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21화
신유현은 놀라고 있는 남연아에게 재차 말했다.
“아티팩트 연구소를 파천검가에서 재건해 볼 생각 없습니까?”
“네?”
또 다시 예상치 못한 신유현의 말에 남연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빠르게 표정을 수습하며 신유현의 의도를 파악했다.
“아티팩트 연구소를 파천검가에서요?”
북한산 지하에 만든 아티팩트 연구소는 남두그룹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지어졌다.
그렇기에 아티팩트 연구소는 사실상 남두그룹의 소유였다.
“네. 이번 기회에 남연아 씨만의 연구소를 세우는 건 어떤가요?”
“나만의…….”
남연아는 생각에 잠겼다.
자신만의 개인 연구소라니.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이번 사건 때문에 남두그룹은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었어요. 그런데 제가 그룹에서 나갈 수는 없죠. 거기다 연구소를 세우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고요.”
남연아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남두그룹은 아티팩트 연구소를 잃으면서 큰 손해를 입었다.
아티팩트 연구 또한 할 수 없는 상황.
남두그룹의 아티팩트 사업에 차질이 생겨날 터.
이런 상황에서 남두그룹의 아티팩트 연구 개발 중심인물인 그녀가 파천검가로 갈 수는 없었다.
“조금 오해한 것 같네요. 저희 가문에서 아티팩트 연구소를 세워도 지금까지처럼 남두그룹을 위해 아티팩트 연구를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네? 그건 대체…….”
“중요한 건 남연아 씨를 보호하기 위함이니까요.”
그렇게 말한 신유현은 남연아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 상태로는 남두그룹으로 돌아갈 수 없지 않습니까? 남민혁이 노리고 있을 테니까요.”
“아…….”
그제야 남연아는 깨달았다.
이대로 남두그룹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현재 남민혁은 남연아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아티팩트 연구소의 최첨단 보안 시스템이 남연아를 보호해 주었다.
하지만 이 상태로 남두그룹으로 돌아간다면?
그녀를 보호해 줄 사람은 없고, 시스템도 없었다. 그리고 더 소름끼치는 사실은 이미 아티팩트 연구소에 게티아 숭배자가 숨어들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놈과 남민혁은 어떤 식으로든 연결고리가 있을 터.
하지만 게티아 숭배자는 마수들에게 살해당했고, 아티팩트 연구소는 박살이 나 버렸다.
유감스럽게도 증거 또한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런 남연아에게 신유현이 손을 내밀어 준 것이다.
“그런데 유현 씨는 어째서 이렇게 잘 대해 주나요?”
“제가요?
그녀의 말에 신유현은 오히려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하긴 그녀의 입장에서 본다면 신유현이 도움을 많이 주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랐다.
이미 그녀의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 주었으며, 아티팩트 연구소를 가문에 재건한다는 이유를 대며 그녀를 보호하려 하고 있었으니까.
“저는 연아 씨의 아티팩트 개발 능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아 씨에게 받은 코트 신세를 꽤 지기도 했고요. 그리고…….”
신유현은 웃으며 DF 코트를 보여 줬다. 마수들과 싸움에서 DF 코트는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런 세상이니 더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초인 사회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힘이 없으면 도태된다.
그런 세계에서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물론 초인들끼리 협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각자 맡은 역할을 하거나,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저한테는 고마운 말이네요.”
남연아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현재 남연아의 입장은 좋다고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책임지고 있던 아티팩트 연구소가 마수들에 의해 초토화 되었으니까.
그 때문에 이제 남두그룹에서 그녀에게 아티팩트 연구소를 맡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남두그룹에 천문학적인 손해를 끼친 그녀가 할 일은 단 하나.
정략결혼 뿐.
다른 대기업 임원 아들이나, 이름 있는 유명 가문과 결혼을 해서 남두그룹에 도움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상류층에서 정략결혼은 자주 있는 일이었으니까.
“연아 씨는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아티팩트 연구 개발만 잘해 주면 되니까요.”
“고마워요.”
신유현의 말에 남연아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신유현의 말대로 다른 걱정 없이 아티팩트를 연구하며 사는 게 남연아의 꿈이었으니까.
그래서 아티팩트 연구소가 지어졌을 때는 자신만의 낙원이 생겼다고 생각하며 기뻐했었다.
그런데 그 낙원이 부서진 것이다.
‘과거의 나와 같지.’
사실 신유현은 지금의 남연아가 이전 삶의 자신과 겹쳐 보였었다.
이전 삶에서 가문에서 쫓겨난 후, 그 누구에게도 도움 받지 못하고 하급 헌터로 던전을 전전하다가 게티아들의 침략을 당했다.
그리고 그때 그녀와 만났다.
유럽의 마녀, 마리아 테스타로사.
그녀의 도움으로 신유현은 새로운 힘에 눈을 뜰 수 있었다.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었고 강해질 수 있었으니까
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평생 패배자로 살다가 게티아 놈들에게 살해당하는 미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리아의 도움으로 신유현은 포기하지 않고 게티아 놈들과 싸웠다.
결국 게티아 놈들에게 모든 것을 잃게 되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새로운 기회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불사왕의 계승자가 되었고, 과거로 돌아왔으니까.
그래서 남연아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이전 삶에서 절망에 빠져 있던 자신에게 마리아가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 결과 신유현은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연아 씨는 분하지 않습니까?”
