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36화
이영수와의 내기에서 신유현이 승리했다.
‘아슬아슬했어.’
신유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스 방에서 구울 킹을 쓰러트리고 새로운 레이드 보스인 리빙 파워드 아머가 나타났을 때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 삶에서는 보지 못한 레이드 보스인데다가 이영수와 약속한 시간이 간당간당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영수가 있는 장소까지 돌아가기에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하지만,
‘케이론 덕분에 살았지.’
케이론을 타고 빠르게 돌아갈 수 있었던 덕분에 늦지 않을 수 있었다.
이미 레이드 보스를 때려잡고 대부분의 마수들까지 처리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소환수를 그림자 공간에 집어넣고 케이론을 타고 미친 듯이 돌아온 신유현은 약속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설마 진짜로 한 시간 안에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다니…….”
신유현이 다시 눈앞에 나타나자 이영수를 비롯한 풍림화산 길드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반 던전이라면 모를까, 레이드 던전을 정말로 한 시간 만에 공략할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유현이 리빙 파워드 아머를 쓰러트린 순간, 레이드 던전 안에 있던 그들의 눈앞에도 공략을 완료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생각대로였지.’
신유현은 자신을 바라보는 길드원들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던전에 입장한 후, 그들이 닦아 놓은 메인 통로를 통과해 가면서 지하유적의 규모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다른 레이드 던전들은 초원이나 숲, 화산지대, 늪지대, 폐허가 된 도시 등등 대부분 넓은 지역들이었다.
하지만 5성 레이드 던전 모노리스는 보스 방까지 이어진 메인 통로 하나뿐이었기에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거기다 이영수와 약속한 장소까지 이미 절반 정도 공략이 진행된 상황.
이런 상황들이 맞물려서 신유현은 레이드 던전을 공략할 수 있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유현이 돌아오자 최진성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결정은 하셨습니까?”
“네. 제 자신을 증명해야 하니까요.”
아무래도 이제 최진성은 마음의 결정을 내린 확실히 모양이었다.
신유현을 따르기로.
그리고 말없이 이영수를 노려봤다.
이영수는 자신을 데려가겠다고 한 신유현에게 보는 눈이 없다고 비웃었다.
하지만 신유현은 자신에게 잠재력이 있다고 믿어 주고 인정해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신유현이 레이드 던전을 한 시간 만에 공략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웃음을 흘렸었다.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런데 신유현은 약속을 지켰다.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했던 조건을 달성한 것이다.
남은 건, 신유현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신이 증명을 하는 일 뿐.
“그럼 이제 돌아가야지?”
최진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신유현은 이영수와 남은 풍림화산 길드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은 많이 남아 있었다.
신유현은 사람들을 이끌고 5성 레이드 던전 타락한 혼돈의 모노리스에서 밖으로 나왔다.
* * *
파츠츠츳!
신유현 일행들이 던전에서 나오자 균열이 사라졌다.
‘이제 스탬피드 현상은 일어나지 않겠군.’
이전 삶에서 모노리스 레이드 던전에서 발생한 스탬피드 현상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다.
레이드 던전의 위치가 경기도 화성시 근처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파천검가를 향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경기도 화성시는 파천검가가 관리하는 지역과 가까웠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터.
“슈브. 가문에 연락해.”
신유현은 풍림화산 길드를 털기 위해 현무전에 지원요청을 할 생각이었다.
사실상 뒤처리를 시키기 위해서지만.
“예.”
그리고 신유현의 말에 놀랍게도 슈브는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 모습을 신유현은 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현대 문물을 본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잘 다룬단 말이야.’
스마트폰뿐만이 아니라 PC나 노트북 등 다양한 전자기기까지 다룰 수 있었고, 자동차도 운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사실이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이 아닌데 현대 문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럼 가지.”
신유현은 이영수를 앞세우고 풍림화산 길드로 향했다.
* * *
그날 저녁.
현무전의 집무실.
결국 오늘 풍림화산 길드는 해체되었다. 신유현이 길드를 털면서 그동안 풍림화산 길드가 해 왔던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유현이 발견한 증거들은 그대로 파천검가를 통해서 헌터협회로 넘어갔다.
거기다 잿빛교단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게티아 숭배자 10명까지 생포했다.
가문에서 큰 공적을 세운 것이다.
‘문제는 이미 풍림화산 길드원들이지.’
놀랍게도 신유현이 풍림화산 길드를 털러 갔을 때, 이미 길드원들은 몰살당해 있었다.
길드 마스터부터 시작해서 말단 길드원들까지.
그 모습을 본 이영수를 비롯한 나머지 길드원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죽였을까?’
시내 한복판에서 스무 명에 가까운 초인들이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몰살당했다.
대체 어떻게 무슨 수로 그들을 죽였는지 알 수가 없었다.
풍림화산 길드 내부와 외부 CCTV의 기록도 지워져 있었고, 목격자도 없었으니까.
그야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당한 것이다.
‘잿빛교단의 숭배자 중 하나겠지.’
분명 범인은 잿빛교단의 게티아 숭배자들일 터.
피해자들의 사인은 독살이었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같은 수법에 당한 것으로 보아 범인은 한 명이었다.
단 한 명의 암살자가 스무 명에 가까운 풍림화산 길드원을 몰살한 것이다.
