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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17화 (117/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17화

지면을 박찬 신유현은 보이지 않는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것처럼 스켈레톤들과 마수들 앞에서 뛰어올랐다.

‘역시 사기라니까.’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스카이 스텝은 신유현에게만 보이는 발판을 만들어 계단처럼 밟고 허공을 이동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다만 발판의 유지 시간이 길지 않기에 빠르게 밟고 지나가야만 했다.

하지만 그 정도만 되어도 신유현에겐 충분했다.

신유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스카이 스텝을 펼쳐 스켈레톤들과 마수들의 머리 위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곧장 마정석 발전기에 촉수를 휘감은 채 달라붙어 있는 제노모프 사이커를 향해 달려들었다.

슈슉!

신유현이 허공을 격하며 단숨에 거리를 좁혀 오자, 제노모프 사이커는 황급히 촉수들을 쏘아 보냈다.

스아악!

신유현은 레바테인으로 날아드는 촉수들을 간단히 베어 내며 계속해서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모든 촉수를 쳐 내기란 쉽지 않았고, 미처 쳐 내지 못한 촉수 하나가 신유현의 미간을 노리고 쏘아졌다.

바로 그때.

슈슉!

신유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제노모프 사이커가 날린 촉수들은 애꿎은 허공만 찔러 댔다.

[헤르메스의 날개달린 신발, 탈라리아의 고유 스킬 블링크를 발동합니다.]

단거리 공간이동 스킬인 블링크를 발동한 것이다.

사라졌던 신유현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바로 제노모프 사이커의 바로 위였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사식(四式), 섬광(閃光)!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의 고유 스킬 흑염일섬을 발동합니다.]

스아아아아악!

거세게 피어오르는 흑염의 칼날이 제노모프 사이커의 거대한 뇌를 양단했다.

키아아아아아악!

좌우로 몸이 갈라진 제노모프 사이커는 흑염에 불타오르며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제노모프 사이커를 일격에 양단한 신유현은 스카이 스텝을 다시 펼쳐 천천히 바닥에 착지했다.

쿠구궁!

직후, 제노모프 사이커의 양단된 거대한 몸통이 바닥에 떨어지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제노모프 사이커는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타오르는 흑염에 의해 곧 회색 재가 되어 사라졌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4성 군체 보스 마수, 제노모프 사이커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4성 마정석과 사이킥의 정수, 그리고 40 소울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제노모프 사이커를 처치하자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보스치고는 약하네.”

신유현은 레바테인을 빙글빙글 돌리듯 휘두르다가 납검하며 흩날리는 잿가루를 바라봤다.

신유현의 말대로 4성 보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손쉬웠던 감이 있었다. 5성급 영수(靈獸)인 복슬이의 프로스트 노바 브레스를 맞으며 상당히 힘이 빠져 있었다고는 해도 말이다.

하지만 이건 제노모프 사이커의 주된 능력이 정신 공격의 집중되어 있는 탓이 컸다.

신유현을 비롯해 불사왕의 소환수들에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으나, 마법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신력 스탯이 낮은 검사들은 제노모프 사이커의 정신 지배를 버티기란 힘들었다.

그렇다고 제노모프 사이커가 마법사들에게 손쉬운 상대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제노모프 사이커는 상당히 높은 마력 방어력을 지니고 있어, 어지간한 마법이나 초상 능력은 먹히지 않았다. 그야말로 마법사들에게는 악몽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었다.

즉, 제노모프 사이커가 더럽게 운이 없는 셈이었다.

상대가 신유현이었으니까.

[3성 군체 마수 슬레이브 허스크를 쓰러트렸습니다. 3 소울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3 소울 포인트를…….]

[4성 군체 마수 제노모프 리콘을 쓰러트렸습니다. 4 소울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4 소울 포인트를…….]

그사이 스켈레톤 군단들도 마수들을 쓰러트린 모양인지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저쪽도 끝났군.”

