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37화
“카밀라를요?”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바텐더의 말에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 칼리는 놀란 듯 눈을 크게 치켜떴다.
카밀라.
잿빛 교단에서 키운 처형인.
지금은 중동 지역에서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특이한 이능을 가진 초인이었다.
또한, 그녀는 내전이 활발한 중동에서 선혈의 마녀로 불리며 누구나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심지어 잿빛 교단 내에서도 그녀를 꺼림칙하게 여겼으니까.
다름 아닌 그녀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S급 고유 특성 때문에.
“그녀를 불러도 정말 괜찮겠습니까?”
잿빛 교단의 암살 조직, 아르스 알마델을 이끄는 중년 신사 페르젠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바텐더에게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않나. 그자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보게 되었으니. 슬슬 정리해야지.”
바텐더, 아니 잿빛 교단 휘하의 모든 조직을 통솔하는 총 책임자이자 단장인 알렉산더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칼리와 페르젠의 심장이 차갑게 식는 말을 덧붙였다.
“그분이 분노하시기 전에.”
“……!”
그 말에 칼리와 페르젠은 흠칫 놀라며 몸을 떨었다.
잿빛교단이 신처럼 모시는 존재.
게티아.
아직 그분은 이쪽 일에는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계획이 실패하게 된다면 아무리 잿빛 교단의 간부인 자신들이라고 해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터.
“그 미친년을 불러야 한다니…….”
칼리는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카밀라는 잿빛 교단 내에서도 손가락에 들 정도로 강한 초인이었지만, 문제는 피에 미쳐 있었다는 것.
피를 보면 흥분하기에 폭주하는 일이 많았다.
더욱이 그들이 있는 장소로 그녀를 부른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왜냐하면,
“파천검가의 현무전 전주 신유현을 말살한다.”
그들의 목표는 다름 아닌 신유현의 암살이었으니까.
* * *
다음 날 오전, 집무실.
신유현은 남연아를 통해 남두그룹의 회장 남현철과 만날 약속을 잡을 생각이었다.
‘5성 레이드 던전을 공략했으니 약속대로 선행투자를 받아 내야지.’
현재 현무전은 한창 정신없이 바빴다.
새롭게 영입한 황금 화살 길드 건물과 남연아의 연구소를 지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협상도 해야 하고.’
남두그룹은 아티팩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건설이었다.
남두그룹의 건설사라면 다른 곳보다 믿을 만했고 그나마 좀 싸게 할 수 있을 터.
그전에 남두그룹의 건설사와 협상부터 해야 하지만 말이다.
‘지금까지는 계획대로인가.’
신유현은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게티아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해 왔다.
갖가지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계획은 착착 진행되었다.
이전 삶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성과들을 이루어 내면서.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었고, 벌써 4성 초인까지 되었다.
‘불사왕의 계승자가 된 덕분이지만.’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부단한 노력과 불사왕의 권능으로 강해진 상황.
그 덕분에 이전 삶에서는 유명무실한 현무전의 전주였으나, 지금은 실세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현무전 사람들의 눈빛이 크게 달라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현재는 능력 있는 인재들을 끌어 모으며 현무전을 발전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부족해.’
현무전의 발전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
다른 가문의 검전에 비하면 여전히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 문제였다.
머지않아 현무전은 다른 검전 못지않게 커질 것이다.
그러려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인재들을 더 모아야 돼.’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번 5성 레이드 던전 모노리스를 공략하면서 얻은 전리품은 장비들이나 5성 레이드 보스 리빙 파워드 아머뿐만이 아니었다.
잠재력이 큰 유능한 인재 한 명을 얻었다. 풍림화산 길드 소속이었던 4성 초인, 최진성을 말이다.
‘신기할 테지.’
최진성을 데리고 가문으로 돌아온 신유현은 최진성을 황금 화살 길드로 보냈다.
황금 화살 길드는 활을 메인으로 사용하는 초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총을 사용하는 최진성의 존재는 신기할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총을 무기로 사용하지 못했었으니까.
하지만 최진성의 고유특성 마탄의 사수라면 총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총이 아니면 안 된다.
총 이외의 무기를 사용한다면 바로 눈앞의 마수를 공격해도 빗나감이 뜰 테니까.
‘그럼.’
잠시 머릿속을 정리한 신유현은 남연아를 부르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냈다.
똑똑.
“마스터. 시간되시나요?”
그때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슈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덜컥.
신유현의 말에 집무실 문이 열리며 슈브가 들어섰다.
“마스터~”
뀨!
컹컹!
그와 동시에 머리에 까망이를 올린 디아와 눈처럼 하얀 털을 가진 늑대 복슬이도 함께 들어왔다.
‘항상 같이 있는 것 같네.’
신유현은 흐뭇한 눈으로 디아와 까망이, 복슬이를 바라봤다.
복슬이는 철화단의 실험실에서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거의 대부분 디아와 함께 다녔다.
그리고 현재 중형견 정도 크기로 작아져 있었다.
영수였기에 몸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으니까.
찰싹!
집무실에 뛰어 들어온 디아는 신유현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얼굴을 비볐다.
“보고 싶었어영.”
“어제도 봤으면서.”
“그래도영.”
고양이 귀를 쫑긋거리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디아의 어리광에 신유현은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있던 초콜릿을 디아에게 내밀었다.
“와! 고드바 초콜릿 볼이다!”
디아는 눈빛을 반짝거리더니 신유현이 준 초콜릿 볼을 입안에 넣었다.
도토리를 입안에 가득 넣은 다람쥐처럼 볼이 부풀어 오른 디아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끼잉!
그때 옆에 있던 복슬이가 앓는 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복슬이 또한 초콜릿이 먹고 싶은 모양이었다.
