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24화
“아티팩트 연구소를?”
남현철 회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현무전에 남연아의 연구소를 세우고 싶다니?
“네. 회장님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연아 씨에게는 아티팩트를 연구 개발하는 재능이 있습니다.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건 그렇지.”
남현철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연구소를 맡겼었으니까.
“그래서 연아를 위해 아티팩트 연구소를 세우고 싶다? 그것도 파천검가에서?”
“정확히는 현무전에서 입니다. 가문의 도움은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파천검가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고?”
“네.”
신유현의 대답에 남현철은 눈에서 이채를 빛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아티팩트 연구소를 신유현의 세력 하에서 세우겠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재미있군. 그 말은 우리 그룹의 아티팩트 사업부와 손을 잡겠다는 말인가?”
“네.”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현무전이라면 연아 씨를 지켜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두그룹의 아티팩트 사업부와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저로서는 감사한 일이죠.”
“아티팩트 사업부와 손을 잡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말하는 건가?”
남현철은 가만히 신유현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호의적으로 신유현을 바라보던 남현철의 눈빛은 냉철하고 차가워져 있었다.
남두그룹에서는 수많은 초인과 헌터에게 아티팩트 장비들을 납품한다.
그리고 그 아티팩트 장비들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 다름 아닌 아티팩트 사업부였다.
그 때문에 남두그룹은 중립을 고수했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서로 거래만 할 뿐, 다른 가문이나, 길드, 세력과 손을 잡고 편을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신유현이 아티팩트 사업부와 손을 잡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티팩트 사업에 간섭할 수 있으며 독점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중립을 고수하는 남현철 회장 입장에서는 썩 탐탁지 않은 일이었다.
“회장님께서 걱정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독점 때문이겠죠.”
신유현 또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잘 알고 있군.”
“그 점에 관해서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두그룹의 아티팩트 사업에는 간섭할 생각이 없으니까요.”
“간섭할 생각이 없다고? 아티팩트 사업에 손을 댄다면 큰돈을 만질 수 있는데도 말인가?”
남현철은 살짝 놀란 얼굴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네. 남두그룹의 아티팩트 사업에는 일체 손댈 생각이 없습니다.”
애초에 신유현은 아티팩트 장비들을 독점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지금 상태는 신유현이 바라 마지않는 상황이었다.
초인들과 헌터들이 값 싸고 성능 좋은 아티팩트 장비들을 가질 수 있다면, 그만큼 마수나 게티아를 상대할 때 도움이 될 테니까.
“제가 원하는 건 하나뿐입니다.”
남연아가 있는 아티팩트 연구소.
단지 그뿐.
“아티팩트 사업에 손을 대지 않는다니 다행이로군.”
실망할 뻔했어.
남현철은 마지막 말은 하지 않았다.
만약 신유현이 아티팩트 사업에 손을 대려는 낌새를 보였다면 바로 회장실에서 내쫓으려고 했다.
아티팩트 사업에 손을 댄다는 건 신유현이 욕심을 부린다는 의미였으니까.
“하지만 부족해.”
아무리 남연아의 보호를 위해서라고 해도 남두그룹의 아티팩트 연구소를 현무전에 지어 주는 건 무리가 있었다.
신유현이 아티팩트 사업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해도, 사실상 남두그룹의 아티팩트 연구소를 그냥 넘겨 주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그것도 남연아와 함께.
“아티팩트 연구소라면 몇 군데 더 있지 않습니까?”
“자네 말이 맞아. 하지만 남연아가 있는 연구소가 핵심이지. 그런데 자네는 우리 연아를 데려가겠다는 소리 아닌가?”
“부정할 수는 없네요. 맞는 말이니.”
남현철의 말에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티팩트 사업에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해도, 남연아의 아티팩트 연구소를 현무전에 지으면 여러 가지 이점이 생긴다.
그중 하나가 신형 아티팩트 장비들을 현무전의 검사들에게 가장 먼저 지급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티팩트 연구소를 건설하려면 돈이 많이 드네. 북한산 지하에 있는 시설만큼 짓지는 못할 거야.”
만약 현무전에 아티팩트 연구소를 짓게 된다면 대규모로 건설하는 건 힘들다. 남현철의 말대로 건설비용이 어마어마할 테니까.
“북한산 지하만큼 규모가 크지 않아도 됩니다. 연아 씨가 개인적으로 완벽한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을 정도만 돼도 충분하니까요.”
북한산 지하 아티팩트 연구소는 남연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연구를 하는 직원이 많았다.
그래서 규모가 컸다.
하지만 현무전에 건설할 생각인 연구소는 남연아가 소규모 연구팀을 이끌 정도면 더할 나위 없었다.
“스마트하게 운영하겠다는 건가?”
“네. 그런 셈이죠.”
북한산 지하 5층 전체를 남연아 혼자 사용했던 것처럼.
그 정도 규모면 충분할 터였다.
“그렇다고 해도 많은 비용이 들 거야. 거기다 연아가 없더라도 북한산 지하 연구소를 방치할 생각은 없네. 다시 재건해야지.”
비록 지하 연구소가 초토화가 되었다고 해도 기본 시설들은 대부분 남아 있었다. 그곳을 수리한다면 다시 연구소로 활용이 가능했다.