신유현은 스켈레톤들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세이버와 랜서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허스크와 제노모프 리콘들을 확인사살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 *

전투가 끝나고 신유현은 슈브들과 합류했다. 그리고 허스크와 제노모프 리콘들의 사체를 매개로 스켈레톤들의 숫자를 늘렸다.

덕분에 총 30마리의 스켈레톤이 추가된 상황.

“이제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데…….”

신유현은 마정석 발전기를 바라봤다.

다행히 마정석 발전기가 손상이 되었거나 고장이 나진 않아 보였다.

단지 과부하가 살짝 걸렸을 뿐. 아마도 제노모프 사이커가 마정석 발전기의 마나를 흡수한 탓일 테지.

“원시적인 기술이긴 하지만 나름 창의적이네요. 이런 식으로 마정석에서 마나를 뽑아 쓸 줄이야.”

그때 슈브가 마정석 발전기 앞에 있는 단말기를 내려다보며 흥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원시적이라고?”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으로 마정석 발전기를 바라봤다.

남연아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지만, 현재 아티팩트 연구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마정석 발전기는 최첨단 과학기술이 집약되어 있다고 했다.

그 효율은 원자력 발전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고, 위험성도 낮았다.

핵분열을 하는 원자력 발전소와는 달리 마정석 발전기는 마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천연 무공해였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세계 각국에서는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소를 폐쇄하면서 마정석 발전기를 점차 늘려 나가고 있는 추세였다.

그런데 마정석 발정석을 원시적이라고 하다니!

“그럼 원자력 발전소는?”

“그런 걸 쓰는 문명이 아직도 있어요?”

신유현의 물음에 슈브는 오히려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아, 아니 그냥 물어봤어.”

신유현은 물어보는 걸 그만뒀다.

원자력 발전소를 아직도 쓰고 있는 문명이 있냐니. 여전히 수많은 국가들이 원자력 발전소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대체 슈브는 어떤 차원의 존재일까?’

적어도 인간들이 사는 세상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서큐버스, 악마족이었으니까.

신유현은 나중에 한번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덜컹. 위이잉.

그때 원통형으로 생긴 마정석 발전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유현과 대화를 나누던 슈브가 단말기에 있는 버튼을 이것저것 누르더니 작동을 시작한 것이다.

현재 발전기 중간에는 마정석들이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 발전기 위쪽에서 원통형 덮개가 내려오면서 마정석을 덮어 버리기 시작했다.

우우웅.

그리고 마정석 발전기가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됐어요.”

“그래?”

단말기를 통해 마정석 발전기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킨 슈브.

그런 그녀를 신유현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런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그냥 간단하던데요?”

“그래?”

“네.”

슈브의 대답에 신유현은 할 말을 잃었다.

아무튼 마정석 발전기는 정상 가동을 시작했다.

이제 연구소 전체로 전력이 공급될 테고 보안 시스템도 작동할 것이다. 그 말은 신유현이 가지고 있는 출입증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럼 이제 내려가 볼까?”

신유현은 일행들을 이끌고 다음 층으로 향했다.

* * *

연구소에 전력을 공급하자 신유현의 예상대로 출입증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길을 가로막는 격벽이나 강철 보안물을 부술 필요도 없이 간단하게 열고 지나갈 수 있었다.

키아아아아아!

사방에서 제노모프 리콘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생각보다 많이 넘어온 건가? 수가 많은 것 같은데.”

현재 지하 4층으로 내려가는 입구 근처에 도착한 신유현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보다 마수들의 숫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보통 던전에서 등장하는 마수는 최소 30마리에서 많아 봐야 50마리 정도.

그런데 지금까지 스켈레톤들이 처리한 허스크와 제노모프 마수들의 숫자는 최소 100마리가 넘었다.

그럼에도 마수들의 숫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거의 레이드 던전급이군.”

