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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14화 (114/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14화

“확실한 거야?”

“네. 던전 게이트에서 넘어오는 마수들과는 느낌이 달라요. 다른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마수예요.”

“다른 우주? 그러면 던전 게이트에서 넘어오는 마수들과는 무슨 차이야?”

“근본적인 차이는 없어요. 그저 우주 밖의 아우터 갓, 어떤 카오스 신이 만들었느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죠.”

“그럼 지금 연구소에 나타난 마수는…….”

“아마도 지구를 노리는 카오스 신들이 아닌, 다른 행성과 차원을 노리는 카오스 신들의 권속일 거예요.”

“머릿속이 복잡해지는군.”

신유현은 정신력이 깎여 나가는 기분이었다.

요컨대, 다양하고 수많은 카오스 신들이 지구 이외에도 각각 다른 행성, 다른 차원을 침략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럼 지구를 노리는 카오스 신은 얼마나 있지?”

“그것까진 저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진 못해요. 다만 그들을 이끄는 우두머리를 저희는 이렇게 불러요. 기어 오는 혼돈이라고.”

“기어 오는 혼돈…….”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색욕의 신전에서 만났던 존재가 떠올랐다.

기어 오는 혼돈의 분신체, 니알.

“그때 그놈이 지구를 노리는 카오스 신의 분신체였나? 붙잡을 걸 그랬나 보군.”

신유현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이를 갈았다.

무리를 해서라도 사로잡았다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는 없어요. 분신체들은 본체의 기억이나 능력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거든요.”

“그런가?”

만약 색욕의 신전에서 만난 분신체가 본체의 힘을 일부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신유현은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카오스 신은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한 미지의 존재니까.

“어쨌든 지금 연구소에 나타난 마수는 다른 우주에서 왔다는 말이지?”

“네. 다른 우주의 문을 여는 건 워프 게이트뿐이에요.”

“그럼 크리스탈 파편으로 워프 게이트를 열어 버린 건가?”

워프 게이트가 확실하다면 분명 게티아 놈들의 크리스탈 파편과 연관이 있을 터. 이전 삶에서 게티아들은 워프 게이트를 통해서 지구로 넘어왔으니까.

“게티아들이 마수들을 조종했다고 한 크리스탈 장치 말이군요.”

“그래. 마수들을 조종하기 위한 건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워프 게이트를 여는 데도 쓰이는 모양이야.”

“저도 게티아들의 기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마스터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현재 인류의 과학 기술로는 워프 게이트를 여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슈브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유현의 말에 동의했다.

“그럼 문제는 어떤 마수가 연구소에 있느냐인데…….”

신유현은 전방을 주시했다.

불쌍한 세이버 57호를 촉수로 낚아채 간 이후 마수의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마수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단 한 마리라도 이곳에서 나간다면 재앙이 되겠죠.”

“연구소 입구 주변에 스켈레톤들을 배치시켜 놔야겠군.”

슈브의 지적에 신유현은 안색을 굳혔다. 현재 연구소 정문 입구는 뻥 뚫려 있었다.

다행인 점은 아직 그 누구도 연구소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사실.

연구소 정문에서부터 신유현이 걸어온 장소까지는 일방통행이었으니까.

연구소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면 신유현이나 슈브가 알아챘을 것이다.

스스슥.

신유현의 등 뒤에서 추가적으로 스켈레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이버 10기와 랜서 10기였다.

신유현은 복슬이와 케이론을 바라봤다.

‘둘 다 기동성이 좋지.’

만에 하나 마수가 연구소 밖으로 도망친다고 해도 케이론과 복슬이라면 간단히 따라잡을 수 있을 터.

하지만 연구소 내부가 실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케이론이 불리했다.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없으니까.

실제로 지금 케이론은 복도를 뽈뽈거리며 기어 다니는 중이었다.

하지만 연구소 정문 밖이라면 그나마 공간이 넓은 편이었기에 케이론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케이론, 연구소 정문을 지키고 있어라.”

