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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48화 (148/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48화

“내 욕망을 이뤄 주겠다고? 마음에 드는 소리를 하는군.”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욕망, 아니 목적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복수다.

모든 것을 앗아간 게티아 놈들에게 인류가 당한 만큼 되돌려주고 싶었으니까.

‘죽여도 곱게 죽일 수는 없지.’

최대한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죽음에 이르게 해 줘야지.

게티아 놈들이 그랬던 것처럼.

“마스터의 욕망을 이루는데 오래 기다릴 필요가 있나요?”

루베르는 붉은 눈을 빛내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글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천천히 신중하게 게티아 놈들의 목을 조르면 되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게티아의 본대는 지구에 오지 않았다.

선발대로 침투한 게티아와 숭배자들이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신유현의 목적을 이루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었다.

“읏.”

신유현의 말에 루베르는 몸을 떨었다.

그녀에게 있어 신유현은 초대 불사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분의 모든 것을 이어 받은, 그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만의 계승자.

그리고 그 계승자와 현재 단둘이 있는 상황!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루베르는 겨우 마음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그, 그렇지요. 수백 년을 기다려 왔는데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요.”

루베르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다.

앞으로 며칠, 아니 몇 시간 정도라면 기다리지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그렇군. 넌 수백 년간 봉인되어 있었었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내 욕망은 앞으로 5년 안에는 이룰 수 있을 테니.”

“5년…….”

그렇구나. 5년이구나.

루베르는 붉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앞으로 5년 안이면 계승자를 가질 수 있다는 소리였다.

“어쩌면 그보다 더 빠를 수도 있고.”

게티아 숭배자 놈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지구에 있을 게티아를 붙잡을 수만 있다면 복수를 할 수 있는 시기를 좀 더 앞당길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가요?”

루베르는 아찔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진조의 공주.

5년이라는 시간은 찰나와도 같기에.

그 정도의 시간, 기다리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네가 해 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

“무슨 일인가요?”

“우리 가문의 구역에 쥐새끼들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 놈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정보와 증거를 가져오도록.”

“오늘 낮에 있었던 놈들 말이군요.”

루베르는 붉은 눈을 빛내며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육합 창가와의 일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루베르가 권속 중 하나를 신유현에게 빌려 주었으니까.

그리고 감히 불사왕의 계승자님이 지배하는 구역에 쥐새끼들이 숨어들어 왔다는 사실에 얼마나 화가 났던가.

“놈들을 박멸하실 생각이신가요?”

“그렇다. 너희들이면 잘 처리할 수 있겠지.”

“물론이에요.”

루베르가 이끄는 뱀파이어 군단.

불사 군단 중 하나인 그들은 정보와 잠입, 암살 등등을 담당한다.

그들이라면 수원에 몰래 들어온 육합 창가 놈들의 정보와 김수연을 저주한 증거를 찾아서 가져 올 수 있겠지.

“알겠습니다. 저희에게 맡겨 주시길. 밤은 저희들의 시간이니까요.”

루베르는 먹잇감을 노리는 밤의 사냥꾼 같은 미소를 지었다.

* * *

다음 날 아침.

루베르의 일처리는 빠르고 정확했다.

신유현의 집무실 책상 위에 지금까지 육합 창가 놈들이 수원에서 벌였던 서류들과 증거들이 놓여 있었으니까.

‘역시 불사왕의 정보 부대답군.’

신유현은 혀를 내둘렀다.

루베르는 권속 열 명을 이끌고 육합 창가의 비밀 임시 거점을 털었다.

놈들의 거점을 찾아낸 건 간단했다.

김상철의 집을 찾아온 창가 놈들에게 신유현이 루베르의 권속 중 하나를 붙여 두었기 때문이다.

루베르의 권속들은 은신, 잠입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육합 창가의 거점 위치를 간단히 알아냈다.

그리고 그날 밤 바로 신유현은 루베르를 보냈다.

놈들에 대한 정보와 증거를 가져 오라고 하면서.

‘조금만 늦었으면 얻기 힘들 뻔했다고 했었지.’

루베르가 잠입했을 때, 이미 놈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러 증거 자료들과 서류들을 파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육합 창가에 멍청한 놈들만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상황이 망했다는 걸 파악하고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먼저 신유현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이걸로 놈들을 압박할 수 있겠군.’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육합 창가 놈들의 약점을 쥐게 된다면 파천검가를 쉽게 넘보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겠군.”

그렇지 않아도 가장 인원이 많은 육합 창가가 나대고 있는 터라 파천검가의 가주인 신성일은 심기가 불편했었다.

그런데 이제 신유현이 육합 창가에게 목줄을 채울 수 있는 재료를 손에 넣은 것이다.

육합 창가는 4대 명가가 서로 자신들의 구역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맺은 불가침 조약을 위반했다.

거기에 어린 아이에게 저주까지 걸었다.

이러한 사실들이 언론과 대중에 퍼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육합 창술 가문의 명예와 체면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4대 명가 밑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하이에나 같은 크고 작은 무술 가문들이 물어뜯기 시작할 터.

‘큰일을 했어.’

정보를 가져온 루베를 떠올리며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번 일로 인해 가문 내에서 자신의 위치는 보다 더 견고해졌으며, 외부인인 루베르와 권속들을 좀 더 쉽게 현무전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여러모로 신유현에게 득이 되는 일이었다.

남은 건, 정보를 효과적으로 잘 쓸 수 있는 인물에게 넘겨주기만 하면 된다.

