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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52화 (152/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52화

이전 삶에서 반쯤 속듯이 풍림화산 길드에 들어가서 고생하고 있을 때, 자신을 챙겨주었던 최진성.

보통 자신이 힘들면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생각하면 최진성의 인성은 좋은 편이었다.

그랬기에 신유현은 이번 삶에서 최진성을 도와주려는 것이고, 얼마 전 정식으로 금궁대의 일원이 되면서 자신의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PGM 헤카테 3을 수여함으로써 더더욱 자신의 사람이 될 터.

“감사합니다.”

최진성은 무릎을 꿇으며 신유현이 내민 검은색 케이스를 받았다.

“열어 봐.”

“네.”

최진성은 사격장 안전구역에 활을 손질하기 위해 마련된 테이블 위에 검은색 케이스를 내려놨다.

그리고 검은색 케이스를 열었다.

“오…….”

“저격총인가…….”

“디자인이 진짜 예술이네…….”

이윽고 검은색 케이스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PGM 헤카테 3를 본 금궁대 대원들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전체 길이 1미터 50센티에 총열 길이만 1미터에 달하는 대물저격총, PGM 헤카테 3.

전체적으로 세련된 느낌의 디자인이었으며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거기에 마나 전도율이 높은 마법 합금인 아그라니윰을 소재로 제작되었다.

그 때문에 일반 PGM 헤카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성능이 우수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케이스 안에는 PGM 헤카테 3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여러 부속품들도 함께 들어 있었다.

그리고 PGM 헤카테 3 전용으로 제작된 검은색 바탕에 은색 테두리가 입혀진 고급 케이스와 여러 부속품들은 매니아적인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금궁대의 대원들 전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성공이네요.”

“그렇지.”

남연아와 김상철은 감탄하는 사람들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봤다.

PGM 헤카테 3의 디자인과 설계를 한 남연아.

아그라니윰 금속을 제련해서 PGM 헤카테 3을 직접 제작한 김상철.

둘이서 공동 작업을 한 덕분인지 서로 많이 친해진 상태였다.

“두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최진성은 남연아와 김상철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그들이 자신을 위해 PGM 헤카테 3을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 아이 잘 사용해 주세요.”

“인사치레는 됐네. 한번 꺼내 보게나.”

최진성의 감사에 남연아는 웃어 보였고, 김상철은 손사래를 쳤다.

“네.”

최진성은 검은색 케이스에 들어 있는 PGM 헤카테 3을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비록 신유현이 활이 아닌 총을 사용하면 달라질 것이라 말했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정말 해결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잘될 거니까.”

그때 신유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그러자 최진성은 거짓말처럼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리고 케이스 안에 있는 PGM 헤카테 3을 손에 쥐는 순간,

번쩍!

최진성의 몸에서 마나가 터져 나왔다.

[당신은 처음으로 소총을 무기로 삼았습니다. 고유 특성, 마탄의 사수를 각성합니다.]

“아…….”

거기다 최진성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고유 특성, 마탄의 사수.

소총류라면 천부적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최진성은 깨달았다.

‘할 수 있다.’

자신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 되었다는 사실을.

짝짝짝.

“축하한다. 각성한 모양이군.”

그때 신유현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뒤이어 금궁대 대원들이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가, 감사합니다.”

최진성은 얼굴을 붉혔다.

열 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박수를 받으며 축하한다는 소리를 사방에서 듣는 건 조금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드디어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 * *

‘준비가 잘되어 가는군.’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 최진성은 PGM 헤카테 3을 손에 쥐자 고유 특성을 각성했다.

그리고 마탄의 사수 능력을 사용한 최진성은 활을 무기로 사용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좀 심하긴 했지.’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활을 무기로 사용할 때부터 최진성은 굉장히 위력적인 화살을 날려댔다.

다만, 명중률이 낮아 오인 사격이 항상 문제였다.

하지만 PGM 헤카테 3을 손에 넣고 고유 특성 마탄의 사수를 각성하자 최진성은 날아다녔다.

활을 무기로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더 위력적이었으니까.

화력만 놓고 본다면 걸어 다니는 자주포나 다름없었다.

‘저격을 하는 동안 지켜 줄 사람이 필요하겠어.’

아무리 장거리 저격이 가능하다고 해도 언제 뒷치기를 당할지 모른다.

거기다 최진성은 근접전에 약했다.

만약 뒷치기로 암습을 당한다면 손도 못 써보고 당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때를 위한 대비도 해 두어야 했다.

‘뭐, 스켈레톤 솔져들을 붙여도 괜찮겠지.’

세이버 몇 마리를 붙여 놓으면 될 터.

‘슬슬 움직일 때인가.’

신유현은 자신의 집무실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강릉을 탈환하기 위한 준비가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었다.

가주인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일반 보급품인 아닌 성능이 좋은 무구들을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아버지는 흔쾌히 내주었다.

이전에 있었던 대장장이 어르신 김상철 일가와 관련된 일 때문에 육합 창가 놈들이 파천 검가의 눈치를 보며 설설 기었기 때문이다.

‘영약도 뜯어냈지.’

파천 신단만큼은 아니지만 마나 증진에 도움이 되는 영약까지 받아냈다.

‘가신들이 반대할 줄 알았는데.’

