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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23화 (123/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23화

‘지금 시기면 잘 지내고 있겠군.’

신유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전 삶에서 마지막까지 남았던 대장장이, 이강철.

당시 60대 후반이었던 그는 손녀를 귀여워하는 할아버지였다.

신유현에게도 손녀의 사진을 보여 주었을 정도.

하지만 신유현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복수심으로 불타고 있었다.

아들 부부와 사랑스러운 손녀가 게티아들의 손에 잔인하게 살해당했으니까.

그 때문에 이강철은 복수를 꿈꿨지만 게티아에게 닿지 못하고 살해당했다.

‘그런 일은 한 번이면 족하지.’

신유현은 다시 한번 더 다짐했다.

두 번 다시 과거와 같은 일을 겪지 않겠다고.

‘일단 독침이랑 베르카 금속은 그냥 놔둬야겠군.’

제노모프 킹의 독침과 베르카 금속은 이강철 정도 되는 실력의 대장장이가 아니면 가공하기 힘든 소재였다.

그리고 현재 이강철은 실력에 비해 유명하지 않을 때였다.

자신만의 고집과 괴짜 같은 면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비용도 비싸게 부르니까.

물론 그만큼 결과물은 좋게 나왔지만.

그래서 아는 사람들만 아는 장인이었다.

‘다른 재료들도 미리 구해 놓는 게 좋겠지.’

제노모프 킹의 독침과 베르카 금속은 가공할 때 필요한 재료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전부 구했을 때 이강철을 만나러 가 볼 생각이었다.

‘다음은…….’

신유현은 마지막 전리품인 제노모프 마더의 정수를 바라봤다.

[제노모프 마더의 정수.]

타입: 영약.

등급: 유니크.

설명: 지배력 증가.

‘이것도 대박이네.’

신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제노모프 마더는 수많은 군체 마수의 어머니이자 지배자였다.

그 때문일까.

제노모포 마더의 정수는 지배력을 증가시켜 준다.

신유현에겐 필수였기에 상당히 좋은 전리품이었다.

‘이건 먹을 수밖에 없지.’

신유현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정수를 입안에 넣었다.

99% 카카오 초콜릿 같은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그래도 이런 맛이라면 먹을 만했다.

“큭!”

순간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이 엄습해 왔다.

근력, 민첩, 체력이 급격히 상승했을 때는 전신이 아팠었는데, 이번에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 것이다.

머릿속을 휘젓는 고통에 신유현은 눈을 감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버텼다.

어떤 고통이든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두통이 가시기 시작했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지배력이 10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후.”

신유현은 길게 숨을 내쉬며 몸을 추슬렀다.

끔찍했던 두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지자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이제 전리품 확인은 다 끝났나?’

아직 보스들을 잡고 얻은 5성과 6성 마정석이 있었다.

그 중 5성 마정석은 현무전의 확장을 위해 투자할 생각이었고, 6성 마정석은 남연아에게 부탁해서 DF 코트를 업그레이드 시킬 생각이었다.

현재 DF 코트에는 4성 마정석을 박아 놓았으니까.

“그럼…….”

남은 건, 남연아의 할아버지이자 남두그룹의 회장 남현철을 만나는 것 뿐.

그리고 남현철 회장과의 면담 일정은 빠르게 잡혔다.

* * *

다음 날 오후.

신유현은 약속 시간에 맞춰서 남현철 회장을 만나러 남두그룹의 본사를 찾아갔다.

“그럼 전주님. 전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회장실 앞에서 이시아는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남두그룹 본사까지 비서인 이시아가 동행했다.

남연아는 안전을 위해 현무전에 두고 왔으며 슈브와 디아를 호위로 붙여 두었다. 그리고 미리 남연아가 연락을 해 두었기에 신유현은 일사천리로 남현철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네.”

남두그룹 안내원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인 후, 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회장실에는 남현철 회장 한 명밖에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왔군. 기다리고 있었네.”

남현철은 신유현을 반갑게 맞았다.

그리고 신유현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넸다.

“편히 앉게.”

“네.”

남현철과 잠시 악수를 나눈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후 회장실 중앙에 있는 접대용 소파에 앉았다.

“자네에겐 정말 몇 번이나 감사를 해도 모자라겠군. 그래도 정말 고맙네. 손녀를 구해 줘서.”

“아닙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습니다. 연아 씨가 도와달라고 연락이 왔었거든요.”

“그래도 가장 먼저 뛰어가서 도와주지 않았나. 자네가 아니었으면 마수들에게 당했었을 지도 모르지.”

남현철의 말대로였다.

신유현이 조금만 더 늦게 갔었거나, 신유현이 아니었더라면 피해는 더 커졌을 것이다.

제노모프 마수의 숫자는 레이드 던전급으로 많았으니까.

“그런데 연아는 같이 오지 않았나?”

“네. 현무전에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뭐? 보호를 하고 있다고?”

남현철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회장님께서도 듣지 않으셨습니까? 이번 연구소 사건에 게티아 숭배자가 개입해 있었다는 사실을요.”

신유현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남현철은 남두그룹의 회장인 만큼 정보가 빨랐다.

이미 남연아의 아티팩트 연구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가 들어갔을 테지.

“김승철 연구원 말이군. 그가 연아의 실험에 수작을 부려서 이번 사건이 터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네. 그리고 게티아를 숭배하는 자라는 것도. 그런데 그게 연아와 무슨 상관이지? 연구소의 기밀 정보를 빼내려고 한 게 아닌가?”

