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43화
김상철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그라니윰 금속이라니?
“그게 뭔지나 알고 있는가?”
“미스릴을 대체할 수 있는 금속 아닙니까?”
“그, 그걸 알면서도 만들어 달라고?”
“네.”
“허.”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신유현의 말에 김상철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그라니윰이 어떤 금속인가?
무려 유니크 등급이었다.
마나 전도율이 굉장히 높아 6성 A급 무기나 장비를 만들 때 미스릴을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전설의 금속인 오리하르콘이나 아다만티움, 미스릴에 비한다면 얻기가 힘든 편은 아니었다.
재료만 있다면 직접 제련해서 만들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다짜고짜 찾아와서 아그라니윰 금속을 만들어 달라니?
전설의 금속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하기가 쉽다는 소리이지, 아그라니윰 금속 또한 구하기가 어려운 편이었다.
“아그라니윰 금속을 제련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가? 그걸 제련하고 싶으면 최소 레어 광석 정도는 가지고 오게. 내가 유니크 광석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레어 광석 말입니까?”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아그라니윰 금속을 제련할 수 있으니까. 물론 레어 등급이니만큼 최소 세 가지 종류의 각각 다른 희귀 광석이 필요하다네. 익셉셔널 레어 광석이라면 또 모르지만.”
김상철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초인들이나 헌터들이 사용할 무기나 장비의 재료 중에서 광석만큼은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특히 마나 전도율이 높은 금속을 제련하는데 들어가는 광석이라면 더더욱.
김상철은 신유현이 아그라니윰 금속 제련에 필요한 레어 광석을 구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레어 광석과 금속은 돈이 있다고 해도 구하기 힘들었으니까.
그런데.
“이거면 되지 않을까요?”
신유현은 씩 웃으며 보라색으로 빛나는 마법 광석 마그나이트를 꺼냈다.
“헉!”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보랏빛 광석에 김상철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빈손이었다가 사람 상체 크기의 광석을 어디서 꺼냈는지도 놀라웠지만 말이다.
“이, 이거 설마?”
놀란 표정으로 반문하며 바라보는 김상철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익셉셔널 레어 광석인 마그나이트입니다.”
“마, 마그나이트…….”
김상철은 경이로운 표정으로 마그나이트를 바라봤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광석이지만, 불순물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마그나이트는 김상철조차 이야기로만 들어서 알고 있는 광석이었다.
그런데 그걸 눈앞에서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이거면 아그라니윰 금속을 제련할 수 있겠죠?”
“……!”
신유현의 질문에 눈앞에 있는 보랏빛 광석에 홀려 있던 김상철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이것만으로는 안 되네.”
하지만 김상철은 고개를 저었다.
신유현이 마그나이트 광석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긴 하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유니크 금속인 아그라니윰 금속을 제련할 수는 없었다.
“아직 모자라. 적어도 최소 레어 이상의 광석이 하나 더 필요하네.”
김상철은 완고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영감님이 오기를 부리시네.’
신유현은 속으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그라니윰 금속을 제련하는데 마그나이트 광석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김상철이 조건을 하나 더 걸면서 물고 늘어진 것이다.
‘나한테 그런 수는 통하지 않지.’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이제 김상철에게 쐐기를 박아 넣을 차례였다.
“그럼 이건 어떤가요?”
신유현은 김상철의 눈앞에서 새로운 금속을 꺼냈다.
다름 아닌 남연아의 연구소에서 5성 군체 보스 마수 제노모프 킹을 잡고 얻은 베르카 금속이었다.
“헉! 이건 설마?”
베르카 금속을 본 김상철은 마그나이트를 봤을 때처럼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그나이트 광석만 해도 놀랄 지경인데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금속까지 신유현이 꺼내들었으니 말이다.
“익셉셔널 레어 등급의 베르카 금속입니다.”
“이, 익셉셔널 레어…….”
신유현의 말에 김상철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익셉셔널 레어 등급의 광석과 금속이라니!
“이 정도면 되겠죠?”
신유현은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김상철을 바라봤다.
“설마 정말로 가지고 올 줄은…….”
김상철은 할 말을 잃었다.
원래 김상철은 신유현의 의뢰를 거절 할 생각이었다.
아그라니윰 금속을 만들어 달라는 소리는 얼토당토 없었으니까.
그래서 구하기 힘든 레어 광석 정도는 가지고 오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었는데 설마 진짜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탐스럽군.’
김상철은 보랏빛으로 빛나는 광석 마그나이트와 묵빛을 띄고 있는 베르카 금속 칼날을 바라봤다.
이 두 가지라면 아그라니윰 금속을 제련하는데 충분하고도 남았다.
‘일단 아그라니윰 금속을 제련할 수 있다면 최진성의 무기를 만들 수 있지.’
아그라니윰 금속은 마나 전도율이 높을 뿐만이 아니라 합금이라 내구도도 좋은 편이었다.
그 때문에 최진성이 사용할 총을 제작하는데 필요했다.
그리고 김상철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아그라니윰 금속을 제련할 수 있을 터.
“어르신의 실력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테죠.”
김상철의 실력은 신유현이 잘 알고 있었다. 이전 삶에서 무기 수리와 제작을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봐 왔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 시기에도 아직 유명하진 않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가 실력 있는 대장장이라는 사실을.
마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맛집처럼 말이다.
“미안하네만 힘들 것 같네.”
