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46화 (146/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46화

“누가 어린애에게 저주를 걸었다는 거냐!”

“육합 창가를 우습게 보는 거냐!”

육합 창가 놈들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신유현은 날카로운 눈으로 놈들을 노려봤다.

“저주가 걸린 사람이 어린애라는 말은 안 했는데.”

“……!”

순간 녀석들이 흠칫거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우리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놈들은 이내 표정을 싹 바꾸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잠깐 스쳐 지나간 표정을 보고 신유현은 확신했다.

놈들이, 아니 육합 창가에서 김수연에게 저주를 걸었다고.

“이놈들이!”

놈들의 말에 김상철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때 신유현이 김상철의 앞에 손을 들며 막았다.

그러자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김상철이 신유현을 바라봤다.

자신의 손녀에게 저주를 건 놈들을 용서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신유현은 김상철을 바라보며 고개를 짧게 좌우로 흔들뿐이었다.

그리고 김상철의 곁으로 다가가 귀에 대고 말했다.

“저한테 맡기세요.”

그 후 다시 육합 창가 놈들을 돌아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딱.

처척!

놈들의 목에 검 끝을 겨누고 있던 세이버들이 한 걸음 물러섰다.

그제야 숨통이 트인 놈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아무리 파천검가라고 해도 우리 육합 창가에게 싸움을 걸다니!”

“이 일은 정식으로 항의하겠다!”

목에서 검이 치워지자 다시 기세등등해진 모양.

그런 그들에게 신유현은 헛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할 소리지. 수원은 우리 가문이 보호하고 있는 도시다. 그런데 왜 육합 창가에서 수원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는 거지?”

“그, 그건…….”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신유현의 말에 순간 놈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신유현의 말대로 수원은 파천검가가 보호하고 있으며 주로 활동하고 있는 도시였다.

그런데 그런 도시에 육합 창가 놈들이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었다니!

“네놈들도 알고 있을 텐데. 각 가문들이 관리하고 있는 영역에는 손을 대지 않기로 말이야.”

대한민국 4대 가문은 서울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각각 보호하고 있는 지역이 있었다.

육합 창술 가문은 인천광역시를.

파천검가는 수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는 군포, 화성, 용인을 포함한 경기도 남쪽 지역 일대를.

나선권 가문은 의정부와 서울 북부지역을.

만독 가문은 남양주를 중심으로 서울 동쪽 지역을.

마지막으로 서울시의 중심은 4대 명가를 비롯한 각 가문의 초인들과 헌터들이 집합해 있는 헌터 협회가 보호한다.

그리고 서울 중심부를 제외한, 나머지 4대 명가들이 보호하는 지역들은 상호불가침 조약이 맺어져 있었다.

마수들의 침입이나 빌런들의 테러가 일어났을 경우 서로 협력을 하나, 자신들의 세력에는 발을 들이지 않기로 말이다.

그런데 지금 육합 창술 가문이 하고 있는 짓은 명백한 조약 위반이었다.

“이 일은 파천검가에서 정식으로 항의를 하도록 하지.”

“큭.”

신유현의 말에 육합 창가 놈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어떻게 알았지, 라는 표정으로 바라만 볼 뿐.

‘우연인가?’

육합 창가 중 한 명, 이상재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이번 일을 파천검가에서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터.

이상재는 이를 갈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최혁준을 바라봤다.

“그렇다고는 해도 육합 창가에 손을 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

“오늘은 이대로 물러가 주마!”

놈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덩치를 부축하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유현과 김상철을 돌아보며 두고 보자라는 상투적인 말도 빼먹지 않았다.

“저놈들을 보내 줘도 괜찮은가?”

“예. 지금은요.”

걱정스럽게 묻는 김상철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증거가 없기 때문에 잡아 둘 수는 없죠.”

“나중에 해코지하러 오면 어떡할 건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김상철의 말에 신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걱정 마세요. 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을 크게 벌이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이곳은 파천검가가 주로 활동하고 관리하는 도시, 수원이다.

