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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47화 (147/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47화

‘방해만 되는 놈들이었지.’

게티아들의 침략 앞에 여러 가문과 헌터 협회가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

하지만 독선적인 가문들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초인들은 서로 힘을 합치지 않았다.

각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혹은 자신들이라면 능히 게티아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착각 속에 빠져 있었으니까.

특히 육합 창술 가문은 그 성향이 더 강했다.

‘협력은 개뿔.’

상호 불가침 조약 상에는 마수들의 침입이나 빌런들의 테러가 일어났을 경우 서로 협력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가문의 체면과 위신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되어도 도와달라는 요청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초인 사회에서 한 번이라도 얕보이면 물어 뜯기게 되니까.

차원을 넘어서 게티아들이 침략을 시작한 초기 시절.

아직 게티아들이 얼마나 강대한 존재들인지 모르던 상황에서 육합 창가 놈들이 사고를 쳤다.

자신들이 게티아들을 처리하겠다고 하면서 토벌대를 조직했다.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게티아 놈들을 조지러 갔다.

하지만 조져진 건 육합 창가 놈들이었다.

‘망할 놈들.’

그 당시 상황을 떠올린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들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서 아무런 조사도 없이 게티아들을 공격한 육합 창가 놈들.

그 결과 육합 창가 놈들이 조직한 토벌대는 전멸했다.

그리고 그 일은 게티아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이 세계로 넘어온 후 게티아들은 간을 보듯 공격을 해 왔다.

그런데 육합 창가 놈들의 공격 이후 본격적으로 침공을 개시했던 것이다.

그 탓에 게티아들을 상대로 대응할 시간이 없었던 초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아버지를 비롯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4대 명가의 가주들이 게티아들을 겨우 상대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가장 약한 게티아들의 무력은 마스터급 정도였으니까.

‘결국 당할 수밖에 없었지.’

그나마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초인들만이 게티아들과 손속을 나눌 수 있었을 뿐, 그 외 나머지는 숫자로 밀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게티아에게 피해를 주었으나, 초인들의 피해 또한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3년간의 전쟁 끝에 전 세계의 초인은 자신들이 신이라고 주장하는 게티아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각 가문과 초인들이 힘을 합칠 수 있었다면 좀 더 버틸 수 있었을 테지.

아니, 어쩌면 인류가 안식할 수 있는 한 줌의 땅덩어리 정도는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한반도는 상황이 더 안 좋았지. 육합 창가 놈들 때문에.’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게티아를 상대로 발버둥친 결과 인류는 3년이라는 시간을 버텼다.

하지만 한반도는 육합 창가 놈들 때문에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멸망했다.

그 때문에 신유현을 비롯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전 세계로 흩어졌다.

그리고 신유현은 유럽을 전전하게 되었으며, 그때 그녀와 만났다.

유럽의 마녀, 마리아 테스타로사를.

‘이번 기회에 육합 창가 놈들을 압박해야겠군.’

신유현은 육합 창가 놈들을 떠올리며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 * *

“야, 이 병신 새끼들아! 미쳤냐! 미쳤냐고!”

육합 창술 가문의 수원 임시 사무실.

파천검가의 눈을 피해 몰래 차린 사무실에서 고성이 울려 퍼졌다.

육합 창가에서 수원으로 파견한 팀장 이기영의 목소리였다.

“너넨 뇌가 있냐, 없냐? 파천검가의 직계한테 우리가 수원에 있다는 걸 들키면 어떡해, 이 개 뼈다귀 같은 새끼들아!”

이 팀장은 빡친 표정으로 최혁준, 이석진, 박태형의 머리를 책상 위에 있던 재떨이로 내려쳤다.

그러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세 놈은 비명 소리를 냈다.

“아니, 저희가 가니까 놈이 있던데요.”

“이미 저희가 수원에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영감탱이가 이미 꼰 지른 것 같습니다.”

오늘 김상철의 집을 방문했던 육합 창가의 세 놈들은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자 대번에 이 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새끼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지금 나한테 말대꾸 하냐? 미쳤냐?”

“아, 아닙니다!”

“이 개자식들이, 그동안 오냐 오냐 풀어주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이 팀장은 다시 재떨이를 집어 들어올렸다.

빡빡빡빡빡!

“커억!”

“엑! 윽!”

“끄헉!”

이 팀장의 말에 억울해서 한마디씩 했다가 도자기 재떨이에 뚝배기가 깨지기 시작하는 녀석들.

이기영 팀장이 이끄는 그룹이 수원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킨 건 운이 없었을 뿐이었다.

자신들이 사려고 한 집과 땅의 주인이 있는 장소에 신유현이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으니까.

그 사실을 이 팀장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결과적으로 파천검가의 직계에게 자신들이 수원시에 침투하려는 사실을 들켰다.

그 결과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씨X. 개 같이 까이게 생겼네.’

이 팀장보다 위에 있는 상급자에게 진짜 뒤지게 까일 것이다.

특히 육합 창술 가문의 장남인 김이신 실장에게 까일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김이신 실장은 이기영 팀장을 수원에 보낸 직속상관이었으니까.

“아이고, 머리야.”

이 팀장은 골치가 아픈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이제 어쩐다.’

파천검가에게 들켰으니 더 이상 수원에 있을 수 없었다. 파천검가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빌어먹을 놈이 대체 왜 영감탱이 집에 있어서…….’

이 팀장은 이를 악물었다.

이번 일을 위해서 육합 창가는 물밑 투자를 많이 했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한적한 장소에 건물을 하나 지어서 비밀 거점용 아지트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4대 명가들은 서로서로 견제를 주고받고 있는 관계였다.