신유현의 명령에 케이론이 고개를 숙였다. 신유현과 함께 가고 싶었는데 가지 못해서 시무룩해진 모양.

그러자 디아가 케이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중에 놀아 줄겡.”

그렇게 다시 기운을 차린 케이론은 세이버 10기와 랜서 10기를 데리고 연구소 정문 쪽으로 물러났다.

‘남은 건…….’

신유현은 연구소 지하 1층 복도 너머의 어둠 속을 노려봤다.

분명 근처 어딘가에 마수 놈들이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겠지.

언제 어디서 또 어둠 속에서 공격을 해 올지 알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그럼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알아볼까?”

신유현은 손가락을 튕겼다.

딱!

콰쾅!

그 순간 가까운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신유현이 세이버 57호를 매개로 본 익스플로전을 사용한 것이다.

그렇게 마수에게 끌려갔던 세이버 57호는 장렬하게 폭발했다.

키에에에엑!

그리고 세이버 57호의 폭발에 휘말렸는지 마수의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쪽에 있었나?”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마수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4성 군체 마수 제노모프 리콘>

검은색 키틴질 같은 피부와 팔과 다리가 있음에도 네발로 기어 다니는 인간형 몸체.

길쭉하고 기괴하게 생긴 머리와 굉장히 긴 혀.

그리고 위협적으로 보이는 길고 날카로운 손톱까지.

“특이하게 생겼긴 하네.”

제노모프 리콘의 등장에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혐오스러운 느낌이었다. 마치 던전 안에 존재하는 붉은 달처럼 말이다.

키아아아!

리콘은 기괴한 괴성을 지르며 이쪽을 탐색했다.

탄탄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길쭉한 팔다리를 내뻗으며 복도를 막고 좌우로 어슬렁거리는 제노모프 리콘.

지금까지 신유현이 보아 온 마수들은 촉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제노모프 리콘에게 촉수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뱀처럼 길게 나와 있는 혀가 촉수를 대신하는 모양이었다.

“누구 권속 같아?”

“이름 없는 안개나 역병의 원인 같아요. 아니면 제가 모르는 다른 카오스 신의 권속일지도 모르고요.”

슈브는 이름을 말하지 않고 이명으로 말했다. 카오스 신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험해질 수 있었으니까.

“카오스 신들이 많은가 보군.”

“제가 알고 있는 존재들만 해도 수십은 넘어요.”

“그렇군.”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슈브가 말한 숫자보다 더 많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 하나하나는 분명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대한 존재일 터.

게티아들조차 카오스 신들에게 농락당할 정도이니 말이다.

키아아악!

그때 제노모프 리콘이 뱀처럼 긴 혀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쌔액!

“방어 스킬!”

[세이버들이 실드 차지를 시전합니다!]

신유현의 외침에 세이버들은 카이트 실드를 앞세우며 방어 스킬을 시전했다.

터엉!

이윽고 제노모프 리콘의 혀는 카이트 실드와 충돌하더니 튕겨져 나갔다.

슈슉!

하지만 튕겨져 나간 혀를 뱀처럼 꼿꼿이 세운 후 재차 빠르게 찔러 들어왔다.

텅텅텅텅텅!

세이버들은 카이트 실드로 제노모프 리콘의 혀를 막아 냈다.

스르륵.

카이트 실드를 뚫을 수 없다고 판단한 제노모프 리콘은 혀를 바닥으로 내리더니 세이버 31호의 다리를 휘감았다.

그러자 세이버 31호는 곧바로 카이트 실드로 제노모프 리콘의 혀를 내려찍었다. 세이버 57호 때는 갑작스러운 기습을 당해서 대응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었으니까.

‘같은 수에 또 당할 수는 없지.’

31호의 빠른 반응에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터엉!

혀를 내려찍은 카이트 실드가 다시 튕겨 올라가는 게 아닌가?

“뭐?”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노모프 리콘의 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단단했던 것이다.

휙!

순간 세이버 31호는 다리가 번쩍 들리더니 57호처럼 끌려갔다.

스아아악!