무구들뿐만이 아니라 영약까지 받아내려 했기에 가신들의 반대를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그런 일은 없었다.

그만큼 현재 신유현이 가문 내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일 터.

‘오히려 방해는 남두그룹에서 있었지.’

이미 남두그룹의 회장 남현철에게 선행투자를 받기로 한 상황.

하지만 남두그룹의 후계자이자 전략기획 실장인 남민혁이 투자에 반대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남현철이 난감해 했었다고.

그래도 다행히 회장 권한으로 밀어 붙여서 지원하기로 최종 결정을 했다고 남연아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 안되면 남현철 회장이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내가 하는 일에 방해를 하다니.’

신유현은 남민혁을 떠올리며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그렇지 않아도 조용하다고 싶었는데 설마 회장인 남현철의 투자를 방해하려고 했었을 줄이야.

이 빚은 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갚아줄 생각이었다.

만약 남현철 회장이 현무전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도 투자를 한다고 하니 다행이군.’

덕분에 재무관리부장인 김재현이 활짝 핀 얼굴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만년 적자인 재정상황 때문에 숨도 못 쉬다가 이제야 숨통이 트였으니까.

하지만 신유현은 안쓰러울 뿐이었다.

남현철 회장의 선행 투자금은 거의 대부분 현무전의 부속 건물을 짓는데 쓰이거나, 아니면 남연아의 아티팩트 개발비에 쓰여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즉,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남은 건 강릉을 탈환하러 가는 것뿐인가?’

현무 검대원들을 충원하고 훈련도 빡세게 시켜서 이제 좀 쓸 만해졌다.

그리고 원거리 광역 공격이 가능한 적탑의 화염 마법사들과 금궁대의 부대 편성도 끝났다.

이채화와 김성훈이 중심이 되어서 현무전의 원거리 부대를 이끌 것이다.

거기에 최진성에게 PGM 헤카테 3을 지급하고 고유 특성도 각성시켰다.

강릉을 공략하러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은 거의 다한 상황.

‘게티아 숭배자 놈들도 아직까진 움직임이 없는 상태지.’

유일한 걸림돌이 있다면 게티아 숭배자놈들이었다.

하지만 현재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태였고, 숭배자 놈들에 대한 조사도 답보 상태였다.

풍림화산 길드에 잠입해 있던 숭배자 놈들을 심문했지만, 예상대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루베르에게 조사를 시켜 놓았으니 당분간은 기다릴 수밖에.’

지금까지 있었던 게티아 숭배자들에 대한 정보를 루베르에게 이야기한 신유현은 조사를 명했다.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테지.

‘그런데 지금 시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전 삶에서 풍림화산 길드가 레이드 던전 공략에 실패하고 스탬피드 현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스탬피드 현상으로 튀어나온 마수들을 처리하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무슨 일이 있었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당시 자신을 챙겨주던 최진성이 사망한데다가, 레이드 던전에서 발생한 스탬피드 현상으로 뛰쳐나온 마수들에게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신유현은 정신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더라.’

그렇게 신유현이 생각에 잠긴 사이,

벌컥!

신유현의 개인 집무실 문이 열렸다.

“전주님!”

집무실에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부전주인 최정훈이었다.

최정훈은 집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인베이전 게이트가 발생했답니다!”

“뭐?”

최정훈의 말에 신유현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스텀피드 현상이란 던전에 마수들이 넘쳐나서 뛰쳐나오는 사건이다.

슈브의 말을 빌린다면 던전 공간이 더 이상 마수들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면서 지구 차원을 침략하기 시작한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극히 드물게 인베이전 게이트라는 게 존재했다.

던전 게이트는 최소 며칠은 지나야 차원의 균열을 통해 마수들이 뛰쳐나온다.

하지만 인베이전 게이트는 발생하는 즉시 차원의 균열을 통해 마수들이 뛰쳐나온다.

“이거였었나.”

최정훈의 말에 신유현은 깨달았다.

풍림화산 길드가 공략에 실패한 레이드 던전에서 스탬피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인베이전 게이트도 발생했다는 사실을.

‘이걸 잊고 있었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시 인베이전 게이트의 발생은 레이드 던전 스탬피드 현상에 묻혀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었으니까.

레이드 던전 스탬피드로 뛰쳐나온 마수들을 전부 처리하고 뒷정리를 하던 헌터 협회의 초인들이 서서히 닫혀가던 인베이전 게이트를 발견했던 것이다.

“위치는 어디지?”

“칠성산 인근입니다.”

“칠성산이라고?”

최정훈의 대답에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전 삶에서 인베이전 게이트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알지 못했다.

인베이전 게이트를 발견한 헌터 협회에서 정확한 위치는 공표하지 않았고, 그저 발견만 했었다고 발효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칠성산 부근에서 열렸을 줄이야.

칠성산은 경기도 화성 쪽으로 수원 시 외곽에 있으며, 산자락 아래쪽으로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었다.

최악의 경우 인명피해가 커질 수도 있는 상황.

“마수들의 규모는?”

“그게…….”

신유현의 질문에 최정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지금은 아직 수십 마리 수준이지만, 분석에 따르면 최소 5성급 마수들이 수백 마리 이상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뭐라고?”

최정훈의 말에 신유현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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