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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27화 (127/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27화

[5성 레이드 던전, 타락한 혼돈의 모노리스에 입장합니다.]

‘지하인가?’

던전에 입장한 신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모노리스 레이드 던전에 오는 건 처음이었다. 이전 삶에서도 이곳이 어떤 던전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단지, 풍림화산 길드가 공략에 실패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여긴 대체 어떤 곳이지?”

신유현은 레이드 던전에 입장한 순간 신기함을 느꼈다.

지하 벽면이 차가운 금속재질이었으며,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 유적지인 모양이네요.”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어?”

신유현은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데리고 온 슈브와 디아가 있었으며, 까망이는 신유현의 어깨 위에 올라타 있었다.

“죄송하지만 시공관리국과의 계약 때문에 말할 수 없어요.”

“무시하면 안 되나?”

“그랬다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답니다. 당장 시공관리국이 관리하는 던전에는 입장하지 못하게 될 거에요. 그리고 시스템 능력 사용에도 제약이 생겔 테고요.”

“그것도 그렇네.”

신유현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시공관리국은 인류에게 시스템 능력을 부여했고, 마수들이 지구로 쳐들어오기 전에 완충지대로 던전을 만들었다.

그런데 신유현이 불사왕과의 계약을 깨면 불이익이 따라온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아직 모르시는 게 좋아요. 현재 마스터의 능력으로 비밀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도 있거든요. 모든 비밀을 알고 싶으시면 빠르게 강해지시길.”

“알겠어.”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손사래를 쳤다.

시공관리국이나, 던전, 마수들에 대한 모든 비밀을 알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방법이 없는 모양.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려면 모노리스를 파괴하십시오.]

순간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모노리스를 파괴하라고?”

“이곳 레이드 던전의 공략 목표인 모양이네요.”

“그러고 보니 레이드 던전마다 공략 목표가 있다는 걸 들은 기억이 나.”

신유현은 뒤늦게 레이드 던전에 대한 기억이 났다.

이전 삶에서는 레이드 던전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빨리 기억하지 못한 것이다.

“어쨌든 가 보는 수밖에.”

신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뒤쪽은 강철 문으로 막혀 있었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펼쳐져 있었다.

신유현은 몸을 돌려 강철 문을 두드려봤다.

[경고! 이쪽으로는 나가실 수 없습니다.]

“나갈 수 없다고?”

신유현은 슈브를 돌아봤다.

비록 강철 문이 단단해 보였지만 슈브라면 부술 수 있지 않을까?

“유감이지만 이 지하 던전의 벽은 저도 부술 수 없어요. 최소 7성급은 돼야 부술 수 있어요.”

“그래?”

신유현은 아쉬운 표정으로 강철 문을 바라봤다.

강철 문 너머 지하 던전 밖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었는데 확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7성급이면 전 세계에서도 얼마 없는 마스터 경지의 초인들이었다.

철혈의 검왕이라고 불리는 파천검가의 가주인 신성일 정도는 되어야 지하 던전의 벽을 부술 수 있는 모양.

하지만 현재 슈브는 능력이 일부 봉인되어 있었기 때문에 6성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 가 볼까?”

신유현은 슈브와 디아를 데리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생각보다 살아 있는 마수들이 없네.”

메인 통로를 걸어가며 신유현은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바닥에는 레이드 던전의 마수로 보이는 시체들이 즐비했다.

모노리스 레이드 던전의 내부 구조는 일방통행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마수들은 풍림화산 길드의 레이드 공략대가 쓰러트린 걸로 보였다.

‘최대한 빨리 놈들을 따라잡아야겠군.’

신유현은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좋아영. 레이드 던전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거든영.”

그때 신유현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디아가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그렇지.”

신유현은 디아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5성 레이드 던전.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우우웅!

순간 어딘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앞에서 걸어가던 신유현은 발걸음을 멈추며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벽 너머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신유현은 벽 가까이에 귀를 가져다댔다. 벽 너머에서 무언가가 돌아가는 구동음이 들렸다.