실제로 4대 명가들이 보호하고 관리하는 지역 내에는 서로가 보낸 스파이들이 숨어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인천에 숨어들어서 자신들을 감시하는 다른 4대 명가들의 스파이가 있을 테지.

다만 드러나 있지 않을 뿐.

하지만 현재 이기영의 감시팀은 파천검가의 직계인 신유현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냥 조져 버릴까?’

아마 지금도 김상철의 집에 있을 터.

마음 같아서는 당장 찾아가서 파천검가의 직계든, 김상철 일가족이든, 뭐든 간에 그냥 싹 다 조져 버리고 싶었다.

“후…….”

하지만 이 팀장은 길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일은 무엇일까?

적어도 지금보다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할 터.

“증거 다 없애.”

“네?”

“지금까지 우리가 해 왔던 일 전부 다 없애라고.”

“그럼 김상철 일가랑 파천검가 직계 놈을 묻어 버릴까요?”

이 팀장의 말에 최혁준이 눈을 빛내며 되물었다.

“야, 이 빡 대가리 새끼야! 묻기는 뭘 묻어? 쓸데없는 네놈 대가리나 땅 속에 묻어라!”

빠악!

이 팀장은 빡친 표정으로 최혁준의 뚝배기에 도자기 재떨이를 내려쳤다.

“내가 이런 놈들을 데리고 감시팀을 이끌고 오다니.”

이 팀장은 속에 천불이 난다는 표정으로 세 놈을 노려봤다.

그리고 다시 놈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며 명령을 내렸다.

“우리가 지금까지 영감탱이 집이랑 땅 사려고 부동산 관련 서류 조작한 거 있잖아? 다 증거 없애.”

“네.”

“그리고…….”

이 팀장은 진지한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세 놈을 바라봤다.

“김상철 손녀 있지? 우리가 저주와 연관이 있었다는 흔적은 전부 지워라. 조금이라도 흔적이 남아 있으면 너희나 나나 다 같이 죽는 거야.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이 팀장의 말에 세 놈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때 이석진이 고개를 들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런데 팀장님.”

“왜?”

“만약 우리가 저주와 관련되어 있다는 걸 파천검가 직계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우리만 개 같이 멸망하는 거지.”

4대 명가 중 하나가 저주를 어린 아이에게 걸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명예와 체면과 위신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니, 바닥 밑에 지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지.

그러니 그전에 육합 창가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를 시전할 것이다.

가문과 관계없는 일부 특정 집단이 저지른 일이라고 하면서.

그래야 최소한 가문의 명예는 지킬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증거나 완벽히 없애라. 여기도 정리하고.”

이 팀장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

파천검가가 움직이기 전에 미리 선수를 쳐서 증거를 없앤 후 이곳을 뜰 생각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내일 바로 여기서 뜬다. 그때까지 준비해 놔.”

“네. 알겠습니다.”

이 팀장의 말에 세 놈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 * *

그날 늦은 저녁.

김상철에게 아그라니윰 금속 제련과 최진성의 전용무기 대물 저격총 PGM 헤카테3의 제작을 의뢰한 신유현은 가문으로 돌아왔다.

‘이제 김상철 일가에게 손을 대진 않겠지.’

김상철은 파천검가의 비호 하에 있다.

그 사실을 육합 창가도 알게 되었을 터.

하지만 이판사판으로 육합 창가에서 수원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눈이 돌아가서 김상철 일가를 습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습격하려고 했으면 진작에 했을 테니까.’

김상철 일가와 파천검가의 직계를 동시에 처리해야 의미가 있었다.

그래야 육합 창가에서 수원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인물들이 전부 사라지니까.

하지만 일부러 몇 시간 동안 더 김상철의 집에 있었지만 습격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 뿐.

‘지금까지의 증거를 없애고 철수하려 할 테지.’

파천검가가 보호 관리하는 지역에 육합 창가가 개입했다고 신유현이 말한다고 해도 증거가 있어야 했다.

육합 창가에서 오리발을 내밀고 발뺌을 한다면 손 쓸 도리가 없었다.

낮에 찾아왔던 세 놈을 돌려보낸 이유도 마찬가지.

증거가 없었기에 붙잡아 둘 수 없었고, 세 놈이 증거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빠르면 오늘 밤에 증거를 처분하려나?’

만약 육합 창가에서 수원에 파견한 인물이 유능하다면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오늘 왔던 세 놈을 보면 별로 유능할 것 같진 않지만.’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유비무환이었다.

신유현 또한 빠르게 손을 쓸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놈들을 용서할 수 없었으니까.

“내 사람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줘야지.”

이전 삶에서 자신을 도와주고 아들처럼 대해 준 김상철에게 감히 위해를 끼치다니.

어디 그뿐인가?

아직 어린 아이인 김수연에게 저주까지 건 놈들이었다.

당연히 용서할 수 없었다.

“루베르.”

“네. 마스터.”

신유현의 부름에 아무것도 없는 허공 속에서 루베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친 화염 같은 붉은 머리카락과 루비 같은 눈동자, 그리고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가슴에 붉은 장미 장식이 달린 드레스를 입고 있는 진조의 공주.

“네가 해 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다.”

“생각보다 빨리 이런 날이 왔군요.”

늦은 밤, 개인 집무실에는 그녀와 신유현 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불렀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마스터가 원하시는 욕망을 이루어 드리겠어요.”

루베르는 뜨거운 눈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잠시 후, 신유현의 입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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