이런 곳에서 일을 크게 벌인다면?

‘전쟁을 하자는 거지.’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육합 창가 놈들이 수원에 인원을 이끌고 온다는 건 파천검가를 향해 선전포고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무리 육합 창가가 막 나가는 가문이라고 해도 그런 짓은 하지 않을 터였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테니까.

“이 일은 저한테 맡겨 주세요.”

신유현은 다급하게 차를 타고 떠나는 육합 창가 놈들을 차가운 눈으로 노려봤다.

‘어딜 감히 이곳에 지점을 세우려고.’

육합 창가 놈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대충 감이 잡혔다.

육합 창가 놈들은 가문의 고모만 비대할 뿐, 강자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정보력조차 상당히 떨어졌다.

실제로 파천검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잘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으니까.

아마도 그 때문에 파천검가의 눈을 피해서 인적이 드문 장소에 육합 창가의 지점을 세워서 감시하려고 하는 것일 테지.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어르신이 이사를 갈 일은 없을 겁니다. 이곳에 계속 있어 주세요.”

신유현은 김상철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전 삶에서 왜 김상철이 나선권가 보호를 하고 있는 의정부로 이사를 갔었는지 몰랐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육합 창가 놈들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이상 순순히 김상철을 이곳에서 내보낼 수 없었다.

“고맙네.”

김상철은 신유현의 손을 붙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김상철은 두 가지 일을 고민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시름시름 않고 있는 손녀였고, 두 번째는 육합 창가 놈들이었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신유현이 한 번에 해결해 버린 것이다.

“그럼 의뢰는 받아 주시는 거겠죠?”

“물론, 내 어떻게든 아그라니윰 금속을 제련해 주겠네.”

“다행이네요.”

김상철의 말에 한차례 웃어 보인 신유현은 한마디 덧붙였다.

“그럼 제련한 아그라니윰 금속으로 무기를 하나 만들어 주세요.”

“아, 그러고 보니 무기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었지.”

김상철은 육합 창가 놈들을 만나기 전에 신유현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알겠네.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럼 자네가 쓸 검을 만들어 주면 되는가?”

“아뇨.”

신유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끼이익.

그때 마침 현관문을 열고 일행들이 들어왔다.

신유현은 마당으로 나오고 있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최진성 씨의 전용 무기를 만들어 주십시오.”

“네? 제 전용 무기요?”

현관문에서 나오다가 신유현의 말을 들은 최진성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는 자신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신유현이 도착하면 이야기해 주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신유현이 자신의 전용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할 줄이야!

“자네 무기가 아니고?”

놀란 건 김상철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신유현이 쓸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수행원으로 보이는 인물의 전용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할 줄이야.

“최진성 씨가 사용할 무기는 좀 특이합니다. 미스릴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아그라니윰 금속으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흐음. 아그라니윰 금속으로 만들어야 한다라.”

김상철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최진성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무리 어르신이라고 해도 최진성의 전용 무기를 제작하는 건 꽤 까다로울 겁니다.”

“재미있군. 반드시 특제품으로 만들어야겠구만.”

까다로운 무기의 제작이라니.

오랜만에 김상철은 도전 정신이 불타올랐다.

“그래서 무슨 무기를 만들면 되는가? 명검? 보검? 아니면 마법검?”

아그라니윰 금속과 김상철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검들.

하지만 신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그라니윰 금속으로 대물 저격총 PGM 헤카테3을 만들어 주십시오.”

“어엉?”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에 김상철은 눈을 끔벅거렸다.

대물 저격총이라니?

“지금 저격총을 제작해 달라고?”

“네.”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되묻는 김상철에게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하지만 총기 제작은…….”

“이미 정부와 헌터 협회의 허락을 구했습니다.”

사실 초인 사회에서 단순한 총은 그리 위협적인 무기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초인이 직접 착용하는 검과 창, 건틀렛 등이 더 위험했다.

