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32화
[잠재 고유 특성: 마탄의 사수(S).]
‘설마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최진성은 이전 삶에서 자신을 챙겨 주던 형 같은 존재였다.
아마도 동병상련을 느꼈기 때문이겠지.
당시 신유현은 기력 개방을 하지 못한 반쪽짜리 초인이었고, 최진성은 궁수로서는 치명적인 명중률이 낮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서로 부족한 점이 있었던 그들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지냈다.
그런데 설마 최진성에게 마탄의 사수라는 S급 고유 특성이 있었을 줄이야.
‘기만자였었네.’
신유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고유 특성은 일종의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최진성의 고유 특성, 마탄의 사수는 발현되어 있지 않은 상황.
그 때문에 자신에게 어떤 재능과 고유 특성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초인들이 사용하는 시스템 능력만으로는 제한적인 정보만 알 수 있으니까.
상대의 정보를 볼 수 없으며, 자신의 정보라 해도 상태창이나 스킬창을 보는 게 거의 다였다.
상대의 정보를 알아보려면 감정 관련 스킬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마저도 상대보다 등급이 높아야 비교적 상세히 정보를 볼 수 있으며, 등급이 낮으면 볼 수 없었다.
[마탄의 사수]
타입: 선천적 재능.
등급: S.
페널티: 총기류를 제외한 모든 무기 명중률 다운(Down).
설명: 총기류를 이용한 마탄으로 마수들을 쓰러트릴 수 있다.
‘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4성이 되면서 각성한 불사왕의 권능, 사령술.
사령술의 퍼스트 스킬인 사령안으로 본 최진선의 고유 특성 마탄의 사수는 가히 사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재능이었다. 일단 등급부터가 무려 S급이었으니 말이다.
‘총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마수들에게는 현대 병기가 통하지 않는다.
마수들의 피부 표면에 흐르는 마나 역장 혹은 마투기라고 부르는 보호막 때문에.
그런데 총기류로 마수들을 제압할 수 있다니?
“진성이를 데려가고 싶다고?”
최진성을 영입하고 싶다는 신유현의 말에 이영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배신자들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길드원 열 명 중에 하필이면 최진성을 선택할 줄이야.
마나 부여 능력은 수준급이지만, 정작 궁수로서 중요한 명중률은 바닥을 달렸다. 활을 쏘면 화살이 어디로 날아갈지 긴장해야 했다. 최악의 경우 아군이 맞을 수 있었으니까.
“최진성 씨는 어떻습니까?”
이영수가 고민하자 신유현은 최진성을 향해 말을 걸었다.
“저, 저요?”
“파천검가에 오고 싶지 않습니까?”
신유현의 말에 최진성의 눈빛이 흔들렸다.
대한민국 4대 명가인 파천검가.
어느 누가 파천검가에 가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4대 명가인 만큼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치열한 입문 시험을 치른 끝에 한 줌의 재능 있는 아이들이 문하생이 된다.
그 후 파천검가에서 수련을 받게 되며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3성이 되지 못하면 퇴출당한다.
그리고 문하생이 아닌 자들은 최소 4성 이상의 실력을 가져야 스카웃 제의를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최진성은 4성 최하급이었으며,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궁수라는 사실에 가산점이 붙었다.
대부분의 초인들은 근접 공격이 특기인 검사들이 많았으니까.
“가고 싶지만 능력이 되지 않아 힘들 것 같네요.”
최진성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든 4성 초인이 되긴 했지만 궁수로서 명중률이 좋지 않았으니까.
활이 안 되니 검이나 다른 무기들도 써 봤었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숙련도가 높은 활이 더 나을 정도였다.
고유 특성 마탄의 사수가 가진 페널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렇겠죠. 하지만 전 최진성 씨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제가요?”
신유현의 말에 최진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게 잠재력이 있다니?
정말로 그런 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흥. 보는 눈이 없군.”
