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40화
둔중한 굉음과 함께 아르크앙시엘의 세 번째 층이 깨져 나갔다.
“큭!”
블라드는 이를 악물었다.
설마 신유현이 소환수로 세 번째 층까지 뚫을 줄은 몰랐으니까.
‘다른 세븐 아크스도 없는데 어째서……!’
루베르가 오랜 세월 봉인된 신전을 지키느라 전성기 때만큼의 힘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유 결계, 아르크앙시엘의 방어막이 3층까지 깨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네놈이 세 번째 층까지 뚫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과연 네 번째 층을 뚫을 수 있을까?”
하나 블라드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총 일곱 층으로 이루어진 아르크앙시엘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방어력이 훨씬 더 높아지니까.
“두고 보면 알겠지.”
블라드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 신유현은 레바테인을 지면에 내려찍었다.
스스슥.
그러자 그림자 속에서 붉은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5성 보스 레드 제너럴 앤트>
붉은 화염 날개를 펄럭이며 그림자 속에서 솟구쳐 올라온 존재.
붉은 키틴질 소재의 생체 갑옷으로 무장한 레드 제너럴 앤트였다.
“5성 보스급 소환수가 또 있다고?”
그 모습을 본 블라드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신유현이 5성 보스급 언데드를 소환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으음.’
레드 제너럴 앤트를 소환하자 상당한 마나가 소모됐다.
하지만 아직 버틸 만했다.
차크라는 기력이나 마력보다 더 많은 마나를 운용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레드 제너럴 앤트를 소환한 신유현은 명령을 내렸다.
“부숴라.”
화르륵!
신유현의 명령에 레드 제너럴 앤트의 양 손에서 진홍의 화염이 피어올랐다.
인페르노 버스터!
푸화아아아악!
이윽고 레드 제너럴 앤트의 양손에서 진홍의 화염이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마치 화염 방사기처럼.
초록색으로 빛나는 네 번째 결계층은 인페르노 버스터로 인해 붉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콰창!
잠시 후 뜨겁게 달궈진 네 번째 결계는 유리처럼 깨져 나갔다.
“마, 말도 안 돼!”
그 모습에 블라드는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설마 네 번째 층까지 깨져 버릴 줄이야!
남은 결계는 이제 세 층밖에 없었다.
“네놈이 아무리 네 번째 층을 뚫었다고 해도 다음 층만큼은…….”
“나와라.”
신유현은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블라드의 말을 중간에 잘랐다.
스스슥.
그 직후 그림자 속에서 거대한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몸길이만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전갈처럼 생긴 존재.
<5성 유니크 보스, 데스스토커>
키르르륵!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며 모습을 드러낸 데스스토커는 거대한 집게발을 치켜 들며 포효를 내질렀다.
그뿐만이 아니다.
데스스토커 옆으로 눈처럼 하얀 거대한 늑대 한 마리도 있었다.
<5성 보스 영수, 백랑>
아우-----!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복슬이는 고개를 치켜들며 늑대 울음소리를 길게 내질렀다.
“소환수가…… 더 있다고?”
블라드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데스스토커와 복슬이를 바라봤다.
계속해서 결계층이 뚫렸다는 사실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에서 보스급 소환수들을 더 불러내다니!
“그럼 어디까지 막을 수 있는지 한번 볼까?”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말했다.
그 직후,
키이잉!
데스스토커의 꼬리 끝에서 푸른빛의 마나가 집속되기 시작했다.
스콜피온 데스 브레이커!
슈아아아아아악!
이윽고 허공에 푸른빛을 남기며 마력포가 쏘아졌다.
콰콰콰쾅!
레이저처럼 쏘아진 스콜피온 데스 브레이커는 블라드의 다섯 번째 결계층을 파괴시키기 시작했다.
결계층 표면에 소규모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크윽!”
신유현의 소환수 공격에 블라드는 어떻게든 결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콰자장창!
하지만 결국 다섯 번째 결계층마저도 깨지고 말았다.
“이런 젠장!”
블라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남은 결계는 이제 단 두 층뿐.
키이잉!
이어서 복슬이가 블라드의 결계를 향해 입을 벌렸다.
그러자 복슬이의 입 앞에 푸른빛의 마나가 모여들었다.
그리고 푸른 빛 주위로 흩날리기 시작하는 하얀 서리들.
투확! 슈아아아아악!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스트 노바 브레스가 블라드의 남은 결계를 향해 날아들었다.
쩌저저저적!
블라드의 여섯 번째 결계 표면 위로 차가운 얼음이 폭발적으로 퍼져 나갔다.
쩌엉!
이윽고 표면이 얼어붙은 여섯 번째 결계층은 얼마 못가 깨져 버리고 말았다.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군.”
“아직이다! 마지막 층만큼은 절대로!”
블라드는 결사 항전과도 같은 표정으로 소리치며 결계에 자신의 모든 힘을 불어넣었다.
마지막 남은 보랏빛 결계는 블라드가 펼친 아르크앙시엘 중에서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한다. 그야말로 요새와 같은 방어력을 지녔으니까.
그 덕분에 현재 신유현이 불러낸 모든 소환수들도 블라드의 마지막 남은 결계를 향해 공격을 쏟아 붓고 있음에도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제 그만 끝내자.”
신유현은 마지막 소환수를 그림자 속에서 불러냈다.
약 2미터가 넘는 크기를 가진 투박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의 중갑 강화복 같은 칠흑의 갑주였다.
<5성 레이드 보스, 리빙 파워드 아머>
신유현의 눈앞에 나타난 리빙 파워드 아머는 모노리스 레이드 던전에서 보스로 만났을 때보다 크기가 조금 작아져 있었다.
