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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30화 (130/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30화

통로에 남아 있던 마수들을 처리하느라 신유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슈브는 차가운 살기를 흘렸다.

넓은 공터에 도착하는 순간, 이상범이 신유현에게 욕하고 있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네년은 또 뭐냐?”

이상범은 불쾌한 표정으로 슈브를 노려봤다.

“쓰레기 같은 하등 생물이…….”

그의 말에 슈브는 차가운 살기가 피어오르는 눈으로 이상범을 노려봤다.

평소 나긋나긋하게 신유현을 대할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흥. 여자 주제에 건방지군. 네놈들이 이 상황에서 무얼 할 수 있다는 거지?”

하지만 이상범은 비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비록 이강훈이 당해 버렸지만, 아직 이상범을 포함한 게티아 숭배자가 9명이나 남아 있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5성 하급인 이상범을 제외한 나머지 8명 또한 4성 상급에서 최상급의 실력자들이었다.

더구나 이쪽의 숫자가 더 많았고, 무엇보다 아직 남아 있는 풍림화산 길드원 중 9명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상범은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이놈들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버려라.”

이상범은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슈브와 신유현에게 말했다.

슈브와 신유현이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 다음 제압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상범은 두 가지를 오판했다.

하나는 현재 슈브가 능력 제한을 받고 있지만 6성급 실력자라는 사실이었고,

다른 하나는…….

스스슥!

슈브의 주위로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장검 두 자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뭣?”

순간 이상범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인질들을 잡고 있다는 사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슈브가 공격 마법을 시전했으니까.

이상범이 오판한 다른 하나는 그들이 인질로 잡고 있는 풍림화산 길드원들의 목숨보다 신유현이 받은 모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인질들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것이냐!”

이상범은 슈브를 향해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그 순간,

슈아아아아악!

이상범의 외침에 대답하듯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두 자루의 장검이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날아들었다.

“젠장!”

그 모습에 2팀장 이영수의 목에 장검을 들이대고 있던 이상범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설마 인질을 무시할 줄이야.

‘어쩔 수 없지.’

허공에 검은 궤적을 남기며 날아드는 두 자루의 장검을 바라보며 이상범은 이영수를 방패로 내세웠다.

“이 비겁한 놈이!”

그러자 이영수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바로 죽여 주마!”

그 말에 이상범은 이영수를 윽박지르며 목에 더욱 더 장검을 가져다댔다.

바로 그때,

덜그럭 덜그럭.

이상범의 등 뒤에서 생소한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뭐, 뭣?”

황급히 고개를 뒤로 돌아본 이상범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느 틈엔가 스켈레톤 세이버 하나가 이상범의 등 뒤에서 본 소드를 치켜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쌔액!

정면에서 날아오고 있는 두 자루의 장검에 정신을 팔려 있던 이상범은 등 뒤에서 날아드는 세이버의 일격에 대응하지 못했다.

까가가강!

하지만 자동적으로 배리어 코트가 방어막을 발동하면서 세이버의 일격을 막아 냈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튕겨 나가는 본 소드.

그 직후 슈브가 날린 두 자루의 장검이 커브를 그리더니 이상범의 양 옆구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앙!

“커헉!”

이상범은 비명과 함께 숨을 토해 냈다.

이번에도 배리어 코트의 방어막 덕분에 직격타는 면했지만, 두 자루의 장검이 방어막과 격돌하면서 발생한 충격파가 내부를 뒤흔든 것이다.

그 때문에 이상범은 몸을 주춤거리며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영수가 빠르게 팔꿈치로 이상범의 명치를 쳤다.

“컥!”

배리어 코트의 속성을 알고 있던 이영수는 방어막이 발동하지 않을 속도로 이상범의 명치에 팔꿈치를 가져다댄 후, 강체술을 발동하면서 순간적으로 짧게 가격했다.

그 일격에 이상범은 몸을 기역자로 구부리며 뒤로 나가떨어졌고, 그 틈을 탄 이영수는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이 배신자 놈이!”

그리고 빠르게 장검을 뽑아들며 오러를 일으켰다.

이영수의 장검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오러 블레이드.

그 상태로 이영수는 다시 이상범을 향해 달려들었다.

까아앙!

“크으윽!”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5성 초인인 이상범은 적지 않은 데미지를 입었지만 이를 악물며 이영수의 참격을 막아 냈다.

“이 쓰레기 놈이!”

이상범은 살기를 흘리며 이영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비켜라.”

그때 이영수의 등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 소리에 잠시 뒤를 돌아본 이영수는 화들짝 놀라며 빠르게 옆으로 몸을 날렸다.

이영수의 등 뒤에서 슈브가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단검 크기의 수많은 칼날을 몸 주변에 띄워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또 무슨…….”

뒤늦게 그 모습을 확인한 이상범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슈브의 몸 주위와 머리 위로 수도 없이 많은 흑마력의 칼날들이 떠올라 있었으니까.

슈아아아악!

이윽고 어마어마한 숫자의 흑마력 칼날들이 이상범을 향해 날아들었다.

공간을 점령하듯이 날아드는 검은 칼날들.

그 앞에서 이상범은 붉은 오러 블레이드를 거칠게 피어 올리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마치 붉은 참격이 이상범의 주변을 막처럼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

붉은 오러 블레이드로 검막을 형성한 것이다.

콰가가각!

이윽고 슈브의 흑마력 칼날들이 이상범의 붉은 검막과 맞부딪쳤다.

