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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33화 (133/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33화

탁 트여 있는 넓은 공간.

그곳에 5성 레이드 던전, 타락한 혼돈의 모노리스 보스가 있었다.

<5성 레이드 보스, 타락한 구울 킹>

‘이건…….’

눈앞에서 구울 킹을 본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전 삶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구울 킹을 본 적 있었는데.

실제로 본 구울 킹의 모습은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몸 내부가 뒤집어진 것처럼 뼈가 바깥으로 드러나 있었고, 내장이 없는 텅 빈 배에는 크고 징그러운 입만이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눈코입이 없는 하얀 가면 같은 얼굴과, 가슴에는 수많은 눈알이 달려 있었고 등에는 검은 피막 같은 날개가 활짝 펼쳐져 있었다.

거기에 등과 어깨에는 상대의 생명력과 마력을 흡수하는 촉수들까지.

크르르.

그뿐만이 아니라 구울 킹의 앞에는 수많은 블레이드 구울과 스팅 구울들이 진을 치고 있는 중이었다.

“슈브. 남은 시간은?”

“28분 남았습니다.”

이영수와 약속한 시간까지 28분.

다시 되돌아가야하는 시간까지 필요하니 적어도 25분 안에는 끝을 봐야 했다.

“시간 없으니 빨리 가자.”

“맡겨 주세요.”

“넹!”

신유현의 말에 슈브와 디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슈브는 구울들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스스슥

그러자 슈브의 손바닥 앞에서 칠흑의 마법진이 그려졌다.

이윽고 마법진에서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무수하게 많은 검은 탄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5서클 흑마법, 블랙 불릿이었다.

쌔애액!

블랙 불릿들은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구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퍼버벅!

끼에에에엑!

쏟아지는

퍼버버버버벅!

슈브의 공격에 약 30마리 정도 있던 블레이드 구울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30마리 중 10마리가 쓰러졌고 나머지 20마리도 중상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으니까.

그나마 블레이드 구울들 뒤에 있던 스팅 구울들은 피해가 적은 편이었다.

[세븐아크스 디아가 2단계 고양이 춤을 춥니다.]

그사이 디아는 귀엽고 아크로바틱한 춤을 추면서 스켈레톤들에게 버프를 걸고 있었다.

“가라.”

그리고 슈브가 구울들을 향해 전 방위 타격을 가한 후, 신유현은 스켈레톤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쿵! 쿵! 쿵!

신유현의 명령에 위압적인 발소리를 내며 전진하기 시작하는 스켈레톤들.

세이버 30기가 카이트 실드를 앞세우고 구울들을 향해 전진했고, 그 뒤를 따라서 랜서 20기가 붙어갔다.

“쏴.”

이어서 신유현은 뒤에서 대기 중인 20기의 스켈레톤 아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신유현의 명령에 스켈레톤 아쳐들은 스팅 구울 쪽으로 마나를 담은 화살을 쏘아 올렸다.

보스 방은 굉장히 넓고 천장도 수십 미터나 될 정도로 높았기에 화살을 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쌔애액!

이윽고 푸른 마나가 빛나는 화살 20기가 포물선을 그리며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키에에에엑!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화살 세례에 몸이 꿰뚫린 스팅 구울들은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구울들이 화살에 정신이 팔린 사이 세이버들이 돌진했다.

쾅!

블레이드 구울들과 세이버들의 카이트 실드가 격돌하면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세이버들이 실드 차지를 시전 했기에 카이트 실드와 부딪친 블레이드 구울들은 괴성을 지르며 튕겨 나갔다.

하지만 다시 자세를 잡으며 양팔의 블레이드를 앞세우고 세이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세이버들의 틈 사이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장창이 내질러졌다.

푸욱!

키아아아아악!

블레이드 구울들보다 사거리가 훨씬 더 긴 장창.

블레이드 구울들은 달려드는 기세 그대로 갑자기 나타난 장창에 몸이 꿰뚫리며 괴성을 내질렀다.

투확!

