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49화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남민혁 실장님.”
김이신은 웃는 목소리로 남민혁에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목소리와 달리 속이 쓰렸다.
‘남두그룹의 힘을 빌려야 하다니.’
육합 창술 가문의 입장에서 남두그룹은 사업적인 파트너임과 동시에 라이벌이었다.
둘 다 던전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기업이었으니까.
다만, 취급하는 품목이 조금 달랐다.
남두그룹은 아티팩트 사업이 주류였고, 육합 창가는 마수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이나 마정석 중심이었다.
[저한테 연락을 했다는 말은 지난번 제안의 답변입니까?]
“예. 전에 남민혁 실장님이 말했던 사람이 신유현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요.]
“그렇군요. 그럼 지난번에 했던 제안은 아직 유효합니까?”
[물론입니다.]
“잘됐군요. 지난번에 했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입니까?]
김이신의 말에 남민혁은 반색하며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파천검가의 삼남, 신유현 때문에 남민혁은 몇 번 자신의 일을 방해받았다.
그래서 육합 창술 가문의 후계자인 김이신에게 은밀한 제안을 했다.
앞으로 신유현이 자신들에게 방해가 될 테니, 미리 밟아 놓자고.
파천검가는 육합 창가에게 있어서 애증과 열등감의 대상이었다.
검 vs 창.
오랜 세월 대립해 온 관계였으니까.
하지만 김이신은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으로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때는 신유현이 자신의 일에 방해를 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김이신은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신유현 때문에, 파천검가로 파견한 감시팀이 박살 남과 동시에 약점을 잡혀 버렸기 때문이다.
“남민혁 실장님의 말대로 확실히 그놈은 방해가 될 것 같더군요. 실장님의 계획에 저도 한 손 거들겠습니다.”
[잘 생각했습니다.]
“그럼 다시 연락 주십시오.”
[네. 조만간 연락드리겠습니다.]
김이신의 스마트폰에서 만족스러운 남민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후 끊겼다.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주마.”
최근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해 봤자, 어차피 파천검가의 능력 없는 삼남일 뿐.
김이신은 이를 갈며 감히 자신을 건드린 신유현을 조지기로 결정을 내렸다.
* * *
전 세계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 중동.
던전 스탬피드로 인해 마수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중동은 사실상 국가체계가 붕괴하였고, 극단주의 무슬림들이 모여 사는 무법천지가 되었다.
그로 인해 중동은 마수들과 대립 중이었고, 이슬람 종파의 초인들끼리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온갖 강력 범죄들이 횡횡했다.
마약, 살인, 테러, 인신매매 등등.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빨리빨리 걸어!”
은은한 달빛이 쏟아지는 아래.
극단주의 무슬림들이 비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작은 마을에 생기를 잃은 눈으로 어린아이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마을에 걸려 있는 횃불 사이로 보이는 아이들의 표정은 희망이 없어 보였다.
공포와 절망으로 얼룩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뒤에서 극단주의 무슬림들이 히죽히죽 웃으며 채찍을 바닥에 내려쳤다.
촤악!
“히익!”
그 소리에 아이들은 흠칫 놀라며 몸을 떨었다.
바닥을 노린 채찍이 언제 자신들을 노리고 날아들지 알 수 없었으니까.
“도움도 안 되는 쓰레기 같은 놈들.”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차가운 눈으로 아이들을 노려봤다.
아이들은 전쟁고아였다.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전쟁고아들을 거둬들였다.
건강한 아이라면 세뇌를 시켜서 전사로 키우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팔려나갔다.
지금 이동 중인 아이들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 때문에 다른 곳으로 팔려나갈 예정이었다.
어디로 팔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불법적인 병원에 팔려서 장기매매를 당할 수도 있고, 흑마법사들에게 팔려서 실험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어느덧 도착한 마을 외곽 입구에는 트럭이 한 대 대기하고 있었다.
“빨리 타라.”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자신들이 인솔해온 열 명의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시, 싫어!”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거부를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저 트럭이 가는 곳은 지옥이라고.
“이것들이!”
그러자 극단주의 무슬림들 중 한 명이 채찍을 치켜 올렸다.
쌔애액! 촤악!
“악!”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의 등에 채찍이 날아들면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애새끼 주제에 감히 거부를 해?”
촤악! 촤악!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아이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채찍을 휘둘렀다.
이제 열 살이 조금 넘는 아이들의 살이 찢어지고 피가 튀었다.
“짜내가 왜 이런 애새끼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거야?”
“그건 네가 내기에서 졌기 때문이지.”
“그건 너도 마찬가지고.”
“하. 다른 놈들은 재미 좀 보고 있을 텐데.”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화풀이를 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차도르, 부르카, 니캅을 쓰지 않는 모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인식하고 인간으로조차 보지 않는다.
그 때문에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지하드 알 니카라는 그들만의 극단주의적 교리에 따라 전쟁고아 중 어린 여자아이들을 대상으로 성착취까지 한다.
지금 다른 곳에서는 극단주의 무슬림들이 한창 지하드 알 니카 중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이송해야 하는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오늘 밤새도록 차를 몰고 다른 마을로 가야했다.
그래서 지금 그들은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 일이 끝나면 대장이 챙겨준다고 했으니 기대되는군.”
“그렇지.”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빨리빨리 올라타라!”
그리고 그들 중 한 놈이 채찍을 치켜들었다.
그 순간,
샤악!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채찍을 든 극단주의 무슬림의 손목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지했을 때 이미 극단주의 무슬림은 채찍을 휘두른 후였다.