아마도 풍림화산 길드에 잠입해 있던 게티아 숭배자 놈들의 계획이 실패하자, 잿빛교단의 암살자가 움직인 모양.
그리고 놈들의 계획은 당연히 5성 레이드 던전 모노리스의 스탬피드 현상을 발생시키는 것일 터.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5성 레이드 던전에서 자신들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암살자는 어떻게 알았을까?
‘시간이 초과되어서?’
던전의 스탬피드 현상을 발생시키기까지 제한시간을 정해 두었을 수 있었다.
그 시간이 넘어가자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한 암살자가 움직였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감시자가 있었던 걸까?’
5성 레이드 던전 입구를 감시하고 있던 인물이 있었을 가능성도 존재했다.
몇 킬로미터 밖에서 던전 입구를 관찰할 수 있는 천리안 같은 능력을 가진 초인이 있을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얻은 게 많아.”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비록 풍림화산 길드에 남아 있던 게티아 숭배자들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목표로 했던 일들은 전부 이뤄 냈다.
5성 레이드 던전을 공략함으로 인해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는 전리품들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거기다 이전 삶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풍림화산 길드까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가능하면 내손으로 직접 없애 버리려고 했는데…….’
풍림화산 길드의 비리를 캐내서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고, 길드원들은 하급 헌터 일이나 겨우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영수를 비롯한 10명을 빼고, 나머지 길드원들은 게티아 숭배자들에 의해 전멸해 버린 것이다.
더구나 나머지 길드원들이 풍림화산 길드를 다시 재건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동안 풍림화산 길드의 간부들이나 상위 헌터들이 최진성과 같은 말단 헌터들을 착취하고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으니까.
‘그럼…….’
신유현은 자신의 전리품들을 바라봤다.
5성 레이드 던전, 타락한 혼돈의 모노리스를 공략하면서 소울 포인트 또한 많이 벌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신유현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현재 무려 1008 소울 포인트를 소유하고 있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신유현은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 워치를 바라봤다.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고 보상으로 5성 레이드 보스 리빙 파워드 아머를 얻었다.
그리고 리빙 파워드 아머의 정보를 확인한 신유현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잭팟이 터진 셈이니까.’
소환수와 장비로 사용할 수 있는 5성 레이드 보스 리빙 파워드 아머.
그 가치와 활용성은 어마어마했다.
앞으로 있을 전투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유현은 눈앞에 있는 책을 바라봤다.
5성 레이드 보스 구울 킹을 처치하고 얻은 B급 스킬북 라이프 드레인이었다.
라이프 드레인은 상대의 생명력과 체력을 흡수할 수 있는 B급 스킬이었다.
장비로 친다면 익셉셔널 레어급으로 10억까지 충분히 받아 낼 수 있는 스킬이기도 했다.
‘괜찮네. 이건 내가 써야지.’
전투 중에 생명력과 체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면 좀 더 오래 싸울 수 있었다.
그러니 신유현이 써도 나쁘지 않았다.
촤라락.
신유현은 스킬북을 펼쳤다.
그러자 활짝 펼쳐진 스킬북에게서 푸른빛이 터져 나왔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B급 스킬 라이프 드레인을 습득하였습니다!]
‘으음.’
스킬북에서 터져 나온 푸른빛이 몸에 흡수되자 신유현은 신음을 흘렸다.
짜릿함이 등줄기를 타고 머리까지 올라오자 아찔함을 느꼈다.
“후.”
잠시 후 신유현은 길게 숨을 내쉬며 몸과 마음을 진정시켰다.
“나쁘지 않네.”
스킬을 습득하면서 충만함을 느낀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신유현은 집무실 책상 한쪽에 놓여 있는 마지막 전리품을 바라봤다.
5성 유니크 보스, 데스스토커를 처치하고 얻은 랜덤 보물 상자.
5성 B급에 해당하는 무언가가 랜덤으로 나오는 보물 상자였다.
무엇이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직접 열어 보기 전까지는.
“과연 뭐가 나올까?”
신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보물 상자를 열었다.
끼익.
* * *
조용한 재즈가 울려 퍼지는 와인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적당하게 어두운 가게 내부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리고 가게 안에 있는 손님도 두 명뿐이었으며, 카운터에 바텐더가 한 명 있을 뿐이었다.
“뒤처리는?”
두 명의 손님들 중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옆자리에 앉아 있는 인물에게 말을 걸었다.
“건물에 있던 놈들은 전부 처리했다. 나머지 10명은 어쩔 수 없었지만.”
30대 여성의 말에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검은색 정장차림의 중년 신사가 천천히 와인을 음미하며 답했다.
그 말에 붉은 드레스를 입은 30대 초반의 미녀는 나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더 이상 가만히 놔둘 수 없지.”
잿빛교단의 정보조직 아르스 포올리나를 담당하는 여인의 말에 중년 신사는 차가운 눈빛을 발했다.
지금까지 자신의 계획을 방해한 인물을 더 이상 가만히 놔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여인은 손으로 턱을 괴며 물었다.
탁.
그때 갑자기 카운터에서 쉐이킹 중이던 바텐더가 와인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붉은 드레스의 여인과 중년 신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카밀라를 불러라.”
중동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용병.
붉은 선혈의 마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