그리고 스팅 구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스켈레톤 아쳐들의 화살 공격에 피해를 입긴 했지만 이내 배에 달린 징그럽고 큰 입에서 초록색 독침을 쏘기 시작한 것이다.

터터텅!

하지만 초록색 독침은 세이버들의 카이트 실드에 막혀 떨어질 뿐이었다.

‘잡몹들은 스켈레톤들에게 맡기면 될 테고.’

잠시 스켈레톤들과 구울들의 전투를 지켜보던 신유현은 붉은 빛이 흘러나오는 모노리스 앞에서 우뚝 서 있는 구울 킹을 바라봤다.

[타락한 구울 킹]

등급: 5성.

고유 스킬: 판독 불가.

일반 스킬: 일부 확인 가능.

현재 상태: 분노, 굶주림.

‘흠.’

사령안으로 구울 킹의 정보를 확인한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상대는 5성 레이드 보스.

일반 보스보다 방어력과 체력이 높으며 특수한 고유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신유현은 구울 킹의 단편적인 정보밖에 알아내지 못했다.

일반 보스가 강력한 레이드 보스인데다가 신유현보다 등급이 높았으니까.

“슈브. 내가 시간을 벌 테니 저놈을 쓰러트릴만한 공격 마법을 준비해 놔.”

“네.”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5성 레이드 보스인 구울 킹을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하려면 6클래스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슈브가 적격일 터.

문제는 현재 능력이 제한되어 있는 탓에 6성급인 슈브가 6클래스 흑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짧지만 캐스팅 시간이 필요했다.

“수비는 너희들에게 맡기마.”

신유현은 예니체리로 배속한 스켈레톤 싸울아비와 최소 레어 등급 이상의 무기를 소지한 스켈레톤들에게 디아와 슈브를 보호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우---!

거기에 영수, 백랑 복슬이까지 소환했다.

스켈레톤들에게 버프를 걸기 위해 고양이 춤을 추고 있는 디아와, 6클래스 흑마법을 캐스팅 중인 슈브는 무방비해지기 때문이다.

‘그럼…….’

신유현은 구울들 너머에서 이쪽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는 구울 킹을 노려봤다.

“일단 인사부터 해야겠지?”

신유현은 오른 손을 들어올렸다.

뀨!

그러자 후방에 있던 까망이가 신유현의 그림자를 등 뒤로 길게 늘렸다.

그리고 늘어난 그림자 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솟구쳐 올랐다.

<4성 헤카톤 하이퍼 비틀, 케이론>

부우웅.

그림자 속에서 날아오른 케이론은 날갯짓을 하며 신유현의 머리 위에 가만히 떠올라 있었다.

그 상태에서 신유현은 들어 올렸던 팔을 내렸다.

키이잉!

그 직후 케이론의 뿔이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슈아아악!

그리고 공중에서 대각선으로 빠르게 구울 킹을 향해 내려꽂히듯 날아들었다.

충각돌진을 발동한 것이다.

크르륵?

그 모습을 지켜본 구울 킹은 양팔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붉은 방어막이 구울 킹에게서 생겨나는 게 아닌가?

콰아아아아앙!

이윽고 공중에서 내리 꽂힌 케이론의 뿔과 구울 킹의 붉은 방어막이 맞부딪치면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공기가 진동하고 지면이 흔들렸다.

거기다 구울 킹이 있던 장소에 자욱한 흙먼지가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욱하게 피어오른 흙먼지는 이내 빠르게 흩어지면서 케이론과 구울 킹이 모습을 드러냈다.

콰가가가각!

케이론과 구울 킹은 서로 맞부딪친 후에도 힘을 빼지 않고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멈추지 않고 회전을 하고 있는 케이론의 뿔.

그 공격을 막기 위해 전개되고 있는 구울 킹의 붉은 방어막.

그리고 케이론과 구울 킹이 서로 맞붙고 있는 사이, 강체술을 발동한 신유현은 헤르메스 신발 탈라리아의 고유 스킬 스카이 스텝을 발동하며 스켈레톤들과 구울들의 머리 위를 지나쳐 가고 있었다.

