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25화
“자네가 강릉 수복을 할 수 있을 거라 어떻게 믿지?”
마수들에게 점령된 강릉을 수복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던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숫자의 마수들과 강력한 보스급 개체들도 많은 상황.
“자네도 알고 있을 텐데. 지금까지 강릉을 가만히 놔두고 있는 이유를 말이야.”
지금까지 정부와 헌터 협회가 강릉을 가만히 놔두고 있는 이유는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릉을 건드렸다가 마수들이 튀어나와서 서울을 공격해 올 수 있었으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릉을 수복하려면 압도적인 힘으로 한 번에 완전히 밀어 버려야 한다.
어중간하게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최악의 상황만 생길 터.
“그 사실을 알면서도 강릉을 수복할 생각인가?”
“네.”
신유현은 눈빛하나 바꾸지 않고 단호한 표정으로 답했다.
‘어차피 가만히 놔둬도 마수들이 튀어나오니까.’
강릉 마수 침공 사건.
강릉에서 증식한 마수들이 일정 숫자에 도달하자 뛰쳐나온 사건이다.
던전 스탬피드 현상으로 지역을 점령한 마수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숫자가 늘어난다.
그만큼 점령지역이 확대되어 나간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강릉을 점령한 마수들은 새로운 하이브를 세우기 위해 서울을 침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세 달 정도.’
서울을 향해 수도 없이 밀려드는 마수들을 막기 위해 수많은 초인과 헌터들이 동원됐다.
4대 명가 소속 초인들과 헌터 협회에서 파견한 헌터들.
그 당시 신유현 또한 후방지원으로 참전했다.
수천 단위로 밀고 들어오는 마수들 앞에 초인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결국 마수들을 몰아내었을 뿐만이 아니라 강릉까지 수복해 내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이번에는 내가 해야 하지.’
나중에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강릉에 자리 잡고 있는 마수들의 둥지, 하이브에서 퀸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퀸이 성장을 끝내면 폭발적으로 마수들을 생산해 낸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러니 퀸이 완전히 성장하기 전에 먼저 공격한다면 승산이 있었다.
서울을 침공할 때보다 마수의 숫자가 훨씬 적을 테니까.
“그래서 어떻게 강릉을 공략할 생각이지?”
“제가 가진 모든 걸 동원할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말해 줄 수 있나?”
“죄송하지만 아직 말해드릴 수 없습니다. 강릉 수복을 시작하기 전까진 비밀로 해 두고 싶거든요.”
최소 세븐 아크스 세 명과 불사왕의 군단이라면 충분히 수복이 가능할 터.
하지만 불사왕에 관해 이야기 해줄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능력 일부는 숨길 생각이었으니까.
실제로 현재 신유현의 능력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인물은 세븐 아크스인 디아나 슈브 정도였다.
“흠. 그렇군.”
남현철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신유현의 말대로 강릉 수복은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었다.
희귀 광물들을 채굴만 할 수 있게 된다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까.
다만 문제는 신유현이 정말 강릉을 수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자네가 정말 강릉을 수복할 수 있다면 증명을 해 줬으면 하네.”
“증명이요?”
“그래. 강릉에는 6성급 보스가 우두머리로 군림하고 있지. 그럼 최소 5성급 레이드 던전은 공략해야 되지 않겠나?”
확실히 5성급 레이드 던전조차 공략하지 못한다면 강릉 수복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5성 레이드 던전보다 강릉을 수복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니까.
“5성 레이드 던전말입니까?”
“그렇네. 5성 레이드 던전 하나 공략하지 못한다면 강릉 수복은 꿈이나 다름없지. 만약 자네가 5성 레이드 던전을 공략에 성공한다면 투자를 해 주도록 하겠네.”
남현철은 신유현에게 조건을 걸었다.
정말 강릉 수복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할 수 없을지 판을 내리기 위해.
만약 그 조건을 클리어 한다면 투자를 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임원들에게 투자에 대해 말할 구실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남현철은 씩 웃으며 말했다.
아티팩트 연구소 투자에는 막대한 금액이 필요한 만큼 그룹의 임원들에게도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때 신유현이 강릉 공략을 위해 5성급 레이드 던전을 공략해 낸다면 그걸 구실로 삼아서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으니까.
‘5성급 레이드 던전 공략이라.’
남현철의 말에 신유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레이드 던전은 공략 난이도가 높았다.
일반 던전보다도 규모가 훨씬 더 크고 마수들의 숫자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레이드 공략대는 최소 20명은 넘어야 하며,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인원도 필요했다.
‘스켈레톤 부대를 밀어 넣는다면 못할 것도 없지.’
거기에 특수 병종 스켈레톤들과 보스급 소환수들까지.
신유현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해 보도록 하죠.”
“기대하겠네.”
신유현의 대답에 남현철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 *
가문으로 돌아가는 차안.
신유현은 뒷좌석에 몸을 기대며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면담은 잘 성사되셨나요?”
그때 운전을 하고 있던 이시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조건이 달리긴 했지만 나쁘진 않아. 5성 레이드 던전을 공략해야 하지만.”
신유현은 남현철과 면담한 내용을 대충 요약해서 이시아에게 말해 주었다.
다만, 강릉수복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5성 레이드 던전이요?”
그리고 신유현의 말에 이시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티팩트 연구소를 현무전에 짓기 위해 5성 레이드 던전을 공략해야 한다니.
“현무전의 검대로 공략이 가능할까요?”
이시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5성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못해도 최소 4성 중급 이상의 초인들이 20명 넘게 필요하다.