‘부전주라면 알아서 잘 하겠지.’

그라면 여기저기 MSG를 팍팍 쳐서 육합 창가를 요리할 터.

작은 미소와 함께 신유현은 집무실에 있는 인터폰을 들어올렸다.

* * *

최정훈은 신유현의 기대대로 훌륭하게 육합 창가를 요리했다.

현무전뿐만이 아니라 가주전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해서 육합 창가를 탈탈 털었던 것이다.

그 결과 육합 창술 가문은 파천검가에게 약점을 잡히고 말았다.

‘육합 창가 놈들 반응은 예상대로였지만.’

처음에 육합 창가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딱 잡아 뗀 것이다.

하지만 파천검가가 증거 자료를 들이 밀자, 그제야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말단 직원이 독단적으로 일으킨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파천검가에게 가문들끼리 합의를 보자는 걸로 결말을 지었다.

이제 파천검가는 육합 창가에게 요구를 전달하면 되는 상황.

그 덕분에 지금 가주인 신성일의 기분이 좋다는 간부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이번 일로 보상을 받을 수 있겠군.’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육합 창술 가문의 약점을 잡는 결정적인 정보를 얻었으니 자신 또한 가문의 보상이 있을 터.

‘우리 애들 장비 좀 받아야겠군.’

신유현은 현무전의 대원들을 떠올렸다.

현재 현무검대의 대원들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었다.

유능한 교관을 영입했고, 가문의 2인자인 숙부 신성현이 가끔 찾아와 검술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강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거기에 그동안 다른 검전에 빼앗겼던 재능 있는 문하생들도 대거 영입한 상황.

하지만 그에 반해 현무 검대의 장비는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기본 보급품들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신유현은 이번 기회에 가문에서 좋은 품질의 장비들을 받아 낼 생각이었다.

“남은 건 강릉 탈환인가.”

강릉에서 마수들이 뛰쳐나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약 한 달 정도.

그전에 강릉 탈환을 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그리고 준비를 끝낼 쯤에는 김상철에게 부탁한 최진성의 전용 무기도 완성할 수 있을 터.

최진성의 저격은 마수들과의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데뷔전으로는 나쁘지 않겠군.’

신유현은 씩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신유현은 현무전을 발전시키는데 노력해 왔다.

원거리 딜러들인 황금 화살 길드.

화염 속성 마법사들의 길드인 적탑.

그리고 현무 검대원들까지.

강릉 탈환을 통해 자신이 키운 현무전의 힘을 세상에 보여 줄 생각이었다.

* * *

육합 창술 가문의 본가.

인천광역시 계양산 근처에 거대한 장원이 육합 창가의 본가다.

본가에는 육합 창술 가문의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으며, 육합 창술을 배우는 가문의 문하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인천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본부는 인천광역시의 중심부 빌딩에 있으며 사실상 기업이나 다름없었다.

4대 명가 중에서 가장 수가 많았기에 관리하고 있는 던전들 또한 상당한 편이었다.

그 덕분에 던전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으며, 주로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마수들의 부산물들을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외에 부동산에도 손을 대고 있기도 했다.

“파천검가의 신유현이라.”

육합 창술 가문의 본사 빌딩 12층.

그곳에 전략기획팀의 실장실이 있었다.

그리고 전략기획 실장은 육합 창술 가문의 후계자이자 30대 초반의 청년 김이신이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개인 사무실에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최근 자주 들리는군.”

김이신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의 자리가 자리이다, 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나 소문들이 들려왔다.

그중 최근에 가장 많이 들리는 소문이 파천검가의 무능한 쓰레기가 변했다는 이야기였다.

‘인간이 쉽게 바뀌진 않을 텐데…….’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고만 알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김이신의 관심은 인천 앞바다에 있었으니까.

누군가가 마수들과 전투를 벌인 흔적이 약간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누가 한밤중에 마수들과 싸웠던 것일까?

‘전투의 흔적을 지운 모양이지만 완전히 다 지우는 건 불가능하지.’

김이신은 피식 웃었다.

밀물에 쓸려 나가긴 했지만, 백사장에 마수들로 보이는 발자국 일부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 흔적을 토대로 김이신은 인천 앞바다에 대규모 전투가 있지 않았을까 유추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사건에 흥미를 가지고 알아보던 중, 뒤통수를 쎄게 맞았다.

다름 아닌 숙적이라고 할 수 있는 파천검가에게 말이다.

“신유현…….”

김이신은 뿌득 거리며 이를 갈았다.

파천검가의 삼남이자, 가문에서 무시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 사내.

그런데 그 인물에게 방해를 받은 것이다.

파천검가를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이기영 팀장을 파견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팀장으로부터 순조롭게 일이 잘 풀리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보고를 받은 지 하루가 지나자 철수를 해야 한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때는 이 팀장 이 새끼가 무슨 개소리를 하나 싶었는데…….’

이 팀장의 말이 맞았다.

그로부터 또 다시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파천검가로부터 정식 루트를 통해 항의를 받았으니까.

그 때문에 김이신은 가주인 아버지는 물론 가문의 어르신들에게 개같이 까였다.

네가 정신이 있는 새끼냐, 없는 새끼냐 라고 하면서.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순 없지.”

신유현 때문에 자신이 당한 모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별로 연락을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군.’

김이신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이신 실장님께서 저한테 전화를 주시다니 별일이군요.]

잠시 후 김이신의 스마트폰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름 아닌 남두그룹의 장남 남민혁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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