“네?”
갑작스러운 신유현의 말에 남연아는 고개를 치켜 들었다.
“게티아 숭배자 놈만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랬으면 연구소의 직원들도 살해당하는 일도 없었겠죠.”
“……!”
남연아는 이를 악물었다.
신유현의 말 대로였다.
크리스탈 파편이 폭주했을 때, 실험을 중지시켰다면 워프 게이트가 출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게티아 숭배자인 김승철 때문에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그리고 희생당한 연구원들은 남연아에게 있어서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의 장례식이나 유족들에게 사죄와 보상을 해 주어야 할 터.
“게티아 숭배자들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습니까?”
“복수…….”
게티아 숭배자가 자신의 모든 걸 앗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어디 그뿐인가?
게티아 숭배자들로 추정되는 자들에게 암살을 당할 뻔하기도 했다.
남연아는 신유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체 게티아 숭배자는 뭐고, 게티아라는 존재는 뭔가요?”
“게티아는…….”
신유현은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최근 가문에 있었던 마수들의 습격 사건들과 철화단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 뒤에 게티아 숭배자의 집단으로 추정되는 잿빛 교단에 대해서.
또한, 유럽에 존재하는 흑마법사들로 이루어진 흑탑 블랙 워치가 잿빛교단과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아직 증거는 없지만 남민혁도 게티아 숭배자들과 이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절 암살하려고 했던 자들이 게티아 숭배자들이었으니 가능성은 있겠군요.”
신유현으로부터 이야기를 모두 들은 남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는 알겠어요. 그런데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남연아의 말에 신유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이전 삶에서 그녀가 미확인 던전 게이트에서 실종되지 않았다면 아티팩트 연구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으니까.
“고마워요.”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연아는 무엇을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신유현의 대답에 의욕이 조금 돌아왔다.
신유현이 그녀에게 복수라는 목표를 주었으니까.
그리고 목표가 생기면 의욕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조금 자신감과 의욕이 생긴 얼굴로 남연아는 질문했다.
“일단 회장님부터 먼저 만나봐야 할 것 같네요.”
남두그룹의 회장, 남현철.
아티팩트 연구소를 다시 재건하려면 남현철 회장의 도움이 필요했다.
돈이 아주 많이 필요하니까.
* * *
신유현은 남두그룹에서 온 보안팀에게 뒷일을 맡기고 파천검가로 돌아왔다.
워프 게이트 사건은 사전 협약대로 불문에 붙여질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실험을 하다가 사고가 생겼다고 알려질 예정이었다.
하루나 이틀 뒤쯤 짤막하게 언론에 보도 될 테지.
그리고 일단 남연아는 현무전으로 데리고 왔다.
‘이대로 남두그룹으로 보내는 건 위험하니까.’
아티팩트 연구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그녀를 놔둔다면 남민혁이 손을 써 올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설마 슈브가 호위를 맡겠다고 할 줄은 몰랐네.’
현무전이라면 남연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호위를 붙여 두는 편이 더 나았기에 고민했다.
그런데 슈브가 자신이 호위를 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래서 남연아에 대해서는 슈브에게 맡겼다.
슈브라면 믿고 맡길 수 있으니까.
그 때문에 지금 남연아는 슈브와 디아와 함께 뒷풀이 중이었다.
‘남은 건, 남현철 회장과 만나는 건가?’
최대한 빠르게 남연아를 통해서 남두그룹의 회장 남현철과 면담을 가질 생각이었다.
남연아에 대해서, 그리고 아티팩트 연구소 관련으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일단 전리품들부터 확인해 볼까?’
현무전의 지하 연무장에서 신유현은 아티팩트 연구소에서 얻은 전리품들을 확인했다.
제노모프 군체 마수들을 쓰러트리고 제법 많은 양의 소울 포인트와 마정석을 얻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이킥의 정수.
제노모프 킹의 정수, 독침, 베르카 금속 칼날.
마더의 정수 등등.
보스급 마수들을 쓰러트리고 얻은 전리품들도 상당수 되었다.
‘소울 포인트만 해도 상당하지.’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티팩트 연구소에서 신유현이 잡은 마수들의 숫자는 다 합쳐서 대략 150여 마리 정도 되었다.
등급도 3성부터 5성까지 다양했다.
그리고 보스는 사이커가 3마리, 킹이 1마리, 마더가 1마리였다.
[소울 포인트: 898.]
‘나쁘지 않군.’
아티팩트 연구소에서 잡은 마수들의 소울 포인트는 총 828.
그리고 남아 있던 70 소울 포인트까지 합하면 총 898이었다.
차크라 수치를 좀 더 올리거나 신체 능력치를 올려도 되고, 아니면 스켈레톤들을 강화시키는데 써도 좋을 터.
‘이 기회에 예니체리를 만들어 볼까?’
신유현은 눈앞에 있는 세이버 1호와 랜서 1호, 아쳐 1호를 바라봤다.
지금이라면 눈앞에 있는 1호기들을 불사왕의 직속 부대로 배치시킬 수 있었다.
‘소울 포인트가 많이 든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예니체리를 배정하는데 들어가는 소울 포인트는 무려 500이었다.
현재로서는 겨우 한 마리만 예니체리로 만들 수 있는 상황.
신유현은 세이버 1호를 바라봤다.
그러자 신유현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세이버 1호를 예니체리로 배속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