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29화 (129/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29화

거대한 전갈처럼 생긴 5성 유니크 마수, 데스스토커의 꼬리 끝에서 쏘아진 붉은 마력포가 최진성을 향해 날아왔다.

‘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붉은 마력포를 바라보며 최진성은 만감이 교차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수많은 기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진호야…….’

특히 그 중에서 자신의 하나뿐인 동생 최진호가 떠올랐다.

희귀 질병을 앓고 있는 탓에 병원에 입원 중인 열 살 터울의 어린 남동생의 해맑게 웃는 얼굴이.

콰아아아앙!

순간 최진성의 눈앞에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어, 어?’

최진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뜨거운 열기와 바람이 최진성을 덮쳤다.

하지만 그는 멀쩡했다.

무방비하게 있던 최진성을 향해 날아들던 붉은 마력포를 누군가가 막아냈기 때문이다.

“누, 누구?”

최진성은 눈앞에서 붉은 폭염이 터져나왔다가 사라지면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사내의 등을 바라보며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것일까.

사내가 최진성을 돌아봤다.

‘오랜만이네.’

신유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과거 기억 속 모습과 같은 최진성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괜찮으니 뒤로 물러나 있으세요.”

신유현은 일단 최진성을 뒤를 물렸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풍림화산 길드의 레이드 공략대와 만나기 전, 신유현은 수십 마리의 마수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수 중 일부가 뒤로 물러나며 다급하게 뛰어가는 게 아닌가?

아직 마수들이 상당수 남아 있었기에 나머지는 디아와 슈브, 스켈레톤들에게 맡겼다.

신유현 혼자 먼저 마수들을 쫓아서 달려온 것이다.

그리고 보고 말았다.

이강훈이 품속에서 크리스탈 장치를 꺼내는 모습을.

‘이강훈.’

신유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강훈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이강훈은 크리스탈 장치로 5성 마수 블레이드 구울들까지 조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최진성을 향해 붉은 마력포가 쏘아지는 모습을 본 신유현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헤르메스의 신발, 탈라리아의 블링크 스킬을 사용해서 최진성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이어서 본 월과 본 실드로 붉은 마력포의 위력을 줄인 후, 마지막은 섬광베기로 붉은 마력포를 양단하며 막아냈 다.

키아아아아아!

공격이 막히자 데스스토커는 괴성을 지르며 돌진을 해 오기 시작했다.

몸길이만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전갈이 달려오자 지면이 살짝 흔들릴 정도.

아무래도 이강훈이 가진 크리스탈 장치로는 보스급까진 조종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일단 저놈부터 잡아야겠군.’

신유현은 이쪽을 향해 달려드는 데스스토커를 노려봤다.

“까망아.”

뀨!

신유현의 부름에 어깨 위에 매달려 있던 까망이가 귀여운 울음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신유현의 앞에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그림자 속에서 소환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5성 보스급 아이언 골렘이었다.

콰아아아앙!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오자마자 아이언 골렘은 전신을 사용해서 데스스토커의 돌진을 막아 냈다.

촤아악!

하지만 몸길이 10미터의 데스스토커의 돌진력은 엄청났다.

5미터 크기의 아이언 골렘조차 수 미터 이상 밀려나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으니까.

부웅.

하지만 데스스토커는 호전적이었다.

돌진이 막히자 바로 집게발을 치켜들면서 아이언 골렘을 향해 휘둘렀으니까.

깡! 깡!

좌우에서 휘둘러오는 단단한 집게발 공격에 아이언 골렘은 자세를 낮추며 양팔로 가드 했다.

슈욱!

그뿐만이 아니라 데스스토커는 꼬리를 앞으로 길게 내질러 왔다.

까앙!

하지만 아이언 골렘은 강철처럼 단단한 팔로 꼬리를 튕겨 냈다.

이어서 아이언 골렘의 공격이 시작됐다. 깍지로 낀 손으로 데스스토커의 머리를 내려친 것이다.

콰앙!

키아악!

강렬한 일격이 머리에 꽂히자 데스스토커는 뒤로 살짝 물러나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집게발을 활짝 벌리며 아이언 골렘의 양 팔을 붙잡았다.