“다시 재건하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긴 하겠지만, 굳이 우리가 현무전에 연구소를 세울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내가 생각을 좀 해 봤는데 말이야. 연아의 안전이라면 내가 좀 더 신경을 쓰면 되는 일이 아닌가?”
남현철은 지그시 신유현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남현철의 말대로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가면서 현무전에 남두그룹의 아티팩트 연구소를 세울 필요가 없었다.
그 이유가 남현아의 안전이라면 더더욱.
거기에 남연아를 호위할 개인 여성 경호원을 고용해도 될 터.
아니면 남연아에게 호신용 아티팩트 장비를 만들게 해서 자기 스스로 몸을 지키게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신유현에게는 비장의 한 수가 남아 있었다.
“연구소를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자네가?”
신유현의 말에 남현철은 살짝 놀라면서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현무전에 그만한 자금은 없을 텐데?”
남현철은 파천검가의 현무전이 어떤 상황인지 대략 파악은 하고 있었다.
자금의 흐름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는 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가 알고 있는 현무전의 자금 상황은 빠듯했다.
“최근 이것저것 시작한 일들이 많지 않나?”
“잘 알고 계시네요.”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남두그룹의 회장답게 자신이 최근에 한 일들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 위치가 위치다 보니 가만히 있어도 들려오는 소리가 많지.”
사실 이미 소문이 무성하게 퍼져 있는 상황이었다.
광역 마법이 특기인 적탑이 파천검가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부터, 헌터 협회 내에서 나름 유명한 황금 화살 길드도 파천검가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니까.
“여기저기 계약을 하느라 자금이 부족할 것 같은데 연구소를 건설한 돈이 있나?”
“그래서 회장님에게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습니다.”
“나한테?”
“네. 투자 좀 하시죠?”
“뭐? 투자?”
신유현의 말에 남현철은 헛웃음을 흘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조금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투자라니.
“나는 불확실한 사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네. 자네가 아무리 파천검가의 직계라고 해도 말이야.”
신유현은 파천검가의 삼남이었고, 이제 겨우 현무전을 운영하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에 반해 아티팩트 연구소는 건설 비용뿐만이 아니라 운영에도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간다.
아무리 신유현이 남연아를 구해 주고, 파천검가의 직계라고 해도 그것만 믿고 투자를 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거기다 북한산 지하 연구소가 초토화가 되는 바람에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
“자금이라면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죠.”
하지만 신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현철과 협상을 하기 위해 준비한 비장의 한 수.
그것은.
“제가 강릉을 수복하겠다고 한다면 어떻습니까?”
“뭐?”
나직한 신유현의 말에 남현철은 흠칫 놀랐다.
강릉 수복.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굉장히 컸으니까.
“이제 보니 농담도 잘하는군. 차라리 우리 연아와 약혼을 하겠다고 하는 게 어떤가? 그쪽이 더 현실성이 있는 것 같은데.”
남현철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그만큼 조금 전 신유현의 말이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남연아와 약혼이라. 그것도 나쁘진 않지.’
신유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상류층에서 정략결혼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만약 남연아와 자신이 약혼을 할 수만 있다면 남두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가주의 자리에 한층 더 가까워지겠지.
하지만 아직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이전 삶에서 자신의 전부였던 유럽의 마녀, 마리아 테스타로사와.
“전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초인들의 수명은 길다.
그래서 실제 나이보다도 어리게 보이며 수명이 길어진 만큼 결혼 시기도 꽤 늦은 편이었다.
거의 30대 때 주로 하니까.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그리고 강릉을 수복하는 일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불가능하지 않다고? 자네는 강릉 수복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나?”
남현철은 우려가 섞인 얼굴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강릉은 서울과 비교적 가깝다.
그리고 강릉에는 위험한 마수들이 드글 거리는 장소였다.
거기다 마수들의 소굴인 하이브까지 생겨나 있는 데다가 6성 보스까지 존재하는 위험지역.
그 때문에 한국 정부와 헌터 협회는 강릉을 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빌런들조차 강릉 내부가 아니라 외곽 지역에서 조심하며 지낼 정도였다.
“강릉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강릉 중심부의 하이브에는 위험한 마수가 얼마나 있는지 파악조차 못한 상태였다.
어중간하게 건드렸다가 마수들이 튀어나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서울이 초토화가 될 수 있었다.
서울과 강릉은 그리 멀지 않으니까.
“강릉을 공략할 방법이라면 저한테 있습니다.”
“뭐라고?”
신유현의 말에 남현철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강릉을 공략할 방법이 있다니?
“그게 정말인가?”
“네.”
확실히 강릉은 대형 마수들이나 고등급 마수들이 어슬렁거리는 위험지역이었다.
하지만 불사왕의 군단이라면 어떨까?
‘일단 세븐 아크스가 적어도 한 명은 더 필요해.’
최소 세븐 아크스를 한 명 더 합류시키고 1천에 가까운 스켈레톤 부대를 준비한다면 강릉 수복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강릉 수복이라…….”
남현철은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강릉을 수복할 수 있다면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6성급 보스와, 그 외 등급이 높은 마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던 탓인지 강릉은 노다지가 되어 있었으니까.
수많은 마정석부터 시작해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 광물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해 두었기 때문이다.
미스릴과 아다만티움, 그리고 오리하르콘까지.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남현철은 신유현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