‘설마 충각돌진을 정면에서 막을 줄이야.’

구울들의 머리를 짓밟으며 신유현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역시 5성 레이드 던전 보스.

어지간한 일반 보스였다면 피하거나 아니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터였다.

몸길이만 5미터에 달하는 거구가 뿔을 앞세우고 공중에서 내려꽂혔으니까.

그에 반해 구울 킹은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인 2미터가 조금 넘었을 뿐.

“케이론! 초진동파다!”

스켈레톤들과 구울들을 지나온 신유현은 케이론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이이이잉!

그러자 케이론의 뿔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콰자장창!

얼마 지나지 않아 구울 킹의 붉은 방어막이 유리처럼 깨져 나갔다.

그리고 붉은 방어막이 깨지기 직전, 구울 킹은 날개를 펄럭이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콰앙!

그 직후 격렬하게 회전을 하며 초진동파를 흘리는 케이론의 뿔이 구울 킹이 있던 지면에 박히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로 인해 피어오르는 흙먼지들.

그 사이 지면에 뿔을 박고 있는 케이론의 몸 위를 뛰어넘으며 신유현은 흙먼지를 헤치고 앞으로 나갔다.

뒤로 물러난 구울 킹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신유현.

구울 킹의 가슴에 수도 없이 박혀 있는 눈알들이 흠칫 놀란 모습을 보였다.

그 앞에서 신유현은 허리에 차고 있는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레바테인의 검집 안에서부터 흑염이 피어올랐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영식(零式) 개(改),

발검(拔劍) 무명베기(無明斬)!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의 고유 스킬 흑염일섬을 발동합니다.]

스아아아아악!

거세게 피어오르는 압축된 흑염의 칼날이 레바테인에게서 터져 나오며 구울 킹을 향해 휘둘러졌다.

까아아아앙!

하지만 구울 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케이론의 충각돌진을 막아 냈던 붉은 방어막을 재차 생성하며 신유현의 일검을 막아 낸 것이다.

깡! 깡! 깡!

비록 공격이 막혔지만 신유현은 계속해서 레바테인을 휘둘렀다.

검은 궤적을 허공에 남기며 쉴 새 없이 구울 킹의 붉은 방어막을 두들겼다.

크륵!

공격의 주도권이 신유현에게 넘어간 상태였기에 구울 킹은 방어에 전념하며 기분 나쁜 괴성을 냈다.

쩌적!

하지만 계속 되는 신유현의 공격에 결국 붉은 방어막에 금이 갔다.

콰장창!

결국 붉은 방어막은 부서지면서 흑염을 휘감은 레바테인이 구울 킹을 향해 날아들었다.

콱!

“……!”

순간 신유현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믿을 수 없게도 구울 킹이 레바테인의 칼날을 오른 손으로 막아 내며 붙잡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구울 킹의 손을 타고 흑염이 옮겨 붙었지만 구울 킹은 개의치 않았다. 레바테인을 붙잡고 놓아 주지 않았으니까.

“내 검을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거냐?”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크라를 끌어올렸다.

화르륵!

그러자 레바테인의 칼날에서 흑염이 거세게 치솟아 올랐다.

그 탓에 구울 킹의 팔이 흑염에 불타오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구울 킹은 레바테인을 계속 붙잡고 있었다.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아마도 5성 레이드 보스 중에서 상급에 해당할 정도로 강력한 언데드 계열의 존재였기 때문일 터.

키르륵!

거기다 구울 킹의 배에 붙어 있는 징그러운 입이 비웃음을 흘렸다.

키이잉!

그뿐만이 아니라 구울 킹의 왼손에서 검붉은 구체가 생겨나고 있는 게 아닌가?

레바테인이 붙잡혀 있는 탓에 신유현은 무방비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렇다고 피하기에도 늦은 상황.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어.”

오히려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구울 킹을 비웃었다.

전부 계획대로였으니까.

어느 틈엔가 신유현과 구울 킹의 머리 위로 직경 10미터 크기의 이글거리는 거대한 흑염구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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