그러자 흑마력의 칼날들은 붉은 검막에 닿자마자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으로 비산하거나 혹은 튕겨 날아갔다.

콰콰콰콰쾅!

그뿐만이 아니라 튕겨 나간 흑마력 칼날들은 이상범의 주변에서 작은 폭발들을 일으켰다.

그 때문에 이상범의 주변에는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하지만 슈브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피어오른 흙먼지를 향해 흑마력의 칼날들을 계속해서 날린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작은 폭발들.

“크윽!”

그 속에서 이상범은 이를 악물며 쉴 새 없이 붉은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검은 칼날들을 쳐 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조금씩 폭발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슈브가 공격을 멈춘 것이다.

이윽고 가라앉는 흙먼지 속에서 이상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억허억!”

이상범은 한쪽 무릎을 꿇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가 장비하고 있던 흑색 코트는 너덜너덜해져 있었으며, 붉은 오러 또한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범의 주변 지면은 크고 작은 크레이터가 생겨나 초토화가 된 상태.

스슥!

순간 이상범의 눈앞에 슈브가 마치 공간이동을 한 것처럼 나타났다.

“겨우 이 정도로 끝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괴, 괴물인가?”

이상범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겨우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미 그는 한계 상황이었다.

‘5성급이 아니었나?’

이상범은 자신이 슈브의 역량을 잘못 판단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로 소모한 마나량으로 따진다면 슈브 쪽이 훨씬 더 높았다.

하지만 슈브는 전혀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은 5성급이 아니라 6성급이라는 소리.

퍼억!

순간 슈브의 발이 무릎을 꿇고 있던 이상범의 턱을 차올렸다.

“컥!”

마나를 담고 있는 발차기에 이상범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공중에 떠오르더니 뒤로 몇 바퀴 빙글빙글 돌면서 튕겨 날아갔다.

쾅!

그 직후 슈브는 지면을 강하게 박차며 뛰어올랐다.

그리고 순식간에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이상범을 발로 내려찍더니 지면에 처박았다.

콰앙!

“커헉!”

슈브가 양발로 이상범을 짓밟으면서 지면에 떨어져 내리자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그 속에서 슈브는 이상범의 머리를 짓밟고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이상범의 머리를 터트릴 것처럼.

“죽이지 마라.”

그 모습에 신유현은 다급히 슈브를 말렸다.

이상범은 물론 게티아 숭배자 놈들을 통해 알아내야 할 정보가 있었으니까.

“예. 걱정하지 마세요.”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긋하게 말했다.

이상범을 대할 때와는 다른 극명한 온도차였다.

그때,

[축하합니다! 당신의 소환수 아이언 골렘이 5성 유니크 보스, 데스스토커를 처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50 소울 포인트와 5성 마정석, 그리고 랜덤 보물 상자를 획득합니다!]

“저쪽도 끝났군.”

신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언 골렘을 바라봤다.

그곳에 배를 까뒤집은 채로 드러누워 있는 데스스토커를 짓누르고 있는 아이언 골렘의 모습이 보였다.

슈브가 이상범을 제압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아이언 골렘도 5성 유니크 보스 데스스토커를 쓰러트린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상범의 등 뒤에 스켈레톤 세이버를 소환했을 때, 다른 게티아 숭배자들의 등 뒤에도 스켈레톤들을 소환하여 인질들을 구해 냈다.

‘딱히 구할 생각은 없었지만...’

풍림화산 길드에 대한 신유현의 기억은 결코 좋지 않았다.

이강훈뿐만이 아니라 풍림화산 길드원 대부분이 권위적이었으니까.

자신보다 낮은 하급자들에게는 막 대하고, 상급자들에게는 고개를 숙이는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길드원들.

그런 곳에 이강훈의 말만 믿고 막내로 들어간 신유현은 갖은 고생을 했었다.

온갖 잡일은 자신에게 거의 다 떠넘겼고,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꼬투리를 잡아서 괴롭혔으니까.

그것도 신유현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들 중에서 그나마 신유현을 인간적으로 대한 인물은 최진성뿐.

‘이제 거의 다 끝났군.’

인질이 되었다가 구출된 길드원들과 스켈레톤의 물량공세 앞에 나머지 게티아 숭배자들은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제압되고 말았다.

* * *

“대체 어째서…….”

풍림화산 길드의 2팀장 이영수는 이를 악물며 밧줄에 묶여 제압되어 있는 게티아 숭배자들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게티아 숭배자들은 디아의 S급 스킬 어둠의 사슬에 의해 구속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이미 입안에 숨겨져 있던 자살용 독약도 제거되어 있는 상황.

“길드로 돌아가면 네놈들의 정체가 뭔지 철저하게 파헤쳐 주마.”

이영수는 눈을 부라렸다.

지금까지 이강훈을 비롯한 게티아 숭배자 10명을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자신들의 등 뒤에 칼을 꽂았고, 그 결과 길드원 9명이 희생되었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놈들은 내가 데려간다.”

신유현은 이영수를 향해 게티아 숭배자들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뭐라고?”

그러자 이영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신유현을 노려봤다.

“우리들을 도와준 사실에는 감사하지. 하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다. 이놈들은 길드를 배반하고 동료들까지 죽였다. 그런데 이놈들을 데려가겠다고?”

이영수는 이를 갈며 말했다.

헌터 협회의 길드들은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풍림화산 길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게티아 숭배자 놈들은 풍림화산 길드의 체면에 먹칠을 했다.

절대 가만히 놔둘 수 없었다.

하지만 신유현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당신들 사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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