3미터에서 2미터가 좀 넘는 크기로 변해 있었으니까.
우웅.
이윽고 리빙 파워드 아머의 기동음이 울려 퍼지면서 테두리 라인을 타고 푸른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신유현은 손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 워치를 조작했다.
[리빙 파워드 아머를 장착 모드로 이행합니다.]
덜컹! 위이잉.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리빙 파워드 아머의 뒷부분이 위로 열리는 게 아닌가?
딱 신유현의 체형에 맞게 조절된 사이즈였다.
신유현은 리빙 파워드 아머의 열린 부분을 향해 올라섰다.
위잉. 철컹!
신유현이 올라서자 열린 뒷부분이 닫혔다. 리빙 파워드 아머의 장착을 완료한 것이다.
신유현은 천천히 몸을 움직여 봤다.
위이잉. 철컥철컥!
‘잘 움직이는군.’
중장갑 강화복 같은 리빙 파워드 아머는 신유현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장갑 강화복이라고?”
그리고 그 모습을 결계 안에서 지켜본 블라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강화복은 착용자의 신체능력을 최소 수배에서 수십 배까지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라드가 놀란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강화복을 가지고 있는 거지? 어지간한 과학 기술력으로는 만들지 못할 텐데…….”
블라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강화복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과학 기술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블라드는 자신이 신유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문명이 발달한 차원에서 왔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너희 차원의 인류는 우주로 진출하였는가?”
“그 정도까진 아닌데.”
“아니라고? 그럼 어떻게 그 강화복을 가지고 있는 거지?”
“레이드 던전 보상으로 받은 거다.”
“던전 보상으로 받았다고?”
신유현의 말에도 블라드는 반신반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납득했다.
던전은 다른 차원들과 연결되거나, 교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였으니까.
그건 지구에서 발생하고 있는 던전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던전들은 시공관리국에서 마수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든 완충지대 같은 공간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 공간 자체가 여러 차원이나 시공간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던전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블라드의 생각이 틀린 건 아니었다.
“뭐, 상관없겠지. 중요한 건 네놈이 내 결계를 뚫을 수 없다는 거니까.”
남은 결계는 이제 마지막 한 층뿐.
블라드는 신유현을 노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가진 힘을 전부 보여 봐라!”
“그러지.”
그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자신이 루베르를 만나는데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내 힘의 전부를 보여 주마.”
신유현은 블라드를 향해 레바테인을 겨눴다.
2미터가 넘는 리빙 파워드 아머를 장착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레바테인이 조금 작아 보였다.
하지만 무기로 사용하기에는 아무 문제없었다.
화르륵!
레바테인에서 흑빛 오러를 피어 올리며 흑염을 휘감아 올린 덕분에 더 커져 보였으니까.
그 상태에서 신유현은 자세를 낮추며 달려들 태세를 취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S급 고유스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를 발동합니다.]
쿠구구궁!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기세로 마나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그뿐만이 아니라 신유현을 중심으로 대기와 대지가 진동했다.
리빙 파워드 아머덕분에 신유현의 능력이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이거라면…….’
그 속에서 레바테인을 꽉 움켜쥔 신유현은 작은 미소를 띠웠다.
지금까지 파천검법의 초식은 4식이나 5식까지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후(後) 초식을 사용하려면 상당한 마나가 필요했으니까.
하지만 리빙 파워드 아머와 오버 드라이브로 증폭된 마나라면…….
콰앙!
신유현은 지면을 박차며 공중으로 도약했다.
그러자 굉음과 함께 지면에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그리고 신유현은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블라드를 향해 떨어져 내리자 레바테인에 체중을 실으며 강하게 내려쳤다.
파천검법(破天劍法).
비기(祕技), 유성베기(流星斬)!
까아아아앙!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유성마저 갈라버릴 기세로 아르크앙시엘의 마지막 결계층을 내려친 마검, 레바테인.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의 고유스킬 흑염일섬을 발동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레바테인에 붙어 있는 옵션 고유 스킬까지 사용했다.
그 덕분에 레바테인에서 어마어마한 기세로 흑염의 칼날이 블라드의 마지막 결계를 파괴시키기 위해 거세게 불타올랐다.
쩌적!
이윽고 블라드가 자랑하는 아르크앙시엘의 마지막 결계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 안…….”
그 모습을 본 블라드가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뜬 순간,
콰창!
결국 마지막 결계층이 깨져 버렸다.
콰아아아앙!
그 직후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검은 폭연이 치솟아 올랐다.
그 때문에 신유현과 블라드의 모습이 검은 연기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휘이이잉.
케이론이 날갯짓으로 바람을 일으키자 검은 연기가 서서히 사라져갔다.
그 속에서 리빙 파워드 아머를 장착한 신유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신유현의 눈앞에 흐릿하게 투명해져 가고 있는 블라드가 있었다.
“설마 내 결계를 부술 줄이야…….”
급격하게 수백 년은 늙은 것 같은 지친 얼굴로 중얼거리는 블라드.
그 앞에서 신유현은 블라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증명이 되었나?”
“내 결계를 부쉈으니 할 말이 없군.”
자신이 자랑하는 고유 결계, 아르크앙시엘이 신유현과 소환수들에게 박살이 났기에 더 이상 막을 이유가 없었다.
“아가씨를 부탁한다.”
블라드는 마지막으로 신유현을 향해 희미한 미소를 남기며 사라졌다.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다.”
신유현은 블라드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며 한마디 툭 내뱉었다.
끼이익.
잠시 후, 루베르가 봉인 되어 있는 장소로 이어진 거대한 신전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