그리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 31호를 제노모프 리콘은 긴 발톱으로 한 번 그어 버리더니 뒤로 내던졌다.

쾅!

회색 갑주가 종잇장처럼 찢어진 세이버 31호는 연구소 벽에 굉음을 내며 부딪치더니 움직이지 못했다.

크르르.

그리고 제노모프 리콘은 신유현을 바라보며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같은 수에는 당하지 않겠다는 건가?”

그 모습에 신유현도 마주 웃었다.

아마 세이버 57호를 본 익스플로전으로 터트렸기 때문에 31호를 바로 내던진 모양이었다. 57호 때처럼 터질까 봐.

신유현은 세이버들과 랜서들에게 한마디 했다.

“밀어.”

그 한 마디에 나머지 세이버 3기와 랜서 5기는 제노모프 리콘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터터텅!

그러자 제노모프 리콘은 강철 같은 혀를 길게 늘리며 채찍처럼 휘둘렀다.

“혓바닥이 뭐 저렇게 길어?”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길게 늘어트린 혀를 휘두르며 스켈레톤의 접근을 막고 있는 제노모프 리콘.

세이버들이 카이트 실드를 앞세우고 전진하고 있지만 어마어마한 속도로 휘둘러지는 혓바닥 앞에 주춤거렸다.

‘빠르긴 하네.’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지는 강철 같은 혓바닥.

그것을 뚫고 들어가기에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제가 나설까요?”

세이버들이 제노모프 리콘에게 다가가지도 못하자 옆에서 슈브가 입을 열었다.

“아니, 내가 하지.”

그 말에 신유현은 앞으로 나서며 퀴네어의 무장화를 발동시켰다.

철컥철컥.

장갑 형태인 퀴네어에서 검은빛이 흘러나오더니 금속성 소리와 함께 팔꿈치까지 묵빛 건틀렛이 생겨났다.

스륵.

그 직후 신유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신발, 탈라리아의 고유 스킬, 블링크를 발동합니다.]

신유현이 단거리 공간이동이 가능한 탈라리아의 고유 스킬, 블링크를 사용한 것이다.

파앙!

잠시 후 신유현은 세이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순식간에 제노모프 리콘의 혀를 잡아챘다.

고유 스킬, 기척 감지로 제노모프 리콘의 혓바닥 움직임을 읽어 내고 잡아낸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강체술도 발동 중이었다.

키르르륵!

갑자기 자신의 혀가 붙잡히자 제노모프 리콘은 놀람과 위협이 섞인 울음소리를 흘려냈다.

그뿐 아니라 신유현을 잡아당기려고 혀를 끌었다.

하지만 양손으로 제노모프 리콘의 혓바닥을 붙잡고 있는 신유현은 요지부동이었다.

“이것도 버티나 볼까?”

화르륵!

순간 퀴네어에서 칠흑의 화염이 흘러나왔다. 퀴네어에서 시작된 흑염은 제노모프 리콘의 혀를 불태웠다.

키아아아아악!

그러자 제노모프 리콘은 고통스러운 괴성을 내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혓바닥을 통해서 몸에까지 흑염이 옮겨붙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세이버들과 랜서들이 제노모프 리콘을 향해 달려들었다.

유용한 공격과 방어 수단인 혀를 붙잡혀 있었기 때문에 제노모프 리콘은 제대로 된 저항을 할 수 없었다.

고작해야 날카롭게 자란 발톱을 휘두를 뿐.

하지만 흑염에 휩싸여 있는 탓에 제대로 된 저항은 하지 못했다.

이윽고 세이버들과 랜서들은 장검과 장창으로 제노모프 리콘을 마구 내려치기 시작했다.

서걱! 푹푹!

키에에엑.

흑염으로 불타고, 장검과 장창에 베이고 찔리면서 제노모프 리콘의 몸은 축 늘어졌다.

아무리 다른 우주의 마수라고 해도 다구리 앞에서는 평등했다.

“그럼 다시 가 볼까?”

그렇게 제노모프 리콘 한 마리를 처리한 신유현은 지하 1층에 있는 발전 시설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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