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15화 (115/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15화

‘다른 우주와 연결된 마수라…….’

비상 발전 시설로 향하며 신유현은 제노모프 리콘을 쓰러트렸을 때를 떠올렸다.

제노모프 리콘은 스켈레톤들의 몰매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쓰러졌다.

그리고 그때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었다.

[4성 군체 마수 제노모프 리콘을 쓰러트렸습니다. 보상으로 4 소울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제노모프 리콘이 쓰러지자 다크 소울 이터가 발동하면서 소울 포인트를 얻은 것이다.

소울 포인트는 오직 마수들에게서만 얻을 수 있다.

그건 즉, 제노모프 리콘이 던전 게이트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건너온 마수임을 의미했다.

‘좋지 않군.’

던전 게이트가 아닌 다른 경유를 통해 넘어온 마수들.

이전 삶에서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이전 삶에는 없던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일단 제노모프 놈들이 얼마나 건너왔는지가 문제인데…….’

앞으로의 일을 벌써부터 걱정해도 해결되는 건 없었다.

지금은 당장 직면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신유현은 제노모프 리콘이 많이 건너온 것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래야 남연아가 안전할 테니까.

‘무사했으면 좋겠군.’

남연아는 신유현의 계획에서 중요한 인물이었다.

당장 그녀가 개발한 디스토션 필드 코트, 통칭 DF코트만 해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게티아들과의 전쟁에서 그녀의 아티팩트 기술은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배신자 놈들을 처단하고, 게티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다.

‘반드시 구한다.’

계획을 방해하는 놈들, 이전 삶에서 인류를 배신한 놈들, 게티아에게 붙은 놈들.

그놈들에게는 자신들이 한 짓을 그대로 돌려받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놈들의 죽음뿐.

신유현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인가?”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신유현은 지하 1층에 있는 연구소 발전 시설로 보이는 강철문 앞에 도착했다.

강철문 앞에는 세 방향으로 이어진 복도가 있었다.

왼쪽,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긴 복도와 지금 신유현이 걸어온 정면 복도였다.

그리고 지하 발전 시설의 입구 또한 강철문으로 막혀 있는 상황.

“마스터, 여기 막혔어영.”

슈브 옆에 딱 붙어 있던 디아가 강철문을 보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 열면 되니까.”

그 모습에 신유현은 웃으며 디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제가 열까요?”

“아니.”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슈브는 지하 연구소 정문을 열기 위해 마력을 소모했다.

다른 우주에서 온 걸로 추정되는 마수들이 지하 연구소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슈브를 내세울 수 없었다.

“최대한 힘을 아끼고 있어. 앞으로 뭐가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현재 슈브는 신유현의 언데드 군단에서 가장 강력한 소환수이며 에이스였다.

연구소 내부 상황을 알 수 없는 이상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최대한 힘을 아껴 둘 필요가 있었다.

화륵.

신유현은 손에서 흑염을 피어올렸다.

검은 화염이 신유현의 손을 타고 빙글빙글 돌았다.

흑염이 손을 한 바퀴 타고 돌 때마다 점점 커져 갔다.

그리고 흑염이 상체 정도 크기로 커졌을 때 신유현은 눈을 감고 집중했다.

쌔애액!

거대하게 타오르던 흑염은 점차 압축되더니, 이내 손가락 마디만 한 크기로 마치 가스 토치처럼 손끝에서 맹렬히 타올랐다.

그 상태에서 신유현은 지하 발전 시설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강철문을 향해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치지직!

가늘게 뿜어져 나오는 초고열의 흑염이 강철문을 뚫기 시작했다.

그 앞에서 강철문은 점점 붉게 물들어 갔다.

강철문의 표면이 조금씩 녹기 시작하면서 꿰뚫기 시작하자, 신유현은 직사각형에 가까운 원을 그리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강철문을 잘라서 구멍을 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창 신유현이 작업을 하고 있던 사이.

흐어어어어.

갑자기 오른쪽 옆에 이어져 있는 긴 복도에서 갑자기 바람이 빠지는 소리 같은 괴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지?”

신유현과 슈브, 디아, 그리고 복슬이까지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봤다.

스으윽, 탁. 스으윽, 탁.

바닥을 끌며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

잠시 후, 슈브가 띄워 놓은 하얀빛의 구체 아래로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3성 군체 마수 슬레이브 허스크>

“허스크?”

슬레이브 허스크.

생김새는 인간과 똑같았다.

다만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기괴하게 뒤틀려 있을 뿐.

“인간…… 인 건가?”

허스크를 바라보는 신유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눈앞에 있는 허스크들은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다. 즉, 지하 연구소의 연구원들이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허스크라는 마수가 되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미 죽어 있군.”

창백한 안색과 동공이 없는 눈.

그리고 전신이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도저히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데드라고 하기에도 무언가 느낌이 달랐다.

“정확하게는 무언가에 감염되어 변이한 것 같아요.”

옆에서 슈브가 한마디 덧붙였다.

“변이한 것 같다고?”

“네. 일단 공기 감염은 아니에요. 공기 감염이었다면 제가 알아차렸을 테니까요. 아마 타액 감염이 아닐까 의심되네요.”

“감염이라니, 그게 대체…….”

크아아아아!

그때 허스크 두 마리가 괴성을 지르며 세이버들을 향해 뛰어왔다.

쩌억!

그뿐만이 아니라 허스크의 턱이 갈라지면서 거대한 입으로 변했다.

입안에는 체인톱날 같은 이빨이 원형으로 돋아나 있어 그로테스크하게 보였다.

“확실히 언데드라고 하기에는 기괴하긴 하네.”

그 모습에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좀비나 구울 같은 인간형 언데드도 물론 더 이상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생김새를 하고 있지만, 허스크는 형상만 인간의 형태일 뿐 너무나도 기괴하게 일그러져 굉장히 추한 모습이었다.