아이언 골렘은 집게발에서 팔을 빼내려고 했지만 데스스토커 또한 안간힘을 쓰며 집게발을 놓지 않았다.

키이잉!

그리고 아이언 골렘을 향한 데스스토커의 꼬리 끝에서 붉은빛이 모여들었다.

슈확!

이윽고 붉은 레이저 같은 마력포가 아이언 골렘을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당신의 소환수 아이언 골렘이 마력 장벽을 전개합니다.]

즈즈즈증!

아이언 골렘은 자체 방어력이 높은데다가 방어용 스킬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아이언 골렘의 가슴 앞에 생겨난 마력 장벽이 붉은 마력포를 사방으로 비산시켰다.

콰콰콰쾅!

사방으로 분산된 붉은 마력포의 가닥들이 아이언 골렘 주변에 떨어져 내리며 작게 폭발했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싸우고 있는 아이언 골렘과 데스스토커들.

‘유니크 보스 마수는 아이언 골렘에게 맡기면 될 것 같고. 문제는…….’

신유현은 풍림화산 길드의 레이드 공략대와 5성 마수 블레이드 구울들을 바라봤다.

이강훈이 가진 크리스탈 장치 때문에 수십 마리의 블레이드 구울들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 틈을 노리고 레이드 공략대가 블레이드 구울들을 처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남은 블레이드 구울들은 손에 꼽을 정도.

쿵!

지면을 강하게 박찬 신유현은 파천신법, 첫 번째 걸음 질풍신보를 펼치며 이강훈을 향해 질주했다.

“뭐, 뭐야!?”

신유현이 빠르게 다가오자 이강훈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저, 저 새끼 막아!”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모양인지 이강훈은 신유현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그 소리에 몇몇 풍림화산 길드원들이 반응했지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에게 신유현은 자신들을 도와주러온 고마운 존재였으니까.

실제로 신유현은 위험에 빠진 최진성을 구해주었으며, 아이언 골렘을 소환해 데스스토커를 견제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레이드 공략대는 데스스토커를 걱정하지 않고 블레이드 구울들을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신유현을 막으라니?

“멈춰라.”

“여긴 못 지나간다.”

그때 다른 팀에 있던 풍림화산 길드원 두 명이 신유현의 앞을 막아섰다.

그 모습에 신유현은 혀를 찼다.

하지만 이내 탈라리아의 고유스킬, 스카이 스텝을 발동했다.

팡! 팡!

신유현은 스카이 스텝으로 공기 발판을 만들어서 그들의 머리 위를 빠르게 뛰어넘으며 지나쳤다.

그리고 빠르게 이강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너 뭐야? 대체 왜 나를…….”

그러자 이강훈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을 하다가 말고 번개같이 신유현을 향해 팔을 내질렀다.

어느 틈엔가 이강훈의 손에는 날카로운 단검이 들려 있었다.

‘역시 변함이 없구나.’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강훈을 노려봤다.

사람을 가장 짜증나게 하는 방법 중중 하나가 무엇인가?

바로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이강훈은 기습 공격까지 했다.

이전 삶과 마찬가지로 이강훈은 비열하고 야비한 인간이었다.

스아악!

신유현은 몸을 반쯤 회전하며 질러들어오는 이강훈의 단검을 피해냈다.

애초에 그는 궁수였기에 근접전에 약하지만, 신유현은 근접전이 특기였다.

이강훈의 단검을 피한 신유현은 빠르게 품속으로 파고들면서 명치에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끄헉!”

그러자 이강훈은 비명을 토하며 몸이 기역자로 꺾여졌다.

그 덕분에 이강훈의 턱이 아래로 내려온 상황.

신유현은 다시 주먹을 꽉 움켜쥐며 이강훈의 턱을 올려쳤다.

빠악!

이강훈의 머리가 치켜 올라가며 몸이 살짝 떠올랐다.

그 상태에서 숨을 들이마신 신유현은 무호흡 연타를 날리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벅!

일격 일격에 담겨 있는 살의와 분노.

그 연타 앞에 이강훈은 조금씩 공중에 떠올랐다.

얼굴은 퉁퉁 부어오르고, 갈비뼈는 부서져 나갔다.

