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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45화 (145/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45화

신유현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전 삶에서 김상철은 자신을 도와준 몇 안 되는 인물이었으며 마치 아들처럼 대해 주었다.

그런데 저런 막말을 하다니!

“저놈들 뭡니까?”

“육합 창술 가문 놈들입니다.”

“창가 놈들이라고요?”

김영진의 빠른 대답을 들은 신유현은 2층 창문을 통해 대문 앞에 서 있는 놈들을 노려봤다.

4대 명가 중 하나인 육합 창가.

여섯 개의 초식을 다채롭게 사용하는 육합 창술로 세력을 넓힌 가문이다.

기본적으로 창이라는 무기 자체가 강한데다가 육합 창술은 초반 초식이 위력적이었다.

그 덕분에 수많은 초인이 육합 창출을 배우기 위해 찾아갔다.

육합 창가 또한 찾아온 초인들을 전부 받아들였다.

그로인해 규모는 커졌지만 말썽도 많았다.

워낙 다양한 성격을 가진 초인들이 모여 들었으니까.

그러니 지금 김상철의 집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놈들도 있는 것일 테지.

“야! 영감! 빨리 문 안 열어?”

“문 부셔 버린다?”

쾅쾅쾅!

육합 창가 놈들은 대문을 부술 듯이 두들기며 점점 도를 넘는 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김상철의 집이 민가가 멀리 떨어져 있는 외진 곳이라 더 행패를 부리는 것이라.

“경찰에 신고할까요?”

“경찰은 무슨 얼어죽을.”

김영진의 말에 김상철은 헛웃음을 흘렸다.

초인과 헌터들이 활약하고 있는 시대.

경찰은 유명무실했다.

거기다 저놈들은 육합 창술 가문 소속이었다.

경찰을 불러봐야 눈도 하나 깜짝하지 않을 터.

“잠시 기다려 주시오.”

김상철은 신유현을 향해 한마디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자신이 나가서 창가 놈들을 정리할 생각인 모양.

하지만 김상철이 나간다고 해서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저도 같이 가죠.”

신유현은 김상철의 뒤를 따랐다.

그러자 김상철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럴 필요 있나. 편히 쉬고 있으시오.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괜찮습니다.”

신유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김상철의 집 앞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는 창가 놈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말 편히 하세요.”

신유현은 가끔 한 번씩 존대를 섞어서 말하는 김상철에게 편히 대해 달라고 말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것도 있고, 대장장이 실력으로 봐도 명장에 가까웠으며, 무엇보다 이전 삶에서 자신을 챙겨주고 아들처럼 대해주었으니 말이다.

신유현은 김상철이 타인 같지 않았다.

“……고맙네.”

잠시 대답을 하지 못하던 김상철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단순히 말을 편하게 하라는 것을 넘어서 신유현이 호의를 베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무기를 하나 잘 만들어 주세요.”

“걱정 말게. 내가 특제품으로 만들어 주겠네.”

신유현의 말에 김상철은 웃으며 답했다.

“그런데 저놈들이 왜 여기 와서 행패입니까?”

“그게 후.”

2층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서 묻는 말에 김상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집을 넘기라고…….”

“예?”

“이 일대에 집과 땅을 사서 건물을 짓는다고 하면서 집을 팔라고 하더군.”

“집을 팔라고 했다고요?”

“그렇다네.”

신유현의 반문에 고개를 한번 끄덕인 김상철은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육합 창가 놈들이 집을 팔라고 끈질기게 요구해오기 시작했네. 하지만 어디 쉽게 집을 팔 수 있나.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집과 대장간인데.”

옛날부터 김상철의 조상들은 대대손손 대장장이를 가업으로 집과 대장간을 물려주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집과 대장간을 자신의 대에서 포기할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대장장이 일은 터가 중요하다네. 우리 집안 조상들이 괜히 이곳에 대장간을 이어 온 게 아니지. 용맥이 흐르는 자리라 좋은 품질의 장비를 만들 수 있거든.”

대장간은 용맥 바로 위에 있었다.

그 덕분에 용맥이 가진 기운을 받아 명품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

그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장들이 만든 장비들보다 때때로 김상철이 제작한 장비들이 우수할 때도 있었다.