휙!
“어?”
순간 극단주의 무슬림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을 끔벅였다.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채찍이 휘둘러져야 하는데 자신의 팔만 아래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극단주의 무슬림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팔을 들어 올려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의 손이 사라져 있다는 사실을.
푸슈슉!
“으아아아아아악!”
고통은 인지한 후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뒤늦게 팔에서 솟구치는 피를 본 극단주의 무슬림은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뭐야!”
“어떤 놈이냐!”
갑작스러운 상황에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또각또각.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하얀 달빛 아래에서 키가 큰 여성 한 명이 자신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모습을.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는 붉은 눈동자와 치렁치렁하게 허리까지 내려오는 백은빛 머리카락.
그리고 어둡게 보이는 초콜릿색 피부와 붉은색 정장 슈트를 입고 있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미녀였다.
“여자?”
“감히 여자 따위가!”
상대의 정체를 확인한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붉은 정장 슈트의 미녀를 노려봤다.
자신들은 위대한 이슬람의 전사였다.
그런 자신들에게 여자가 공격을 해 오다니!
스르릉!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허리춤에서 시미터를 꺼내들었다.
우우웅!
그리고 시미터에서 오러가 흘러나왔다. 극단주의 무슬림들 또한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초인들이었던 것이다.
“우리들의 노예로 만들어 주마!”
하얀 달빛 아래의 붉은 정장 여성이 눈을 떼기 힘든 이국적인 미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상대는 고작 여자 한 명.
거기에 무기도 없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런 그들에게 붉은 정장의 여성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미친놈들이네.”
유창한 아랍어였다.
이어서 붉은 정장의 여성은 극단주의 무슬림들을 향해 가볍게 팔을 휘둘렀다.
퍼억!
“커억!”
그러자 극단주의 무슬림 중 한 명의 얼굴이 휙 돌아가면서 나가떨어지는 게 아닌가?
붉은 정장의 여성과 극단주의 무슬림들의 거리는 약 5미터 이상.
그럼에도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붉은 정장의 여성에게 공격을 받은 것이다.
퍽퍽퍽!
“컥! 크헉!”
붉은 정장의 여성이 오케스트라의 악단 지휘자처럼 팔을 휘두르자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비명을 지르며 피를 토했다.
묵직한 일격이 얼굴과 몸통을 가격했기 때문이다.
“대체 뭐가 공격하는 거야!”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주위에 기감을 퍼트렸다.
무엇이 자신들을 공격하는지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아마도 무형의 마나 같은 것일 테지.
그 말은 곧 붉은 정장의 여성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의미했다.
“헉! 서, 설마?”
순간 극단주의 무슬림들의 얼굴에 공포가 생겨났다.
자신들을 공격하는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을 한 것이다.
그 정체는 허공에 떠다니는 붉은 선혈 즉, 피였다.
“서, 서, 선혈의 마녀!”
경악한 얼굴로 소리치는 극단주의 무슬림의 말에 붉은 정장 여성은 아찔한 미소를 지었다.
붉은 정장을 입고 있는 여성의 정체는 다른 아닌 선혈의 마녀, 카밀라였던 것이다.
게티아 숭배자들의 집단, 잿빛 교단의 처형자.
그리고 손짓으로 선혈을 조종하는 모습을 보고 일부 사람들은 선혈의 지휘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도, 도망쳐!”
붉은 정장 여성의 정체를 눈치 챈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놀란 목소리로 소리치며 몸을 돌렸다.
바로 그때 카밀라는 허공을 날카로운 손짓으로 그었다.
촤악!
“끄아아아악!”
그 순간 도망치려던 극단주의 무슬림들의 다리가 썰려 나갔다.
“내가 살아서 보내 줄 줄 알았나 봐?”
카밀라는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바닥에 주저앉은 채 울고 있는 아이들에게로 향했다.
이제 고작 열 살이 좀 넘은 아이들의 모습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극단주의 무슬림들의 모진 채찍질에 여기저기 피멍이 들거나 피부가 찢겨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표정은 죽어 있었다.
끝없는 절망 속에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공포와 절망밖에 없는 죽어 있는 눈빛.
으득!
카밀라는 이를 갈았다.
그녀는 절대 용서하지 못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어린아이들에게 손을 대는 쓰레기 놈들.”
카밀라는 붉은 피조차 얼어버릴 것 같은 한이 맺혀 있는 것 같은 싸늘한 목소리.
“사, 살려…….”
촤악!
“끄아아아아아악!”
카밀라의 손짓에 허공을 떠돌던 붉은 피가 날카로운 낫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더니 극단주의 무슬림의 팔을 날려 버렸다.
그러자 허공에 치솟아 오르는 붉은 피들.
그리고 그 피는 카밀라가 조종할 수 있었다.
즉, 적들이 흘리는 피가 많으면 많을수록 카밀라의 능력 또한 강해진다는 소리였다.
그녀가 가진 고유 스킬, 혈계마법이었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원소를 다루지만, 그녀는 특이하게도 혈액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혈계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특기는 피로 다양한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에는 블러드 해머로 극단주의 무슬림들을 강타했었고, 지금은 블러드 사이즈(Blood Scythe)로 팔다리를 날렸다.
“쉽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마.”
카밀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름다운 미소였으나 극단주의 무슬림들의 눈에는 악마의 미소나 다름없었다.
하얀 달빛 아래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카밀라를 중심으로 붉은 피가 원을 그리며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서 카밀라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네놈들을 전부 쥐어짜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