하지만 지금 신유현이 제작하려고 하는 무기는 일반 총이 아니다.

마탄을 사용하는 총이었기에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정부와 헌터 협회에 허락을 구한 것이다.

‘사실상 통보에 가까웠지만.’

신유현은 속으로 웃었다.

4대 명가 중 하나인 파천검가의 힘으로 밀어붙여서 허락을 구했으니까.

“총이라…… 총은 만들어 본 적이 없는데. 으음…….”

예상치 못한 의뢰에 김상철은 고민에 잠겼다.

지금까지 다양한 장비들을 만들어 봤다. 검이라면 특히 더 자신이 있었고, 창과 활, 건틀렛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총은 만들어 보지 못했다.

하물며 그냥 총도 아니고 아그라니윰 금속을 사용하면 대물 저격총이라니!

“그 점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연아 씨가 도와줄 거니까요.”

“우리 같이 한번 만들어 봐요!”

이미 신유현이 대물 저격총을 만들어 달라는 말에 남연아의 눈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녀 또한 최진성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몰랐다.

그런데 설마 아그라니윰 금속으로 대물 저격총을 만들기 위함이었다니!

그녀가 가진 다양한 지식이라면 대물 저격총을 제작하기 위한 설계도 따위는 금방 그려낼 수 있었다.

“아니, 그런데 왜 하필 대물 저격총인가? 마수들에게 통하지 않을 텐데.”

김상철은 궁금한 얼굴로 신유현과 최진성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아무리 대물 저격총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2성 일반 마수들에게 피해를 조금 입히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아그라니윰 금속으로 제작한다면 조금 더 타격을 입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큰 차이는 없을 터였다.

마수들을 보호하는 마나 장벽 혹은 마투기 때문에.

“물론 어르신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 최진성 씨에게는 해당되지 않지요.”

신유현은 흐뭇한 미소로 최진성을 바라봤다.

자신을 바라보는 신유현의 미소가 부끄러운지 최진성의 얼굴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진성 씨는 총탄에 마나 인챈트를 할 수 있습니다.”

“총탄에 마나 인챈트라고? 정말인가?”

김상철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나 인챈트는 주로 화살 같은 비교적 큰 물체에 하는 편이 성공 확률이 높았다.

총탄같이 작은 물체는 마나 인챈트를 하기 힘든 편이었다.

게다가 총탄에는 필연적으로 화약이 들어가기 때문에 마나 인챈트를 할 경우 잘못하면 바로 폭발할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초인들은 활을 주 무기로 사용한다.

대형 포탄도 마찬가지.

총탄보다 큰 포탄은 상대적으로 마나 인챈트를 하기 쉬운 편이나 제어에 실패하면 폭발할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폭발 사고가 생길 경우 총탄보다 훨씬 더 큰 피해가 생긴다.

그 때문에 초인들은 현대 병기들을 포기한 것이다.

아주 조금만 관리를 잘못해도 폭발해 버리니까.

하지만 김상철은 고유 특성 마탄의 사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마나 인챈트를 100퍼센트 성공하는 능력 보정이 붙는다.

가히 사기에 가까운 특성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다만, 고유 특성 마탄의 사수는 총기류에 한해서 능력을 발휘한다.

대형 포탄이나 미사일 같은 현대 병기에는 통하지 않았다.

“대단하구만.”

“아, 아닙니다.”

김상철의 칭찬에 최진성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대단한 건 전주님이시죠.”

최진성은 신유현을 바라봤다.

신유현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아무튼 잘 알겠네. 그런 거라면 내가 해 보겠네. 이 아가씨도 도와준다고 하니.”

“맡겨 주세요!”

김상철의 시선에 남연아는 의욕에 불타는 목소리로 답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신유현이 김상철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최진성도 뒤따라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제 남은 건, 육합 창가 놈들이군.’

신유현은 속으로 안색을 굳히며 냉정한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이전 삶에서 육합 창술 가문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