안정적으로 공략하려면 30명 정도가 적당하며, 5성급 초인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공략을 성공시킬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걱정 마. 레이드 던전은 내가 공략할 거니까.”
애초에 신유현은 현무전의 전력을 기대하지 않았다.
현재 현무검대는 성장 중이었으니까.
새롭게 대원들을 추가했지만 대부분 3성 수준이었다.
적어도 3성 후반이나 4성 초반 정도로 성장시켜야했다.
그 때문에 현재 빡세게 훈련을 받고 있을 것이다.
“네? 설마 혼자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러 간다는 말은 아니시겠죠?”
신유현의 말에 이시아는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설마. 소환수랑 같이 갈 거야.”
“아. 그렇죠. 소환수가 있었죠.”
뒤늦게 이시아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지금까지 신유현이 워낙 혼자 움직인 경우가 많다 보니 미처 소환수까지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으니까.
‘뭐부터 할까?’
좌석에 등을 기대며 신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강릉에서 마수들이 뛰쳐나오는 필드 오버 현상이 발생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약 3개월.
그동안 신유현은 최대한 현무전의 전력을 증강시키고 불사왕의 군단 또한 강화시킬 생각이었다.
이채화나 김성훈처럼 재능과 능력이 있는 인재들을 발굴해 나가고, 소울 포인트로 스켈레톤 부대를 강화시키거나 세븐 아크스를 하나씩 얻어 나가면 될 터.
거기에 이제 5성급 레이드 던전을 공략해야 하는 일이 하나 더 추가 되었다.
‘역시 일단 레이드 던전부터 먼저 공략해야겠지?’
레이드 던전을 공략해서 남현철의 조건을 클리어 해야 투자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때까진 남연아를 현무전에 맡겨 놓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현재 신유현이 가진 불사왕의 군단이라면 5성급 레이드 던전은 충분히 공략 가능했다.
‘슈브도 있으니까.’
세븐 아크스, 거문성의 지배자이자 6성급 마법사인 슈브 라니구드.
그녀의 도움을 받는다면 한층 더 공략이 쉬워질 테지.
‘현 시간대에서 5성 레이드 던전이 어떤 게 있더라.’
신유현은 5성 레이드 던전들이 뭐가 있었는지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시간 역행을 했다고 해서 신유현이 과거의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이시아.”
“네. 전주님.”
“헌터 협회로 차 돌려.”
“헌터 협회로요?”
“응. 갑자기 볼일이 생각나서.”
“네. 알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신유현의 말에 이시아는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바로 헌터 협회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사이 신유현은 스마트폰을 통해 헌터 협회 사이트에 접속했다. 던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대충 헌터 협회 사이트의 던전 게시판을 훑어본 후 스마트폰을 껐다.
‘역시 헌터 협회에 직접 가서 정보를 얻는 편이 더 낫지.’
헌터 협회에는 수많은 헌터가 오가며, 던전에 대한 정보도 활발했다.
던전 게시판에 올라오지 않은 비교적 최신 정보들을 직접 알아볼 수 있으니까.
잠시 후, 신유현은 헌터 협회 빌딩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헌터 협회에 도착한 신유현은 곧바로 레이드 던전에 대한 정보들을 확인했다.
[5성 레이드 던전 목록.]
검은 숲의 타락한 세계수.
하늘 섬의 타락한 공중 정원.
타락한 혼돈의 모노리스.
‘모노리스?’
현재 알려져 있는 5성급 레이드 던전 목록을 확인하던 신유현은 눈을 빛냈다.
5성 레이드 던전, 타락한 혼돈의 모노리스.
현재 마수들이 점령해 있는 경기도 화성시 외곽에 생겨나 있는 레이드 던전이다.
‘이제 좀 기억이 나네.’
모노리스라는 단어를 보자 신유현은 과거의 기억이 조금씩 떠올랐다.
이전 삶에서 모노리스 레이드 던전은 풍림화산이라는 중견 길드가 공략하러갔다가 실패한 던전이었다.
그 때문에 던전 스탬피드가 발생했다.
거기다 하필 모노리스 레이드 던전 위치는 경기도 화성시였기에 파천검가와 비교적 가까웠다.
쏟아지는 레이드 던전의 마수들을 막기 위해 파천검가에서 고생 했었다.
다만 그 당시 신유현은 가문의 지명의뢰를 완수하지 못하고 현무전에서 잠시 근신을 당한 후, 쫓겨나 있었다.
그래서 그때 가문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아니, 그 당시 기억은 하고 싶지도 않았다. 인생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던 때였으니까.
게티아들이 침공하기 전까지는.
‘이곳으로 할까?’
현재 파천검가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가문을 습격해 온 수많은 마수로 인해 생겨난 희생자들과 가문의 차남인 신철진 또한 사망했다.
거기에 빌런 조직인 철화단과 잿빛 교단이라는 게티아 숭배자들까지.
연이은 사건사고로 인해 지쳐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공략에 실패한 레이드 던전에서 뛰쳐나온 마수들까지 상대하려면 아무래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이 기회에 풍림화산 길드 놈들을 손봐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신유현은 5성 레이드 던전, 타락한 혼돈의 모노리스를 풍림화산 길드가 공략 중이라는 문구를 말없이 노려봤다.
풍림화산 길드는 제법 큰 규모를 가지고 있고 대외적으로도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신유현은 알고 있었다.
풍림화산 길드가 어떤 곳인지를.
가문에서 쫓겨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풍림화산 길드에 들어갔었으니까.
‘이전 삶에서의 빚은 확실히 청산해야지.’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싸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