톤 드래곤은 다음 공격을 위해 거대한 화염구를 머리 위에서 생성하고 있었다.

최소 직경 3미터가 넘는 크림슨 파이어 볼.

그 앞에서 이지영은 양 팔을 아래로 내렸다.

푸슉! 철그럭.

그러자 아이기스의 뒷부분이 열리더니 마력탄을 소모한 카트리지 벨트가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마력탄들이 준비된 새로운 카트리지 벨트를 장착했다.

철컥철컥!

이어서 아이기스의 팔등 부분의 장치가 요란하게 앞뒤로 움직이며 마력탄들이 장전되었다.

그 직후,

투확!

최소 직경 3미터가 넘는 거대한 크림슨 파이어 볼이 이지영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언니! 안 돼!”

그 모습을 본 이지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무리 이지영이 강하다고 해도 저런 거대한 화염구에 직격당한다면 위험했으니까.

하지만 이지현은 알 수 있었다.

이지영이 피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만약 그녀가 피한다면 자신을 비롯한 생존자들이 위험해질 테지.

그러니 이지영이 정면에서 스켈레톤 드래곤의 크림슨 파이어 볼을 막으려 할 것이다.

실제로 이지영은 날아드는 거대한 불덩이 앞에서 길게 숨을 내쉬며 나선권의 기수식을 취했다.

그리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나선권(螺線拳).

사식(四式), 나선폭렬파(螺旋爆裂波)!

콰아아아앙!

그 직후 크림슨 파이어 볼이 이지영을 덮치며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터져 나온 붉은 폭염이 이지현과 생존자들이 숨어 있는 장소까지 날아들 정도였다.

“아, 안 돼!”

이지현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자신에게 힘이 있었더라면 언니를 지켜 줄 수 있었을 텐데.

“언니! 언니!!!”

“가면 안 돼.”

이지영이 있던 곳으로 이지현이 가려고 하자 노인 몇 명이 말렸다.

“아.”

그제야 이지현은 정신을 차리고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말리고 있는 노인들을 바라봤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노인들과 어린 아이들.

이제 자신의 언니는 없다.

이들을 지켜 줄 사람은 이제 자신 밖에 없었다.

‘내가…… 내가 지켜야 돼.’

이지영이 목숨을 걸고 자신에게 맡긴 사람들.

여기서 살아 나가야 했다.

그래야 이지영의 희생이 무의미해지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크르르르르.

쿵. 쿵. 쿵.

지면을 낮게 울리며 몸길이만 최소 8미터에 가까운 스켈레톤 드래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노인들과 아이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스켈레톤 드래곤이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이야!’

하지만 이지영은 이를 악물며 포기하지 않았다.

다행히 조금 전 공격의 여파로 흙먼지가 자욱하게 치솟아 올라 있는 상황.

스켈레톤 드래곤은 흙먼지 너머에 있어서 시야가 차단되어 있었다.

아마도 자신들의 정확한 위치를 아직까진 모르고 있을 터였다.

거기에 희망이 있었다.

“아직 늦지 않았어요.”

이지현은 조용히 말하며 노인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살금살금 뒤쪽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콰앙!

크롸아아아아아!

바로 옆 건물에 스켈레톤 드래곤이 날아와 앉기 전까지는.

“아…….”

이지현과 생존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스켈레톤 드래곤을 올려다봤다.

스켈레톤 드래곤은 2층 주택 지붕 위에 내려와 앉아 있었다.

스스슥!

그리고 활짝 펼쳐진 뼈 밖에 없는 날개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붉은 마나로 이루어진 창, 크림슨 재블린들.

크르르르.

스켈레톤 드래곤의 붉은 눈이 휘어지면서 마치 비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투확!

이윽고 무수하게 떠올라 있던 길이 2미터의 크림슨 재블린들이 이지현을 비롯한 노인들과 아이들을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이지현은 눈앞에서 날아들고 있는 수많은 크림슨 재블린들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보였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이 절망과 두려움이 깃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다 이지현과 그들의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

그들은 애써 두려움을 떨치며 한마디 했다.

‘구하러 와 줘서 고마워요.’

이지영과 이지현 자매가 아니었으면 노인들과 아이들은 이미 예전에 마수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했을 테니까.

‘아…….’

그런 그들의 모습에 이지영은 이를 악물었다.

내가, 내가 힘이 있었더라면.

“으아아아아아!”

쏟아지는 붉은 창들 앞에서 이지현은 괴성을 내질렀다.

그 순간 이지현의 앞에 커다란 초록색 방패가 생겨나는 게 아닌가?

깡! 까가가가강!

이윽고 크림슨 재블린과 이지현이 발동한 초록색 방패가 서로 충돌했다.

“이, 이건…….”

“와, 예쁘다.”

노인들은 놀란 표정으로, 아이들은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초록빛 방패 밖에서 크림슨 재블린이 충돌하자 마치 붉은 꽃처럼 터져 나갔으니까.

그리고,

[당신은 S급 고유 특성, 수호자를 각성하셨습니다.]

[고유 스킬, 수호자의 방패가 발동합니다.]

“아…….”

이지현은 놀란 표정으로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바라봤다.

설마 이때 고유 특성을 각성하다니.

“하하…….”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지현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조금만 더 일찍 각성할 수 있었더라면 언니인 이지영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리고,

키이이이잉.

크림슨 재블린들이 먹히지 않자 스켈레톤 드래곤은 또 다시 브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무리 S급 고유 특성을 각성했다고 해도 이지현은 아직 3성 초인이었다.

조금 전 크림슨 재블린을 막아 낸 건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도저히 스켈레톤 드래곤의 붉은 브레스까지 막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다중 실드 모드!”

[수호자의 방패를 다중 중첩 전개합니다.]

즈즈즈증!

이지현은 한계까지 기력을 짜내며 마나를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총 세 개의 수호자의 방패를 전개할 수 있었다.

그 직후,

슈와아아아악!

붉게 빛나는 스켈레톤 드래곤의 크림슨 브레스가 쏘아졌다.

쾅!

콰창!

첫 번째 수호자의 방패가 박살이 났다.

그 모습에 이지현은 이를 악물며 더욱 더 마나를 주입했다.

쾅!

크림슨 브레스와 부딪친 두 번째 수호자의 방패는 조금 더 버텨냈다.

쩌적! 콰창!

하지만 얼마 못가 곧바로 깨져 나갔다.

이제 남은 건 마지막 한 장뿐.

마지막 한 장 남은 수호자의 방패로는 도저히 크림슨 브레스를 막아 낼 수 없었다.

쩌적.

‘언니 미안.’

결국 마지막 남은 수호자의 방패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이지현은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잘 버텼다.]

이지현의 머릿속으로 한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이지현은 눈을 번쩍 떴다.

‘전음술? 대체 누가?’

전음은 최소 4성은 되어야 쓸 수 있는 기예였다.

그 말은 곧 근처에 최소 4성 실력을 가진 초인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쩌적!

‘아, 안 돼!’

마지막 남은 수호자의 방패가 완전히 박살이 나려고 하자 이지현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쿠우웅!

이지현의 눈앞에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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