“복슬이도 먹을랭?”
디아는 복슬이를 향해 고드바 초콜릿 볼을 내밀었다.
그때 신유현이 제지했다.
“복슬이는 안 돼.”
“넹? 복슬이 초콜릿 먹으면 안 되영?”
디아는 총 맞은 비둘기와 같은 표정으로 신유현을 올려다봤다.
그런 디아에게 신유현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개잖아.”
아우우우우우!
그 말에 복슬이는 항의하듯 늑대 울음소리를 냈다.
“아, 참, 얘 늑대였지. 근데 늑대도 먹어도 되나?”
신유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쉬익!
그 순간 날카로운 파공성을 가르며 촉수 하나가 디아의 손바닥 위에 있던 초콜릿 볼을 쓸어 담아갔다.
디아의 머리 위에 얹혀 있던 까망이가 초콜릿 볼을 촉수로 낚아채서 흡수한 것이다.
뀨우웅.
까망이는 녹아내리는 소리를 내며 디아의 머리 위에서 푹 퍼졌다.
초콜릿 볼의 달콤함에 녹아 버린 모양.
‘이게 눈으로 욕을 한다는 표정인가.’
신유현은 신기한 눈으로 복슬이를 바라봤다. 복슬이가 눈을 끔벅 거리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까망이를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그 순간,
쩍.
복슬이가 까망이를 향해 입을 벌렸다.
키이이잉!
그리고 복슬이의 입에서 프로스트 노바 브레스의 푸른빛이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복슬이 안 돼.”
바로 그때 디아가 복슬이의 목을 꽉 움켜잡았다.
캐앵!
그러자 프로스트 노바 브레스가 사라졌다.
그 틈을 노린 디아는 복슬이의 입에 초콜릿 볼 몇 개를 던져 넣었다.
콰득! 우물우물.
아후우웅.
입안에 들어온 초콜릿 볼의 달콤한 맛을 본 복슬이는 까망이처럼 얼굴이 풀어졌다.
‘역시 단 맛이 최고라니까.’
까망이와 복슬이, 디아의 귀여운 모습을 본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가자 신유현은 슈브를 바라봤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신유현의 질문에 슈브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 루베르가 있는 신전으로 갈 수 있는 차원의 문을 열 수 있게 되어서요.”
* * *
현무전의 지하 연무장.
신유현은 세 번째 세븐아크스, 녹존성의 처형자이자 진조의 공주인 루베르를 얻으러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희들은 갈 수 없어요.”
“알고 있어.”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슈브를 얻기 위해 색욕의 신전에 갔을 때 디아로부터 소환수들을 데리고 갈 수 없다고 들었으니 말이다.
“그게…….”
그런데 슈브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저희들이 있는 신전마다 조건이 조금씩 달라요. 제가 있던 신전은 소환수들을 사용할 수 없는 게 맞고요.”
“뭐?”
신유현은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세븐아크스들이 봉인되어 있는 신전마다 조건이 다르다니?
“저희들이 봉인되어 있는 신전마다 시련이 다르다니까요.”
슈브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확실히 슈브가 있던 신전의 시련은 색욕이었다.
아름다운 미녀들이 아찔한 모습으로 유혹을 해 왔으며, 마지막에는 혼돈의 분신체, 니알이라는 예쁘장하게 생긴 소년까지 유혹을 해 왔었으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인가?”
“네.”
슈브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루베르가 있는 신전은 소환수들을 사용할 수 있나?”
“네. 하지만 저와 디아는 갈 수 없어요.”
“왜?”
“세븐아크스들은 서로 개입하지 않기로 약속했거든요.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간섭받는 걸 싫어하는지라…….”
슈브는 어색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세븐 아크스들은 서로 견제를 많이 하는 모양.
“그렇군.”
신유현을 알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슈브가 신유현의 바로 옆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자 슈브에게서 달콤하고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그리고 슈브는 신유현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비밀스럽게 속삭였다.
“그녀를 데리고 오신다면 각오를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더 이상 참지 못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슈브는 신유현의 목에 키스를 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신유현은 속으로 살짝 놀랐다.
지금까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슈브가 행동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도 루베르 때문일 터.
루베를 데리고 온다면 참지 못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루베르의 시련은 뭐지? 위험한 건가?”
“그건 가 보시면 알게 될 거에요.”
신유현의 질문에 슈브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러났다.
하지만 조금 전 행동은 분명 루베르의 시련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차원의 문을 열 준비를 할게요.”
슈브는 신유현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루베르가 있는 신전이 있는 차원의 문을 열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신유현 또한 마지막으로 루베르가 있는 신전으로 가기 위한 준비 물품들을 확인했다.
‘남은 소울 포인트는 8뿐이군.’
소울 포인트를 확인한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1000 소울 포인트를 사용한 것이다.
‘덕분에 아쳐 1호와 랜서 1호가 예니체리로 배속시킬 수 있었지.’
그 결과 서리궁을 장비한 아쳐 1호와 저주독창을 장비한 랜서 1호는 새로운 직업으로 전직했다.
그 덕분에 다른 스켈레톤 솔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훨씬 더 강해졌다.
‘그뿐만이 아니야.’
신유현은 속으로 작은 미소를 지었다.
아쳐 1호와 랜서 1호를 전직 시켰을 뿐만이 아니라, 5성 유니크 보스 데스스토커를 쓰러트리고 얻은 랜덤 보물 상자에서도 도움이 될 만한 물품을 얻을 수 있었다.
‘조만간 황혼의 대장장이를 찾아가도 되겠어.’
신유현이 랜덤 보물 상자에서 얻은 물품의 정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