레이드 던전은 일반 던전과 완전히 다르다. 던전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등장하는 마수의 숫자도 어마어마하니까. 공략하는 데만 해도 며칠이 걸릴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연구소에서 본 마수들의 숫자는 레이드 던전급으로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허스크들의 숫자가 많지 않다는 건가.’

허스크들은 연구소의 직원들이 변이한 마수들이다.

그 숫자는 대충 연구소 직원들의 절반 정도.

희망적으로 생각한다면 연구소 직원 절반이 마수가 되지 않고 어딘가에 있다는 소리일 터. 여기까지 내려오면서 연구소 직원들의 시체는 보지 못했으니까.

“난장판이네.”

마수들을 처리하며 지하 4층으로 내려선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하 4층에서 제노모프 군체 마수들이 신나게 날뛰었는지 모든 게 박살이 나 있었다.

아무래도 연구소에 있는 초인 보안 요원들과 크게 전투를 벌인 모양.

아티팩트 연구 사무실의 벽들이 뚫려 있거나, 연구 기자재들이 박살이 나 있었다. 거기다 하얀 벽에는 붉은 피들이 흩뿌려져 있는 모습도 보였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저항을 했나 보네요.”

“문제는 실패했다는 거겠지.”

주변을 둘러본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연구소 바닥에 핏자국이 길게 쭉 이어져 있었으니까.

사로잡힌 이들이 제노모프들에겐 끌려간 흔적이 분명했다.

그리고,

<4성 군체 마수 제노모프 러너>

키아아아아.

지하 4층 복도에 어슬렁거리고 있는 제노모프 마수들이 있었다.

‘러너?’

신유현은 제노모프 러너를 노려봤다.

생김새와 크기는 리콘과 비슷했다.

다만 리콘보다는 좀 더 네발 달린 야수 같은 모습이었으며, 굉장히 날렵해 보였다.

“돌파한다.”

신유현은 스켈레톤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현재 세이버들과 랜서들은 각각 20기씩 로테이션을 돌리며 운용 중이었다. 너무 많으면 오히려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척척척!

신유현의 명령에 세이버들은 돌격 진형을 짰다.

화살촉 모양처럼 삼각 대형을 이루고 전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각 세이버들의 등 뒤에는 랜서들이 따라붙었다.

키아아아악!

스켈레톤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전방에 있던 제노모프 러너들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리콘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재빨랐다.

순식간에 달려온 제노모프 러너들은 세이버들과 격돌했다.

쿠웅!

키아아악!

세이버들은 능숙하게 실드 차지를 사용하며 제노모프 러너들을 튕겨 냈다.

하지만 뒤이어 쏟아져 들어오는 제노모프 러너들까지 밀쳐 내진 못했다. 연속으로 실드 차지를 사용할 수 없었으니까.

“쓸어.”

신유현의 명령에 세이버들과 랜서들은 제노모프 러너들에게 달려들었다.

키아아악!

사방에서 제노모프 러너들이 괴성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어도 열 마리는 넘었다.

크허어어엉!

그때 제노모프 러너들 속에서 돋보적인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5성 군체 마수 제노모프 워리어>

“5성 마수라고?”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제노모프 워리어를 노려봤다.

지금까지 리콘과 러너들이 네발 달린 야수와 같았다면, 워리어는 인간형에 가까웠다. 두 다리로 일어선 채 스켈레톤들을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생김새는 리콘과 러너들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다만 한 가지 완전히 다른 점이 있었다. 양손이 블레이드처럼 변형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제노모프 워리어의 블레이드에서는 불길하기 짝이 없는 검붉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러인가.”

눈에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흘러나오는 검붉은 오러.

이 정도 오러까지 다룰 수 있다면 아마 5성급 개체들 중에서 강할 테지.

신유현은 제노모프 워리어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가라, 세이버 1호.”

스르릉!

신유현의 명령에 세이버 1호는 빙설검 설백과 불꽃검 염화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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