그때 옆에서 이영수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그는 신유현의 태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신유현이 이영수에게는 편하게 말을 놓고 있었지만, 최진성에게는 존대를 해 주고 있었으니까.
“글쎄. 과연 누구 눈이 틀렸을까?”
신유현은 이영수를 향해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웃었다.
신유현이 최진성에게 존대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이전 삶에서 이강훈을 믿고 풍림화산 길드에 들어갔다가 갖은 고생을 다할 때 최진성이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최진성은 엄청나게 강해질 것이다.
무기만 활에서 총으로 바꾼다면 활용할 수 있을 터.
이영수도 제법 실력을 가진 검사이긴 했지만, 마탄의 사수를 활용하기 시작하는 최진성에게 비빌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정말 나에게 잠재력이 있다면...’
최진성은 신유현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그는 풍림화산 길드에서 무능하다고 무시당하며 욕을 먹어왔다.
그런데 오늘 처음 만난 파천검가의 인물이 자신을 믿어 주고 인정해 주고 있지 않은가?
“가겠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최진성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이영수 앞에서 자신을 존대해 주며 체면을 세워 주는 신유현을 한번 믿어 보기로 한 것이다.
“잘 생각했습니다.”
최진성의 말에 신유현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영수를 바라봤다.
“알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레이드 던전을 공략했을 때 이야기지. 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놈들을 데리고 나가겠다.”
“협상 완료로군.”
이영수의 승낙까지 받아 낸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닌 유능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었으니까.
나중에 사실 최진성이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밝혀지는 날이 온다면 이영수나 다른 풍림화산 길드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되었다.
물론 그때까지 풍림화산 길드가 존속하고 있을 때 이야기지만.
이제 남은 건, 5성 레이드 던전, 타락한 혼돈의 모노리스를 공략하는 일뿐.
* * *
“그들이 약속을 지킬까요?”
풍림화산 길드원들을 뒤로 하고 어느 정도 이동하자 슈브가 입을 열었다.
“멍청하지 않다면 지키겠지.”
신유현은 풍림화산 길드원들에게 유리한 조건들을 제시하고 협상을 이끌어냈다.
그들 입장에서는 실보다 득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시간 만에 5성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겠다는 선언이 크게 먹혔다.
게티아 숭배자 놈들과 전투를 벌이느라 길드원들에게 휴식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그 시간을 포함해서 한 시간만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보험도 들여놓았고.”
이영수와 협상을 끝낸 후, 신유현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스켈레톤 세이버 10기와 랜서 10기를 남겼다.
5성 레이드 던전 모노리스의 지하 유적지는 일방통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뒷길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메인통로 복도에 있는 열리지 않은 문들이겠지.
그 문들이 시간차로 열려서 풍림화산 길드원들과 게티아 숭배자들이 있는 장소에 마수들이 나타날 수 있었다.
그 때를 대비해서 스켈레톤 일부를 남겨 두었던 것이다.
‘억제도 되겠지.’
만약의 경우 이영수가 약속을 어기고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게티아 숭배자들을 데리고 나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스켈레톤 20기가 남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약속을 어기기 힘들 터.
“관건은 한 시간 안에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는 일이겠군요.”
“그렇지.”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유현의 오른 편에 있던 디아가 입을 열었다.
“마스터. 정말 한 시간 안에 공략할 수 있을까영?”
디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신유현을 올려다봤다.
일반적으로 레이드 던전은 규모도 큰 편이었지만, 등장하는 마수들의 숫자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든 해야지.”
신유현은 디아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말했다.
본래라면 어려운 일일 터.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해내야 했다.
키에에에엑!
이윽고 정면에서 마수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는 군.”
신유현은 정면을 바라봤다.
<5성 마수, 스팅 구울>
정면에서 달려오고 있는 스팅 구울들.
블레이드 구울과 마찬가지로 아랫배 전체에 징그러운 입이 달려 있는 혐오스러운 시체의 모습이었다.
다만, 양팔은 뼈칼이 아니었으며 배에 달린 입 안에 날카롭고 큰 가시 하나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투확!