“그놈이 감염원인가.”

신유현은 제노모프 리콘을 떠올렸다.

집요하게 혀끝을 스켈레톤들에게 박으려고 했던 제노모프 리콘.

아무래도 제노모프 리콘의 혀에 찔리면 허스크로 변이되는 모양.

“정말 한 마리라도 밖으로 나가면 대참사가 나겠군.”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초인들을 마수로 변이시키는 마수라니.

어둠 속에서 기습적으로 쏘아지는 혀만 조심한다면 위협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제노모프 리콘은 스켈레톤들에게 집단 몰매를 맞고 간단히 뻗어 버렸으니까.

그런데 설마 혀에 찔리면 허스크로 변하게 될 줄이야.

푸푹!

키에에엑!

기세 좋게 달려온 허스크들은 세이버들의 카이트 실드에 막히고, 이어서 랜서들의 장창에 몸이 꿰뚫리며 맥을 못 췄다.

그리고 이어서 내려쳐지는 세이버들의 회색 장검들.

키아아악!

그때 허스크 중 한 마리가 악에 받쳤는지 입을 턱밑까지 활짝 벌리며 세이버 하나의 정강이를 깨물었다.

콰작! 푸스스.

키에에엑!

하지만 세이버는 정강이에 회색 보호대를 장비하고 있었으며 뼈 또한 굉장히 단단했다. 오히려 허스크의 이빨만 부서질 뿐이었다.

‘등급 차이도 무시할 수 없지.’

허스크의 등급은 3성.

그에 반해 스켈레톤들은 4성이었으며 장비와 골격 강화까지 한 상태였다.

허스크들로는 스켈레톤들의 뼈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3성 군체 마수 슬레이브 허스크를 쓰러트렸습니다. 3 소울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3 소울 포인트를…….]

현재 나타난 허스크는 총 다섯 마리였다.

세이버들과 랜서들은 능숙하게 공격 대형을 짜서 허스크들을 상대했다.

세이버들의 실드 차지로 허스크들을 넘어트린 순간 상황은 끝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허스크들을 향해 회색 장검과 장창들이 내려쳐졌으니까.

그렇게 스켈레톤들이 다섯 마리의 허스크를 처리하자 신유현은 총 15 소울 포인트를 획득했다.

그리고 스켈레톤들이 싸우고 있는 동안에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던 신유현은 흑염으로 절반 이상 강철문을 잘라 냈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몸을 조금 숙이면 지날 수 있을 정도로 구멍을 낼 수 있었다.

‘복슬이는 그림자 속에 잠깐 넣었다가 다시 빼면 되고.’

몸길이 3미터 어깨높이 약 2미터 정도 되는 복슬이가 지나가기에는 좀 작았다. 신유현조차 몸을 옆으로 세우고 고개를 살짝 숙여야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잠시 후 흑염으로 강철문을 잘라 낸 신유현은 발로 찼다.

터엉!

그러자 강철문 일부가 뒤로 나가떨어지면서 구멍이 생겨났다.

‘잘 뚫렸네.’

강철문에 큰 구멍을 낸 신유현은 허스크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언데드 작성 스킬을 통해서 허스크들을 매개로 스켈레톤 솔져들을 소환했다.

콰드득.

이윽고 허스크의 시체에서 뼈와 살이 발라지면서 스켈레톤 솔져 5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켈레톤 코어 마스터리의 영향으로 군단화를 시작합니다. 세이버 클래스를 부여합니다.]

[스켈레톤 세이버들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스켈레톤 코어 마스터리의 군단화가 적용되자, 스켈레톤 솔져들은 세이버 5기로 클래스 부여와 함께 등급도 3성에서 4성으로 상승했다.

그렇게 스켈레톤 세이버 5기를 보강한 신유현은 슈브와 디아, 복슬이를 돌아봤다.

“그럼 들어가 볼까?”

“넹!”

신유현의 말에 디아는 활기차게 답했고, 슈브는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르릉.

복슬이는 낮게 한 차례 울더니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신유현은 몸을 숙이며 연구소 발전 시설로 들어갔다.

그 뒤를 이어 슈브와 디아도 따라 들어왔고, 스켈레톤들도 갑주 때문에 아슬아슬했지만 어떻게든 다 들어왔다.

복슬이는 그림자 속에서 다시 나왔다.

‘넓네.’

발전 시설이라 그런지 내부 공간은 상당히 넓었다.

그리고 벽면에는 발전기나 변압기로 보이는 기계 설비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저게 마정석 발전기인가?’

신유현은 발전 시설 내부 중앙에서 조금 뒤쪽에 있는 거대한 기계 장치를 바라봤다.

높이가 1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원통형 마정석 발전기.

발전기 중앙에는 최소 4성급부터 최대 6성급까지 수많은 마정석이 등급별로 박혀 있었다. 적어도 100개는 넘어 보였다.

분명 어마어마한 출력을 자랑할 터.

파지지지직!

그런데 발전기는 멈춰 있지 않았다. 놀랍게도 가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발전기에서 발생한 전력은 연구소 시설에 공급되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저놈 때문인가?”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발전기 중앙에 매달려 있는 놈을 노려봤다.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모습.

마치 거대한 뇌에 무수한 촉수들이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뇌 크기만 해도 무려 3미터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고, 촉수는 5미터 이상 길게 나 있었다.

놈은 긴 촉수로 발전기를 휘감은 채 마나를 빨아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촉수를 통해서 마나를 흡수하고 있는 모양.

마정석 발전기에 달라붙어서 마나를 흡수하고 있는 마수의 정체는…….

<4성 군체 보스, 제노모프 사이커>

4성 군체 마수 보스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