단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시피 할 뿐이었다.

그야 말로 재야에 묻힌 인재나 다름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네. 육합 창가 놈들은 우리 집과 대장간을 날로 먹으려고 하더군. 기존 시세보다 올려 준다고 해도 팔까 말까인데, 집값을 후려치더라고.”

김상철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마디 덧붙였다.

“요즘 집값이 얼마나 비싼데…….”

현재 도시의 집값은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왜냐하면 광역시나 도시들은 안전지대였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이나, 인천, 수원, 의정부는 마수들의 안전지대였다.

다른 지방 도시에 비해 던전 발생율이 낮은 편이었고,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과 제법 떨어져 있었으니까.

거기다 최근에는 아파트 값만 두 배에서 세배까지 뛰어오르기까지 했다.

“그렇군요.”

김상철의 이야기를 들은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정부로 이사를 간 이유가 창가 놈들 때문이었군.’

이전 삶에서 김상철 일가는 의정부 시로 이사를 갔었다.

분명 육합 창가 놈들이 집을 팔라고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었을 테지.

의정부 시는 북쪽 38선 너머로 마수들이 점령해 있는 지역이 있었다.

그 때문에 집값이 조금이나마 싼 편이라 의정부로 이사를 갔었던 모양.

그렇게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신유현과 김상철은 마당을 지나 대문앞에 설 수 있었다.

“이제야 나오셨네.”

“거, 좀 빨리 빨리 튀어나오시지.”

“조금만 늦었으면 대문 부술 뻔 했네.”

김상철이 대문을 열자 육합 창가놈들은 건들거리며 한마디씩 했다.

그리고 놈들은 총 세 명이었다.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

또한, 각자 창을 등에 메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사람들이 거의 없는 외진 장소에 저렇게 보란 듯이 무기를 가지고 오다니.

신유현 일행들은 무기를 들고 오지 않았다. 차에 있는 보관함에 놔두고 온 것이다.

다만,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신유현은 그림자 속에 무기를 몇 개 숨겨놓기는 했다.

그리고 육합 창가 놈들 또한 무기를 차에 놔두고 와도 될 텐데도 대놓고 창날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반쯤은 협박용일 터.

‘완전 양아치 놈들이네.’

그뿐 아니라 건들건들 거리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건달처럼 보였다.

“영감. 이제 그만 집 좀 팔지?”

“말로 할 때 듣는 게 좋을 텐데.”

“언제까지 귀찮게 할 건지, 원.”

김상철이 대문을 열자 창가의 양아치 놈들은 거들먹거리며 마당 안으로 들어왔다.

“집은 팔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난 팔 생각이 없네!”

김상철은 강경한 어조로 놈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놈들은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우리 4대 명가 사람이야. 이렇게 나오면 영감한테 좋을 거 하나도 없다니까?”

“아무래도 우리가 말로만 하니까 못알아듣나 본데?”

“야, 비켜봐.”

육합 창가 놈들은 목을 풀면서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놈들 중에서 가장 체격이 크고 험상궂게 생긴 최혁준이 몸을 뒤로 돌리며 말했다.

“하여간 말로 하면 알아 듣지를 못한다니까. 꼭 행동으로 해야 말을 알아 쳐듣지.”

뒤로 돌아선 최혁준은 다리를 치켜들었더니 그대로 대문을 박찼다.

강체술을 발동하면서.

콰앙!

“헉!”

강철 대문이 집 바깥으로 뜯겨져 나가며 튕겨 날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육중한 소리를 내며 길거리에 나뒹굴었다.

그렇게 강철 대문을 날려버린 최혁준은 다시 몸을 돌리며 김상철을 바라봤다.

“그냥 말로 할 때 집 팔아라.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뭐 어쩔 건데 이 개새끼야!”

그 순간 김상철의 뒤편에 서 있던 신유현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최혁준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물론 강체술을 발동한 채로.

퍼억!

“커헉!”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최혁준은 명치에 주먹이 꽂혀 들어가고 말았다.

몸이 공중으로 잠깐 떠오른 최혁준은 이내 배를 감싸고 무릎을 꿇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너, 이 자식 이게 무슨 짓이냐!”

“이 새끼가 미쳤나!”