이윽고 스팅 구울들의 배에 달린 입에서 가시가 쏘아졌다.
텅!
하지만 스팅 구울들이 쏜 가시는 신유현의 앞에 있던 스켈레톤 세이버들의 카이트 실드에 막혔다.
치이익.
“독인가?”
신유현은 바닥에 떨어진 큰 가시를 바라봤다. 가시 끝에서 흘러나온 초록색 액체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하얀 연기를 피어 올렸다.
초록색 액체가 바닥을 살짝 녹이며 독 연기를 피어올린 것이다.
“성가신 놈들이네.”
신유현은 스팅 구울들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원거리에서 독침을 쏘아대는 시체들이라니.
일반 레이드 공략대였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독침 자체는 배리어 코트로 막아 낸다고 해도, 바닥에 떨어진 독액이 피어 올리는 독 연기까지는 막을 수 없었기에.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군.”
신유현은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스켈레톤들을 상대로 독 연기는 통하지 않으니까.
투투투투!
스팅 구울들은 좌우로 나란히 서더니 독침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스켈레톤 세이버들이 방어스킬, 실드 강화를 사용합니다.]
터터터텅!
스팅 구울들의 독침에 맞서 세이버들은 카이트 실드를 강화시키는 방어 스킬을 시전했다.
그 덕분에 비교적 쉽게 독침을 막아 냈다.
“밀어붙여!”
이어서 신유현은 세이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스팅 구울들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기에 거리를 좁혀야 세이버들과 랜서들이 공격할 수 있을 테니까.
신유현의 명령에 세이버들은 카이트 실드를 앞세우고 신법을 펼치며 빠르게 달려들었다.
쾅!
이윽고 전방으로 질주한 세이버들과 스팅 구울들은 서로 맞부딪쳤다.
쌔애액!
그리고 세이버들의 뒤를 이어서 도착한 랜서들은 뼈로 이루어진 장창을 길게 내지르며 스팅 구울들을 공격했다.
푸푸푹!
랜서들이 내지른 장창은 세이버들의 틈새를 지나서 스팅 구울들의 몸에 박혔다.
쿠에에에에엑!
그러자 스팅 구울들은 괴성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전투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잠시 후, 스켈레톤들의 물량 공세가 시작되자 스팅 구울들의 비명 같은 괴성 소리가 지하 유적지를 울렸다.
* * *
[축하합니다. 당신의 소환수 세이버 7호가 5성 마수, 블레이드 데스 하운드를 처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5 소울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흠.’
신유현은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바라봤다.
스팅 구울들을 처리한 후, 5성 모노리스 레이드 던전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언데드 계열의 다양한 마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전 세이버 7호가 쓰러트린 블레이드 데스 하운드도 날카로운 뼈칼이 어깨에 달린 죽은 시체 개였다.
수십 마리의 블레이드 데스 하운드는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중형견 크기였지만 굉장히 재빨랐기 때문이다.
거기다 어깨에 달린 날카로운 뼈칼 때문에 피해가 커질 수 있었다.
“벌써 보스 방인가?”
하지만 신유현은 블레이드 데스 하운드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느덧 지하 유적지의 메인통로 끝에 도착해 있었으니까.
지하 유적지의 메인통로에서 수많은 마수와 조우했지만, 그때마다 마수들의 시체를 소재로 새로운 스켈레톤들을 계속해서 소환해 냈다.
그 결과 신유현은 스켈레톤들을 앞세우고 메인통로를 질주하듯 빠르게 내달렸다. 5성 모노리스 레이드 던전의 보스를 빠르게 잡고 미션 목표를 클리어 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끝에 신유현은 메인통로 끝에 있는 거대한 문 앞에 도착한 것이다.
아마도 보스가 있는 공간일 테지.
“그럼 들어가 볼까?”
신유현은 슈브와 디아를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잠시 후,
끼이이이익.
거대한 문이 열리기 시작하더니 5성 모노리스 레이드 던전의 보스가 있는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