“네?”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젓는 김상철의 말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김상철의 성격상 희귀 금속과 관련된 일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일 줄 알았다.
그런데 설마 거절하다니?
“집안에…… 일이 있어서…….”
여전히 어두운 표정으로 김상철은 말했다.
그 모습에 신유현은 직감했다.
영감님에게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있다고.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하세. 내가 손님들을 밖에 너무 오래 세워 두웠구만.”
김상철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김상철이 대장간으로 쓰고 있는 건물은 전원주택으로 수원시의 산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에 민가가 드문드문 있는 외진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신유현과 김상철은 전원주택 마당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신유현 일행은 김상철을 따라 주택 내부로 들어갔다.
주택은 일반 가정집이나 다름없었고, 김상철이 작업하는 대장간으로 보이는 창고처럼 생긴 1층 건물이 거실 창문 너머로 보였다.
“잠시 기다리게. 마실 거라도 좀 가져오지. 우리 애기는 할애비가 초콜릿 좀 줄까?”
“와! 초콜릿!”
김상철의 말에 디아는 양 팔을 번쩍 치켜 들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어두웠던 김상철의 얼굴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그리고 지금 디아는 흑묘족 특유의 꼬리와 귀를 숨기고 있었기 때문에 귀여운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김상철은 쟁반에 커피와 차, 초콜릿 등등을 담고 다시 나타났다.
“감사합니다!”
옴뇸뇸!
디아는 김상철에게 고개를 숙인 뒤, 초콜릿을 입안에 가득 넣고 먹기 시작했다.
부풀어 오른 볼 때문에 흡사 다람쥐 같았다.
“허허. 귀엽구만. 자네 동생인가?”
“뭐, 사정이 있어서 제가 맡고 있는 아이입니다.”
김상철의 말에 신유현은 대충 이유를 둘러댔다.
그 말에 잠시 디아를 바라보던 김상철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나한테 딱 이 아이만 한 손녀가 있네.”
“네.”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시기면 디아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어릴 테지.
“그런데 내 손녀가 많이 아프다네. 의사 말로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하더군. 아직 알려지지 않은 희귀병 같다는 말뿐이었지.”
“네?”
‘희귀병이라고?’
처음 듣는 사실이었다.
이전 삶에서 김상철은 손녀가 희귀한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병인가?’
신유현은 알고 있었다.
김상철의 손녀가 게티아 놈에게 살해당한다는 사실을.
그 말은 지금 이 희귀병 때문에 손녀가 죽을 리는 없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의사가 그러더군. 이대로 쇠약해져 가면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네?”
예상치 못한 김상철의 말에 신유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니?
“병원에서도 손을 놓더군.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그래서 지금은 집에서 요양 중이라네.”
“그런 일이…….”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미래가 변한 건가?’
본래대로라면 지금 이 시기에 김상철의 손녀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희귀병에 걸려서 요양 중이라니?
“지금은 대장간에서 손을 놓고 있네. 1초라도 더 손녀와 함께 있고 싶거든.”
김상철의 손녀는 위험한 증상 없이 갈수록 기력이 쇠약해져 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집으로 데리고 와 영양제 링거만 맞고 있는 상황.
현재는 김상철의 아들 부부가 2층에서 손녀를 보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걱정이 많으시겠군요.”
“무사히 낫기 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
물론 그저 손 놓고 지켜보고 있지는 않았다.
기력을 보충해 줄 약재나 보약들, 또는 던전에서 보상품으로 주는 영약들까지 사 먹이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손녀가 언제까지 버텨 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혹시…….”
“왜 그러나?”
“괜찮으시다면 제가 손녀 분을 한번 봐도 괜찮겠습니까?”
“손녀를?”
그 말에 김상철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에게 신유현은 자신이 누구인지 밝혔다.
“전 파천검가의 사람입니다.”
신유현은 김상철에게 명함을 한 장 내밀었다.
“허.”
얼떨결에 명함을 받은 김상철은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제야 신유현이 누구인지 알게 된 것이다.
“파천검가의 자제분이셨을 줄이야. 내가 귀한 분을 만나 뵙고 있었구려.”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김상철의 말에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신유현의 정체를 알게 된 김상철의 눈빛이 조금이지만 변했다.
신뢰가 조금 더 깃든 것이다.
일반 대중에게 파천검가의 이미지는 좋은 편이었다.
검가에 속한 무사들이 위험한 마수들이나 던전들을 공략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구해 주고 있었으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육합창가 놈들보다 파천검가가 더 믿을 만하지요.”
4대 명가 중 하나인 육합 창가.
대한민국에서 창술 명가로 유명하지만, 가문의 이권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행태로 욕을 먹고 있는 가문이었다.
하지만 가문의 규모만 놓고 본다면 4대 명가 중 가장 큰 편이었다.
다만, 5성 이상의 강자들의 숫자는 다른 명가들에 비해 적은 편이었기에 전력적인 측면에서는 비등비등했다.
“파천검가의 자제분 부탁이니 안 들어드릴 수 없지.”
김상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유현에게 손녀를 보여 주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따라오시오. 안내드리겠소.”
김상철은 2층 손녀 방으로 신유현 일행들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 2층 방문을 열자, 문틈으로 침대 위에 어린 소녀가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저 소녀가 김상철의 손녀일 터.
그런데 소녀를 본 신유현은 이상함을 느꼈다.
‘저건 희귀병이 같은 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