갑작스럽게 최혁준을 공격한 신유현의 행동에 나머지 두 놈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등에 메고 있던 창을 꺼내려고 했다.

그때 신유현이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 목 날아가기 싫으면.”

“뭐, 이게 미쳤…….”

놈들 중 한명인 이석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신유현을 공격하려던 순간, 흠칫거리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건 나머지 한 놈도 마찬가지.

“이, 이건 또 뭐야?”

두 놈은 놀란 표정으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어느 틈엔가 그들의 목을 향해 세이버 열 마리가 나타나 검을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등에 메고 있던 창을 풀지도 못한 채 본능적으로 두 손을 들어올렸다.

“뭐야, 이거? 스켈레톤들이 왜?”

“무슨 스켈레톤들이 이렇게…….”

그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스켈레톤 세이버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김상철의 집에 쳐들어온 육합 창가 놈들은 기껏해야 3성 중급 정도였다.

그에 반해 신유현은 이제 4성 상급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매일 밤마다 자기 전에 차크라 연공법으로 명상을 하고 다양한 스킬들과 검술, 소환 마법 등등을 사용해왔다.

이러한 마나를 사용하는 모든 행위들은 차크라를 단련시켜준다.

그 덕분에 차크라가 상승한 것이다.

따라서 신유현의 소환수들인 스켈레톤 세이버들 또한 4성 상급에 가까워진 상황.

당연히 육합 창가 놈들은 세이버들에게 위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네놈!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 4대 명가 중 하나인 육합 창가라고! 이런 짓을 하고도 그냥 넘어갈 것 같으냐!”

“육합 창가를 건드린 걸 후회하게 될 거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최혁준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놈은 악에 받친 표정으로 신유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감히 겁도 없이 4대 명가 중 하나인 육합 창가 소속인 자신들을 건드릴 줄이야.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신유현은 비웃으며 한마디 던졌다.

“그러고 보니 아직 내 소개를 하지 않았군. 나는 파천검가의 직계로 현무전을 맡고 있는 신유현이다.”

“뭐, 뭣?”

“파, 파천검가라고?”

신유현의 말에 그들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파천검가의 직계가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잖아!”

“네크로맨서 따위가 파천검가의 직계라니, 우리가 멍청한 줄 알아?”

그들은 믿지 않는다는 얼굴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놈들은 신유현에 대해 잘 모르는 듯 했다.

하긴, 육합 창가의 말단인 녀석들이 신유현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을 리 없겠지.

“그리고 현무전이라면 파천검가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잉여집단이잖아? 예전에 전주라는 놈이 무능하다고 소문이 돈 적이 있었는데.”

아니, 그냥 정보가 느린 모양이었다.

예전 정보를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잉여 집단이라니.’

씁.

신유현은 입 안이 썼다.

자신이 무능력 했던 시절, 현무전이 얼마나 무시를 받고 있었는지, 그 일부를 알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녀석들은 신유현이 처음으로 현무전의 전주가 되었을 때 소문을 들었던 모양.

“이걸 봐라.”

신유현은 그들에게 자신의 검을 보여주었다.

“저, 저건!”

육합 창가 놈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을 부릅떴다.

“파천 검가의 문장이라고?!”

각 가문에는 자신들을 상징하는 문장이 존재한다.

당연히 파천검가도 마찬가지.

그리고 파천검가의 문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둘 중 하나였다.

신유현의 말이 사실이거나.

아니면 죽고 싶어서 환장한 미친놈이거나.

각 가문들은 명예를 중요시하기에 사칭하는 자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특히 신유현은 지금 파천검가를 상징하는 문장을 무기에 새겨 놓고 육합 창가 놈들에게 보여주었다.

만약 사칭을 하는 거라면 파천검가에서 눈앞에 있는 청년을 찢어 죽이려 들 터였다.

그러니 미치지 않고서야 다른 가문도 아니고 파천검가의 문장을 검에 새겨 넣고 직계라고 하진 않을 테지.

“정말 직계인 건가?”

“파천검가의 직계가 왜 이런 곳에?”

육합 창가 놈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놈들에게 신유현은 나직한 목소리로 한마디 던졌다.

“네놈들이 저주를 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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