그리고 이강훈의 코와 입에서 피가 튀어 나왔다.

털썩.

잠시 후 이강훈은 바닥에 쓰러진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빌어먹을 놈.”

그런 이강훈을 신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봤다.

이강훈이 크리스탈 장치를 품속에서 꺼내드는 것을 본 순간 신유현은 모든 것을 이해했다.

어째서 풍림화산 길드가 5성 모노리스 레이드 던전 공략에 실패했는지 말이다.

‘설마 이놈이 게티아 숭배자였을 줄이야.’

이전 삶에서의 기억 때문에 신유현은 이강훈이 그저 재수 없는 꼰대 같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실수는 부하들 탓을 하며 떠넘기고, 사소한 일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갈구던 이강훈.

이번 5성 모노리스 레이드 던전을 공략할 때도 무언가 수작을 부렸을 테지.

“네놈이 알고 있는 건 전부 다 불어야 할 거다.”

아직 이강훈은 죽지 않았다.

그래도 최소한 손속에 사정을 두었으니까.

놈이 게티아 숭배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정보를 얻어야 하니 말이다.

신유현은 조금 전 이강훈이 떨어트린 게티아들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손바닥보다 좀 더 작은 크리스탈 장치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커억!”

“어어?”

“어, 어째서?”

돌연 사방에서 풍림화산 길드원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는 게 아닌가?

“이, 이건 또 무슨?”

갑작스러운 비명소리에 풍림화산 길드원들을 바라본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9명이 다른 길드원들의 등에 칼을 꽂아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풍림화산 길드의 1팀장이자 5성 B급 헌터인 이상범도 있었다.

“하, 저 병신 새끼.”

“신성한 유물을 왜 꺼내서는…….”

9명들은 이강훈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설마?’

그제야 신유현은 모든 걸 이해했다.

배신자는 이강훈뿐만이 아니었다.

이전 삶에서 공략을 포기하고 돌아왔던 10명이 게티아 숭배자들이자 배신자들이었던 것이다.

“1팀장! 이게 무슨 짓인가!”

레이드 공략대의 일원이자 2팀장인 이영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같은 길드원들에게 9명의 동료가 살해당했으니까.

“어차피 죽을 건데 말할 필요가 있나?”

이상범은 피식 웃으며 이영수를 바라봤다.

레이드 공략대 대원들 중에서 이상범이 가장 강했다.

아마 그 때문에 20명의 공략대 대원들이 살해당했을 터.

실제로 현재 30명이었던 대원들 중 9명이 죽어 나자빠져 있지 않은가?

“그보다 네놈은 대체 뭐지?”

이상범은 싸늘한 눈으로 신유현을 노려봤다. 지금 이 순간 이상범을 포함한 8명의 배신자들이 움직인 이유는 신유현 때문이었다.

신유현이 이강훈을 때려눕히고 크리스탈 장치를 손에 넣었으니까.

“그분의 신성한 유물은 네놈이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상범은 신유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다른 배신자들은 나머지 공략 대원들을 처리할 생각인지 다가가고 있는 상황.

“설마 게티아 숭배자 놈들이 이렇게 많이 있을 줄은 몰랐네.”

신유현의 말에 이상범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우리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군.”

“그럭저럭. 철화단 놈들을 때려잡으면서 네놈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거든.”

“철화단이라고?”

이상범은 눈살을 찌푸리며 신유현을 노려봤다.

그리고 신유현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파천검가의 무능한 쓰레기였군.”

“쓰레기는 네놈들 같이 게티아를 숭배하는 배신자 새끼들이지.”

“뭐라고?”

신유현의 도발에 이상범은 미간을 찌푸렸다.

“기어오르지 마라, 벌레 새끼야. 쳐 죽여 버리기 전에.”

이상범이 알고 있는 신유현은 파천검가의 재능이 없는 쓰레기였다.

그나마 최근에 강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5성 초인인 자신의 상대는 아닐 터.

다만, 신유현이 데리고 온 아이언 골렘이 신경 쓰였지만 현재 데스스토커와 싸우느라 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황은 자신들에게 유리했다.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운 분노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감히 마스터를 욕하다니. 팔다리가 찢겨져 죽고 싶은가 보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