콰득! 쿠르르릉!

순간 신유현이 있는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메인 통로 옆에 닫혀 있던 강철 문이 열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아니, 왜 갑자기 문이……?”

메인 통로에 있는 다른 길로 통하는 강철 문들.

그중 대부분은 열려 있었지만, 닫혀 있는 강철 문들도 몇 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닫혀 있던 강철 문들이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비상 예비용인가?”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혀를 찼다.

아무래도 후속 병력이 올 때를 대비해서 마수들을 일부 남겨 두었던 모양이었다.

크에에엑!

이윽고 열린 강철 문 너머로 기괴한 괴성이 울려 퍼지며 마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5성 마수, 데스 하운드>

몸길이만 무려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사냥개들이 강철 문이 열리자마자 뛰쳐나왔다.

크르르!

메인 통로로 뛰쳐나온 데스 하운드 무리들.

붉은 눈빛을 형형하게 빛내고 있는 데스 하운드는 여기저기에 뼈와 근육이 드러나 있었다.

크아아아앙!

이윽고 가장 선두에 있던 세 마리의 데스 하운드가 괴성을 지르며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자세를 낮추며 허리에 차고 있던 불꽃의 마검 레반테인을 움켜쥐었다.

그와 동시에 차크라에서 마나를 끌어올리며 강체술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전신에 활력과 함께 힘이 넘쳐흘렀다.

그사이 데스 하운드 세 마리가 신유현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과 앞발을 휘두르려는 찰나,

파천검법(破天劍法).

영식(零式) 개(改),

발검(拔劍) 무명베기(無明斬)!

스아아악!

검은 화염을 휘감은 레바테인이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허공에 검은 궤적을 그리며 폭발적으로 휘둘러졌다.

콰가가가가각!

크허어어엉!

단 한 번의 발검에 데스 하운드 세 마리를 베고 지나간 레바테인.

하지만 데스 하운드는 베어지지는 않았고 가격을 당한 것처럼 뒤로 튕겨 날아갔을 뿐이었다.

‘역시 5성인가?’

모든 마수의 피부 표면에는 마나 역장이 전개되어 있다.

거기다 데스 하운드는 5성 등급이었다.

그 덕분에 절삭력이 높은 무속성의 오러와 흑염이 피어오르는 유니크 등급인 레바테인의 공격을 버텨 낸 것이다.

크허엉!

신유현의 공격에 한 차례 튕겨 나갔던 데스 하운드들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정신을 차리더니 포효를 내질렀다.

그 뒤로 붉은 눈을 빛내는 데스 하운드들이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숫자는 대략 20마리 정도.

‘위험한 마수라고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전 삶에서 신유현은 5성 모노리스 레이드 던전의 마수들을 보지 못했다.

단지, 던전 스탬피드 때 뛰쳐나온 마수들을 멀리서 찍은 사진을 봤을 뿐.

그마저도 지금 눈앞에 있는 데스 하운드가 아닌 다른 마수였다.

5성 모노리스 레이드 던전에는 데스 하운드 외에도 다른 종류의 마수들도 존재했으니까.

‘빠르게 돌파해야겠군.’

“까망아.”

뀨!

신유현의 부름에 어깨 위에 붙어 있던 까망이가 귀여운 울음소리를 냈다.

스스슥.

그와 동시에 신유현을 중심으로 그림자가 넓게 퍼지면서 스켈레톤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두운 동공에서 푸른 귀기를 피어 올리며 그림자 속에서 솟아올라오고 있는 스켈레톤들.

덜그럭덜그럭.

이윽고 수십 마리에 달하는 스켈레톤 군단이 데스 하운드들의 앞을 막아섰다.

“쓸어버려.”

신유현의 명령에 스켈레톤 세이버와 랜서들이 데스 하운드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디아가 고양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디아는 무희나 바드처럼 춤을 추면서 아군에게 버프를 걸어 주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당신의 소환수 어둠의 성녀, 디아가 고양이 춤 2단계를 추기 시작합니다.]