남현철은 게티아 숭배자를 산업 스파이 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닙니다. 얼마 전에 저희 가문이 마수들에게 습격당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알고 있네.”

남현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천검가의 마수 습격 사건은 사회에서 이슈가 되어 있었다.

워낙 큰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보 통제가 이루어진 덕분에 철화단이나 마수들이 조종당했다는 사실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 사건 뒤에 게티아 숭배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뭐? 게티아 숭배자가?”

남현철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파천검가를 습격한 마수들 뒤에 게티아 숭배자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파천 검가에서 최대한 게티아에 대한 정보는 비밀에 붙였기 때문이다.

“네. 연아 씨에게 조사를 의뢰했던 크리스탈 장치로 마수들을 조종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이어지는 폭로 앞에 남현철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크리스탈로 마수들을 조종한다니.

“실제로 일어난 일이니까요. 크리스탈 장치로 마수들을 조종하는 방법을 게티아들이 알아낸 모양입니다.”

“크리스탈로 마수들을 조종한다니…… 대체 크리스탈 장치라는 건 뭔가? 게티아는 또 뭐고?”

“저도 아직 자세히는 모릅니다. 다만, 일부 빌런 조직 뒤에 게티아를 숭배하는 비밀 단체가 있다는 사실만 겨우 알아냈을 뿐이니까요.”

신유현은 철화단이라는 빌런 조직이 마수들을 이용해 가문을 습격했을 때, 알게 된 사실들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전 삶에서 알게 된 정보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이번 삶에서 드러난 사실들만 말한 것이다.

그래서 게티아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정보들을 이야기해 줘도 되나?”

남현철은 가만히 신유현을 바라봤다.

확실히 지금 신유현이 말한 사실들은 가문에서 비밀로 한 정보들이었다.

하지만 남현철 회장에게라면 이야기해도 괜찮았다.

‘이전 삶에서 게티아에게 철저하게 대항했었던 사람이지.’

그 덕분에 수많은 초인이 도움을 받았다. 게티아들에게 저항하기 위해 무료로 아티팩트 장비들을 보급해 주었기 때문이다.

신유현 또한 그때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 때문에 남현철 회장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남현철 회장이 신유현을 도와줄 만한 일도 있었다.

“게티아 숭배자들이……. 연아 씨를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신유현의 말에 남현철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미확인 던전 게이트에서 저와 연아 씨가 이야기하지 않았던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조사 팀원 중에 연아 씨를 암살하려고 했던 게티아 숭배자가 있었습니다.”

“감히 내 손녀를 죽이려 했다고?”

남현철은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그런 그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져 있었다.

“대체 왜 그놈들이 내 손녀를 노린단 말인가?”

“아직 모릅니다.”

신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남민혁이 남연아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 할 수 없었다.

확실한 물질적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남민혁이 남연아를 노린다고 지금 말해 봐야 오히려 역효과였다.

남현철 회장에게 있어서 남민혁은 차기 남두그룹을 이끌어갈 소중한 손자였으니까.

“그래서 일단 저희 쪽에서 연아 씨를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은 우리 손녀를 책임져 주겠다는 말인가?”

남현철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에 신유현은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연아 씨의 안전은 확실히 책임지겠습니다.”

남현철의 말에서 뭔가 이상한 뉘앙스를 느낀 신유현은 안전이라는 단어에 힘을 더 줬다.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믿을 수 있지. 하지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군.”

남현철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남연아는 남현철의 가족이었다.

가족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직접 보호를 하려고 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 연아 씨를 보호하겠다고 나선다면 안전해지겠죠. 문제는 게티아 숭배자들이 어디까지 침투해 있는지 정확하게 아는 바가 없다는 겁니다.”

남두그룹은 거대 기업이었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스파이, 그리고 게티아 숭배자들이 잠입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음.”

신유현의 지적에 남현철은 생각에 잠겼다. 신유현의 말 대로였으니까.

실제로 게티아 숭배자 하나가 아티팩트 연구소에 있지 않았던가?

어쩌면 더 있을지도 몰랐다.

“자네 말도 일리가 있군. 하지만 언제까지 자네에게 연아를 맡겨 둘 수 없지 않은가? 아니면 정말 책임져 준다면 좋을 것 같다만?”

남현철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남두그룹의 회장인 만큼 남현철에게도 눈과 귀가 있었다.

그 덕분에 현재 신유현이 파천검가에서 주가를 올리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해 둔 상황.

그리고 남현철은 자신이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했다.

‘절대 스무 살의 눈빛은 아니지.’

그런 그가 봤을 때 신유현은 같은 나이 또래보다 생각이 깊고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인생을 살면서 산전수전 온갖 힘든 경험을 겪은 눈빛이었으니까.

거기다 이미 손녀인 남연아를 두 번이나 구해 주지 않았던가?

파천검가의 직계인 신유현이라면 남두그룹의 사윗감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신유현은 남현철의 말을 웃으며 받아넘겼다.

“회장님 말씀대로입니다. 제가 연아 씨를 지켜 주는 건 한계가 있지요. 하지만 연아 씨에게는 스스로 몸을 지킬 재능이 있지 않습니까?”

“재능? 연아에게?”

“네.”

남현철의 반문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 남현철을 만나려고 한 본론을 꺼냈다.

“현무전에 연아 씨를 위한 아티팩트 연구소를 세우고 싶습니다.”

남연아의 재능.

그건 아티팩트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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