[공력력과 공격 속도가 상승합니다.]

디아가 좌우로 몸을 흔들며 귀여운 고양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스켈레톤들에게 버프가 들어갔다.

그 직후,

콰앙!

카이트 실드를 앞세운 세이버들과 데스 하운드들이 맞부딪치면서 굉음과 함께 서로 뒤로 튕겨나갔다.

‘역시 좀 밀리네.’

하지만 세이버들이 데스 하운드들보다 좀 더 뒤로 밀려났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세이버들은 4성 중상급인데 반해, 데스 하운드들은 5성 하급수준이었으니까.

“방어 진형!”

신유현은 재차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튕겨 나간 세이버들은 재빠르게 5기씩 모였다.

그리고 맨 앞에 3기가 반원 모양으로 카이트 실드를 나란히 세웠고, 그 뒤에 나머지 2기가 카이트 실드로 등을 받쳤다. 그 뒤로 랜서 5기가 달라붙더니 장창을 뒤로 물린 채 대기했다.

총 10기의 스켈레톤들이 한 진형을 이루었으며, 총 세 진형이 형성되었다.

크르르.

약 스무 마리 정도 되는 데스 하운드는 진형을 이룬 스켈레톤들 앞에서 좌우로 어슬렁거렸다.

그러더니 이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다시 한번 더 몸통 박치기로 스켈레톤들의 진형을 무너트릴 속셈인 모양.

‘같은 수에 당할 수 없지.’

하지만 이번에는 랜서들이 대기 중이었다.

예닐곱 마리의 데스 하운드와 세이버들의 카이트 실드와 충돌하려는 순간.

슈슈슉!

랜서들의 장창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내질러졌다.

푸푸푸푸푹!

카이트 실드 사이로 내질러진 장창들이 데스 하운드의 목이나 가슴, 어깨에 박혀 들어갔다.

캐앵! 캥캥!

그러자 데스 하운드들은 비명 같은 괴성을 내질렀다.

스켈레톤 또한 무기에 마나를 담고 있었기에 마수들의 마나 역장을 뚫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데스 하운드는 5성이었기에 뚫기가 쉽지 않았다.

하나 데스 하운드의 돌진에 카운터로 창을 찔렀기 때문에 마나 역장을 뚫고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세이버들이 실드차지를 사용합니다.]

이어서 전방에 있던 3기의 세이버가 카이트 실드로 데스 하운드들을 후려쳤다.

캥!

그러자 몇 마리가 카이트 실드에 가격당하면서 튕겨 나갔다.

“한 놈씩 확실하게 쳐라.”

뒤이어 신유현은 스켈레톤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방금 전 공방으로 데스 하운드들은 바닥에 쓰러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 신유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세이버들과 랜서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데스 하운드 한 마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쿵쿵!

푸푸푹!

카이트 실드의 뾰족한 끝 부분으로 내려치는 세이버들과 장창으로 찔러대는 랜서들.

그중에는 발로 열심히 데스 하운드를 밟아대는 스켈레톤도 있었다.

[5성 마수, 데스 하운드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5 소울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그렇게 스켈레톤들이 바닥에 쓰러진 데스 하운드 한 마리를 다구리 치자 처치되었다.

다구리 앞에는 평등하니까.

그리고 다크 소울 이터로 데스 하운드의 영혼을 흡수한 신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 이 맛은…….’

이전 삶에서 먹어 보았던 맛이었다.

정확히는 게티아의 공격을 피하다가 바닥에 쓰러졌을 때, 입안에 들어왔었던…….

‘쓰읍. 흙 맛이네.’

씁쓸한 진흙 맛에 신유현은 잊고 싶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짐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가고, 자신이 느꼈던 분노와 굴욕감, 좌절과 절망을 게티아들에게도 전부 느끼게 해주겠다고.

“그럼…….”

신유현은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는 데스 하운드들을 노려봤다.

“나와라.”

신유현은 레바테인을 지면에 꽂으며 비장의 수단으로 준비해 두었던 존재 중 일부를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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